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 과 “다름”의 차이
대왕중학교 2학년 6반 3번 김혜리
3월 13일, 15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한울공동체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
그날은 유달리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집합장소는 여의도 한강공원 노들 레스토랑. 늦을까봐 너무 일찍 나온 우리들은 아무도 없는 텅 빈 레스토랑에서 음식이름을 보며 재미있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
한참 막 장난치고 놀고 있을 무렵, 밖에서 엄마가 어떤 분들의 손을 잡으며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셨다. “한울 공동체”에서 오신 분들이라고 하셨다. 순간, 나와 친구들은 당황했다. 어떤 말을 건네고,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창피한 말이지만, 그분들이 너무 낯설어서 살짝 두렵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연장자 같이 보이시는 분이 고맙게도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이었다. 나와 친구들은 강남구 대왕중학교에서 왔고, 이름은 누구누구라고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러자 아저씨께서는,
“강남? 강남에는 대성생들 많지?” 하셨다.
나와 친구들은 다 아저씨 말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었다. 그 때, 엄마가
“아, 대학생들이요?” 라고 말을 이으셨다.
그러고 보니 “대학생” 이라고 들린 것 같기도 하였다. 금방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시는 엄마가 참 신기했고 존경스럽기까지 하였다.
아저씨를 만나고 우리는 한울 공동체의 톡톡 튀는 스타, 정일이 오빠를 만났다. 정말 어려보이시는 외모와는 달리(대강 20대 중반 정도로 보았다), 오빠는 무려 서른!!!
나름 예의를 지킨답시고 나는 정일이 오빠에게 “아저씨, 아저씨!” 하며 불렀더니 오빠는 “에잇,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하고 나를 나무랐다(?).
정말 유쾌한 오빠였다. 오빠는 카라의 니콜을, 특히 니콜의 엉덩이춤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또 좋아하는 가수가 있냐고 했더니, 2AM을 좋아한다면서, 갑자기 2AM 의 신곡, “죽어도 못 보내”를 바이브레이션까지 넣어 가시면서 참 맛깔나게 잘 부르셨다. 오빠는 최근에 유행하는 게임까지 다 알고 계셨고, 춤도 웬만한 가수보다 훨씬 잘 추셨다. 그러고 보니, 나는 생각보다 오빠와 통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좋아하는 가수도 비슷했고, 좋아하는 노래도 비슷했다. 한울 공동체 친구들은 당연히 이런 연예계 쪽은 잘 모를 거라는 고정관념을 뇌리에 박고 있었던 내 자신이 한층 더 부끄러웠다.
나와 내 친구 자윤이는 “주영순” 이라는 아저씨를 파트너로 맞게 되었다. 아저싸가 워낙 여성(?)스럽게 생기셔서 난 아저씨가 처음엔 여자인줄 알았다. 나중에 아저씨가 남자화장실을 들어가는 것을 보고 처음 알게 된 나였다.
아저씨는 과묵하셨다. 자윤이는 그것을 시크(chic) 하다고 표현하였다. 말 많은 나와는 달리 정말 말이 없으셔서 살짝은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내가 계속 혼잣말을 하듯 아저씨에게 말을 걸자, 가끔 아저씨는 몇 마디 대답을 해주셨다. 아저씨가 조금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지켜봐주신 것 같아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드디어 한강 유람선을 타러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배와 땅이 연결된 구간(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니 Pass!)에는 빨간색 카펫이 깔려있었는데, 나는 그걸 밟으며
“어, 우리 레드카펫 밟으면서 간다!” 라고 했다. 자윤이는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날 바라봤지만, 나는 내 개그에 만족해 혼자 웃고 있었다. 내 착각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저씨도 살짝 웃고 계셨다. 들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린 듯 마음이 편했다. 이제는 아저씨가 정말 우리를 편하게 느끼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람선 안에서는 일명 “정일이와 떨거지들” 팀이 장기자랑을 선보였다. 정일이 오빠가 메인이 되어 애프터스쿨의 Diva를 췄는데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의 실력이었다. 이걸 보이려고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지…….
