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 전국조직을 만들어
우리의 권리는 우리 힘으로 찾아나갑시다
활동보조인은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제도의 한 주체입니다. 활동보조를 하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바로 우리 활동보조인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활동보조인이라는 존재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리 있었고 활동보조를 하고 있는 노동자 자신들도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거나 권리를 주장할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활동보조인들의 시급은 해가 바뀌어도 오를 줄을 모르고,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은커녕 노동법이 보장하는 각종 수당과 휴게시간, 복지제도 등에서도 소외되어 있습니다. 산재는 일상인데도 보험 적용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고, 일이 끊겨 실업상태와 다를 바 없는 처지로 전락할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들은 노동시간을 줄이자고 싸우고 있는 이 때 우리는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하기 위해 동료 활동보조인들과 경쟁해야만 합니다.
노동 현장에서 활동보조인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고, 1년을 일하면 고참 소리를 들을 만큼 이직율이 높아서 정부도 활동보조인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상황인데도 복지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돈 몇 푼 던져주고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을 경쟁시키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활동보조인권리찾기모임은 지난 해부터 활동보조인들이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차례 복지부를 찾아가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를 전달하였으나 이를 반영해야 할 복지부는 이름답게 복지부동입니다. 생색을 낸다는 것이 고작 시급 300원 인상, 그리고 심야와 주휴일 수당은 단돈 천원, 그것도 장애인의 바우처에서 잘라주면서 그래도 임금이 오르고 수당이 생겼으니 더 좋아진 것 아니냐는 것이 우리에게 돌아온 답입니다. 이제 우리는 동료들과의 경쟁도 모자라서 장애인과 수당을 놓고 눈치를 보며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복지부의 이렇게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리의 힘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전국 곳곳에는 활동보조인들이 작게나마 자조모임을 만들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모임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여기 계시는 선생님들은 잘 알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만 그친다면 우리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밖으로 나와 활동보조인이라는 이름의 직업이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 우리 권리를 찾기 위해 복지부를 붙잡고 요구해야 합니다.
- 진짜 사장 복지부가 활동보조인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제도를 직접 운영함으로써 질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책임을 다하라.
- 활동보조인에게는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장애인에게는 생활시간 보장하라
- 장애등급에 따른 서비스 이용 제한 폐지와 자부담 폐지하라
- 예고없는 연결 중단, 부당한 노동강요 방지를 위한 현실적 대책 마련, 차량이용에 따른 대책 마련 등 서비스 현장에서 겪는 노동자의 고통 해소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라
- 2인 파견시 시급 전액을 복지부가 지급하고, 근골격계 질환 등 산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
- 활동보조인과 이용자 모두에게 노동자의 권리와 자립생활 교육 등을 통해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라
또, 이제 우리 스스로 다짐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노동자의 권리는 누구도 아닌 자신의 힘으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뼈아프게 새겨야 합니다. 활동보조인 전국조직을 만들자는 것은, 활동보조인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흘러들고, 그렇게 모여든 어려움을 여럿의 힘으로 해결해 나감으로써, 활동보조일을 하면서 소진해 나가는 삶의 힘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샘을 하나 갖자고 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불만을 얘기하면 불평이 되지만 여럿이 한 목소리로 외치면 권리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권리를 요구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이름은 비록 '보조'이지만 우리는 장애인이 자립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가 행복해야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서비스 노동자가 함께 질 높은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데 장애인과 노동자가 나란히 주인공이 됩시다.
자, 이제 우리 목소리를 높여 외쳐봅시다.
- 장애인에게는 생활시간을, 활동보조인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라
- 진짜사장 복지부는 활동보조인을 직접 고용하고 월급제 실시하라
- 활동보조인 전국조직 건설로 노동자 권리 되찾자
2011년 9월 24일
활동보조인 한마당 참가자 일동
오프닝멘트_모임활동경과.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