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에는
노래를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배고플 일이 없으니
편안한 줄 알았습니다
집 장만할 걱정이 없으니
춥지 않은 줄만 알았습니다
청춘의 심볼인 뾰루지가
온 얼굴에 생채기를
내고나서부터
세상에 겨우
눈을 떠보니
새나 사람이나 같다는 걸 알았습니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피가 터져도
새장 속에 갇혀서는
살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내가 당면하고 있는 구속은 또 다른 자유라는 것을
파랑새를 보고나서 겨우 알았습니다
겨울 연가
서울 중동고등학교
1학년
밤 10시이다
FM 107.7 주파수
라디오 프로를 듣는다
한류 열풍의 선구자인
욘하짱을 지칭한 탠탠 클럽이 좋아
듣게 된 프로이다
독자가 보낸 사연을
DJ 목소리로 감정을 실어
청취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한 송이 두 송이 눈발이 날린다
추워서 꽁꽁 언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여기까지 읽어줄 때
일본 열도를 열광케 한
겨울 연가의 한 장면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요리
서울 중동중학교
3학년 이태호
배고플 때
반찬이 변변치 못할 때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계란을 속에 넣지 않아도
맛살을
햄을 넣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옆구리가
터져도 좋다
못생겨도
따뜻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요리는
김에다가 밥을
돌돌 말기만 하면 되는 김밥이다
바보들의 천국
서울 대왕중학교
2학년 전영미
바보는 웃기만 해요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밝게 웃어요
남들이 놀려도
화내지 않아요
슬퍼하지도 않아요
궁금해서
바보에게
물어 보았어요
웃음이 넘치는
세상이 좋아
웃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거든
모성애
서울 대왕중학교
2학년 전영미
호랑이가
새끼를 낳아서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네요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게 하려면
독하게 키워주어야 할
의무가 있나봐요
엄마는
마음이 아파도
내색을 못하고
먼발치에서
속으로만
울고 있네요
엄마의
눈물로
새끼가 자라고 있어요
노을
서울 대왕중학교
2학년 전영미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어요
아프다고 하네요
붉디 붉은 핏빛으로
아우성을 치다가
지풀에 지가 죽어
잿빛이 되었네요
땅 위에서 가장
슬픈 빛이에요
가로등
서울 대왕중학교
2학년 전영미
세상을 비추기 위해
태어났어요
뱃속에서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마지막 생을 마칠 때까지
나를 필요로 한 곳에서
온 몸을 바치기로 했어요
친구들은 저를 가엾어 해요
밤잠도 못 잔 것이 안쓰러웠나 봐요
하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빛을 발할 수 있는
이 세상이 좋아요
눈물
서울 대왕중학교
2학년 전영미
눈물은 마음을
깨끗하게 해 주어요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눈물이 나왔어요
눈물을 흘리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편안해졌지요
남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세상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인정이 메말라가면서
눈물샘도 말랐나 봐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어디서도 선한 눈물을
찾아 볼 수가 없어요
마음은 무게가 없다
명지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오경석
명지외고는 경기도 의왕에 있다
주말을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대우아파트
집에서 보내고
허둥지둥 학교로 가는 길이다
학부모님 한 분이
한 손에는 옷가방을
다른 손에는 책 묶음을
등에는 가방을 메고
아들인지 딸인지 모를
자식을 위해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기숙사 가는 길로 접어들면서
무거운 짐을 들어 들어드리며
무겁지 않으세요
하고 물었더니
마음으로 들고 가니 무겁지 않아
하신다
안개 속에서
명지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오경석
