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나무를 이용하여 단층으로 넓게 지어진 건물은 옆으로 레스토랑이 같이 붙어 있다. REI는 간판도 작을 뿐더러 입구도 좁아 보인다. REI는 전국적으로 몇십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 근처만 해도 3개의 점포가 있는 미국 전역의 장비점 체인이다. 버클리의 장비점은 그 중 작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REI를 들어서는 순간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입구는 계산대가3~4개정도 있고 그 안쪽으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계산대를 지나 우측으로는 캠핑 장비, 배낭,서적 등이 있고 왼쪽으로는 산악자전거,싸이클,카약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 사이에 클라이밍 장비와 의류들이 진열되어 있다. 동대문에 밀집된 우리나라 장비점들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정말 엄청난 곳이었다. 완전히 레저 백화점이다. 진열되어있는 장비들은 무척 다양했고 좋은 장비들 뿐이다. 클라이밍 장비도 일부 거벽 장비를 제외하고 왠만한 것들은 모두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상운이형은 썬글라스를 사고 난 진섭이 형 모자와 수통 케이스를 샀다. 상운이형은 $130짜리를 진열품 이라 해서 10% 더 할인 받았다. 그리고 등반 중 먹을 등반식으로 파워바, 파워젤 등 말로만 듣던 식량을 구입했다. 장비를 모두 고르고 계산대에 선 순간 우리는 뒤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 이었다.
진열된 장비에 적힌 가격을 환율계산해서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하는데 바빴던 우리를 당황하게 한 것은 Tax였다. 물건값의 약 8%가 세금으로 더해지고 나니 마치 박아지를 쓴 기분이다. 미국에서는 물건값과 별도로 항상 Tax가 붙었고 요세미티 벨리 안에서도 우리는 물건값에 Tax를 추가해 내야만 했다.
REI를 나온 후 상운이 형의 사촌 누님을 만나기 위해 사촌 누님이 경영하는 햄버거 가게에 갔다. 햅버거 하면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체인을 떠올리게 되지만 여기에서는 작은 규모의 햄버거 가게들이 많이 있는것 같다. 좁고 허름한 건물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햄버거는 이제까지 보았던 햄버거에비하면 무척 컸다. 이 햄버거 가게가 무척 오래 되었고 주변에서 소문난 유명한 가게라는 설명을 들었다. 매일 들어온 고기를 숯불에 구워 만든다는 설명도 함께 들었다. 그 큰 햄버거를 하나 다먹으니 남아있는 감자튀김은 도저히 먹지 못하겠다. 다른 사람들은 햄버거를 조금씩 남겼다.
점심을 먹은 후 요세미티에서 먹을 식량을 사기위해 오클랜드에 있는 한인 마켓으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오클랜드,버클리 등 중소 규모의 도시들이 붙어 있다. 그중 오클랜드는 최근에 한인들이 많이 몰리면서 한인 타운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곳이란다. 하지만 흑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근방에서는 우범지역이라고 한다.
부산마트라는 슈퍼마켓은 인터넷 싸이트도 별도로 있다고 한다. 마켓 안에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한국 식료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특이한것은 쌀이 무척 싸다. 10KG 짜리 하나가 단돈 $3 였다. 이천 쌀이라는 상표가 있어 우리나라 쌀로 생각하고 샀지만 밥맛은 좋지 않았다. 하긴 3달러면 운송료도 안될 가격이니 우리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다. 쌀은 찰기가 없어 늘 설익은 밥 같았다. 다음에는 조금 비싼 쌀을 사가는 것이 낳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란 것은 소주 값이다. 참이슬, 산 같은 소주 2홉들이 1병이 자그마치 4달러 우리 돈으로 5000원이나 한다. 소주를 사오지 않은 것이 어찌나 후회 되던지….
부산마트에서 빼놓지 말고 사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다름아닌 사과.. 공항에서 연락이 되지 않았던 이모님이 연락이 되어 부산마트에서 만났다. 필요한것 하나 사주신다고 해서 사과를 두 봉지(20개 정도)를 사주셨는데… 이 사과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 요세미티에서도 사과는 살 수 있지만 한국사과처럼 수분도 많지않고 맛도 없다. 그런데 부산마트에서 산 사과는 정말 맛있었다. 우리가 노즈를 등반 할 때 하루 1개씩 먹었는데 갈증 때문에 나머지 행동식이 거의 목에 넘어가지 않을 때 거의 유일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이 사과였다. 하산한 뒤에 사과가 먹고 싶어 요세미티에서 샀는데…정말 맛이 없었다.
장을 다 본 후에 권래형과 상운형은 상운형 누님댁에서 자고 우리는 이모님 댁에서 자기로 했다.
우리는 다시 Bay Bridge라는 다리를 건너 South San francisco로 향했다. Bay Bridge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다리이다. 샌프란 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와 함께 1930년대 세워진 다리라고 한다. 다리는 2층 구조로 되어있어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클랜드나 버클리로 갈 때는 아래층으로 가야 하고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갈 때는 윗층으로 통행한다. 편도 5~6차선은 되어보이는 넓은 다리인데 이미 1930년대부터 50년 후를 내다보고 지은 다리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지금보면 대단할 것 없는 다리지만 80년 전에 50년 후까지 내다보고 이렇게 큰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할 뿐이다.
베이 브리지를 달리는데 1987년경에 지진으로 다리의 일부가 주저앉은적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야구 월드씨리즈가 그 근처에서 열리기로 한 그날 일어난 일이라면서 설명해 주셧다.
베이 브릿지를 지나면 바로 샌프란시스코 중심가가 도로 옆으로 보인다. 30~40층은 되어보이는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중심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건물은 높지 않게 되어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특수하게 설계된 건물이 아니면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주로 목조건물들이 많은 것도 역시 지진때문이라고 한다.
이모님 댁에 잠시 들렀다 저녁식사와 금문교 구경을 위해 다시 나섰다. 어디를 이동하건간에 고속도로로 20~30분은 기본으로 걸린다. 금문교에 도착했을즘은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우린 반바지와 반팔 차림이었는데 저녁이되면서 태평양의 바람과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온 때문에 구경보다는 추웠던 기억 뿐이다.
우리나라 가을 날씨처럼 낮에는 햇살을 받아 따듯하고 밤에는 무척 쌀쌀해진다. 요세미티에 오기 전 덥다는 말에 우리나라 여름날씨를 생각 했던 우리는 등반 중에도 추위 때문에 잠을 많이 설치기도 했다. 첫날부터 이 낯선 기후를 경험하고 있는것이다.
금문교에서 사진을 찍고 고려정이라는 한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고기가 우리나라보다 맛있었고 사장님이 낚시로 잡아왔다는 자연산 광어의 맛은 일품이었다. 4명이 갈비를 먹고 나왔는데 100달러 가깝게 나왔다. 정말 비싸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어두운 거리에서 흑인들이 랩으로 노래를 하는지 서로 싸우는지 모를 정도로 노래하며 이야기 하고 있다. 노래라고 보기에는 너무 살벌해서 그 자리를 피해 다시 이모님댁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친척맞이를 하신다는 이모님은 밤 깊도록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셨고 우리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안주로 준비한 ‘쓰시’라는 일본식 회를 내 놓으셨는데 미국서는 우리와 같은 활어회를 먹지 않아 ‘쓰시’라 하면 냉동 참치 정도뿐이라고 한다. 싱싱한 활어회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입맛이 맞지 않아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밤 깊도록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1시가 넘어 잠을 잘 수 있었다.
7월 24일 오후 5시 20분에 인천을 출발하여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7월 24일 오후 12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했으니 정말 긴 7월 24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