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정원, 숲, 100m 폭포… 평생 가꾼 내 정원 모든 사람들과 나눕니다
아름다운정원 화수목의 나무, 연못, 다리, 포토존 등이 조화를 이루며 여유로움을 더한다. 사진 조선뉴스프레스
충남 유일의 분재원에서 고가의 소나무 분재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같은 소나무라도 다르게 분재하니 각각의 개성이 돋보인다. 사진 조선뉴스프레스
민간정원 1호 ‘아름다운정원 화수목’
6월의 싱그러움을 고스란히 품은 곳 ‘아름다운정원 화수목(이하 화수목)’은 입구부터 자연의 향이 풍겨온다. 온갖 풀내음부터 서로 존재감을 다투는 갖가지 꽃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조잘대는 새소리도 정겹다. 서울에서 약 2시간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자연의 품속에 살포시 안길 수 있는 장소다. 충남 천안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로 도심과 가깝다. 주변에는 독립기념관, 천안박물관, 소노벨 천안, 천안상록리조트, 천안삼거리공원 등 명소들이 체험·관광 벨트를 이루고 있어 하루 여행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화수목은 대한민국 민간정원 1호다. 화(化)는 꽃을 의미한다. 결실을 맺기 전 화려한 꽃의 아름다움이 즐거움을 준다. 수(水)는 물로 생명의 근원을 의미한다. 물처럼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목(木)은 나무를 가리킨다. 나무는 든든한 집처럼 견고하지만 따뜻한 우리 터전을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화수목에는 꽃과 물과 나무, 철저하게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진심이 담겼다.
100m에 이르는 폭포에 시원한 바람이 불 때면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사진 조선뉴스프레스
산책길 땀 식혀주는 폭포
화수목은 자연환경을 원물로 정원을 꾸민 곳이다. 계절마다 다양하게 피어나는 300여 종의 예쁘고 아름다운 꽃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 들어서면 절로 힐링이 된다. 버려진 산을 산책로로 만들고 사라졌던 실개천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어 생기를 불어넣었다. 잔디마당, 폭포와 연못, 유리온실, 테마정원, 산책로, 야외 포토존 등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심신의 건강과 오감 체험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게 만든다. 화수목 중간중간 배치돼 있는 다양한 조형물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대형 버섯, 노부부 캐릭터, 원숭이, 당나귀 등의 조형물이 정원 곳곳을 지킨다.
화수목의 가장 큰 즐거움은 산책로다. 대표적 산책로로 석부작길이 있다. 이곳의 석부작은 제주에서 온 현무암을 사용해 자연 일부분을 축소시켰다. 야생초와 분재, 이끼들이 현무암을 자연스럽게 파고들어 조화를 이루는데 돌과 생명의 본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우러졌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 숨 쉬는 만물을 형상화한 예술작품에 가깝다. 이밖에도 나무계단, 흙길로 된 산책로 등 여러 갈래가 있으니 취향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선택해 오르면 된다.
산책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숨이 살짝 차오른다. 그러다 이내 살포시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에 맺힌 땀이 시원하게 식으며 상쾌해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100m에 이르는 폭포다. “솨아~” 하는 소리는 이곳이 정원인지 숲속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폭포 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길은 정원 한가운데로 모여 연못을 이룬다.
화수목에는 충남 유일의 분재원이 있다. 작은 분상에 자연을 표현한 분재는 자연의 미와 인위적 조형미가 더해져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고가의 소나무 분재는 작은 분상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마치 숲이 작은 미술관 같다. 같은 소나무일지라도 각각의 개성으로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탐라식물원에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나무들과 제주도 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가로 40m, 세로 12m, 최저 5℃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계절 내내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어 충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귤나무가 열리며 야자수를 만날 수도 있다. 수령 450년의 동백나무, 귤나무, 소철 등 수십 종의 식물과 제주도의 현무암으로 깎아 만든 돌조각상은 실내에 제주도를 옮겨놓은 듯하다.
아름다운정원 화수목에는 산책로가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걸을수 있다.
“꽃 사진 찍다 하루가 부족해”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규모가 있는 집엔 정원을 들였다. 집이나 성, 궁전 안을 꽃으로 꾸미고 암석, 나무, 연못, 계단 등으로 적절하게 균형감을 모색했다. 동아시아는 자연을 최대한 살려 표현했으며 서양은 기하학적 요소나 조형물을 가미해 정돈했다. 동서양을 관통하는 포인트는 결국 자연이었다. 생활 터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연을 두고 싶은 마음. 그럴수록 고달픈 하루를 씻어내고 다시 일상을 마주할 힘을 얻곤 했으니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정원을 간직하지 않을까? 그 정원은 다른 말로 여유다. 바쁜 일상이지만 한 박자 느리게 쉬어가며 소소하게 꽃을 가꾸고 채소를 키우는 일상의 쉼표를 그린다. 저마다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정원을 꾸밀 수도 있다. 이웃끼리 시간을 맞춰 경기 평택에서 단체로 구경을 왔다는 윤경옥 씨는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산책 삼아 둘러보는데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도시에 살면서도 자연을 꿈꾸는 이들이 화수목에서 찾는 여유의 결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식물을 좋아하거나 꽃을 보면 휴대폰 카메라부터 꺼내드는 이들의 눈은 절로 휘둥그레진다. 홍성연 씨는 “평소 꽃 사진을 많이 찍는데 여기에는 예쁜 꽃이 하도 많아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다”며 “꽃 사진을 찍다 보면 하루도 부족할 것 같다”고 꽃처럼 웃었다. 전원생활을 하는 이들은 정원사의 취향과 가드닝(생활 원예) 실력을 참고할 수 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어떤 꽃과 나무가 어울릴지 고민하며 식물들이 건네는 인사를 하나씩 마주하면 된다.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조형물. 주위를 풀잎이 감싸고 있어 이곳을 지날 때면 산속을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사진 조선뉴스프레스
민간정원 100호 지정 ‘루몽드 정원’
민간정원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해 수년간 정성을 다해 가꿔온 정원을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제공하고자 시작됐다. 2015년 화수목을 제1호로 최근까지 전국 100여 개 정원이 등록·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10일에는 전남 장성군의 ‘루몽드 정원’과 전남 여수시의 ‘꿈꾸는 정원’이 각각 민간정원 제100호, 101호로 지정됐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민간정원에 등록할 수 있다. 등록은 자유롭다. 규모에 상관없이 정원을 아끼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다만 녹지 면적은 40%를 유지하고 정원을 찾는 손님들을 위한 화장실과 주차장이 구비돼 있어야 한다.