내 마음을 가져가 버린
그대
보이지 않는다
앞산은 첩첩하고
뒷산도 첩첩하고
길이 막막하다
당신을 찾아가서
손을 잡아 주고 싶은데
왜 보이지 않는가
내 마음
안개 속을 헤매며
그대가 돌아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네
사는 것은
명지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오경석
마음이 무겁네
먼 하늘만 바라보네
때가 되면 나에게서도
새순이 돋겠지
잎이 무성하겠지
꽃도 피고
열매도 맺을 날 있겠지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떨어지는 날
내가 나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를 잘 살아왔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불새
명지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오경석
날마다 가슴에서
불이 일어난다
살아가는 일은
비상을 꿈꾸는 일이다
이조 여인도 아니고
시집살이 할 일도 없는데
팍팍하다
두 눈 멀쩡하게 뜬 장님이다
귀머거리다
반벙어리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제대로 몸을 가눌 수가 없다
나는 날마다 불속에서 불을 품고 사는
한 마리 새다
행복을 찾는다
명지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정은호
세잎 클로버는 행복을 가져다준다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준다
행운을 찾다가 행복을 놓친다
행복을 찾다가 행운을 놓친다
행복이 행운이고 행운이 행복이다는 것을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세 잎 클로버를 찾기 전에도 알지를 못했다
행복과 행운은 마음에 있다는 것을
행복과 행운은 운수라는 같은 뜻인 것도
하늘을 보며 배운다
서울 명지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정은호
나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땅만 보고 길을 가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에 마음을 실어 보낸다
나를 대신하여 뭉게구름이
둥둥 떠간다
유리알처럼 파란 하늘에 마음을 닦아본다
반짝반짝 빛이난다
오늘처럼 빛이 나게
살아갈 날을 갈고 닦아
한번쯤은 세상을
빛내볼 일이다
감추어 둔 꿈
명지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정은호
꿈이 크다
하늘만큼 땅만큼 크다
시린 어깨위로
피곤이 한파처럼 밀려온다
잠을 쫓아가면서
공책 가득 장밋빛 꿈을 그린다
파란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은
나의 꿈은
날개
끝내는 당당하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길
명지 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정은호
살아가는 일은
숨 가쁘게 달리는 일이다
생과 사의 한가운데서도
필사적으로 달려야 한다
한 걸음
또 한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지치고
쓰러지고
피가 터져도
안간힘으로 버텨내야 한다
마지막 아름다운 종착지를 위해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끝을 보아야 한다
등대
서울 대왕중학교
3학년 이호재
깜깜한 밤
나 혼자 바다를 지켜요
갈매기 친구는
추워서 오지 않네요
저기 가는
한 척의 돛단배에게
저 여기 있어요
하고 불빛을 비춰요
말을 알아들었는지
제 갈 길로 잘도 가네요
추운 밤에는
혼자서 외로워요
가을
서울 대왕중학교
3학년 이호재
구름이 하늘에
푹 안기는 걸 보니
까치가 감나무에서
뱅뱅 맴도는 걸 보니
가을이 오고 있나 봐
바람이 나에게
속삭이더라
나무도 하늘도
노을처럼 짙게 물들어만 가면
가을이 오는 거라고
우리의 꿈도 가을하늘처럼
높아져야 하지 않겠니
때가 되면 묵묵히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이번 가을에는
겨울 날
서울 대왕중학교
3학년 이호재
꽃들이 활짝
웃고 있는 겨울날
우연히 꽃집으로 들어섰지요
제 모습을 뽐내는
예쁜 꽃들이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어요
보랏빛
바이올렛은
언 마음을 녹여주고
동백꽃
작은 꽃잎은
외로움을 달래 주었어요
꽃들이 방글방글
웃고 있는 겨울날에는
나도 모르게 꽃집으로 발길을 옮겨요
겨울나무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2학년 김태경
길가에 서있는
겨울나무
한그루
추위에 떨며
가지에 붙어있는
잎을 떨어뜨린다
열매도 떨어뜨린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려면
어금니를 앙다물고 참아야한다
견뎌내야 한다
내가 시험을 봐서 좋은 점수가
