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환상의 섬 제주도,
이 섬의 한 가운데 1,950m의 높이로 우뚝 솟은 한라산(漢拏山)이 있다.
능히 은하수를 잡아당길(雲漢可拏引也)만큼 높은 산이란 뜻을 가진 이 산은
옛부터 신선들이 산다고해서 영주산(瀛州山)이라 불리기도 했고 금강산(金剛山) 지리산(智異山)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또 다양한 식생(植生)분포를 이루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동·식물의 보고(寶庫)로서
1966년 10월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제주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한라산은 지금으로부터 2만5천년 전까지 화산분화 활동을 하였으며,
한라산 주변에는 368개의 기생 화산인 오름들이 분포되어 있어 특이한 경관을 창출하고 있다.
한라산이 품고있는 비경으로는 눈덮힌 백록담,왕관능의 위엄,계곡 깊숙히 숨겨진 폭포들,설문대 할망과
오백장군의 전설이 깃든 영실기암등이 있으며 1970년3월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한라산은 북태평양의 고도 (孤島)에 솟아있는 지리적 요인과 해발고도에 따른 영향으로 온대에서 한대 기후대까지
식물의 수직분포를 보이고 있고,1,800여종의 식물과 4,000여종의 동물(곤충류 3,300여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다.
한라산은 화산분출로 생성된 산이어서 육지 산과는 다른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의 대부분의 산들이 능선과 골짜기로 이루어진 반면 한라산은 양변의 기울기가 다소 완만한 삼각형 모양의 단면(순상화산)을 이룬다.
이 경사면을 따라 4개의 등산로가 있는데,동쪽의 성판악 코스와 서쪽의 영실,어리목 코스,북쪽의 관음사코스가 있다.
남쪽의 돈내코 코스는 자연휴식년 구간으로 지정되어 현재는 통제되고 있다.
한라산은 등산로가 10km 이내로 거리가 짧아,정상까지 당일 등·하산이 가능하다.
또한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을 잃거나 조난 당할 우려는 적다.
그러나 기상변화가 심하고 바람이 세어서,장비 없이 무작정 산행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관음사 지구 야영장을 제외하고 모든 등산로에서는 취사와 야영이 금지 되어있다.
한라산정상 동능이 개방되어서 성판악,관음사 코스로 정상까지 등산 할수 있다.
어리목과 영실코스로는 1700 고지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만 등산 할 수 있으며,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정상까지는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정상 등산이 안된다
그리고 당일 등산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계절 별로 일몰시간을 기준으로 입산통제가 이루어지므로
미리 입산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성판악 코스(9.6km)
성판악 휴게소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평탄한 돌로 바닥을 평탄하게 고른 길을 따라 안전하게 가는 길이다.
성판악 자체의 해발고도가 거의 800m에 가까운데다가 능선이 길어 자연 길이 평탄한 것이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첫번째 대피소인 사라대피소까지 산행시간을 보통 2시간 30분으로 잡는다.
이 코스는 계곡도 아니고 능선도 아닌 평탄한 산록길이므로 물을 피해 이리저리 가는 방향을
옮길 필요가 없고 상당부분 밀림이나 다름없는 시원한 숲속길을 걸어가는 코스다.
그러나 사라대피소를 지나고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면서
경사가 느껴지기 시작하고 백록담을 올라서는 화구벽 외곽에 도착하면 경사는 급해진다.
양켠으로 목책을 치고 가운데는 돌계단으로 되어 있는 길이다.
목책밖은 강풍으로 인해 키가 별로 크지 않는 전나무등 구상나무등 침엽수가 빽빽하다.
남북을 가르는 능선형 산록이라는 지형이 크게 작용하는 탓이라 샛바람이 불어도 물론 산안개는 줄기차게 끼인다.
바닷가에 한라산 같은 높은 산이 솟아있을 경우 1년의 대부분은 안개가 끼인다고 봐야 정상이다.
이 코스는 마지막 부분에 급경사가 있다고는 하나 대부분 평탄하거나 완만한 돌밭길로 되어 있어 왕복할 경우 부담이 없다.