산림청은 최근 전국에 등록된 민간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권역별로 담아낸 <대한민국 민간정원 핸드북(안내서)>을 발간해 국민이 쉽게 민간정원을 골라 방문할 수 있게 했으니 참고하자. 산림청 누리집(www.forest.go.kr)의 ‘통합자료실’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누리(www.koagi.or.kr/garden) ‘공지사항’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선수현 기자
전국 100여 곳에서 만나는 민간정원
‘돼지문화원’
| 강원 | 야생화 테마 미니 동물원
‘돼지문화원’
다복의 상징으로 여기는 돼지를 테마로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어른들에게는 낭만을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하늘 가득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펜트하우스가 있고 펜션과 카라반 등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돼지문화원의 피그 사파리, 토토굴, 꼬꼬댁, 아기돼지길 등에서 건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사계절 내내 금낭화, 원추리, 장미, 국화 등 다양한 꽃과 인공폭포 등 볼거리가 많다.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송정로 130
‘로사의 정원’
| 충북 | 시골 풍경의 편안한 붉은 벽돌집
‘로사의 정원’
2003년 건축과 인테리어 일을 하는 부부가 지은 붉은 벽돌집은 2004년 자랑스러운 건축상을 받았다. 마당에 호미로 심은 자작나무는 정원의 나이를 알려준다. 벽돌집 주변으로 부부가 이뤄온 애정 어린 정원이 자리한다. 어린연꽃이 한가득 피어 있는 연못 주변으로 노루오줌과 루드베키아, 삼색버들이 무리지어 있다. 6월에는 메밀꽃밭, 백리향, 노루오줌, 베르가모트, 장미, 에키나시아 등이 만발해 있다.
●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로 181
‘달빛소리정원’
| 전북 | 사랑이 샘솟는 곳
‘달빛소리정원’
‘숲캉스(숲+바캉스)’라 불리기도 하는 달빛소리정원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황순원 소나기나무’다. 500세 느티나무의 첫사랑 스토리텔링에 많은 이들이 추억을 엮으러 온다. 공조팝나무, 접시꽃, 백합, 수국, 핑크뮬리 등이 포토존이 돼준다. 숲길 산책의 편안함, 2층 목조주택에서 누리는 안락함, 호남평야가 보이는 달빛지평선 테라스, 인디언텐트와 나무놀이터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설이 있어 더욱 친근하다.
● 전북 익산시 춘포면 천서길 150
‘쌍산재’
| 전남 | <윤스테이> 촬영지로 유명한
‘쌍산재’
300년 된 고택으로 집과 정원이 잘 보존됐다. 아담한 대문을 지나 안채와 사랑채, 서당채와 정자 등을 지나면 대나무숲과 차밭, 동백나무 터널이 나온다. 규모를 알 수 없는 고택 담장은 세상과 단절된 비밀의 정원처럼 또 다른 세상을 품고 있다. 7년 가뭄에 석 달 장마에도 물량이 일정하다는 신령스러운 샘 ‘당몰샘’은 장수마을의 비결이기도 하다. tvN <윤스테이> 촬영 장소로 입소문을 탄 곳이다.
● 전남 구례군 마산읍 장수길 3-2
‘숲마을정원’
| 경북 | 숲과 자연, 정원이 어우러진
‘숲마을정원’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숲마을정원은 포항시산림조합에서 숲과 정원이 어우러진 복합산림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산책로를 포함한 야외정원은 이동 동선이 완만하다. 유리온실인 식물정원에는 야자수 등 76종 총 3000여 본의 식물이 식재돼 사계절 내내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다. 정원문화 활성화를 위해 ‘포항 그린 웨이(Green Way) 프로젝트’와 연계해 매년 가드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새마을로 331-6
‘남해토피아랜드’
| 경남 | 정원사가 만든 동화 속 세상
‘남해토피아랜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대방산 자락의 남해토피아랜드는 700여 점의 토피어리(식물을 이용한 조형물)가 있다. 거대한 공룡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처음 구상한 대로 모양을 낸 후 봄, 여름, 가을 1년에 세 번 새순이 올라올 때마다 형태를 다듬는다. 4대에 걸쳐 가업으로 이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편백숲이 잇닿아 있어 걷기 좋고 정원에서 보이는 바다에 마음을 맡겨도 좋다.
● 경남 남해군 창선면 서부로 27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