나와야 하는 것처럼
겨울나무도
새봄을 기다려야 한다
친구
서울숙명여자중학교
2학년 김태경
나는 해
내 친구는 달이예요
내 친구는 저녁에 일을 하고
나는 아침에 일을 하지요
내 친구가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집을 나와요
내 친구는 어둡고 무서운 곳을
환하게 비추어주는 일을 해요
그래서 난 내 친구를 수호천사라고 해요
수두로 아팠을 때
숙명여자중학교
2학년 김태경
초등학교 4학년 때
수두에 걸렸다
온몸에 열꽃이 피고
전신이 가려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색 꽃이
만발을 했다
아이들에게 전염이 될까봐
학교에도
오지 못하게 했다
송장처럼 누워있는 일이
나의 일과였다
6학년인 언니도 병이 옮을까봐
내 방 근처에는 얼씬하지 않았는데
부스럼을 긁고 있는
내가 안쓰러운지
가끔씩 부채질을 해주었던
언니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금방 숨어버리는 비누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2학년 김태경
세면대 위에서
제자리를 지키는
비누
각지고 후미지고
모가 난 곳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 구석구석
광택이 나게 해 준다
빛이 나게 해 준다
욕심이 많아
잡아당기기만 하는
손이지만
미끄럼 잘 타는
비누는
마음대로 잡을 수가 없다
생김새 때문에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2학년 김태경
난 눈이 작다
별명이 단추 구멍이다
눈이 작아서
좋은 점이 많다
학교에서 공부시간에 자고 있어도
선생님께 혼나지 않는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TV에서 한창 뜬
가수의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가 많다
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눈이 작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니
인기 짱이다
주자십회훈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3학년 김민지
주자십회훈을 알기 전에는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하기 쉬운 후회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붉을 주(朱)
아들 자(子)
열 십(十)
뉘우칠 회(悔)
가르칠 훈(訓)은
열 가지 후회라고 해서
주자훈 또는 주자십훈이라 합니다
주자 십회중에서도
나는
소불근학노후회(小佛勤學老後悔)라는 글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젊음은 오래가지 않고
배우기는 어려우나
젊을 때 부지런히 배워야 한다는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과 같은 말입니다
남은 날이
빛날 수 있도록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겠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3학년 김민지
신화라는 가수가 있다
팬클럽에 가입을 했다
클럽 언니에게
나보다 한살 많은
남자친구를 소개받았다
오빠
동생하며
지내기로 하다가
눈이 맞아 버렸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었다
밤잠을 못자고
이리뒹굴 저리뒹굴
뒤척이는 날이 많았다
헤어지지 말자고
손가락도 걸었다
그러나 이별은 한순간 이었다
전화 저쪽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나와서
그만 만나자고 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웃음은 우리의 힘이에요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3학년 김민지
이 세상에는
웃음의 종류가
참 많아요
하하 호호 히히
흐흐 헤헤 허허
까르르 깔깔
아프고
슬프고
세상 살기가 힘들어 질 때
웃음은
우리의 활력소에요
내일을 살아갈 수 있고
힘이에요
노래를 불러라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3학년 김민지
날을 보내면서
지치고 힘이 들 때가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노래를 불러보자
발라드
댄스
락
트로트
가곡
클래식
아무거나 좋다
노래를 부르며
비잉 돌아보기도 하고
손으로 땅을 짚고 기어보기도 하고
깡총 뛰어 넘기도 하고
곧게 나아가 보기도 하자
노래를 부르며
마음이 즐거워진다
세상이 밝아진다
돼지 저금통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3학년 김민지
우리 집 돼지는
식성이 좋다
배추든 무든 가리지 않는다
주는 대로 닥치는 대로
마구 집어 삼킨다
금도 은도 먹어치우는데
왜 살이 안찌지?
