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브랜드가 한국시장에 런칭한지 2년이 지났다. 초기에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인지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 2년 동안 한국GM산 모델의 내수시장 판매는 16%가 증가했다. 2012년에는 14만 5,702대를 판매해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80% 이상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존재로 인해 쉐보레의 9.5%라는 시장 점유율은 낮은 수치이지만 GM대우 시절의 우려를 고려한다면 긍정적인 변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출범 2주년을 맞아 한국 GM은 쉐보레 브랜드 마케팅 강화를 위한 파격적인 판촉 프로그램 조건을 제시했다. '쉐비케어 3.5.7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신차구입 후 3년 이내 차대차 파손사고 발생시 신차로 교환해준다.
‘쉐비 케어 3.5.7 어슈어런스’는 기존 '쉐비 케어 3.5.7' 혜택 중 '5.7'에 해당하는 5년 또는 10만km 차체 및 일반부품 보증기간 적용과 7년간 24시간 무상 긴급출동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한다.'3'에 해당하는 내용을 신차 구입 후 3년 이내에 차대차 파손사고 시 신차로 교환할 수 있는 새로운 혜택을 추가한 것이다.
한국GM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쉐비 케어 3.5.7 어슈어런스'는 한국시장 최초로 선보이는 고객서비스로 앞으로 쉐보레 구입고객들은 기존 '쉐비케어 3.5.7'과 이 어슈어런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서비스를 비용이라 여기지 않고 한국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내수 20%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브랜드 런칭 이후에 이번에는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고 한국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2년여 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당시만 해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울했었다. 무엇보다 판매 네트워크인 대우자판의 시스템 붕괴가 큰 원인이었다. 쉐보레 브랜드 런칭을 전후 해 한국 GM은 대우자판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재 한국GM은 전국 5개 메가 딜러 산하에 총 287개 쉐보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전국 영업망의 핵심 거점에 10대 이상 차량의 동시 전시가 가능한 대형 허브 대리점 13개소 및 93여개 중형 스포크(Spoke) 대리점을 갖추고 원스톱 고객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시장은 선진국과 같은 본격적인 딜러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고 있다.직영 위주의 영업으로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일물 일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언뜻 공정한 거래처럼 들리지만 결국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동차회사들과 그에 속한 노조들이 만들어 왔다. 한국GM도 거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딜러 체제를 구축했다. 하기 나름으로는 한국의 딜러제 문화를 선도할 수도 있다.
한국GM의 딜러 네트워크가 새롭게 구축된 지 이제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균형을 잃은 미디어들의 왜곡으로 내부 종사자들의 불신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GM은 GM그룹 내에서 입지를 강화해 가며 본사의 투자를 추가로 받아 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2월 22일 한국지엠주은 도전적인 경영환경 속에서 회사의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미래 청사진 ‘GMK 20XX – Competitiveness & Sustainability’(이하 GMK 20XX)를 발표한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GM해외사업부문(이하 GMIO) 팀 리(Tim Lee) 사장,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Sergio Rocha) 사장 및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한국지엠은 미래 청사진 ‘GMK 20XX’를 통해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지난 10년 여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에 더욱 강력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회사의 비전을 재천명하고, 그에 따른 4대 핵심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GMK 20XX이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디자인, 생산, 판매하는 것(to design, build and sell the world’s best vehicle)’이 GM과 한국지엠의 비전”이라고 밝히고, “한국지엠의 경쟁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내수시장 기반 강화, 글로벌 디자인/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글로벌 생산 역량 강화, 글로벌 CKD 역량 강화 등 4대 핵심영역에 집중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내용은 비즈니스에서 항용 등장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그에 걸맞는 투자다.
한국 GM은 앞으로 5년간 8조원을 투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GM 그룹 내에서 한국GM의 위상을 대변해 준다. 유럽의 거점인 독일의 오펠사는 공장 폐쇄는 물론이고 중형차 개발 거점으로서의 지위마저 상실했다.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럽GM의 경영진은 독일의 오펠이나 영국의 복스홀 공장보다 한국의 부평 공장 제품을 더 선호한다.