한울 공동체의 공연이 끝나고, 대치동 자원봉사회에서도 답례로 춤을 선보이기로 하였다. 정일이 오빠가 가르쳐주는 춤을 따라하는 것이 다였지만, 안무가 민망했던 면이 없지 않아 있었기에 나와 친구들을 우리를 시킬까봐 맘 졸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휘문중학교 학생들과 중동중학교의 학생들의 “장기자랑” 이 끝난 후 대왕중학교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정말 창피했다. 춤을 추려니 민망하고, 그렇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좀 그렇고. 결국 우리는 무난하게 대왕중학교 교가를 불렀다. 사람들이 키득거리는 모습이 보여 얼굴이 새빨개졌다. 후다닥 공연을 마치고 제자리로 빨리 돌아왔다.
밥을 먹고 벌써 헤어질 시간이 왔다. 많이 아쉬웠다. 우리 파트너 아저씨와 더 많이 친해지지 못했던 점이 마음에 걸렸다. 별로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몇 시간 동안 나도 참 배운 것이 많았다. 아니,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속으로는 알지 못했던, 그런 것들 말이다.
나와 한울공동체 친구들은 다르다. 생김새도 약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내 친구들과 나도 서로 다르게 생겼고, 말투도 다르고, 하는 행동도 당연히 다르다. 부끄럽게도 나는 한울공동체 친구들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인 줄 알았다. 나와 하는 행동이 많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똑같이, 나와 행동이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말투도 다른 내 친구들은 유일무이한 존재이기에 다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마찬가지였다. 한울공동체 친구들도 하나의 생명이고 존재이기에 다를 뿐이었다. 일종의 개성이었던 것이다.
그저 시간을 때우는 봉사활동이 아닌, 무엇을 배우는 봉사활동이었기에 좋았다. 나와 조금 다른 새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좋았다. 그들은 나에게 즐거움과 고마움을 선사해 주었다. 이젠 나도 그들에게 즐거움과 고마움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더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첫댓글 ^^ 파트너였던 주영순님은 아줌마(여성)가 맞습니다^^
[김혜리]
아 그래요?
남자화장실 들어가시길래 오해했어요:)
죄송해요
혜리야! 공동체친구들이 우리와 다른것이지 틀린것이 아니라는뜻이구나!
너무 철학적이여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잘썼구나!!
"그저 시간을 때우는 봉사활동이 아닌, 무엇을 배우는 봉사활동이었기에 좋았다. 나와 조금 다른 새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좋았다. 그들은 나에게 즐거움과 고마움을 선사해 주었다. 이젠 나도 그들에게 즐거움과 고마움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더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 '틀림'과 '다름'의 차이, 너무 좋은 생각이네. 친구 자윤이한테도 한마디 부탁해...
[김혜리]
자윤이한테 전달할께요:)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세한 후기를 통해 그 날의 활동을 영화보듯 알게되었어요~ 혜리학생의 속 깊은 마음에 가슴이 찡해지네요^^
[김혜리]
감사합니다:)
쉽게놓칠수있는것들을혜리는깊은눈으로잘묵상하였네요...혜리에게박수를-^^
[김혜리]
다들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잘 썼다 혜리야ㅋㅋㅋㅋㅋㅋㅋ
늦어서 미안ㅋㅋ
나 누군지 알겠어??ㅋㅋㅋㅋ
아 나 퍼스나콘(?) 남자다ㅠㅠㅠㅠㅠㅠㅠ폭풍눈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퍼스나콘군도 간단하게 소감문 올려봐요
[김혜리]
ㅋㅋㅋㅋ체셔"군"ㅋㅋㅋ
퍼스나콘은못바꾸나?ㅇㅁㅇ
너두수기올려~
혜리가 많이 컸구나!!!.. 어쩜 표현력이 이렇게 풍부한지... 좋은 경험이 된것 같구나...앞으로도 더 많은 경험할 일들이 널 기다릴거야....혜리야 파이팅!!!...
[김혜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