돼지야
똥돼지야
보물창고야
많이 먹고 살쪄서
토실토실 자라다오
키위
서울 개원중학교
2학년 이지은
맨 처음에는 날아 다녔어요
내 본분을 잃어버리고
자연의 법칙을 거역했지요
날개가 아프게 날아다니는 것보다는
땅위를 걸어 다니는 것이
편안하고 좋아서
잠시잠깐 게으름을 피웠더니
두 날개가 퇴화되어 버렸어요
꽁지도 볼품없이 빠져버렸지요
몸 전체는 어두운 갈색이 되었어요
낮에는 나무 구멍이나 땅속에 숨어 살아요
밤에만 겨우 활동을 해요
쓰러진 나무 밑이나 땅 밑 굴속에 둥지를 틀어요
사는 것이 허망해서
하늘을 날아다녔던 옛날이 그리워서
키위키위하고 울지요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댔더니
키위라는 이름이 저절로 붙어버렸어요
새는 새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폼 나는 일인지
아름다운 일인지
제 모습을 잃어버린 뒤에야 깨닫게 되었어요
귤껍질
서울 개원중학교
2학년 이지은
울퉁불퉁한 껍질 속에
알맹이가 있다
알맹이가 상할까
자기 몸 긁히고 상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굴러 떨어져도
자기 몸보다
알맹이 먼저 생각한다
귤을 먹을 때면
귤껍질의 사랑이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전해 온다
N극의 사랑
서울 개원중학교
2학년 이지은
나는 N극하고만
붙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그게 싫어요
N극도 좋은데
왜 나와 같은
N극과는 붙을 수 없을까요
아무리 붙고 싶어도
내 몸이 계속 밀어내요
이럴 때면
자석인 내가 미워져요
인사하고 싶다
서울 개원중학교
2학년 이지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살펴본다
서로에 대한
관심들이 없다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날 때
소리쳐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이
적어졌다
서로에 대한 관심을 없애고
자신만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답답하다
그들에게 인사하고 싶다
자동차의 겨울밤
서울 개원중학교
2학년 이지은
눈이 내린다
밖에는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
자동차는
오들오들 추위에 떨며
추운 겨울 밤을
지새고 있다
아침이 되고
복수라도 하는 듯이
자동차는 고장나 있다
주인은 발을 동동 구르며
추운 뒷모습으로 회사에 간다
그 뒷모습을 보며
자동차는 괜히
미안해진다
강아지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박창진
먹을 것 달라고 낑낑될 때
차마 먹을 것을 안 줄수는 없다
먹을 것을 주고 나니
또 달라고 보채는 우리집 강아지
귀찮긴 하지만
보기만 해도 귀여운 우리 강아지
하얀 눈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박창진
아침에 일어나니
창밖이 하얗다
찬바람이 새어들지 않게
무장을 단단히 하고
골목으로 뛰어 나간다
아이들이 벌써 나와
눈덩이를 굴리고 있다
힘을 합해 눈사람을 만든다
여자를 만든다
남자를 만든다
비록 눈이지만
사람을 만드는 일은
땀이 나고 힘이든다
어머니도 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겨울아침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박창진
이른 아침부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무슨 일인가 창문밖을 보니
아이들 눈싸움 하는 소리
어느 아이가 눈사람을 만들었지만
짓궂은 남자 아이가 모두 망쳐 버린다
눈사람을 만든 아이는 울며
집으로 간다
컴퓨터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박창진
수학 공부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누군가 옆을 보니
컴퓨터가 게임을 조금만 하라고
조금만 하라고
날 유혹한다
하지만 그것을 뿌리치고 나니
오늘은 하루가 허전하다
눈내리는 밤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박창진
공부하다
창문을 보니
온통 눈바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발자국들
강아지가 나가자고
현관문을 벅벅 긁는다
나무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나무가 없으면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는 맑은 공기를 만들어 내고
사람들에게 베어나가야 하는 나무
아이들은 칼집을 내고 낙서를 한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다리만 남고
궁둥이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사람들은 그 고마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모습이 답답하다
꼬마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꼬마는 아무리 뛰어도 지치지 않는
꼬마는 무엇을 해도 힘이 들지 않은
꼬마는 무엇을 해도 마냥 재미있기만한
친구가 있으면 무엇을 해도 괘찮은 줄
엄마에게 혼나도
돌에 걸려 넘어져도
그저 행복한 꼬마
가끔 짜증도 부리고
