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정은 8/12 금요일아침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7/31 일요일 긴 여정을 위한 긴급집회부터 시작한다.
7/31 일요일 (예정되었던 하계 전 긴급집회)
나는 당시 폰의 연결단자가 고장나 USB연결도 안되고 충전도 안되고 해서 배터리가 나간 상태였다.
며칠 전 금요일(7/29)에 '일요일 5시 로데오사거리로~'라는 문자를 받고 토요일엔 그대로 폰 배터리가 나가버려서 그렇게 알고 일요일 5시 10분전부터 로데오사거리에서 30분 기다리다가 집에 왔다.
하도 답답해서 충전기의 USB선을 이리 꼬고 저리 꼬다가 오 된다 된다 하고 그 상태를 유지한 채 고작 1%를 충전해서 YB대장 근호형한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6시로 변경됐다는 소식을 7시가 다 돼가는 때에 전해듣고 곧장 집회참석하러 지하철과 다시 마주했다. '오랜만이네 하철이 ~' 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
솔직히 6시로 변경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나 궁동 한복판 로데오사거리서 1시간 기다리는 건 얘인 기다리는 게 아니라면 미친짓이라 판단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 .. 좀만 더 기달릴 걸 했었다.
나는 그때 집회를 통해 하계진행이 힘들어졌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한편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다들 방학을 하고 오랫동안 집회를 비웠던 탓에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했었다.
나(11): 저는 태풍올때 갓던 설악산 종강산행 끝내고 내려와서 오징어와친구들에서의 (주영이형 현탁이형 태진이형 근호형 민섭이형 태훈이형,그리고 나) 술자리를 하고 뭔지 모르게 한달 가까이 몸져누워있다가 회복되는 즈음에 오늘 집회를 참석했어요.
민섭이형(07) : 일하니라 바빴지 뭐 ~
근호형(YB대장 07): 난 군대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해본 것 같어 ~ 어머니가 팥빙수 재료랑 기계를 사오셔서 2~3일동안 팥빙수를 12그릇은 먹은 것 같다야 ~
민혜형(08) : 형 전 교통사고 났었어요 ~ 딱 그때 양반다리로 뒷자석에 신발벗고 앉아있었는데 유리창으로 차가 제 쪽으로 오는게 보였어요 차가 더 받쳐서 몇 중 추돌사고였는데, 그 다음차가 바치기 전에 삼촌이 어떻게 또 찌그러진 차로 빠져나와서 난간에서 떨어지는 건 모면했어요. 근데 웃긴 건 제 옆에 있던 엄마가 병원에서 제 옆꿈치에 맞아서 너무 아프다고 하는거예요 글쎄 ~
저는 뼈에 이상이 왔었는데요 그 떄 ~
나 : 음 그 어머니의 말 이해가 가 ~
근호형 : 민혜야 넌 튼튼해보여서 사는데 병도 별로 안 걸렸을 것 같아 ~
민혜형 : 예 전 감기도 잘 안 걸려요 ~ ㅋㅋㅋ
..............................
그렇게 소소한 얘기들로 안부를 나누고 넷이서 당구를 치러간다. 사구다.
근호형 나 VS 민혜형 민섭이형
나는 본래 당구에 취미가 안 맞아 치려하지 않으나 명수를 채우기위해 치게 된다.
나는 큐대 잡는 법도 모르는 생초보중의 생초보이다.
민혜형은 근호형과 별 원한은 없으나 당구에 대해서라면 승부욕비슷한 억울함을 드러낸다.
초반에 난 미친 샷을 때린다.
쿠션을 맞고 첫 빨간공을 스치듯이 흘러 하얀공과 가까이 있는 두번째 빨간공만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샷.
나는 어리둥절해서 뭔가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소름 돋을만하다.
그런 후 갈수록 서로 맥이 빠지고 나는 삑사리를 해대면서 근호형은 내가 잘못깐걸 메꾸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이 게임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서인지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10시가 가까운 시각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민혜형은 약속이 있어 친구를 만나러 갔고 나머지 셋은 근방 오락실을 들러
동전노래방을 위주로 시간을 죽이고 헤어졌다.
그 날 부른 순정마초가 기억난다. '사랑의 종착역 순정마초 ~ ♪ 나를 가지려 해도 ~ 나를 잡으려 해도 ~ ♪'
그렇게 11시가 지나고 반이 넘어 헤어지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8/8 암벽화를 주문했고,
8/11 목요일까지 이주일 동안 영화보고 충대에 책보러 오고 속세를 떠나기전 할 수 있는 속세것들을 해보았다.
8/11 목요일 (긴 여정직전 세명의 집회)
그 며칠 사이 나는 핸드폰을 a/s 맡기고 민혜형을 통해 근호형한테 집전화를 알리고 전 날 수요일(8/10)에 금요일에 하계로 들어가기로 했다 내일 5시에 보자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루가 지나 목요일 점심 오후 2시 쯤 넘어서 나름 짐을 싸고 기다리다가 5시가 되기 전에 동아리방에 도착했다.
아 ... 동방비번을 그새 까먹었다. 그래서 중앙계단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다.
그렇게 30분을 기다렸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근호형이 내일 다섯시에 보자라고만 했지 동방에서 보자 로데오에서 보자라는 말을 안 해줬기때문에 짐을 싸는 거면 당연히 동방이겠지 하고 .. 근데 두 형이 늦게 온 시간을 보면 로데오에서 만나서 온 모양이었다. 딱히 물어보진 않았다.
동아리방에 들어가니 설악산 종강산행을 같이 했던 군대에 계신 경민이형(10)의 고생어린 셔츠가 낡아서 빨랫줄로 쓰는 붉은 자일 중앙에 걸려있었다. 잠시 회상에 빠졌다.
본격적인 짐정리를 시작했다.
근호형은 서로 산 암벽화부터 보자고 했다. 그래서 꺼내봤는데, 내 눈엔 근호형께 젤 예뻤다. 빨간색을 좋아해서 그런지 ..
그러고는 옷가지들 등등해서 개인 물품을 꺼내는데 중요한 속옷이랑 수건을 안 챙긴걸 알 수 있었다. 그냥 갔으면 큰일날뻔했다.
그러고는 등산학교에서 요구하는 장비를 챙기는데, 근호형이 보기에 슬링은 명당 2개씩 챙겨야하는데 2개가 있어 민혜형과 내가 1개씩 챙기고 일반카라비너는 명당 3개씩 챙겨야하는데 6개가 있어 2개씩 챙겨넣었다.
더 챙겨올 짐들은 내일 아침에 와서 정리하기로 하고 저녁을 먹으러 민혜형 어머니가 일하시는 대학순대라는 집으로 갔다.
민혜형은 다이어트를 하신다며 술을 안 먹겠다고 했다. 자신은 술만 안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한다. 그러나 민혜형이 술을 안 먹는 건 말이 안된다.
이런 공식이 성립한다.
민혜형 : 금주 = 다이어트 but 금주 = 무리 and 다이어트 = 무리
대학순대를 가는 길에서도 술얘기를 놓지 못하면서 말이다..
민혜형 : 근호형 거기 좋은데이 7병에 만원이예요 ~ 5병도 만원인데 7병도 만원이예요 ~
근호형 : 윤섭이랑 나는 국밥 먹으면서 딱 한 병만 먹을건데 왜 그런 얘길 해 ~
민혜형 : 아니 그렇다고요 ~
도착해 국밥 세개를 시키고 소주 한 병을 시켰다.
근호형과 난 서로 잔을 채우고, 마시기 전에 근호형이 딱 한 번 ~ 두번도 아니고 세번도 아니고 딱 한 번 물어본다.