뿐만 아니라 높은 절벽과 깎아지는 듯한 비탈,눈 덮힌 백록담과 백록담을 둘러싼 화구벽,왕관능의 위엄,
계곡 깊숙히 숨겨진 폭포들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전설이 깃든 영실
이렇듯 오묘한 모습들이 한라산을 이루는 명소들이다.
정상부근의 진달래 군락과 구상나무군도 한라산의 경관으로 꼽힌다.
계절별 경관으로는 봄의 철쭉,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이 유명하며 특히 500-1.300 미터에 이르는
지역에서의 수빙현상(樹氷現象)과 1300미터 이상의 구상나무 숲에서 볼 수 있는 겨울철 한라산 경관
그리고 백록담,곰보바위등의 빙판과 Y계곡,탐라계곡등의 빙폭(氷爆)은 장관을 이룬다.
한라산의 겨울은 아름답다. 고사(枯死)된지 오래된 구상나뭇가지에
피어난 눈꽃들의 기묘함을 감상하며 드넓은 설원을 걷는 눈속에 잠긴 설경의 한라는 절경 중의 절경으로 꼽힌다.
관음사코스(9.3km)
제주시 남쪽 탐라계곡과 이웃한 지계곡 아래쪽에 있는 공원관음사사무소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왼쪽 산록에 관음사가 있다.구린굴을 지나 조그마한 능선을 올라서면 탐라계곡이 보이고
개울을 지나 얼마 안가 대피소(적십자 대피소)가 나온다.
개미등 능선에 올라서기 시작하면 한쪽은 탐라계곡,한쪽은 개미등 계곡이다.
탐라계곡은 바로 백록담 화구벽 외곽 북쪽에서 시작하여 비교적 곧게 흘러내리는 개울로 평소에는 물이 흐르다 말다 하는
시원찮은 개울의 모습이지만 비만 내렸다 하면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계곡으로 소문나 있다.
산행깃점에서 1시간정도 걸어올라온 곳에 적십자대피소가 있다.
무인대피소라 분위기가 영 을시년스럽다.
이곳에서부터 한쪽은 개미등계곡,한쪽은 탐라계곡, 능선은 개미등능선이다.
두 계곡 사이에 형성된 마치 개미처럼 길쭉하게 생긴 능선이다.
이 능선이 끝나는 부분에 즉 개미모가지에 해당되는 부분이 개미목이다.
개미목에 다다르면 평탄한 초원이 나타난다.경사가 아주 완만하여 시야가 확트이는 지역이다.
그러나 정면으로는 칼날처럼 예리하게 생긴 삼각봉이 솟아 있다.
삼각봉에서 장구목, 장구목에서 백록담화가호 북벽까지 는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능선의 동쪽은 급사면을 이루고 있다.
삼각봉 아래를 지나 용진각에 이르는 양켠의 산록 활엽수림은 가을에 단풍으로 물들면 볼만한 곳이 된다.
왕관릉 일대는 사진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한라산 풍물사진의 현장이기도 하다.
용진각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는 1시간 10분거리이다.
백록담에 이르는 마지막 부분은 나무를 바닥에 깐 목로(?)로 되어있다.
영실코스(9.3km)
한라산 서남쪽코스로 길이가 가장 짧은 등산로이다.
등산 도중 영실기암 (오백나한)의 빼어난 경관은 영주십경중 일경이며10월의 단풍은 장관을 이룬다.
어리목 코스와 마찬가지로 1994년 7월이후 정상부근의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현재는 해발 1.700고지인
윗세오름대피소까지만 등산이 가능하며 소요시간은 편도 약 1시간30분이며 코스거리는 3.7 ㎞이다.
하산은 어리목 코스로도 가능하며 식수는 노루샘에서 구할수 있으며윗세오름에 간이매점이 있다.
한라산 서쪽 편 남북을 가로지르는 1100도로를 따라 제주시에서
중문방향으로 가다보면 다래오름주변에 영실코스의 진입로가 있다.
이곳에서 매표소까지 거리는 2.5 ㎞, 시외버스가 영실매표소 앞까지 들어간다.
