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해
새로운 복음화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였다. 올해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과 가톨릭교회교리서 반포 20주년을 맞이한다. 또한 2012년 10월에 개최되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복음화 활동이 교회의 쇄신 노력과 일치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스도교가 오래 전에 뿌리를 내린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절박한 새로운 복음화의 상황, 그리스도 공동체들의 총체적인 복음화의 임무, 시대에 맞는 복음화 활동을 위해 듣고 이해하며 해석하는 식별과정 등은 현대 세계에서 교회의 복음화 활동이 직면한 도전들이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작된 ‘새로운 복음화’는 오래전에 복음화된 서구교회의 지역에서 새로운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맞추어 신앙의 열정과 방식과 표현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뜻으로 신앙생활의 영적인 활성화를 의미하였다. 한편 새로운 복음화는 복음 안에서 새로워져야 한다는 의미로 문화, 사회, 경제, 과학과 기술, 정치분야 등 다방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오늘날 인류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며, 인류의 신앙 감각을 간파한 영성적 접근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것은 교회다운 교회가 되고,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이다. 왜냐하면 복음화는 교회의 본성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복음화의 뿌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은 교회의 성찰을 위한 “자기쇄신”과 “세상에 적응”이다. 그 이전 교회는 세상의 변화를 외치곤 하였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 자신부터 변화를 시작할 때 세상의 변화도 가능하다는 복음적 성찰을 했다. 이렇듯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혁신’을 위해서 교회 공동체가 먼저 복음으로 변화하고 ‘세상을 향해 활짝 열며’(Aggiornamento) 그 위에 교회의 완전하고 투명한 양심과 구조가 건설되어야 한다고 고백하였다.
1962년 10월 12일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열린 공의회, 그것을 계승한 교황 바오로 6세는 두 번째 회기 시작 연설에서 “이 공의회의 주요목적은 첫째 세상에 대한 교회의 인식변화, 둘째 투명한 교회건설, 셋째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하나로 재구성하는 친교공동체 건설, 넷째 현대 세상과 대화하는 교회”라고 선언하였다. 오늘날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의미와 그분을 선포한다는 뜻을 새롭게 발견한 공의회는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주님의 제자, 하느님 백성으로서 신앙인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공의회는 그러한 정당성과 의미를 한 인간이며 하나의 지극한 인격을 소유한 예수 그리스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결국 교회쇄신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개혁 없이는 불가능한데, 왜냐하면 어리석을 수도 있는 십자가 사건을 부정하면서 교회를 쇄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대전주보 제2159호 · 2012년 10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