'민혜야 ~ 딱 한 잔만 할래 ~ ?'
곧장 넘어왔다. 그대로 두 잔을 마신 뒤 자신도 안 듯이 '고삐가 풀렸다'고 했다.
민혜형의 어머니의 친절로 잘 데워진 간은 되게 맛잇었다. 또한 먹은 밥값도 안 받으셨다.
그러고서는 그 승부욕비슷한 억울함을 풀기위해 민혜형은 근호형에게 당구를 치자고 했다. 나는 심판을 맡았다. 이 승부의 끝은 기억한다. 민혜형이 이겼다. 운도 아니고 실력으로 이겼다.
그러고는 맥주집으로 갔다. 민혜형에겐 맥주는 술이 아니기 때문에 먹어도 다이어트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다들 진짜 이 날이 안 올줄 알았다며 얘기를 했다. 두달 전부터 신청을 했으니까말이다.
4도씨를 유지해주는 금테를 두른 머시기에 잔을 끼워넣고 내일을 위한 설레임을 안은 대화를 이어나간 채 가벼히 자리를 끝마쳐나간다.
헤어지기 마지막에 민혜형이 사격잘한다는 말에 야구/사격장에 들러 근호형과 민혜형 둘이 사격과 배팅을 했다.
몸이 나른해서인지 하기 싫었다.
그냥 조금 놀라웠던 건 그 집 사장님이신 아줌마가 배팅을 시범으로 보여주는 데 거의 다 치셨다. 홈런까지 치셨다.
8/12 금요일 (하계 첫날)
전 날, 민혜형이 늦으면 버스터미널 가는 버스비 내주기로 했었는데, 다들 총알같이 십분전 이십분전 삼십분전에 왔다.
삼십분전은 나다.. 베낭에 모든 등산복을 다 넣어놓고 와서 동방에 일찍 가서 갈아입을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아침밥도 안 먹고 지하철 첫 차를 타고 갔다. 월평역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는 데 첫차가 올 시간이 아니었나보다 .. 108번을 한 이십분 기다렸다
그래도 난 삼십분전에 동방에 도착해서 갈아입고 다 싸놓은 채 밖에 바람쐬러 갔다. 그 때 딱 근호형이 왔고 그러고 이따가 민혜형이 속속 도착햇다. 민혜형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듯이 '와 약속시간 그렇게 안 지키는 사람들이 돈 걸어놓으니까 이렇게 빨리 온다'고 혀를 차며 말했다.
모두 각자 짐을 확인하고 숨을 몰아쉰뒤 동부고속터미널을 가기 위한 102번 시내버스를 타러 나갔다. 새벽공기가 차다.
근호형은 속초가는 버스가 20분마다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속초가는 첫 차는 몇 분 전 떠났고 다음 차는 10시5분이었다...;
12시까지 야영장에 도착하려는 생각이었는데, 그 날 결국 4시간 이상 오버됐다.
우리는 최대한 빨리가기 위해서 춘천이 속초 가는 근방인 줄 알고 가까운 춘천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춘천가는 버스를 앞에 두고 운정이형과 통화하던 민혜형은 문에 걸어놓은 노란색우산을 그대로 두고 버스를 탔다. 출발하는데 ..
민혜형 : (자기 주변을 휘릭휘릭 둘러보며) 어 뭔가 없는 거 같다 .. 어 내 우산
근호형 : 어 네 우산 문에 걸려있드라 ~
민혜형 : 아 형 ~ 봤으면 말을 해줘야죠 ~
그러다 셋 다 뻥 터져서 웃어버렸다 상황이 너무 웃겼다 .
그렇게 근호형은 푹 잠이 들고 난 들었다 깼다 했고 민혜형은 잤다가 폰 만졌다 잤다가 폰 만졌다를 반복했다.
그 춘천가는 버스기사아저씨가 임재범 팬인지 꼭 임재범 노래만 연신 들려왔다.
11시반 좀 안되서 춘천에 도착햇는데 도착하자마자 시간을 확인하고 속초가는 버스가 12시 반이란 걸 알고 민혜형은 급한 성격에 우산을 15000원에 바로 사버렸고 근호형은 그 시간에 머리를 깎겠다고 해서 다함께 둘러보다가
예쁜 머리방이라는 미용실을 찾았다.
그 주위의 풍광과 전혀 안 어울리는 고풍스런 외벽과 내부 인테리어는 웃음을 자아냈고, 민혜형은 머리 깎으러 들어가는 근호형 뒷모습을 예쁜 머리방을 배경으로 찍었다.
그렇게 예쁜 머리방에서 근호형은 예쁜 머리를 하고 나와서 "머리카락이 1kg가 빠진 느낌이다 야 ~ "라고 말했다.
예쁜 머리방에서 예쁜 머리를 하지 못한 둘은 예쁜머리를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시간이 다 돼 속초가는 버스를 탔고 끝내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3시가 쫌 넘어서 도착했다.
동건이형이 차로 데려와주신다는 연락을 받고 셋은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안내소에서 지도가 있는 팜플렛을 받아
우리 위치를 확인하는 둥, 관광을 안내하기위한 터치스크린기기를 만지작하는 둥, 30분 쯤 기다렸을까
거뭇거뭇 수염을 하신 동건이형이 역시나 시원한 발걸음으로 우릴 반기시고 왜 이렇게 늦었냐며 연유를 말하게 하셨다.
그러고는 바삐 등산학교에서 7박8일 지낼 우리 셋 필요한 식량 물품등을 사러 속초시장과 이마트를 훑었다.
속초시장에선 종강산행과 마찬가지로 줄 서있는 닭강정, 호떡집 여전했다. 아니 더했다. 성수기라 그런지 속초에는 바다로 놀러온 사람들이 많은 듯 했다. 거기선 감자 옥수수 방울토마토 오이 등을 식량으로 샀고, 동건이형은 충동구매로 오징어를 4만원어치사셨다. 그리고 그 날 야영장에 학천이형과 식구들이 있는 터에 요기로 tv출연으로 붙은 인기로 현금줄과 카드줄을 나눠 줄을 세우는 만석닭강정과 그 옆에서 기다림에 지친 자들이 사러가는 중앙닭강정 한 마리 씩 사갔다. 물론 호떡도 샀다. 한 사람당 세 개만 팔 정도로 손이 바쁘고 사람이 많다. 그래서 나와 민혜형 둘이서 6개를 사고 하나씩 먹고 몇 개를 남겨 야영장에 있는 아이들을 주기로 했다. 결국 안 먹었지만 .... 이마트를 가려고 차에 이동하는데 옆에 수박이 늘어선 가게에서 수박 한 통을 또 샀다.
우리는 이런 걱정을 했다. 저것들을 다 들고 비선대로 들어가는 것인가.. 그걸 또 어떻게 다 먹을것인가..
이마트에선 행동식으로 할 수 있는 초코바 영양갱 사탕같은 것들과 라면 한 박스 플라스틱 수저와 나무젓가락 가서 먹을 소주 작은 페트병 2병, 맥주 큰 페트병 1병, 휴지를 가장한 키친타올, 여러가지로 필요한 팩봉지
동건이형은 야영에 필요한 4개의 의자를 겸비한 탁자를 갖고 오셧다.
그리고, 그 날 저녁으로 먹을 삼계탕 반 마리짜리를 10개를 싹 쓸어왓다. ㅋㅋ
이마트 계산대를 빠져나와 박스를 만드는 데가 있는데, 그 곳에서 큰 박스를 가지고 테이프를 여러 번 둘러쳤다.차곡차곡 사 온 것들을 넣고 카트에 삐딱한 모양으로 모자를 거꾸로 씌우듯 올려놓았다.
