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해외여행의 비수기다. 시간은 넉넉하지만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못한 젊은 배낭족들만이 싼 비행기삯을 노려 4월로 몰린다. 그러나 눈을 국내로 돌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4월의 국내여행은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축제들로 인해 여름 휴가철과 함께 양대 성수기로 불린다. 그러잖아도 따스운 봄바람에 엉덩이가 근질근질하기 마련인데 축제까지 우리를 유혹한다면? 당해 낼 재간이 없다.
· 경남 진해 군항제(1~11일)
봄꽃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벚꽃. 수많은 벚꽃 명소가 있다지만 그 중에 으뜸은 당연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다. 진해 군항제는 올해로 48회째를 맞는다. 그런데 사실 군항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추모제를 올리는 행사. 그러나 때마침 벚꽃이 만개할 때여서 벚꽃 축제로 더 유명해졌다. 그러다보니 군항제 개최 시기 역시 벚꽃의 개화 시기에 좌우된다.
올해는 축제 시작이 지난해보다 5일 늦다. 그런데 벚꽃 소식은 더 늦다. 아무래도 축제 초기엔 맘껏 꽃놀이를 즐기기가 힘들지도…. 그래도 군항제는 군항제. 벚꽃 구경만이 군항제의 매력은 아니다. 추억의 벚꽃영화제, 벚꽃을 이용한 여러 체험 프로그램, 군함전시관과 해전사체험관, 해양생물테마파크 등이 있는 해양공원과 남부내수면연구소 관람행사, 팔도풍물시장 등 다채로운 행사가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055-548-2431.
· 경남 화개장터 벚꽃축제(2~3일)
진해의 벚꽃이 시내 곳곳에 펼쳐지는 3차원의 공간이라면 화개의 벚꽃은 선을 따라 이어진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르는 5.3㎞의 도로 양 옆으로 만개한 벚꽃 터널은 '십리 벚꽃길'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맨손으로 은어 잡기, 고로쇠와 녹차 무료 시음회, 민속놀이와 도자기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축제가 짧다고? 축제가 아니어도 좋다. 섬진강을 끼고 100여 리에 걸쳐 벚꽃이 만발한 19번 국도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055-880-2371.
참! 참! 이왕 간 김에 섬진강 건너 구례에서 열리는 섬진강변 벚꽃축제(3~4일)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061-690-2037.
· 전남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2~4일)
'날 떠나는 님 가시는 길에 아름 따다 보내겠다'는 시구가 못 미덥다. 이 고운 진달래꽃을 어찌 함부로 '아름'씩이나 딸 수 있으랴. 그 고운 진달래꽃이 전남 여수의 영취산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시작으로 축하공연, 산속 라이브 공연, 진달래 아가씨 선발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지로 가는 산행 코스로는 1~3시간 정도 소요되는 여러 코스가 있다. 중흥동 GS칼텍스 후문 쪽 행사장~정상(2.2㎞), 상암초교~정상(1.8㎞), 흥국사~정상(1.4㎞) 코스 등이다. 그 중 진달래를 구경하기에 좋은 코스로 상암초등학교 인근에서 시작해 450m봉을 거쳐 봉우재로 내려선 뒤 영취산 정상에 올랐다가 흥국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인기다. 흥국사도 좋다.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이 절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던 바로 그 절이다. 061-690-7671.
· 경남 거제도 봄꽃·숭어축제(4일)
봄이 어디 꽃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일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숭어와 봄꽃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있다. 바로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거제도 봄꽃·숭어축제. 행사장인 거제도 동부면 학동 흑진주몽돌해변으로 가는 해안도로 주변에는 축제기간 유채꽃과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남부면 다대, 일운면 구조라, 동부면 학동 연안에서 그물로 잡히는 거제도 숭어는 봄에 가장 맛이 뛰어나다. 숭어 2천여 마리를 풀어놓고 맨손으로 잡는 이벤트가 마련되고 숭어회와 숭어튀김, 무침 등의 별미도 맛볼 수 있다. 맨발로 몽돌해변 달리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함께 어선들의 해상 퍼레이드도 열린다. 055-639-3529.
