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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승문 초록교육연대 대표가 새로운 교육모델을 찾기 위해 오는 2월 말 스웨덴으로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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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김대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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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은 '닭공장' 수준이다."
안승문(46·전 서울시 교육위원) 초록교육연대 대표가 우리나라 교육을 꼬집은 말이다. 지난 14일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www.artizen.or.kr)' 주최 문화나눔마당 '우리 시대의 교육문제'에 강사로 나온 안 대표는 새로운 우리나라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없다"면서 벽을 허무는 교육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급회의, 동아리, 학생회 모임을 강화해 학생들이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2-3개 학년을 섞어서 교육하는 핀란드, 스웨덴 모델,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한데 섞어서 교육하는 홍성 풀무학교 모델, 노는데 큰 비중을 두는 노르웨이 모델 등 다양한 방식을 소개하며 화두를 던졌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가 생각하는 학생 선택권이라는 게 기껏 학교나 선택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교육 선진국은 "수업에 들어갈지 말지까지 학생들이 선택하게 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20여년 동안 교직 활동을 비롯해 교육위원, 시민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거친 그는 이날 원고도 보지 않은 상태로 2시간 동안 강연을 진행했다.
한편 안 대표는 오는 2월 말 한국을 떠나, 2년 정도 스웨덴에 머무르면서 새로운 교육방향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학생들에게 맡기자
안승문 대표는 학생들을 믿고 선택권을 맡기자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과거 자신이 교사로 있던 학교에서 남은 예산을 활용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남긴 예산이 1700만원 정도. 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했던 것은 책상 교체였다. 문제는 교사들이 원하는 책상과 학생들이 원하는 책상이 달랐다는 점이다.
교사들은 튼튼하고 청소하기 편리한 것을 원했다. 이른바 '못난' 책상들. 그에 반해 학생들은 좀 더 보기 좋은 책상을 원했다. 안 대표는 교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돌렸다.
책상을 결정한 뒤에도 문제는 남았다. 한 학년 규모의 책상을 확보했는데, 과연 어느 학년에 책상을 주느냐는 것. 교사들은 1학년에 주자는 쪽이었다. 1학년 때부터 깨끗하게 쓰는 습관을 길러야 3학년까지 이어진다는 논리였다.
1년 뒤 졸업하는 3학년이 혜택을 봐야 하지만 칼질과 낙서 등 책상을 나쁘게 쓰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는 게 교사들이 1학년을 선택한 이유였다.
안 대표는 다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돌렸다. 3학년 학급회의를 소집해 이에 관한 논의를 하도록 한 것. 그리고 칼질과 낙서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이후 한 차례 학생들이 책상에 칼질하는 문제가 벌어졌지만 학급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칼질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도록 한 것. 처벌하자고 한 교사들에 비해 훨씬 온건하고 기발한 대안들이 나왔다고 안 대표는 말했다.
"똑같은 1700만원을 쓰더라도 학교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집행하는 것과 학생들이 선택하게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맡기면 학생들은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게 되지요."
"미국이 아니라 우리 서당에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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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문 초록교육연대 대표 약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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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문 전 교육위원은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동상임대표로 1987년 전국교사협의회 창립 활동에 참여했다. 1989년 전교조 결성 등 활동 이유로 성서중학교에서 직위해제당한 뒤, 1990년 교육전문지 월간 <우리교육>을 창간해 1993년까지 편집장을 맡았다.
1994년 서울 신관중학교로 복직한 뒤, 서울시 동작교육청 특별활동부장 협의회 회장, 연대와 혁신을 위한 서울교육포럼 창립 주도(정책실장), 전국 교육위원협의회 창립 주도(사무총장), 학교 급식 전국네트워크 창립 주도(운영위원),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조직위원장, 학교도서관 문화운동 네트워크 창립 운영위원 등 교육계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현재 학교개혁연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교육전문 인터넷 신문 <21세기 교육> 창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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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가 지향하는 것은 자율과 자립이다. 거칠게 말하면 방목 수준의 교육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신념은 유럽과 북유럽 여러 학교들을 둘러보면서 생긴 자신감이다.