우리 셋은 그걸 가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주차장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 에어컨 바람이 메운 복도에서 기다렸다.
동건이형은 차키를 어디다 두고 오셨다며 내려가서 찾고 계셨다. 30장 정도 받은 응모권을 만지작거리다 시간이 좀 흐르니 편한 자세로 변하는데, 민혜형이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향해 4개짜리 의자에서 누운 자세를 취했다. 근호형이 쪽팔리다고 그만 두라고 하니 자신도 조금 있다 쪽팔렸는지 금방 다소곳이 앉았다. 그러고 얼마안되 동건이형이 돌아와 차로 향해가는데 근호형은 그 무거운 카트로 주차하려는 차들 사이로 운전하느라 애먹었다. 그렇게 또 짐을 실고 향한다 야영장으로
드디어 야영장에 도착했다.
익숙치않은 풍경이다. 종강산행당시 이 곳은 지키는 이도 없고 드문드문 텐트가 몇 개 있고 그렇게 많던 건 비뿐이었는데, 성수기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북적북적하다. 가족들부터 연인 동호회들로 해서 말이다.
학천이형과 식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저녁준비를 했다. 민혜형이 맡았다. 그 사이 민혜형은 샤워를 하러 갔다온 걸로 기억한다. 근데 큰 냄비통에다가 반마리를 10개 다 쏟아서 하다보니 조절이 잘 안 되 밑바닥이 눌러붙었고 탄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렇게 맛없던 건 아니다 그래도 기본맛이 있던 것이라 먹을 만했다 ~ 국물과 남은 건더기는 내일 아침을 위해 남겨놓기로 했다.
민혜형은 종강산행을 같이 못했던 터에 줄 서서 기다려 먹는 닭강정의 맛을 몹시 궁긍해했다.
'닭강정 먹어도 돼요 형 ~ ?' 계속 물어보다 먹으면서 맛있냐란 물음에 고갤끄덕였는데 참 맛있게 먹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저녁을 마치고 설거지를 간단히 하고 식량들을 손질했다. 옥수수 감자 오이 방울토마토 ...
어찌나 옥수수를 손질하던 민혜형의 모습이 어울리던지 근호형이 '아줌마 ~ 이거 얼마에 팔아요'하며 농담을 했다.
그 사이 민혜형이 불편할 것 같으면 매점에서 슬리퍼를 사라고 해서 삼선슬리퍼 하나를 구매해서 곧바로 신었다.
캔맥주와 조개구이, 그리고 닭강정과 함께 설악동야영장의 밤이 짙어지고 있었다.
키조개에서 관자빼고 거의 먹지 못한다는 사실에 학천이형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 야 ~ "
옥수수는 다 삶고 감자를 삶는데, 조개굽는 그릴에다가 몇 개 구워먹을 요량으로 7~8개 깔아놓았다.
시간이 흐르고 겉에가 검게 그을려서 익었다 싶어서 먹다보니 맛있어서 계속 까먹으니 난 감자매니아가 되있었다.
그런 소리를 듣다보니, 덜 된 감자를 먹으면서도 뱉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를 이미지관리랄까 ㅋㅋ
그렇게 난 감자매니아가 됐고 감자가 다 삶아지고 내가 먼저 시식했다. 훌륭한 맛이었다.옥수수와 감자를 삶아낸 그 통에선 좋은 냄새가 났다. 굿 스멜 ~
그러다 잘 시간이 다가오고 우리는 동건이형텐트에서 자는데 동건이형은 먼저 주무시고 계시고
민혜형이 들어가고 내가 들어가서 누웟는데 된장냄새가 났다. 난 나의 것인 줄 알았다. 등산화를 계속 신고 다니다 슬리퍼를 신은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실직고하고 나와서 발을 씼었다. 그 냄새를 근호형이 맡고는 말했다.
된장남. 본의 아니게 된장남이 됐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발을 씻고 냄새를 확인하고나서야 모두가 안심하고 들어가 잘 수 있었다.
8/13 토요일 (천화대릿지 및 등산학교 입교식)
사람이 많으니 5시반에는 출발해야된다는 동건이형말에 우리는 씻을 시간도 생각해서 4시반 기상으로 정했다.
잠을 자는 데 민혜형 나 근호형 동건이형 이런 순으로 텐트 신발있는 쪽을 향해잤는데,
자는 중에 몇 번 깼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기때문이기도 하고 잠자리가 불편하기도 해서이다.
그리고 자는 중에 괴음이 텐트안을 둘러쌌는데 무슨 좀비가 든 줄 알았다.
출처는 민혜형과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눈을 손으로 비비며 셋이서 나와 근호형은 바삐 밥을 준비하려하는데
민혜형이 '형 4시반이예요 ~ 씻을 시간 생각해서 빨리 일어나자고 한 거예요 씻고 하죠 ~' 라고 해서 다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선 어제 남겨놓은 삼계탕국물을 끓이고, 어제 학천이형 제수씨?!가 밥을 많이 해달라던 부탁에 근호형은 큰 들통에 밥을 했다. 진짜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근호형이 그 잘하던 밥을 이번엔 잘 못하셨다.
나는 먹을 수 있게 세팅을 하고 형들이 동건이형과 학천이형을 깨웠다.
형들이 밥을 해놓은 걸 보고선 '야~ 왜 그렇게 큰 들통에다가 해놨냐 또 ~ 아이고' 우리들의 그런 행동이 귀엽단듯이 가벼운 탄식을 하셨다. 밥맛은 그 이상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먹는 맛..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탄 삼계탕 국물과 탄 밥 .. 탄탄
그렇게 아침을 떼우고 천화대를 가기 위해 비선대쪽으로 향하는 길을 탔다. 그 가는 길에 주차장과 유스호스텔 그리고 절 등이 있었다. 큰 불상옆에 있는 주차장에 바짝 차를 대려던 우리에게 밑에 주차장에서 관리하시는 아저씨는 외마디를 우리에게 남긴다.
"없다고 ~" 차 뒷모습을 향해 외치던 그 간절하고 아련한 외마디 ..
그렇게 지나서 설악골 초입에서 벨트를 차고 암벽화를 착용한 뒤에 천화대릿지를 시작한다.
그 사이 YB 셋은 수통을 다 빼놓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형들에게 알리고 혼난다. 그 사이 난 어택베낭을 학교가방으로 쓰다가 가방끈이 끊어진다.. 그래서 동건이형가방에 내 짐을 쑤셔넣고 그 짐을 내가 멘다.
첫번째 피치 : 기억나는 건 몸을 부대껴가며 올라가는 코스.. 앞에 민혜형이 그 튼튼한 몸으로 벽에 의지해가며 역동적인 몸놀림으로 올라가길래 나도 가능하겠지 했는데 가능했다. 그렇게 쉽진 않았는데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동건이형은 우리팀이 실력이 안되 속도가 늦으니 다른 팀에게 폐를 끼친다고 걱정하셨다. 우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쩔수 없는 사실이기에 별 말없이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떄 나에겐 아직 시련과 패닉이 오지 않았다.
