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로 모험을 떠나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고산병의 위험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네팔 산봉우리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페루 마추픽추 등 해발 고도가 높은 여행지에서는 높이 올라갈수록 산소가 희박해진다.
혈중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현상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해 두통과 현기증, 피로 등의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는 이들이 많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뇌부종까지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너무 빨리 고도를 높이면 폐부종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고산병의 미스터리를 완전히 파헤치지 못했다.
유전적 요인에 따라 고산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지기도 한다. 50세 이상인 사람의 발병률은 다소 낮다.
노화로 인해 뇌가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성별에 상관없이 고산병에 걸릴 위험은 비슷하나, 남성의 증상이 더 심한 경향이 있다. 흥
미로운 점은 기초 체력 수준이 좋다고 해서 고산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Karen Kasmauski/Corbis
-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산(해발 고도 5,895m)를 오르는 사람들
콜로라도 텔루라이드 소재 비영리기관인 ‘앨티튜드 메디슨(Altitude Medicine)’의 피터 해켓 박사는 “고산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발생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앉아있는 사무직 직장인이나 철인 3종 선수 둘 다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일반적인 예방법은 사흘에서 닷새에 걸쳐 고도를 서서히 높이라는 것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등산을 중단하고, 증상이 악화되면 하산해야 한다.
또한 첫 48시간 동안은 음주와 과격한 운동을 삼가야 한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아세타졸아미드를 처방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아세타졸아미드는 어지러움과 구강 건조와 같은
불쾌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해발 고도 1,500m(덴버)부터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할 수 있다.
심각한 증상은 대개 해발 고도 2,400m(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3,000m(브레큰리지 스키 리조트) 사이부터 발현되기 시작한다.
콜로라도 대학교 안슈츠 메디컬 캠퍼스 고산병 연구 센터에 따르면 해발 고도 2,400 ~ 3,000m에서 대략 50% 정도가
고산병 증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콜로라도 대학교 안슈츠 메디컬 캠퍼스 고산병 연구 센터의 로버트 로치 박사는 해발 고도 2,400 ~ 3,000m 수준의
미국 산악 리조트를 방문하는 사람이 연간 3,000만 명이라고 추산한다.
로치 박사는 여행・관광 업계가 고산병을 제대로 공론화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여행자들은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관광 당국과 리조트들, 여행사들은 웹사이트에 고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콜로라도 관광청 대변인은 “해발 고도가 높은 휴양지로 올라가기 전에 높은 고도의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덴버에서
하루 이틀 지내라고 권고한다”고 전했다.
2014년 빙벽・암벽 등반 인구는 3년 전에 비해 16% 증가했다고 비영리단체인 ‘아웃도어 파운데이션’은 집계했다.
지난해 콜로라도 방문객 숫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레킹과 등산을 위해 네팔을 방문한 사람들도 지난 10년 사이에
2배 증가했다.
폴 아우어백 스탠포드 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급성 고산병은 피로나 편두통으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통 등의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하면 최소 300m는 내려오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그렇게 하면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산소 공급도 도움이 되지만, 산소호흡기를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테로이드계 약물인 덱사메타손도 경미하거나 심각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수면 장애와 근력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부프로펜이 급성 고산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두통 증세가 경감되면서,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경미한 고산병 증세를 가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높은 고도에 오래 노출될수록 급성 고산병은 치명적인 고산성 뇌부종(HACE)으로 진행될 소지가 있다.
뇌가 부어올라 혼란스러워지고 균형 감각을 잃으며 의식이 혼미해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뇌부종보다 더 빨리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또 다른 질병은 고산성 폐부종(HAPE)이다.
폐포에 물이 차는 상태를 말한다.
고산성 폐부종은 평지에서 해발 고도 2,400m까지 빠른 속도로 등정하는 젊고 체력이 좋은 남성들에게 흔히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발병 원인은 아직 완벽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콜로라도 대학교의 로버트 로치 박사는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무리한 등산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데다가 고산병 관련 연구가
여성보다는 남성에 대 집중된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코 캠퍼스(UCSD) 의과대학 신경과학 전공 조교수인 제프리 게르치 박사는 “휴가를 왔다가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우를 접할 때마다 놀랍다”고 말했다.
제프리 게르치 박사는 에베레스트에서 고산병을 연구한 경험이 있다.
열성적인 등반가라는 게르치 박사는 자신도 뇌부종을 두 차례 앓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휘트니산(해발 고도 4,420m)을 오르면서 첫날 정상까지 곧바로 오르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산에 도착한 날 밤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봤다.
음주는 탈수증을 유발해, 고산병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군은 고산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규명하기 위해 콜로라도 대학교 안슈츠 메디컬 캠퍼스 고산병 연구 센터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센터는 고산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유전자 여러 종류를 찾아냈다.
또한 연구진은 높은 고도 전투 지역에서 고산병이 발발할 위험이 큰 병사를 알아내기 위한 혈액 검사를 연구 중이다.
일례로 아프가니스탄의 해발 고도는 최대 7,315m에 달한다.
센터는 군인들을 고산병으로부터 보호할 새로운 방법도 찾고 있다.
가령 많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플라보노이드계 물질인 케르세틴의 항염증 성분이 고산성 뇌부종을 예방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다.
- Frank Karle
- 2012년 네팔 여행 중 프랭크 칼. 구급 전문의인 그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