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靑蘿언덕을 오르다
[慶綠산악회 甲辰年 12월의 산행]
雲海 김 상 진
甲辰年의 冬至(2024년 12월 21일)의 아침이 밝았다.
창문을 여니 어젯밤부터 내린 눈이 여전히 싸락눈을 뿌리고 있다.
팔순을 지난 望九 나이의 노익장 고교 동창들의 갑진년 마무리 산행을 하는 날이다.
가까이 있으면 소중한 것도 疎忽한 법, 늘 다니며 어울려 점심도 먹고 시장도 보는 대구의
명소 靑蘿언덕과 근대화 골목, 진골목을 걷기로 했다.
산행이라고 하지만 높은 산은 焉敢生心, 작은 동산도 오르기가 벅차기에 가까운 둘레길을 걷는 정도의
행사로 서로의 安否를 챙기고 얼굴 마주하며 옛 追憶을 더듬으며 情談을 나누는 일이다.
집을 나서는 내게 아내의 당부가 등을 당긴다.
눈도 오고 날씨는 찬데 노인네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녀오란다.
그 念慮가 고마워서 잠시 聖經을 펴고 오늘도 무사히 산행을 마치도록 화살祈禱를 하고
걱정 말라며 호기롭게 나선다.
북삼에서 왜관까지, 왜관에서 대구는 14일부터 개통된 대경선(구미에서 경산까지 광역철도)으로,
대구역에서 지하철 1호선, 반월당에서 3호선으로 청라언덕 역에 내리니 이미 도착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냥 반갑고 모두 건강한 모습들이라 고맙다.
좋은 친구들과 만남이라 하느님의 도우심인지 눈도 그치고 추위도 제법 풀려서 그렇게 춥지도 않다.
부인들과 모두 13명의 친구들이 도무지 청라언덕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밤고개 쪽으로 한참을 올라가다
물어물어 다시 되돌아 청라언덕을 올랐다.
나를 비롯해서 처음 올랐다는 친구들도 더러 있구나!
청라언덕, 20세기 初 朝鮮 末期 외국 선교사 들이 거주하던 서양 家屋이 3채 남아있고, 3.1운동길의 90계단
과 처음으로 서양 사과나무를 심어 재배했던 痕跡이 남아있다.
그보다 더 이야기 거리인 것은 鷺山 이은상 님의 시, 박태준 님이 작곡한 동무생각(思友)의 이야기로
젊은 시절의 첫사랑의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어서 즐겨 불렀던 노래가 깃들어 있기에 비록 목소리는 예전과
같지 않지만 모두 함께 소리를 모아 노래를 불렀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
말은 않지만 친구들 모두 젊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90계단에 서서 대한 독립 만세를 삼창하고 내려서면 계산 성당이다.
1886년에 건립된 거의 150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구 대교구 주교좌성당이다.
두 개의 종각이 있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燒失되었다가 1903년 재 건립된 대구의
또 하나의 종교적 역사 건축물이다.
계산 성당을 들러서 나오면 대구 근대 골목이다.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을 둘러보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詩를 읊고
나오니 근대 대구의 역사적 사진들이 벽화로 병풍처럼 둘려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이 소중한 문화적 유산인 이상화, 이상백 형제의 고택 담벼락에
생뚱맞게도 도종환의 '담쟁이' 詩가 詩畵로 붙어있네.
도무지 누가 무슨 의미로 여기에 붙여놓았는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불순한 나쁜 생각에 물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나오니 바로 약전 골목이다.
배도 출출하고 지치기도 하고 근대 골목 거처서 약전 골목도 지나 '예전 식당'에 모였다.
식당 이름도 예전, 사람도 예전 사람, 음식도 예전 음식이지만 분위기 또한 예전 분위기구나!
그러면 또 어때,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역시 먹을 것이 있으니 힘이 나는구나.
돼지고기 수육에 막걸리가 들어가니 우리들의 이야기도 막걸리 잔처럼 걸고 철철 넘친다.
옛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지치지도 않는다.
역시 옛 친구들의 만남은 즐겁다.
짧은 시간이었고 아쉽지만 이제 헤어질 시간
아무쪼록 모두 건강하시고 성탄의 은혜 듬뿍 받으시고 내년은 더욱 건강하고 복된 한 해가
되시길 빌며 12월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乙巳年은 더 많은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더 즐겁고 아름다운 산행을 다짐합니다.
2024년 12울 23일
樵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