버릇없게 굴어도
무엇을 봐도 신기한 꼬마
달팽이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달팽이와 난 달리기를 한다
누구 이기나 한번해 보자
열심히 달리다 아직 출발점에 있는 달팽이
나는 한숨자고 일어나 보니 벌써 달팽이가
이기니 생각해 보니
동화속에 들어와 있는 나 꿈꾸는 것이다
꿈이지만 한번 해보는 것이다
달팽이의 끊기력 난 갖고 싶다
장난전화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언제부터 인가 전화가 걸려온다
수화기에서 누군가 소곤거린다
또 언제부터 인가 전화가 걸려온다
수화기에서 누군가 속닥속닥 거린다
어디선가부터 장난전화가 걸려온다
연필깎기
서울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연필깎기라고 연필만 깎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뾰족한 마음도 깎아준다
매일 같이 하는 것이라고는 연필깎는 일
그것은 그리 우스은 일이 아니라
우리도 차차 연필 깎기를 닮아가야 한다
어디서나 잘 활용 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다
주전자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집에 꼭 하나씩은 있는 주전자
모든 것이 똑같지 않는 주전자
여러 가지 사용법이 다른 주전자
하지만 이 일을 하는 짓는 매일 같다
매일 같이 입에서 하얀 구름을 뿜어내는
매일같이 머리에서 뚜껑이 열리면
하얀 구름을 뿜어내는 주전자
어린아이들은 환하게 웃음을 주는
아이들에게 큰 희망을 만들어 주는
모두 같은 주전자
어머니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이분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이분만 있으면 걱정근심이 없다
이분만 있으면 100년 더 살 수 있다
홍수가 아무리 밀려와도
지진이 나고, 태풍이 심하게 불어도
둘려울 일이 절대 없다
이분은 우리를 눈물로 키우십니다
이분들은 우리들을 위해 희생하십니다
눈물로 키워주시는 이분
이분은 우리 어머니 십니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님들 감사합니다
아버지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시계가 벌써 새벽 1시를 가리킵니다
우리를 위해 서라면 뭐든지 도전하십니다
딴 것으로 보면 어머니보다 더 능숙한
요리솜씨
아버지의 손에 들어가는 고장난 물건들은
새것으로 바뀌게 하는 요술 손
유명하진 않지만
나에겐 마냥 자랑스러운 분 우리아버지
등불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어두운 길을 비추는 등불
남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
자신 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거리마다 보이는 등불
어두운 세상을 비추어 주는 등불 이 자랑스럽다
바보
일원초등학교
6학년 김은선
어딜가도 웃고 무엇을 해도 웃는 바보
남이 욕해도
남이 돌을 던지고 사고를 내도 웃고
항상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고 다니고
항상 아무의미 없이 웃고 다니며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쳐다 보아도
바보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웃기만 하는
도대체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일까?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바보
피아노 콘서트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내 차례다.
선생님이 나보고
올라가라 손짓한다.
두근거리는 가슴과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천천히 올라간다.
무대 위에서는
관객들이 두 배로
나누어져 보인다.
꾸벅 인사하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피아노 칠 준비를 한다.
한 음, 두 음, 세 음.
내 손가락들이
음악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 음을 쳤다.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박수갈채가 터졌다.
기분이 묘하다.
미소가 흘러나온다.
황제 펭귄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황제 펭귄이 알을 나았습니다.
어미는 영양보충을 하러가고
아버지가 2개월 동안 품습니다.
적의 활동이 적은
가장 추운 때 낳은 알이라
잘 품어야 합니다.
아버지 펭귄은 그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10Kg이나 살을 잃습니다.
알들이 살을 빼앗아 가도
아버지 펭귄은 알들을
헌신적이게 보살핍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사랑이
온 몸에 느껴집니다.
과학 시험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3시간동안 치른
서울대 영재 선발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렵다.