해발 980고지의 영실매표소를 갓 지나면 영실지소 관리사무소가 있고 현재 복원중인 존자암 절터입구가 있다.
다시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 2.4 ㎞,도보로 45분 정도 소요되는데 도로폭이 좁고
경사가 심해 12인승 이하의 차량과 1톤 이하 화물차량만 통행이 가능하다.
등산로는 영실휴게소 옆 숲입구에서 시작되는데 아름드리의 적송지대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해발 1,400고지의 돌계단부터는 경사가 심하므로 자주 쉬면서 올라야 하며
돌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시원스럽게 시야가 뚫리며 영실기암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발 1,550고지에서의 경관도 일품이다.
멀리서 다가올 것만 같은 마라도와 가파도,형제섬,뭉게구름 사이로 살며시 보이는 산방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좌우를 살펴보면 만물상 같은 오백나한들이 보이고 우뚝우뚝 솟아 있는 바위 마다 전설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해발 1.600고지를 지나면 구상나무 군락이 이어지는데 구상나무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구상나무 숲을 벗어나면 광활한 초원 지대가 눈앞에 다가온다.이곳이 바로 선작지왓이다.
봄이면 진달래꽃이 한라산 초원을 붉게 물들이고 6월의 햇살 속에 산철쭉이 물결을 이뤄 신이 만들어 놓은 큰 정원 같기도 하다.
선작지왓 옆을 돌아 등산로를 걸어 가다 보면 노루샘이 나오고 등산객들은 지친 다리를 쉬며
약수 한 모금 마셔가는 곳이기도 하다.
노루샘을 지나면 윗세오름대피소가 나오고
백록담 서북벽이 코앞에 다가오지만 현재는 이곳 윗세오름대피소까지만
등산이 허용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려야 한다.
어리목코스(9.3km)
한라산 서북쪽코스로 1994년 7월 이후 정상부근의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현재는 해발 1,700고지인 윗세오름대피소까지만 등산이 가능하다.
소요시간은 편도 약2시간이고,거리는 4.7㎞이다.
하산은 영실코스로도 가능하며 식수는 사제비약수터와 오름약수터 두곳에서 구할 수 있다.
어리목코스는 1100도로의 어승생악 남쪽에서 시작된다.
버스정류장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공원관리사무소가 나오고
등산로 입구를 따라 500미터 정도 가면 졸참나무 숲속으로 이어지는 어리목계곡이 나온다.
이 숲지대는 해발 1.400고지까지 이어지며 졸참나무,서어나무,산벚나무
새우나무,단풍나무,엄나무,비목,솔비나무,고로쇠나무,때죽나무물참나무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1시간여쯤 해발 1.300고지 까지 걸어올라가면 수령 오백년 이상된 송덕수란 이름의 물참나무가 등산객들의 눈길을 끈다.
오래전 제주도에 흉년이 들어 기근에 시달리게된 사람들이이 나무의 열매로 죽을 끓여 굶주림을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송덕수에서 10여분 쯤 올라가 숲지대를 벗어나면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초원지대가 나온다
사제비동산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들꽃들이 즐비하게 피어났던 초원인데 지금은 억새와 제주조릿대가 무성하다.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사제비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만세동산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걷다
뒤를 돌아다보면 오름들과 수평선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망체오름,어슬렁오름,삼형제오름들이 발아래 펼쳐지고 맑은 날에는 멀리 송악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해발 1,600고지 만세동산을 넘어서면 평지가 시작되고 한참을 걸어가면 백록담 화구벽을 눈앞에 두고 윗세오름대피소를 만나게 된다.
[제주도의 오름]
제주도는 오름의 나라다.
오름이란 기생화산을 일컫는 제주도 말이다. 368개에 이르는 오름들이 한라산 주변에 깔려 있다.
세계 최대 화산섬으로 꼽히는 시칠리아 에트나섬의 기생화산 250여개를 훌쩍 넘어선다.
제주도민들에게 오름은 삶 자체였다.오름 곁에서 태어나 오름 앞에서 살다가 오름 기슭에 묻혔다.