한국GM의 호샤 사장은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전체 투자액 중 60%를 생산설비에, 30%를 엔지니어링에, 그리고 10%를 시설 투자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항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생산 기지로서의 입지 축소'를 일소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준중형 모델인 크루즈의 한국 내 생산중단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호샤 사장은 '한국의 준중형 세그먼트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차세대 크루즈와는 다른 모델이 군산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국내와 해외에 모두 판매할 크루즈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군산공장에서 오늘날 생산되지 않는 모델을 미래를 위해 개발 될 것이다.' 라며 그런 의문에 대해 일축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GM의 입장에서 한국GM산 제품의 상품성을 평가한 결과다. 2012년의 경우 쉐보레 브랜드 네 대 중 한 대가 한국에서 생산됐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내수시장 판매는 14만여대이지만 CKD를 포함한 수출대수가 200만대에 달한다. GM의 2012년 글로벌 판매대수 928만 8,277대 중 200만대가 한국GM산이라는 얘기이다.
GM의 사업구조는 미국과 남미, 유럽, 그리고 나머지 지역을 총괄하는 GMIO로 나뉜다. 한국GM은 이중 GMIO소속이다. 좀 더 들여다 보면 유럽의 오펠과 복스홀이 하락세에 있다. 미국은 다운사이징의 트렌드에 맞춰 쉐보레 브랜드는 내수시장에 역점을 두고 있고 캐딜락등 럭셔리 브랜드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남미도 지역 특성에 걸맞는 모델을 생산하는데 그친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GM이 하는 역할은 크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8조원 투자와 함께 6개의 소형 플랫폼을 한국GM을 중심으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주목을 끈다.
그런 내용은 GM의 한국 진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달 22일 서울을 방문한 GMIO의 팀 리 사장의 발언에서도 읽혀진다. 그는 서울의 한 호텔에 VIP 40여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in Korea, with Korea, for Korea'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한국 GM의 존재감 강화를 위한 투자에 대해 역설했다. GMIO 내에서 한국GM처럼 선진국 시장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
더불어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증가는 개발 도상국이 주도한다. 브릭스(BRICs)든 비스타(VISTA)든, 넥스트 11이든 대부분 신흥시장이다. 신흥시장은 상대적으로 소형 모델의 수요가 성장을 주도한다. 그 소형차 개발의 임무를 한국GM이 맡고 있는 것이다. 한국GM 출범 이전에 결정된 내용인데 지금도 그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반응하는 것은 의아하다.
중국시장에 대해 국내에서는 포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다른 시각이 더 많다. 예를 들어 명품시대의 저자 왕얼쑹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2007년 주식 시장의 호황기는 과연 우리 세대 중국인들의 마지막 버블붐인가? 아마도 대답은 아니다일 것이다. 왜냐하면 산업은 계속 중국을 향해 이전하고 있고 구매력도 중국을 향해 이전하고 있다. 경제번영은 지속될 것이고 시장의 거품도 한동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해리 덴트 역시 그의 연구방법을 이용해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그는 인구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베이비 붐은 미국보다 10년 이상 더 갈 것이며 중국의 경제 성장은 2020년이 되어야 피크를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에 대한 한국식 시각이 아직은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 '생산 기지' 운운하는 논란이다. 한국GM은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며 한국 GM이 생산하는 제품은 한국의 수출, 무역수지, GDP에 포함된다. 매출만 GM으로 잡힌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자립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사용되는 카메라는 모두 수입품이다. OS도 안드로이드와 윈도우 등을 사용한다. 자체 기술을 찾아 보기 힘들다. 게다가 대부분의 생산은 중국등 개도국에서 이루어진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매출만 삼성전자로 잡힌다. 백색가전인 냉장고도 독일산 지펠을 OEM으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20세기 논리로는 삼성전자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그래서 국내에서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중요한 요소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창출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는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제조업을 유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글로벌 트렌드와는 아직도 일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여전히 왜곡된 '애국심'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다국적 기업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국적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느냐이다. 그래서 수입차회사이면서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BMW코리아와 한국토요타가 주목을 끄는 것이다.
한국GM도 2013년 전략에 고객 자부심 고취, 강력한 상호협력, 평생고객 관계관리, 고객경험, 놀랄만한 제품 출시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GM한마음 재단을 통해 딜러들과 함께 올 해 100대의 차량을 기증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예고했다.
지금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의 내수시장 성공과 더불어 GM그룹 내에서의 입지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균형있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문화가 안팎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