아는 것, 모르는 것
답을 지어내서라도
빈칸 없이 답을 쓴다.
전에 배운 문제는
딱 하나 나올 뿐.
확실히 맞은 것은 몇 문제.
3시간동안 머리를 쓰니
머리가 아프고
불덩이처럼 화끈거렸다.
잘 몰라도 될 수 있는 한
논리적으로 쓴 답들이
맞기만을 빌겠다.
책 선생님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책장의 책들이
지나가는 나를
불러 세운다.
“놀지만 말고 우릴 읽어.”
“우리는 널 가르치기 위해
태어난 거야.”
책들의 성화에
나는 책 한 권을
책장에서 빼낸다.
첫 장을 넘기고,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간다.
조금은 졸리지만
힘들게 태어난 선생님 밑에서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햇빛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동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어두운 세상을
찬란한 빛으로 빛춘다.
우리나라에는
그 밝은 빛이
미치지를 않는다.
휴전선이라는
크나 큰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벽은 많이 허물어졌고,
허물어지고 있지만
무너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깜깜하다.
밤이다.
눈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구름은 겨울에 아이를 낳습니다
차례차례 땅으로 보내줍니다
땅으로 쏟아진 눈은
소복소복 쌓입니다
이집 저집 아이들은
밖으로 나오고
얼굴에는 함박웃음을 띄며
눈을 반겨줍니다
눈덩이들은 아이들의 손에 녹고
뭉쳐지고 던져지지만
아이들처럼 함박웃음을 띈
눈사람도 탄생합니다
눈은 이토록 자신을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좋습니다
바람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바람아 바람아
불지 마라
나 너무 추운데
그만 불어라
바람아 바람아
친구들과 노는구나
하지만 달리기 시합말고
다른 놀이 해줄래
바람아 바람아
왜 우리를 춥게 하니
다소곳이 앉아서
얌전히 있으렴
경비원 아저씨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밤낮 우리 집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
밖에는 집지키랴
낮에는 분리수거하랴
보잘것 없는 직업같은데
상당히 힘이든다
경비아저씨는 나이도 드시고
직업도 별로 차림새도 그런데
오늘따라 멋있게 보이는
경비 아저씨
피아노
서울 왕북초등학교
6학년 이의정
첫눈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이동호
첫눈이 왔다 첫눈이 오자
창밖이 하얘지고 아이들은 뛰쳐나가
신나게 논다
올해는 첫눈이 마지막 눈이 될 것 같다
실수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이동호
나는 오늘도 실수를 하고 말았다
실수를 안 하려고 안 하려고 자꾸자꾸
노력하지만 나도 어쩔수가 없다
노력해도 노력해도 안되는걸 어쩌겠나
잠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녀 이동호
자꾸 자꾸 잠이온다 할일은 너무나도 많고
시간은 무족한데 자꾸 잠이 온다
어쩌면 좋을까, 어쩌면 좋을까, 망설이다가
결국 잠이 든다
숙제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이동호
오늘도 숙제가 많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결국엔 밤까지 못 끝냈다
잠은 밀려오고 숙제는 해야겠는데
어떡할까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도중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또 흐르고만 있다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이동호
이젠 꿈속으로 갈 시간인데
숙제가 방해를 한다
마음은 꿈속으로 가고 싶어 난리인데
숙제를 안 해가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꿈나라로 갈 엄두가 도저히 안난다
눈이 오네요
서울 중동중학교
3학년 이은호
길을 터벅터벅 걷다보니
하이얀 송이 머리위에 내려 오네요
이번 겨울에 내리지 않았던 것이
늦게서야 느릿느릿 내려오는 것이 얄밉네요
하이얗게 내려와 내 발에 닿는 걸 보면
넙죽하게 찌그러지는 것이 참 불쌍하네요
눈이 오네요 온천지를 하얗게 만드네요
찌그러질줄 알면서도 뽀드득 소리를 내게 들려주려고