· 부산 강서 대저토마토축제(3~4일)
봄의 상큼함을 입으로 느끼고 싶다면 토마토축제를 권한다. 강서체육공원 광장과 실내체육관에서는 3일부터 이틀간 제10회 대저토마토축제를 개최한다. 대저 토마토는 낙동강 하구의 비옥한 토양에서 최고의 재배 기술로 생산돼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부산이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축제기간 중에는 맛있는 토마토 고르기, 토마토 정량 담기, 생태 탐방 걷기 대회 등 상큼한 토마토뿐만 아니라 즐길거리도 다채롭다. 게다가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는 토마토 외 다양한 봄 농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축제가 될 듯. 그 밖에도 세계 전통 춤 공연, 비보이 공연 등 각종 무대 행사와 전시 행사도 마련된다. 051-970-4812.
· 경북 경주 술과 떡 잔치(17~22일)
일단 이름부터 정겹다. 축제가 아니라 잔치다. 축제는 '술 익는 마을, 떡 빚는 고을'을 주제로 전시, 체험, 상설행사 등으로 진행된다. 전시행사로는 전통의 술 제조방법, 전통 떡, 퓨전 떡, 삼국의 술 전시 등의 코너가 마련되며 체험행사는 신라오(五)떡 만들기, 가양주 만들기, 가래떡 구워먹기 등으로 구성된다.
또 전통 대형 술병을 형상화한 차량 퍼레이드, 선덕여왕 행차 및 포토 페스티벌, 경주 설화 100배 즐기기 OX 퀴즈쇼, 길놀이, 무대공연 등의 상설행사도 축제기간 내내 열린다. 특히 이번 축제는 경주 지역의 명주와 전국의 대표적인 전통주·민속주를 선보이며 선덕여왕 선발대회도 함께 개최한다.
이 밖에도 지역 특산물인 천년한우 술안주 코너, 풍물장터 등도 마련하고 관람객에게 '술과 떡 100배 즐기기' 책자를 배포한다. 054-748-7721~2.
· 경남 양산 유채꽃축제(21~25일)
부산과 양산이 지하철로 이어진지도 벌써 수 년 째. 4월이 되면 양산행 도시철도 2호선이 붐빈다. 양산천 일대에 활짝 핀 노란 유채꽃을 보러가는 상춘객들 때문이다. 21일에는 유채꽃으로 뒤덮인 양산천 일대 12㎞ 구간의 둔치를 배경으로 5일간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이번 축제에는 빛의 향연 루미나리에 점등식, 유채꽃 가요제, 청소년 댄스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된다. 또한 봄꽃 심기와 연 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비롯해 병아리 나누어주기, 무료 시식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특히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축제 행사 후 유채 씨앗을 채취해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하고 줄기 부분은 축산농가의 가축사료로 활용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착한 축제도 드물겠다. 055-392-5342.
· 울산 고래축제(22~25일)
고래는 꿈이다. 비록 고래사냥은 불법일지라도 '삼등 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동해바다로 고래 잡으러 떠나는' 꿈만은 누구도 막지 못 한다. 특히 고래축제가 열리는 동안 울산에서는 그 꿈은 '자유'다. '고래의 꿈, 푸른 울산'을 주제로 한 제16회 울산 고래축제는 태화강 둔치와 장생포에서 나흘간 개최된다.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등 고래 관련 시설이 즐비한 장생포에서는 하늘을 나는 고래비행선, 고래 테마 설치미술, 고래 우산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행된다. 또한 고래를 주제로 한 마당극도 하루 3회씩 축제기간 내내 이곳 장생포에서 공연된다. 한편 '반구대 암각화 속으로'라는 주제로 다양한 시민 참여 문화행사도 열린다. 태화강 일대에 선사시대 체험마을을 조성해 움막 만들기 등 옛 선사인들의 생활을 실제로 경험해볼 수도 있다. 052-226-5701.
· 부산 광안리 어방축제(23~25일)
부산의 벚꽃하면 광안리 일대라 할 수 있겠다. 4월의 마지막 주말, 광안리 바다 일대에서는 어방축제가 막을 올린다. 원래 제각각 열리던 남천동 벚꽃축제와 광안리 해변축제, 민락 활어축제 등이 지난 2001년 통합돼 벌써 10회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 축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가 대폭 늘어난 것이 특징. 어방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어방 그물끌기는 2회에서 3회로 늘려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들어 가는 어울림 한마당으로 거듭난다. 또 거리 퍼레이드는 축제 시작일인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옮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 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광안리 해변을 따라 축제문화존 걷기 체험, 금붕어 잡기체험, 물고기 탈만들기 체험, 어방사진 공모전, 주민자치발표회도 올해 선을 보인다. 051-610-4049. 정리=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사진 제공=각 지자체
| 26면 | 입력시간: 2010-04-01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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