두번쨰 피치 : 시련과 패닉이다. 제법 긴 피치여서 '아 펌핑나겟는데'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위에서 들린다. 근호형 왈 " 형 ~ 팔에 힘이 없는데요 ~ " ... 어라 ? 근호형이 저럼 난 어떻게 되는 건가 싶었는데 밑에서 민혜형과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다 지쳐서 위를 보다 착각에 들어 쉬운 걸지도 모른다하고 맘을 먹고 잇었다. 꽤나 이른 시각이었는데도 천화대릿지를 하려는 팀이 많아 우리팀은 학천이형이 톱루프로 올라가시고 근호형이 세컨으로 올라간 후, 팀이 좀 지나가고 올라가기로 했다. 동건이형이 그렇게 결정을 내렸고, 먼 거리에서 학천이형과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대화하다 나중엔 지쳐 폰으로 연락해 의사를 전달하셨다. 옆에 사투리를 써가며 오르는 팀은 간지나게 무전기를 쓰고 있었다. 참 대비되는 상황이었다. 이제 차례가 왔다. 동건이형이 릿지화로 써드로 등반하시고 그 뒤로 내가 오른다. 중간까지는 오를 만하다 싶었다.. 싶었다.. 그러다가 약간의 오버를 만났는데 슬링에 발을 걸고 올라가는 구간이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아직 발을 믿지도 못하고 써먹지를 못해서 거기서 팔만 쓰다가 시련과 패닉이 왔다. 2시간짜리다.. 영화도 아니고 .. 모노드라마를 찍고 있다.. 혼자 숨을 몰아쉬며 아우 씨 아우 씨 거리면서 팔힘만 쓴다.. 미련하다 참.. 그렇게 내 옆에 누가 지나가는 지도 모르고 검은 공간에서 벽과 내가 서있다 다른 사람의 소리도 잘 안들린다. 패닉이다. 그러다 동건이형이 두 번 정도 쉬라고 시간을 내주셨고 패닉에서는 탈출했다. 그러나 펌핑난 팔에 베낭이 큰 고역으로 다가왔다. 너무 끌다보니 동건이형이 쥬마를 내려주셨는데.. 처음보는 물건이다.. 잘 쓰지도 못하다가.. 결국엔 옆에서 안쓰러워하던 다른 팀의 아저씨가 "베낭을 빼야할 것 같은데요" 해서 베낭을 빼놓은 채 간신히 올라갔다. 퍼진 상태다. 퍼진 상태로 그 뒤를 올라가는데 학천이형과 근호형을 만나는데.. 죄송합니다 라는 외말을 힘없이 바닥에 내던졌다. 좀 쉬고있는데 민혜형은 금방 올라왔다. 아 내가 참.. 못났다고 생각했다.
내가 느낀 건 내가 발을 못 믿는다는 것과 못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늦어 탁 트인 테라스를 찾아 올라가 점심을 뗴운다. 초콜릿은 구역질 날 것 같아서 먹지 않고 옥수수와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먹었다.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졸리운다. 동건이형은 눈치채셨는지 나를 불러 그늘로 앉히고 더 먹으라며 재촉하신다. 꾸역꾸역 먹었고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그 사이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을 보면 그 표정에서 모든 걸 말해준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형들은 늦은 시각과 퍼진 나를 고려하여 저 밑으로 탈출로가 보여 하강하고 거기서 탈출하기로 했다. 그렇게 왕관봉 직전에서 탈출을 했다. 내려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난 저번에 설악산 대청봉을 돌아 10시간 워킹을 했을 떄도 내려가는 것이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 때 몇 번 비가 오던 날에 미끄러져 넘어지다 보니 그 무의식적인 공포에 그 다음부터는 내려가는 데 땀이 더욱 흐른다.
힘겹게 탈출을 하고 계곡이 보였다. 난 이것을 감히 이렇게 부르려한다. '설악 오아시스 ~'
다들 그 곳에서 입수를 했다. 그 느낌은 뭐 말이 필요없다. 좀 있는데 너무 차서 나올 정도였다. 초록색 에메랄드 빛깔의 그 계곡은 위로부터 가파르게 물살이 쎼게 내려와 밑으로는 마치 미니 저수지처럼 고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들 거기서 내 표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물살이 급하지만 누울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학천이형이 먼저 시범을 보이시고 다들 따라했다. 그리곤 그 자리서 다들 사진을 몇 장 박았다. 동건이형은 그 사진을 모두들에게 보여주려고 신나하셨다. 그렇게 또 다시 내려가는데 좀만 내려갔는데도 계곡에 더 있고 싶단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렇게 다 내려와서 와선대에서 파전과 막걸리, 사이다 작은 페트 두 병을 두고 잠시 쉬어갔다. 그 날 7시에 입교식이 있었기 때문에 빨리 이동을 재촉했다.
야영장에 도착해 YB는 먼저 샤워를 하고 오라는 말에 사워라는 하러갔다. 나와 근호형은 샤워를 하는데 내가 가져온 샘플비누로 샤워를 마치고 옷입고 가려는데 근호형이 우유비누라고 써있는 비누를 챙기라며 눈치를 주셨다. 결국 고이 안 보이게 챙겼다. 샤워하고 나와서 셋이서 행동식을 분담해가며 6개씩 우리껄로 돌리고 남은 3개를 동건이형것으로 남겼다.
그 사이 학천이형은 깊은 맛을 자랑하는 콩나물라면을 끓이고 계셨다. 이마트에서 만들어왔던 박스에 우리 셋이 등산학교에서 쓸 모든 것을 담는다. 아이스박스에 김치까지 주셨다. 우리는 비선대까지 이걸 들고 어떻게 가나 걱정했다. 하지만, 콩나물라면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모든 채비를 한 뒤 차에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걱정은 가셨다.
동건이형의 차는 유난히 기스가 많다. 와일드 드라이버이시다.
우리는 그 와일드 드라이브에 동참한 것이다. 비선대 100~200m를 둔 표지판이 옆에 홀연히 서있는 곳까지 차를 몰아가셨다.
두구 두 두 두구 구 퍽 ~ 퍽 ~! 강렬한 충돌음이 들린다.
아이맥스 4차원 영화의 효과가 뒷자리 앉은 나 뿐 아니라 모두에게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는 쓸데없는 걱정은 두고 해가 져서 어두운 비선대길을 오른다. 먼저 우리 셋은 베낭을 산장 2층에 올려놓고 근호형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민혜형은 오이를 들고 나는 그 등산학교를 지내기 위해 모든 것을 쓸어담은 그 밑바닥은 약간 눅눅한 이마트 박스를 안고 올라간다. 한 두 세번을 다시 자세를 잡고 올라갔다. 일단은 근호형과 나는 옆자리를 하고 내 자리에 이마트박스를 놓았다.
그 날 교통체증으로 좀 늦어진 8시에 비선대 1층 식당에서 입교식이 시작되었다. 난 등산복이 아닌 편안한 사복차림과 삼선슬리퍼로 건방지게 입교식을 참석했다. 출석체크겸 코오롱반팔등산복을 주는 일을 동시에 했다. 그리고, 학교진행계획과 암벽반 27기의 학생과 선생님의 연락처가 모두 적힌 페이지, 준비사항 주의사항 등 해서 3~4장 짜리 '코오롱등산학교' 라는 표지에 왼쪽 위에 스탬플러가 찍힌 종이를 나눠주셨다. 그 작업을 유석이형이 하셨는데 그 때서야 양유석(97)형을 실제로 보게 되었다.
동건이형은 그 날 이름표와 코오롱반팔티만 받고 유석이형과 인사를 나누고 나는 형들하고 따로 산행을 하겠다는 말을 전하며 떠나셨다.
그 날 교장선생님은 못 오셨고 선생님들 소개를 하는데 역시나 산악회선배님이신 양유석선생님 소개에서 눈길이 쏠렸다.