그는 이런 교육관을 설명하기 위해 <흙이 살아야 밥상이 산다>의 저자 최익근씨를 만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최씨는 비료를 주지 않고, 땅도 갈지 않는 자연농업으로 유명한 농민이다.
안 대표가 최씨를 만나 가슴에 새긴 문구는 다음 한 마디다.
"흙속에 미생물이 살아 있어야 흙이 살고, 흙이 살아야 건강한 농작물이 자란다."
안승문 대표는 무릎을 '탁' 쳤다. 그 이론이 그대로 학생들에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엄마들의 조바심이 우리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선행학습이니 사교육이니 하는 게 모두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은 것.
그는 선행학습에 대해 "5세 아이에게 막걸리 마시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로 인해 스스로 탐구하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노르웨이에서 실시하는 '매 수업 15분 놀기'를 예로 들었다. 수업이 시작하면 교사들은 무조건 학생들을 운동장에 내보내 15분씩 놀게 한다는 것. 그래야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이론에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15분은 엄격히 지켜진다. 단 이때를 대비해 교실엔 항상 비옷이 준비돼 있다. 안 대표는 노르웨이 학교 수업을 '나가 놀아라'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교육은 '닭공장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지식이나 정보를 닭에게 사료 먹이듯이 주입한다는 뜻에서 붙인 비유다.
독일의 한 학교와 영국 섬머힐의 예도 들었다. 여기선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를 학생들이 선택하는 것은 물론, '수업 들어갈지 말지'까지 학생들이 들어간다는 것. 우리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자율성이라는 게 얼마나 제한적인지 보여준 예다.
새 온라인 교육매체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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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승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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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김대홍 |
"핀란드와 스웨덴에선 2~3개 학년 학생들을 섞어서 수업을 한다. 그리고 교사들은 팀을 이뤄서 수업준비를 한다. 이렇게 섞어서 수업을 했더니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학년에서도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안 대표는 홍성 풀무학교에서 본보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풀무학교에선 매학년마다 장애인 1~2명씩을 의무적으로 뽑도록 한단다. 이를 통해 비장애 학생들이 성한 몸의 고마움을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어 우리나라 서당이 이미 핀란드와 스웨덴이 보여주는 수업방식을 오래 전에 보여줬다면서 일제 시기를 거치면서 전통이 끊어진 게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서당에선 나이든 학생들과 어린 학생들이 섞여 함께 수업을 받았다. 여기선 많이 아는 학생이 적게 아는 학생을 가르치곤 했다. 자연스럽게 서로 지식을 나누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안 대표는 새 온라인 교육 매체 <21세기 교육> 창간을 추진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에 교육전문 매체가 부족해 소통의 제약이 되고 있다는 것.
전교조에선 좋은 방안들을 많이 내놓고, 곳곳에 감동적인 교사들의 실천이 많은데도 사장되는데 많다는 게 그 이유. 그는 "자기들 내에선 열심히 소통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전혀 모른다"면서 "함께 모여 터놓고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희망을 꺼냈다.
그는 교육의 문제가 교육만으론 해결이 힘들다면서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희망의 가능성을 나눠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새 온라인 교육 매체는 <오마이뉴스>의 틀을 본뜰 방침이다. 기자회원을 모집하고, 편집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하게 된다고. 안 대표는 스웨덴에 머무르면서 현지 소식을 수시로 올리는 특파원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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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명문고 부활 올해 대선 쟁점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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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깜짝 발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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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회엔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나타나 좌중의 관심을 끌었다. 시작하자마자 나타난 그는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전 의장은 막바지에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이 시기 전교조의 역할이었고, 또 하나는 공교육 붕괴를 막기 위한 지방 명문고 부활이었다.
그는 지방 명문고 부활에 대해선 올해 대통령 선거 핵심공약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가 이 문제를 갖고 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전교조 역할에 대해선 "중요한 것은 비전이지만, 지금 고민 중인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미국 북유럽 등 몇 개 국가를 정한 뒤 '비전조사단'을 꾸리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조사단이 각각 장기간에 걸쳐 각국의 교육정책을 조사 정리한 뒤 국민에게 묻자는 것.
명문고 방식에 대해선 "해법이 아니다"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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