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국제업무단지
중앙대 김종보 교수(행정법)는 “현행법으로는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정해도 필지별로 개발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도시에 통일된 이미지를
주고, 체계적으로 개발하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노웅래 의원이 발의해놓은 ‘도시광역개발특별법’을 만든 김 교수는 “한남
뉴타운지구 개발이 진척되지 않는 것도 현행 도시환경정비법으로는 뉴타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부동산컨설팅 업체로 광화문의 파이낸스센터, 강남 스타타워 등의 자산관리를 맡고 있는 BHP코리아 송혁진 상무가 용산이 업무단지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같은 ‘불투명성’ 때문이다. “용산구 곳곳을 업무시설로 만들겠다고 설정해놓았지만 개별 토지
소유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데다 땅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웬만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사업을 벌일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 더욱이
민간 지주들은 재개발할 경우 업무시설보다는 아파트를 짓고 싶어하기 때문에 용산은 오히려 주거지역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실제 용산역사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한강로변 토지 매매가는 평당 6000만∼7000만원. 길가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데, 그래도 평당 4000만∼5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17평짜리 상가가 평당 6500만원에
거래됐다”며 “8·31 대책의 여파도 크지만 땅값이 워낙 비싸 일반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한다”고 전했다.
업무시설이라곤 국제빌딩밖에 없는 상황에서 말뿐인 국제업무단지화 추진이 기업을 용산으로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률, 회계, 출판, 건축, 설계 등 업무 지원시설과 서비스 시설이 전무한 상태에서 고급 빌딩만 들어선다고 저절로 수요가 창출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마저 ‘강남행’을 선호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계획설계연구부 양재섭 연구위원이 1990∼2003년 매출액 순위 기준 3000대
기업의 소재지 이전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여 년 사이 서울 강북과 수도권 소재 144개 기업이 본사를 서울 강남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강남으로 소재지를 옮긴 기업이 64개나 됐다. 분당 등 신도시와 안산 성남 용인 과천 등 경기 남부지역으로 옮긴
기업도 100곳에 달했다.
최근 삼성그룹, 현대자동차, LG화재, 동양화재 등 대기업들도 강남권 사옥 신축 및 증축 계획을 잇달아 발표해 대형 오피스의 강남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 자문업체 알투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는
2004년에서 2005년 초에 걸쳐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각각 역삼동 로담코빌딩과 랜드마크빌딩으로 이전을 마쳤고, 현대자동차는 양재동 사옥을
2006년 12월까지 증축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사옥으로 쓰일 ‘삼성타운’을 서초동에 2008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며, 동양화재와 LG화재도
역삼동에 사옥을 신축한 후 2005년 하반기와 2006년 상반기에 각각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인터뷰] 박장규 용산구청장 |
“다양한 주민 의견 수렴해 난개발 막을 것”
박장규(朴長圭·70) 용산구청장은 이명박 서울시장 못지않은
‘건설통’이다. 임광토건 전무이사를 지냈고 건설사업을 하기도 했다. 현장경험을 살려 용산 개발계획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를
인터뷰했다.
-용산이 ‘제2의 강남’으로 뜨고 있다고 합니다. 구청장이 생각하는 용산구의 장점과 발전 가능성은
뭡니까. “용산구는 한강 남북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인 데다 한강과 남산으로 대표되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습니다. 한강로 일대 100만평을
세계화·정보화를 위한 국제업무단지로 개발 중인데 언론에서도 최적의 주거지로 평가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무궁합니다.”
-지역 주민의
기대가 큰데, 그럴수록 난개발의 위험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 “난개발이 될 거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용산구는 쾌적한 도시 건설을 위해
지역특성을 살린 도시관리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치밀한 계획으로 용산 개발을 차질 없이 해나갈 겁니다.”
-문제는 개발 혜택이
얼마나 공정하게 지역 주민에게 나눠지는가 하는 것일 듯한데요. “지역 개발에는 주민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육 및 편의시설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환경
개선을 위해 학교에 녹지와 생태연못을 조성하는 학교공원화 사업을 1999년부터 추진해 29개 학교에 시행했습니다. 지난 10월10일엔 최신
시설을 완비한 용산구 문화체육센터가 준공되었고, 청소년을 위한 용산 청소년수련관도 2006년 3월 개관합니다.”
-용산구는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데요. “용산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어 대규모 업무·숙박 시설이 건설되면 구 재정도 넉넉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용산 개발과정에서 서울시나 정부에 바라는 점은? “한남뉴타운 개발사업의 조속한 완료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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