부교무님을 맡으셨다. 이름표에는 각자 이름과 번호가 있었는데. 1부터 43번까지 있었는데, 근호형이 39, 민혜형이 40, 내가 42번을 달았다. 대강 눈치를 챘는데, 그중 우리가 막내뻘이었던 것이다. 1번부터 연령별로 정리된 이름표였다. 우리 이외엔 거의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가 계셨다. 민혜형의 로망은 며칠 전부터 암벽반 26기 사진을 보아서 꺠진것처럼 보이다가 진짜 깨져버렸다.
그 사이 정규반에서도 학생장을 맡았던 강혁진이라는 분이 학생장을 도맡으셨다
그러고는 경험자반과 초보자반, 경험자반 중에서도 등반중심, 교육중심으로 나누는 작업을 손을 드는 가벼운 의사표시로 대신햇다. 나와 민혜형은 초보자반으로 들어갔고, 대장이라 책임감을 느꼈던 근호형은 경험자반 중에서도 교육중심에 들어갔다. 경험자반은 실력순으로 1~4조로 배정받고 초보자반은 5,6조를 배정받는다.
내일은 경험자반은 테스트를 하는 날이었고, 초보자반은 매듭법을 산장을 떠나지 않은 채 배우게 된다.
시간은 빨리 흘렀고, 다음 날을 향해 우리는 잠을 청했다.
8/14 일요일 (오전 매듭법/오후 시뮬레이션)
아침은 5시 반정도에 깼다. 아침체조가 6시에 있고, 바로 6시 반에 아침식사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씻고 잇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첫 체조시간.. 체조가 어렵다.. 천화대릿지로 인한 후유증이 이제야 반응을 한다. 특히나 유연성을 요구하며 근육을 당겨주는 동작들은 진짜 힘들었다.
그렇게 고단한 몸을 이끌며 체조를 마친 뒤, 비선대에서의 첫 식사를 먹는데, 힘이 나질 않는 식단이다. 민혜형이 말하길 "풀떼기"
고기.. 우리가 생각하는 돼지, 소 그런 고기가 없었다. 빈약해보이는 생선조림하나 뿐 다른 건 풀떼기였다.
하지만, 그래도 초보자반이였던 나는 매듭법을 실내에서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기분이 흐뭇햇다.
7시 반, 교육집합시간.. 경험자반은 테스트를 보고선 조를 배정해야했지만, 초보자반은 그렇지 않기 떄문에
그 자리에서 조를 배정받았다. 나는 5조에 배정받았고, 민혜형은 6조에 배정받아 조장을 위임했다.
내 대각선 뒤에 43번 막내가 잇었는데 민혜형과 나는 ' 오 틴에이저 ? ' 속닥이며 귀엽다는 듯 웃어댓다.
초보자반이었던 난 별다른 채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첫 집합이라는 긴장에 가방을 싸메고 내려왔었다. 같은 조원들을 바라보며 '어 아무것도 안 들고 오셨네' 생각하며 미련한 나를 발견했다.
경험자반은 테스트를 받으러 장군봉 기존길로 떠났고, 초보자반인 5조 6조는 산장 2층으로 다시 올라갔다.
5조 선생님은 원종민선생님 박태원선생님 김팔봉선생님이렷다.
원종민선생님은 오전엔 테스트현장으로 가셨고, 남은 두 선생님이 오전 매듭법수업을 이끄셨다.
좀 시간이 지나 8시쯔음에 교육을 시작했다.
옥매듭부터 팔자매듭 고리팔자매듭 되감기팔자매듭.. 거까지는 많이 익숙하고 봐서 잘 했는데,
그 뒤로 크로브히치, 하프 크로브히치, 더블 피시어맨 매듭, 보우라인매듭 등 생소한 매듭법에 헤매던 나에게
선생님은 "아유 ~ 황윤섭씨 머리에 쥐납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 옆에서 6조에 있던 민혜형은 똑똑히 들었다.
잠시 쉬는 시간에 나는 보우라인매듭을 계속 연습하고 있었고, 민혜형은 옆으로 와서 놀렸다. 선생님들은 우리 관계를 물으셨고,충남대 산악회에서 왔다고 했다. 장비들을 보시며 '아 이건 옛날 대학산악회 할때도 있던건데' 하시며 회상과 놀라움에 빠지셨다.
쉬는시간이 끝나고 슬링을 이용한 매듭법을 하기 위해 각자 슬링을 꺼내는데 그 당시 웨빙슬링과 코드슬링이 없던 우리가 챙겼던 건 자일을 짤라서 만든 굵은 슬링이었다. 그걸 하나 챙겨온 걸 내놨는데, 선생님이 한 마디하신다.
"뭐 이런 걸 가져왔어요 ~ 거기 하나 더 있으면 좀 빌려줘요"
그렇게 하나 빌려서 코드슬링으로는 쥬마를 대신하는 프루즈크매듭, 클라임하이스트매듭 웨빙슬링으로는 되감기옥매듭을 배웟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벨트를 꺼내 차려는데, 내 벨트에 왼쪽 허벅지로 이어지는 고무줄이 끊어져있었다. 그걸 선생님이 발견하시고는 1층사장님한테 바늘하고 실빌려서 꼬메라고 하셔서, 교육 중에 나는 벨트를 꼬멨다. 처량했다. 다른 모두가 날 처량하게 보기에 난 처량했다.
꼬메는 데 익숙치 않았던 내가 느리게 꼬메다 보니 선생님이 놔두고 교육에 임하라고 해서 다시 교육에 임했다.
줄 나비모양으로 사리는 방법까지 배운 후, 점심시간이 왔다. 나는 벨트를 그 사이 꼬멨고 조장님이셨던 라유미누님은 내려가서 식사를 하실까요 하고 제안했다. 난 그럴 수 없었다. 돈이 없어 식비를 걱정하고 있었고 우리가 가져온 식량을 처리할 걱정도 있었기 때문에 따로 먹기로 했다. 옥수수 두 개와 자유시간 세 개를 먹고 어제 가방끈이 나갔던 가방도 꼬메자는 생각에 다시 사장님께 바늘 실을 빌려 꼬멨다.
점심이 끝나고 오후교육은 비선대 바깥에 나가 등반시스템을 교육했다.
이 교육은 원종민선생님이 목소리를 내며 교육을 하시며 다른 박태원선생님과 김팔봉선생님 둘은 보조역할을 하셨다.
계곡이 오른쪽으로 시원하게 보이고 완만한 바위를 오른쪽 손바닥에 두고 5개의 나무가 가로수 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위로 늘어선 곳에서 교육을 했다.
세 피치로 나눠 선등 후등 톱 세컨드 라스트 이런 것들을 맡아보며 선등확보, 후등확보, 직접확보, 간접확보에 대해 배우고, 시뮬레이션에 임했다.
나는 후등만을 하며 텐션받고 올라가기만 해봐서 그 시스템에 낯설었고 실제로 해보니 많이 버벅엿다. 긴장한 탓인지 조 모두가 매듭부터 버벅대길래 원종민선생님은 화난 목소리로 다음 날도 실내에서 매듭법을 하겠다고 하셨다. 또 구호는 표준이라 그런지 헤깔리기도 했다. 그러다 교육이 마칠 떄쯔음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등산화를 신고 교육하던 차에 평소에도 발을 못 믿던 난 젖고 미끄러운 바위에서 하강을 하다 미끄러졌다. 무릎이 까졌다. 쪽팔리게...
차차 테스트를 마친 경험자반이 속속 옆 계단으로 내려오고 저 멀지않은 곳에서 같은 시뮬레이션을 했던 6조도 내려오고
수고하셨다는 말을 하고 우리는 하강을 끝마치고 6시에 저녁을 먹었다. 테스트를 마치고 온 근호형은 뻗어서 저녁 안먹고 더 자겠다고 해서 나랑 민혜형, 그리고 민혜형을 졸졸 따라다니는 막내 이렇게 셋이서 식사를 했다.