분화구들엔 도민의 고통스런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름이 주목받기 시작한건 오래전 일이 아니다.
제주도에 언론인이자 산악인 김종철(1927~1995)이 있다. 한라산만 1천회 이상 올랐던 그는 오름에 주목했다.
300여개의 오름을 샅샅이 뒤져 <제민일보>에 183회에 걸친 탐방기를 연재하며 오름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그의 공들인 탐방작업은 1995년 세권의 책으로 묶여 정리된다.<오름 나그네>(전3권·높은오름 펴냄)가 그것이다.
각 오름의 실체와 가치를 집대성한 첫 오름 안내서다. 암투병 중이던 그는 책이 나오고 두달뒤 오름 기슭으로 돌아갔다.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지정(2007년)은 오름과 용암동굴의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한 결정판이다.
한라산,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만장굴·김녕사굴·용천굴·당처물동굴·벵뒤굴),성산 일출봉이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됐다.
이제 오름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거문오름]
거문오름은 한라산 북동쪽 기슭에 솟았다.제주의 오름동호회들에도 속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베일 속의 오름이다.
주민들 사이에 옛날부터 “한번 들어가면 나올수 없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이랬던 거문오름이 지난 7~8월 탐방로를 만들고 국제트레킹 행사를 열면서 그 속살을 드러냈다.
두 달간 공개하고 탐방로를 다시 폐쇄할 예정이었으나,탐방객들이 몰려들면서 예약자에 한해
주중에는 100명,주말에는 2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거문오름은 오름의 대표적인 특성을 고루 갖췄다.
말굽형 모습에다 분지형 분화구,알봉,용암유출로,자연동굴 등이 함께 있다.
그 사이로 숯가마터,움막터,잣담(돌담)등 주민들이 살던 흔적과 갱도진지·숙영지터등 일본군 주둔 흔적들이 생생하다.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식생을 보여주는 자연 그대로의 거대한 숲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거문오름 숲길 탐방은 주민의 삶과 역사,지질·식생의 가치와 그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여정이 된다.
70년대에 심은 삼나무가 이룬 울창한 숲을 시작으로,잎지는 넓은 잎나무(낙엽활엽수)·늘푸른 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
덩굴식물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5㎞에 이르는 숲길이다.
어둡고 음침한 냉기가 지배하는 숲길이다.숲도 검고 흙과 돌이 깔린 바닥도 검다.
다소 가파른 삼나무 숲길을 10여분 오르면 전망이 트이는 능선에 닿는다.
능선길 왼쪽은 수많은 오름들이 펼쳐진 평원, 오른쪽으론 찬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음침한 분화구 숲이다.
동남 사면은 낙엽수림,서북사면은 상록활엽수림,오름 바깥사면은 초지와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서늘한 숲길을 오르내리며 거니는 동안 시커멓게 입을 벌린 동굴들을 수시로 만난다.
28만년전 용암 분출을 시작한 이래 여러 차례 분출이 이어지면서 숱한 용암굴이 생겼다.
U자형의 용암 유출로는 바다 쪽으로 7㎞나 이어지면서 땅 밑에 벵뒤굴·만장굴·김녕사굴·당처물동굴등 용암동굴을 거느리고 있다.
거문오름 안팎엔 일제 강점기때 다시 무수한 인공 갱도가 뚫려 분화구 주변은 만신창이가 됐다.
거문오름은 일제 패망 직전 108여단 사령부 주둔지였다.
6000여명의 병력이 이곳에 머물며 분화구 안팎으로 무수한 갱도진지를 뚫었다.
길이 60m짜리 갱도 등 10개의 갱도진지와 숙영지 등이 곳곳에 남아 있다.
분출된 엄청난 양의 용암이 바다쪽으로 흘러내려가며 만든 용암 유출로는 곶자왈(숲이 우거진 돌밭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검은 돌무더기 사이로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식나무·붓순나무 무리를 비롯해 붉가시나무·센달나무·
개서어나무·때죽나무·덩굴수국·동백나무 등 온갖 수종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우거져 있다.
