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풍성 안성 가을 나들이
 ◇ 남사당 풍물공연.ⓒ 끼뉴스
추석 황금 연휴 때 ‘우리 것’을 되새기는 가족 나들이를 떠나 보자. 안성에는 영화 ‘왕의 남자’의 재주꾼들이 펼쳤던 남사당패 공연, 술박물관 등 신명나는 볼거리들이 널렸다. 9월의 마지막 주말에는 바우덕이 축제도 열린다.
안성 나들이에는 남사당패의 사연이 줄줄이 이어진다. 남사당패의 겨울 은둔지였던 청룡사에서 ‘왕의 남자’의 촬영 세트장과 남사당 여섯 마당 공연까지. 가는 길마다 신나는 어깨춤이 절로 난다.
■ 바우덕이 흔적 그대로
일단 청룡사부터 들러본다. 청룡호수 안쪽에 위치한 청룡사는 안성 남사당패의 본거지로 더 알려진 사찰이다. 마당 한가운데 서면 남사당패들의 걸쭉한 입담이 들리는 듯하다. 안성장터와 전국을 떠돌던 남사당패는 이곳에 모여들어 절의 허드렛일을 하며 겨울을 보냈다. 사찰 초입에는 여성 꼭두쇠인 바우덕이의 묘도 자리잡았다. 바우덕이는 5세의 어린 나이에 남사당패에 맡겨진 후 15세 여자의 몸으로 꼭두쇠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흥선대원군의 눈에 들어 정3품의 직위까지 받았던 그녀는 23세에 요절했는데 “청룡골 물 흐르는 곳에 묻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이곳에 묻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우덕이의 사연을 음미했으면 남사당놀이 관람으로 흥을 돋운다. 남사당전수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남사당 풍물놀이가 열린다. 박수치고, 소리 지르는 야외 난장무대는 실제로 보는 이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며 ‘우리 것’의 진정한 재미를 보여준다.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덜미(꼭두각시놀음) 등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이 펼쳐지는데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남사당놀이의 하이라이트는 어름놀이(줄타기). 영화 ‘왕의 남자’의 대역으로 나왔던 인물이 실제로 줄타기 묘기를 보여주며 가을밤을 박수와 짜릿한 환호로 채우게 된다.
전수관 옆 아트센터 ‘마노’는 거꾸로 선 집과 드넓은 잔디밭으로 방문객에게 휴식을 제공하며 영화 ‘왕의 남자’의 실제 촬영 세트장도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 청룡사. ⓒ 끼뉴스
 ◇ 칠장사 나한전. ⓒ 끼뉴스
■ 세계 민속 춤사위 환호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리는 안성바우덕이 축제도 곁들여 즐기면 좋다. 러시아, 멕시코, 불가리아 민속공연팀의 춤사위가 펼쳐지고 안성장터가 재현되며 길놀이에 이어 버나놀이, 탈 만들기 체험도 어우러진다. 30일 ‘죽을판 살판’ 남사당놀이 때는 줄타기의 고수 4명이 합동으로 출연해 고난이도의 기예를 펼쳐 보인다.
청룡사에 남사당의 흔적이 묻어 있다면 칠량산 기슭의 칠장사에는 임꺽정, 어사 박문수의 사연이 남아 있어 반갑다. 홍명희의 역사소설 <임꺽정>에 등장하는 일곱 도적의 배경이 된 곳도 이곳 칠장사이고 오솔길 지나 자리잡은 나한전은 어사 박문수가 조청으로 만든 유과를 공양한 뒤 장원급제를 한 곳으로 알려져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과자 봉양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칠장사는 초입은 영주 부석사 은행길과 견줄 수 있다는 아담한 은행나무길이 이어지고 사찰 뒤 칠장산은 가을 단풍이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빛바랜 단청이 고색창연한 대웅전은 새것을 덧씌우는 것만이 아름다움의 전부가 아님을 말없이 전한다.
■ 술 자료만 3만4,000여 종
민초들의 삶이 서려 있는 두 사찰을 둘러봤다면 투박하고 흥겨운 술박물관 구경을 놓칠 수 없다. 배티 고개 가는 길에 자리잡은 술박물관은 간판에 술병이 걸렸고 입구에도 커다란 술동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애주가 박영덕 관장(52)이 25년 간 모은 술에 관한 자료는 3만4,000여 종. 술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손색없을 만큼 술에 관한 모든 자료가 비치돼 있다. 주류회사 전화카드, 술 관련 만화, 병따개에서 40여 년 전 광고용 달력까지 술에 관해서는 없는 게 없다. 1950년부터 나온 소주와 맥주를 시대 순으로 보관하고 있는데 이곳 술병들은 시대극의 소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박물관 뒷자락에는 주막처럼 작은 쉼터가 조성돼 있어 주인장과 함께 언제라도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에서는 안성IC, 중부고속도로에서는 일죽IC를 이용해 안성에 진입한다. 안성시외버스터미널(674-7686), 안성시 관광정보센터(673-0824)
◆먹을 것=시청에서 추천하는 4군데의 안성쌀밥집에서 제대로 된 쌀밥정식을 맛볼 수 있는데 죽산면 당부리의 걸미골(674-1843)의 쌀밥정식이 맛이 좋다. 안성국밥(674-9494)도 옛날 장터국밥 맛을 재현하고 있다. 삼정원 포도농원(672-1247)에서는 수십 가지 포도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어 가족 나들이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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