민혜형은 "야 나 우리 조 에이스 ~" 하며 미소를 띠었다. 아 그렇냐며 고개를 끄덕였고 막내에 화제중심이 쏠렸다.
예상대로 틴에이저인데 17살이라길래 놀랐다. 체격조건이 키도 크고 다부져보였기 때문이다. 민혜형을 잘 따른다.
식사를 끝마치고 근호형에게 어땠냐는 말을 하고 근호형은 잘하는 사람이 많다하셧고
나와 민혜형은 실내수업과 시뮬레이션에 대단히 만족해했다. ^^
다들 조대로 자리를 다시 배정받아 옮기고 양치를 하고 세수와 샤워를 하고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
민혜형은 '여학생'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자리에 있어 옮길 필요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혜형은 여자대학생이기 때문에
그 사이 민혜형은 우리 식량으로 거래를 하신다 .. 카스타드 3개짜리 젤리가 기억에 남는다.
민혜형네 조원 중에 붙임성 좋으신 아저씨가 있으셨는데, 금방 친해지셨는지, 아줌마 저기 가서 장사해 ~ 하며 익살을 늘어놓으셨다. 참 민혜형은 어딜 가나 유별난 존재다.
학생장님의 "집합 5분전입니다 ~" 라는 우렁찬 소리에 산장 1층식당으로 내려간다.
7시, 첫 이론 수업 우리 조 선생님이자 등산학교의 리더급 선생님인 원종민선생님의 '암벽등반기초기술'
교육에 앞서 해외원정사진을 보여주셧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헬기를 타고 베이스캠프를 이동하면서
그 큰 벽이 시야를 덮치는 그 자연의 위대함앞에 감동을 넘어선 무언가 울컥해 헬기에서 내려서 엉엉 울던 한 대원의 사진, 그리고 그 곳을 조사할 때 없었던 얼음동굴을 배경으로 한 사진.. 그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찍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사진이다. 그리고 아찔한 여러 벽들에서 등반하는 사진들.. 그리고 인간의 발치가 닿지 않은 주변의 꺠끗하고 탁 트이고 넓고 광활한 풍광..
교육이 시작됐다.
암벽등반이란 정적인 운동. 가만히 있는 암벽을 두고 인간이 오르려는 본능을 표현하는 것
신체의 순발력보다는 두뇌의 순발력을 이용하는 운동
영화에선 팔로 오르는 장면을 주로 보여줘 일반인들이 오해를 하지만, 실지는 다리를 이용한다.
누구나 선천적으로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고 선생님은 말하신다.
십일자로 발끝으로 오른다는 생각과 달라붙지 말고 바깥으로 나와 발 디딜 곳을 쳐다봐야 한다.
손가락마찰력만을 이용해서 뼈로 버틴다는 생각으로 팔을 쓰고 자세를 수정하고 급하게 가지 않는다.
위로 올라간다는 생각은 되려 지치기 마련, 옆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가면 금방 올라가있게된다.
이런 설명을 들으며 알배긴 상태이지만서도 암벽앞에 서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민혜형 나 근호형 이렇게 나란히 셋째줄에 앉았는데, 근호형은 저녁도 안 먹을 정도로 피곤해서 자다 와서 또 잤다.
나야 천화대릿지한 거 빼곤 다르게 피로를 누적할 거리가 없어서 졸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재치는 수업에 더 몰입하게 했다.
이론수업이 끝나고 질문이 있냐는 말에 쏜살같이 달려드는 할아버지가 계셧다. 암벽난이도할아버지..
"아 선~생님 그으 ~ 암벽난이도를 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 거업~니까 ?"
"아 그게 정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요.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이 정도는 이 정도다 라는 생각들로 이루어진 거라 정확한 기준이 있다고는 힘듭니다."
"아 그~래도 암벽에 따라 경사며 생긴 게 다 틀린데, 뭐 기~준이 있을 거 아닙니까 ~"
"아 자세한 설명은 다음 암벽등반개론시간에 들으시면 될것같습니다. 다른 질문은 없으시죠 ~ ?"
"(설명이 아쉬웠다는 느낌이 충만하지만 선생님이 기분 나쁘지 않게 물러나는 자세로) 아 예"
그렇게 이론수업이 끝나고
조모임시간이 왔다.
그 날 교육에 대한 반성과 다음 날 교육계획을 기본으로 하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다.
선생님 셋과 학생 여덟명으로 구성된 5조다.
서로서로 어색하던 시간이었다. 맥주한캔씩 앞에 두고 포카칩 오징어땅콩 새우깡을 펼쳐놓은 채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자기소개를 제안했고, 연장자순으로 소개를 시작했다.
우리 조에서 최고 연장자는 4번을 달고 계신 이덕희형님이신데 석탄회사를 명퇴하시고 일을 안 하시는 상태에 노후를 즐기는 와중에 적벽을 타보고 싶어 오셨다고 한다. 잘 챙겨주시고 정이 많으신 분이시다.
그 다음은 20번을 달고계신 강종수형님이신데, 스포츠클라이밍을 하시다가 실제 암벽등반은 못해보시고 오셨다고 한다.
27번 정동식형님, 선글라스를 착용하시는 게 눈에 띄었고 사진기사를 하시다가 휴가를 내시고 오셨다고 한다. 딱 맞게 내지 못해서 금요일 밤에 나가신다고 했다. 유쾌하신 분이시다. 그 다음 31번 라유미조장님 평소에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남자친구랑 같이 오신 것같다. 암벽등반은 처음이시란다. 진짜 쾌활하시고 분위기를 밝게 해주신다. 입교식때부터 눈에 띄었었다. 보라색부분염색을 하고 계셔서 특이했다. 그 다음 36번 김예린누님 해양경찰을 지내시다 긴 세계여행을 꿈꾸고 이 곳에서 생존기술 비슷하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오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술도 안 드시고 따로 차를 보온병에 넣어 갖고 와 드신다 평소에 건강을 챙기시며 조용한 분이시다. 그 다음 37번 이준호형은 정규반을 하셨고 선생님과도 친분이 있었다. 지금은 29살 예린누님과 동갑으로 법대를 4학년으로 재학중이시란다. 그 형은 법대를 다닌 것과 같이 참 올바르고 곧은 이미지를 풍겼다. 그 다음 1살 형인 41번 신성문형인데 입교식때 눈에 띄었다. 젖살도 안 빠져서 푸근하게 곰돌이 푸같이 생겨서 나보다 어린 줄 알았다. 근데 95kg이고 순 살덩어리라 좀 갑갑해보였다. 26기 암벽반을 아버지가 졸업하시고 군대가기직전에 가보라고 추천해서 왔다고 한다.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 ...... ;
내 차례가 왔다. 성문이형 소개가 끝난 직후라 시끌시끌해서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하고 있다가 시작했다.
"아 예 저 42번 막내 황윤섭입니다.. 아 저기 6조에 저 .. 시끄러우신 조장님 .. 저 선배님을 따라 .. 어쩌다 ... 산악회 들어와서 어쩌다 ... 지내다가 보니 어쩌다 ...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전 대학오기전 산을 싫어했었고 아직도 산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요즘에 산에 갈때면 아빠가 '약먹었냐' 하시며 혀를 차는데, 아무튼 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산악회를 통해 암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제가 무엇을 하는 데 잘 못하면은 굉장히 싫어합니다 근데 암벽을 잘 못해서 이 학교에 올 맘이 생겼고 .. 끝으로 암벽등반을 잘하고 싶습니다! "
무언가 심각한 표정에 어눌한 말투에 왜 이렇게 됐는지를 모르겠는 그 '어쩌다'란 어구에 조원형님누님선생님들은 뻥 터졌다.