붓순나무는 탈때 연기가 적어 4·3 항쟁 당시 주민들이 숨어 살며 땔감으로 썼다는 나무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한 자연 그대로의 탐방로라는 점이 거문오름 숲길의 매력이다.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에선 용암 분출 때 날아올라 떨어져 박혔다는 화산탄의 모습도 관찰된다.
분화구 안쪽에 깔린 바위틈에선 끊임없이 서늘한 바람이 새어나온다.
여름엔 찬 공기가,겨울엔 더운 공기가 뿜어져 나온다 분화구 안에서 한라산 800m이상
고도에서 자라는 식생이 관찰되는건 이런 환경 때문이다.
용암이 흘러간 자리의 지형이 내려앉아 생긴 용암 함몰구의 식생도 특이하다.
유출로를 따라 형성된 수십m 깊이의 함몰구 주위엔 구실잣밤나무·종가시나무들이
그 아래쪽엔 동백과 사스레피나무·식나무들이 보이고,그 밑엔 고사리류가 깔려 있다. 바닥엔 이끼류가 번식한다.
분화구 주변의 식생은 다양하지만 수백 년씩 묵은 고목은 보기 힘들다.
오래된 나무들이 많지 않은 것은 깊이 뿌리 박을 수 없는 지질 특성 때문
어느 정도 자라면 쓰러져 흙으로 돌아가 어린 나무들에 영양 공급원이 된다고 한다.
5㎞의 숲길은 볼거리 느낄거리가 무수히 깔린 초록의 보물창고와 같다.
모든 것을 섭취하고 느끼려면 안내인의 발끝을 따라다니는 3시간 산책이 짧기만 하다.
숲길은 되도록이면 천천히 거닐며 보고 즐기는게 좋다.
발길을 재촉하는 안내인을 설득해 쉬엄쉬엄 오래 거닐며 머물다 나오시길 권하고 싶다.
거문오름은 한라산 동북쪽 기슭,조천읍 선흘리와 구좌읍 덕천리 사이에 있다.
선흘2리 노인회관이 탐방의 출발점이다. 거문오름(검은오름)의 ‘거문’은 신(神)을 가리키는
검·굼·곰·감 등에서 기원한 말로,신령스런 오름을 뜻한다.
여러 곳의 검은오름중 동쪽의 동거문오름에 비해 서쪽에 있어 서거문오름이라고도 한다.
정상 해발 높이 456m, 지상 높이 112m, 분화구 깊이 108m.
거문오름 숲길 탐방 최소한 2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주말·휴일엔 예약이 밀려 한달 전에 해야 한다. 선흘2리 노인회관에 마련된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아
인솔자의 안내로 거문오름을 둘러본다. 5㎞거리,3시간 소요.
평일엔 오전에만 9시·10시·11시 세 차례 출발,주말·휴일엔 오전에만 5차례 출발.
문화·환경 교육을 받은 선흘2리 주민들 6명이 탐방 인솔자로 활동한다.
능선의 바람이 거세다. 두꺼운 겉옷과 생수 준비 필수.돌밭길이 많으므로 등산화도 필수다.
2007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였다.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은 한라산천연보호구역,성산일출봉,거문오름용암동굴계등 3개 지역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만장굴,김녕사굴,용천굴,당처물동굴,벵뒤굴등 제주의 대포적 용암동굴을 포함한다.
이 동굴들은 모두 10만-30만년 전에 거문오름으로부터 공급된 용암에 의해 형성된 것을 평가되고 있다.
동굴내부에는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동굴 생성물 등을 갖으면서 신비로운 경관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거문오름은 지금으로부터 약 28만년전 화산활동을 시작하였는데,
폭발적인 현무암질 화산활동과 함께 높이 112m의 작은 화산체를 형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분화구로부터 막대한 양의 용암을 유출시켰다.
화구로부터 용암류의 유출에 따라 화산체는 말굽형 분화구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형 경사를 따라 북쪽으로 흐른 용암류는 약 7Km를 흘러 선흘 동백동산까지 추적이 가능하다.