오늘도 내려 오네요
컴퓨터
서울 중동중학교
3학년 이은호
말썽꾸러기 컴퓨터
오늘도 공부하는 날 자꾸 유혹하네요
내가 공부하는게 싫은가 봐요
재미있는 컴퓨터
오늘도 심심한 날 재미있게 해주네요
저랑 같이 놀고 싶나봐요
애물단지 컴퓨터
오늘도 켜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중이예요
컴퓨터는 자꾸자꾸 애교를 부리네요
등교 길에
서울 언주중학교
3학년 김재은
비가 내립니다
주룩 주루룩 소리를 냅니다
어머니께서 우산을 챙겨주십니다
환하게 웃어주십니다
나는 집을 나섭니다
버스를 탑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합니다
진흙을 이겨
붉그스름한 찰흙으로 사람을 만듭니다
남자를 만듭니다
여자를 만듭니다
옷은 입히지 않습니다
에덴동산입니다
이름을 지어줍니다
아담과 하와입니다
내가 만든 사람의 코에다 입을 갖다댑니다
생명을 불어 넣습니다
벌거벗은 둘이는 날마다 사랑을 합니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가슴을 파고 듭니다
무심결에 시계를 봅니다
앗! 지각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
서울 언주중학교
3학년 김재은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시험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어요
문제 풀기가 어려웠거든요
어휘력이 부족 했어요
책상 앞에 않아서 공부를 하는 척 해도
졸기 일쑤였어요
시험 기간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공부하는데 정신이 집중되지 않았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지 못해요
저는 지금 게으른 병에 걸려 있어요
제가 이 세상에 오기 전에
하늘에서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레
하나님은 저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걸까요
왜 이런 괴로움을 당해야하는 걸까요
흔들의자
서울 대왕중학교
3학년 전영광
오직 그녀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그녀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습니다.
그녀가 편안해야
제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녀가 떠나면
외로워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그녀가 언제나 편안해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울지 않았으면 조겠습니다.
난로
서울 대왕중학교
3학년 전영광
그가 추워합니다.
저의 온기로 손발을 녹여 줍니다.
그래도 그는 추워합니다.
온갖힘을 다해 뼈속까지 쬐어 줍니다.
그가 따뜻해 합니다.
행복해 합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뜨겁게 감싸주고 싶습니다.
잠
서울 대왕중학교
3학년 전영광
물러가라 물러가라 해도
문어처럼 찰싹 붙어 있습니다.
물로 씻어 내려고 해도
그녀의 촉수를 떼지 못합니다.
그녀에게 끌려가고 싶지 않아
안간힘을 쓰지만
쵸콜릿 같이 달콤한 그녀의 마음을
뿌리치지 못합니다.
나무
서울 대왕중학교
3학년 전영광
나무는
아무 조건 없이
가진 것 전부를
우리에게 준다.
봄에는 꽃을 피워
즐거움을 주고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는
달디단 열매를 준다.
겨울에는
팔도 다리도
몸통도
땔깜으로 준다.
나무는
기뻐도 웃지 않는다.
슬퍼도 웃지 않는다.
참으며 견디며
묵묵하게 살고 있을 뿐이다.
어머니
서울 대왕중학교
3학년 전영광
일어나라
빨리 일어나라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공부해라
책상 앞에 문어처럼
붙어 있어라
어머니의 눈안에 갖쳐
꼼짝을 못한다
어머니의 눈물로
어머니의 한숨으로
내 생각이 커진다
내 마음이 커진다
시골에서
서울 일원초등학교
6학년 오종석
어머니 먼동이 트기 전에
꼬끼오~
새벽을 깨우는 닭 우는 소리가 들리나요
여름 방학이 끝날 때까지 우리 여기서 살면 안 될까요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같이요
저 못자리 무논을 보세요
제 자리를 뱅뱅 도는 물방개를 보세요
어허와 어화 여루 상사디여
노래를 부르는 농부들을 보세요
가슴속 밑바닥에서부터 그리움이 샘솟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