굉장히 좋은 분위기를 가진 조였다. 준호형은 오후교육시간때 진짜 우리 조 선생님들이 실력있고 좋은 선생님들이라고 하셨다.
특히, 박태원선생님을 멘토로 여긴다고 하셨다.
조모임이 그렇게 끝이 나고 잠시 유석이형앞에 YB 셋이 섰다. 나와 민혜형은 설렌듯이 상기된 표정으로 있었고
근호형은 잠자코 서있었다. 필요한 것을 물으셨는데, 아침에 대전에서 혜림이형이 하계중인 설악동야영장에 가기 전에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라고 민혜형에게 물어봤는데, 우린 아니라고 했었다. 허나 유석이형이 하나씩 물어보자 부족한 게 많았다. 슬링이 없었고 나는 특히 자꾸 돈이 없다는 생각 .. 조장님의 그 쾌활하고 밝은 목소리로 '윤섭씨 ~ 식비는 ~ 됐어요?' 물어보는 은근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말하다가 유석이형이 식비얘기를 하셨고 해결해주신다고 했을 때 기묘한 해방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취침을 위해 5조로 배정받은 2층 사다리를 통해 올라간다. 조원형님들은 내가 오후교육때 다친 무릎을 보시며 서로가 먼저인듯 걱정해주시며 메디폼을 붙여주시는데 .. '아후 이런 대접 .. 진짜 어색한데 어후 ..어 감사해요 형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계속했다. 그러다 내 왼쪽에 자리잡으신 이덕희형님이 조모임에서 못다한 분위기를 잇듯이 담금주를 꺼냈고 어느새 중앙에 스팸과 육포가 자리했고, 내피하나로 담금주를 돌려먹었다. 담금주 이름은 기묘했다. "야간문" 밤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밤은 끝나지 않고 시작되었다. 다른 조들은 이미 잠을 이루고 잇는데, 우리만 술판이다. 나를 챙겨주며 좋은 분위기를 내던 우리술판을 지나며 괜히 자기욕을 하지 않냐며 민혜형이 던져보지만, 나는 그러지도 않았고 형들도 날 감싸주었다. 근데 적당히 마시려고 햇는데 그 독특한 향에 벌컥벌컥 마셔댓다. 형님들이 걱정하시고 조절시켜주셨다.. 꽤나 마신 우린 정리를 하고 밤을 그렇게 다시 시작한 지 몇 십분만에 잠을 청했다. 취해서인지 잠은 잘 왔다.
8/15 월요일 (복습 및 장군봉 하단 시뮬레이션)
어제와 같이 다섯시반 그래도 아직 이 시간에 일어나진다. 술을 꽤 먹었더니 머리가 맑지가 않다. 맑고 찬 공기는 날 떄리는데..
알이 배긴 지금, 체조는 어렵다.. 20살인 내가 창피해지는 시간이다. 균형잡는 동작에서 자꾸 풀썩 다리가 내려앉는다.
체조를 끝나고 어제와 같이 아침을 먹는다.
우리 5조는 매듭법과 시뮬레이션을 산장을 떠나지 않고 실내에서 다시 교육한다고 했기떄문에 교육집합할 떄 편안하게 삼선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다른 모든 조는 모두 산장을 떠나고 우리는 산장에 남아 매듭법을 다시 정비했다.
고리팔자
되감기팔자
두 루프 되감기팔자연결
크로브히치, 하프 크로브히치
거스 히치
보우라인
더블 피시어맨 매듭
프루즈크매듭
클라임하이스트매듭
이층으로 연결되는 사다리와 기둥들을 앵커(확보지점)으로 잡고 여섯피치로 나눠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끝까지 갔을 때는 왠지 모르게 이 기계적이고 자동적인 움직임에 신물이 났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다들 라면을 끓여먹자고 코펠들을 가지고 계곡에서 바라봤을 떄 비선대 왼쪽 2층 남녀 샤워장과 싱크대가 있고 두 개의 탁자와 의자가 구비되어있는 테라스?!에 나가 라면을 끓여드셨다. 덕희형님은 '어서 와 막둥이 라면 분다~'하시며 나를 챙겨주셨다. 나는 카스타트 3개짜리 젤리를 먹고 그걸 내피로 젓가락으로 면발을 조금씩 끄집어냈다. 하지만, 교육시간에 계곡수를 수통에 담아서 계속해서 몸에 들이댔던 터에 배가 금방 불렀다. 그렇지만, 덕희형님이 오늘 아침부터 나갈 줄 알고 1층 식당에서 등산학교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주는 2.500원짜리 주먹밥을 사놓으셨다가 어차피 안 나간거 지금 넣지 하면서 라면에 말아버렸다. 그걸 먹어봤는데, 라면에 주먹밥 참신한 맛이었다. 그래서 바닥까지 먹다가 과식을 해버렸다. 그래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는데 형님들이 알아서 설거지하고 정리하시는데 괜시리 미안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편해서 좋았다.
오후에는 장군봉 기존길 하단에서 초보자코스로 시뮬레이션을 하며 암벽등반자세를 봐주시며 마지막엔 하강정지기술에 대해서 교육하셨다. 슬랩으로 편평하고 완만한 바위였다. 그 곳에서 어제 이론수업에서 들은 걸 신경써가며 올라갔다. A조 B조 나눠서 실시햇는데, 나는 A조로 라스트로 등반했다. A조가 있는 곳에 확보를 하고 처음으로 경치를 여유롭게 감상했다. 옆에는 김팔봉선생님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발 디딜 곳을 보면서 하라고 ~" 그 밑으론 숨을 몰아쉬던 95kg의 성문이형.. 조금 갑갑해보였다.
술을 먹고 시원한 느낌에 하는 외마디감탄사 '아' 를 하고 고개를 까딱이며 아 이게 이거다 라는 표정으로 '행복한 산행' 이라는 한 마디 이 과정을 경치를 바라보며 지금 확보하는 곳에 계신 원종민선생님앞에서 하고 올라오는 중간에 계셧던 박태원선생님앞에서도 했다.
산악회의 특성을 아시는 박태원선생님은 올라오면서 중간에 잠깐 있을 때 했더니 '천화대에서 네가 어떘을지 대충 상상이 간다' 하시며 피식 웃으셨다.
그러고는 여유가 지나 시간이 흐르니 금방 발이 아파왔다.
A조 원종민선생님까지 5명이 매달리다보니 라스트로 올라온 나는 확보자에 기댈 수 없었고 벽에 기대앉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발이 너~~~~~~무 아팠다.
그러나 발이 아프다는 소리를 할 떄면 박태원 선생님이 장난어린 말로 이러셨다.
"발가락 아프면 짤라서 나 줘 괜차너 아님 작은 암벽화를 주든가 둘 다 괜차너 난"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하고 들었는데 박태원선생님은 해외맥켄리?!원정에서 발가락동상으로 발가락을 모두 잃으셨다고 한다. 발가락없이 등산화로 등반하신다...
그리고는 하강을 하는데 , 하강을 멈춰야될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멈추는 지 배웠다.
허벅지를 이용해 바깥에서 안으로 여러번 감는 방법
팔자하강기 뒷줄을 카라비너 사이에 빼내서 오버핸드슬립을 하고 만들어진 고리가 풀리지 않게 카라비너를 하나 더 걸어주는 방법
내려와 박태원선생님이 있는 중간에서 그걸 해보고 다시 내려와 다음 피치를 하기 위해 준비했는데, 암벽등반을 처음 하던 조장님은 나의 여유에 감탄하셨다.