이 용암 협곡(Lava Channel)은 제주도 내에서 최장의 규모를 자랑하며,
용암류가 흐른 자리는 선흘곳이라고 부르는 자연림이 울창한 특이한 화산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거문오름으로부터 유출된 거대한 용암류의 흐름은 지표면 하부에 대규모의 용암동굴을 형성하였다.
용암동굴은 용암의 표면이 식어서 먼저 굳어지고난 후에도 내부의 용암이 계속 이동하면서 만들어진 용암내부의 긴 공간이다.
거문오름 일대는 고난과 비극의 제주근대사를 상징하는 핵심공간중의 하나로 꼽힌다.
일제 강점기와 이어진 4.3사건의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특히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등 군사시설은 오늘날까지 오름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들 갱도진지는 일본군이 제주도를 최후의 전쟁기지로 삼았던 생생한 역사현장이다.
이어 해방공간에 불어닥친 4.3 당시에는 사람들의 도피처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과거 넓고 깊속한 거문오름 일대는 사람들이 숯을 굽고 화전을 일구던 생활터전이었다.
시대를 거슬러 가면 조선세대 거문오름 주변은 국영목장의 무대가 된다.
이처럼 거문오름의 이면에는 제주근대사의 아픔과 비극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성산일출봉]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36호로 제주도 최동단인 성산포구 앞에 솟아 있다.
성산일출봉 천연보호구역은 높이가 182m 정도이나 지름 약400m,넓이 2.64㎢에 이르는 넓은 분화구의 호마테(Homate)형 화산이다.
성산 일출봉은 중기 홍적세 때 얕은 바다에서 화산이 분출되면서 형성되었다.
일출봉은 커다란 사발모양의 평평한 화구가 섬 전체에 걸쳐 있어
다른 화산구와는 구별되는 매우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제주도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출봉 전체와 1㎞ 이내의 해역을 포함하고 있다.
신생대 제4기층에 형성된 성산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바다 속에서 화산쇄설물들이 퇴적된 화산사암층(火山砂岩層)이다.
해저에서 분출되어 이루어진 분화구가 융기하면서 침식작용을 심하게 받아 기암절벽을 이루며, 측면에는 층리가 발달되어 있다.
산 전체가 하나의 움푹한 분화구로 이루어져 있으며,분화구의 주변에는 구구봉이라 불리는 99개의 바위들이 솟아 있다.
그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아 성산이라 하며,일출을 볼 수 있어 일출봉이라고도 한다.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는 성산일출이라 하여 예로부터 영주12경(瀛洲十二景) 가운데 제1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본래는 육지와 떨어진 고립된 섬이었으나, 폭 500m 정도의 사주가 1.5㎞에 걸쳐 발달하여 일출봉과 제주도를 연결했다.
분화구 안은 넓은 초지가 발달하여 소·말·양 등의 방목지로 이용되며,띠와 억새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이것들은 연료로 쓰이며,특히 띠는 초가지붕을 잇는 데 이용되었다.
벼랑에는 풍란과 춘란을 비롯한 15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일출봉을 중심으로 하는 성산포 해안 일대는 청정해역으로
동남쪽의 해안은 비교적 넓은 조간대가 있는데,암석지대·자갈지대·모래사장 등이 있다.
그 외 해안식물은 녹조류·갈조류·홍조류등 총127종이 발견되어
우리나라 해조상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해조류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곳은 제주분홍풀, 제주나룻말로 지칭되는 신종 해산식물의 원산지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해산동물의 경우 총 177종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그 중에 많은 한국산 미기록종이 포함되어
우리나라 해산동물의 분포상을 연구하는데 매우 주목되는 지역이다.
일출봉의 지형·지질·경관적 특성과 주변 1㎞ 연안 해역의 식생이 우리나라 해양생물의 대표적인 특성을 보존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산 신속 및 신종 해조류의 원산지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관리하고 있다
북서쪽 능선은 경사가 완만하여 일출봉 호텔을 비롯한 위락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며,
이곳을 통해 분화구 안으로 출입한다.현재 군에서 유료관광지로 공개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바다낚시와 성산포 일주유람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서귀포시의 중문관광단지와 인접해 있어 국제적 관광지로 발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