그 사이 비가 잠시 내려 땅이 진흙이 된 곳이 있었다. 방심하던 차에 진흙을 밟아버려서 바위 자꾸 미끌려서 빌빌거리다 진흙이 털려서 그때서야 올라갔다. 힘이 빠져 헥헥거리며 확보를 하는 데 빌어먹을 잠금카라비너가 말을 안 들어서
"너마저.." 라는 내 감정어린 말에 옆에 있던 조원분들과 선생님은 킥킥 웃었다.
그러고는 확보를 하고 막 빌딩에서 떨어져 죽은듯한 포즈로 벽에 기대었다. 그와 동시에 원종민선생님이 시조를 읊는 듯이 한마디하신다.
"젊은이여 ~ 고통을 이겨내어 ~ ..."
조원분들은 그 힘듦과 젊은이, 그리고 내 모습이 겹쳐서 자지러지게 웃는다. ㅋㅋㅋㅋ
그러고는 교육을 끝내고 산장으로 갔다.
갔더니 민혜형네조에서 부상자가 출현했고, 6조선생님인 전양준선생님은 급히 우리 조선생님들과 의논하여 부상자를 병원에 데리러 갈 방법을 모색하셨다. 그러다 마침 아내차가 와서 병원에 데리러 가게 되었다.
내심 민혜형을 걱정했지만, 씻고 온 사이에 그새 와서 그 사건에 대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씻는데 천화대를 갔다온뒤로 지문이 닳아있고 상처의 골이 깊어진다. 점점 쓰라린다.
그 사건의 전말은 나중에 밝혀졌으나.. 그 날 한편의 시를 위한 길로 노적봉릿지를 하던 민혜형의 6조 위에서 1조가 암벽을 하다가 잡은 홀드가 바위채로 그대로 무너져 떨어지면서 파편파편이 날라들어 베낭안에 있던 자일이 끊기고 부상자가 생기고 하는 둥 큰 사고가 날뻔한 사건이 되었다.
우리도 교육중간중간 위에서 교육하던 2조에서 카라비너가 떨어지고 낙석이 잦아서 원종민선생님이 소리높여 주의를 준 적이 있었다.
그러고는 다른 조들이 속속들이 도착해서는 관심은 모두 발목에 깁스한 부상자에게 관심이 쏠려있었다.
저녁시간이 됐고 다들 저녁을 먹고 어김없이 2층에선 학생장님의 "집합5분전입니다~" 알람을 듣고 이론수업을 들으러 다시 내려온다.
두번째 이론수업 이민호선생님의 '확보물설치'
교육에 앞서 무슨 관례처럼 해외원정사진을 보여주셨다. 사진마다 설명을 해주시며 보여주셨는데, 전 날 원종민선생님의 사진의 임팩트가 강해서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오진 못했다.
교육이 시작됐다.
등반경험도 없지만, 등반지식이 더욱 더 없던 나는 확보물이름들이 생소했고 수업을 듣는데 힘겨웠다.
후렌드 캠 너트 .. 피케 ? 기억나는 이름이라곤 이것들뿐이다.
후렌드는 틈사이에 껴서 누르고 있던 걸 놓으면 캐밍의 원리로 고정되는 확보물이고
너트는 여러가지사이즈가 있으며 위에서 아래로 힘을 받게 생긴 모양으로 와이어가 달린 확보물이란 것만 안다.
그리고 그 외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슬링을 이용한 더욱 더 많은 여러가지 매듭법, 그리고 팔자매듭을 이용한 다른 매듭법 등이었다.
힘겹게 이론수업이 끝마치고 또 다시 조모임시간을 갖게 된다.
그 사이에 어김없이 전 날 확실한 대답을 못 들었던 암벽난이도할아버지는 질문을 했고 답을 얻는다.
당구에서 다맛수로 보시면 된다는 말에 흔쾌히 수긍하시며 만족해하셨다.
조모임시간..
전 날 야간문의 위력으로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지 못한 탓에 맥주도 술이라고 거북하게 느껴졋다.
그래서 캔맥주대신 오렌지맛캔음료를 앞에 두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앉아있었다. 덕희형님은 술은 뭘로 담고 얼마나 담고 하는 담금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 그 외에도 제일 어른으로써 풍부한 경험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셨다.
또 원종민선생님은 초보자반인 우리에게 무리한 자부심을 불어넣어주셨다.
"이미 4조는 따라잡았고, 우리가 내일 3조를 따라잡아야하는데 ~~ "
그 옆에 있던 3조의 김성기선생님도 그 소릴 듣고 일어나서 "웃기십니다 ~ 저희조엔 1,2,3번이 모두 있어요 이 노장의 힘이란 장난아니거든요" 하시며 우릴 경계했다. 그러다가 원종민선생님이 내일 우리의 등반을 그리움둘릿지로 정해버렸다... 급히 수준이 상승해버렸다. 릿지라는 개념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종수형님은 한 번 해보셨다고 했고, 내겐 천화대에서 퍼진 기억으로 릿지란 말에 두려웠다.
그렇게 조모임을 끝마치고 취침을 위해 2층에 있는 산장으로 올라갔다.
모두들 나와 마찬가지로 아침이 개운치않았던 모양에 그냥 조용히 자기를 원하는 눈치였다. 내 옆에 덕희형님은 술을 더 원하시는 모양이었지만, 그냥 그렇게 알고 자셧다.
모두가 잠든 밤 .. 나는 너무 더워서 사다리로 내려와 바깥으로 향했다. 멍하니 앉았는데, 이민호선생님이 잠시 나와보더니 '뭐하냐' 하고 물으시고 다시 들어가신다. 나오시는데 매트리스를 가지고 1층 식당 바깥에 넓은 테라스로 가신다. 테이블 하나를 바닥 삼아 매트리스를 깔고 자신다. 아 괜찮다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나는 그냥 내려가지않고 밖에 테라스에서 의자 몇 개를 가지고 하늘을 보며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산장안에서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야 ~!! 이 $!@%12$!6&@$~" 야 소리가 크게 들리다가 점점 꼬이며 작아지는 소리 .. 간간히 욕도 들린다.
민혜형 말로는 자기 조 선생님이신 전양준선생님이 그러신 거란다.
그렇게 나는 잠을 못 자다가 별안간 소리를 듣고 안에 좀 앉아있다가 다시 올라가 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며칠째 쓰고 있습니다.. 새벽 4시 13분인 지금.. 아까는 두 시간 분량이 날아가 이만 쓰고
'하계 및 코오롱등산학교 암벽반 27기 8/12 ~ 8/20 (8박9일) (2)' 으로 뵙겠습니다.
|
첫댓글 개학이 몇일 안 남았지? 꼭 방학숙제 하는 기분이 들겠구나! 고생 많이 했고, 나도 오랜만에 즐거운 산행했다. 근호하고, 민혜한테도 숙제 빨리 하라고 해라~
개학 5일 남짓 남았어요 ㅎㅎ 일기 쓰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네요.. 형들한테 형들도 어여 쓰라고 전하겠습니다 ㅎㅎ
윤섭이 일기 너무 재미난데 같이 등산학교를 한것처럼 생생해, 2탄이 기다려 진다. 다음 대둔산 산행에서는 톱맨 기대된다
형 .. 읽어보셨으면 알겠지만 .. 톱맨은 .. ㅎㅎ; 예 2탄 빠른 시일내로 올리겠습니다.
와 책을 내도 되것어....고생 했다...
고생은요 ..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