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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처럼 쉬운 GPS 사용법
오레곤 300의 등고선 지도 화면.
GPS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의 약자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벌써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GPS에 대한 편견이다. 즉 쉽다는 얘기다. 말로써 쉽게 푼다는 게 쉽지 않을 뿐이다. GPS 들고 산에 한번 가면 게임 끝이다. 산행에 직접 써보면 어렵지 않은 게 GPS다. 그러나 비싼 장비다 보니 ‘한번 사서 써보자’하고 바로 손이 가진 않는다. 써본 사람한테 물어봐야 하고 인터넷 뒤져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참고도 해야 한다. 고가의 장비이니 그게 맞다. 등산에 대입하면 산에서 내 위치를 알게 해주는 장비인 것이다. 독도법의 기본이 현재 자신의 위치를 구하는 것이니 산행에 딱 맞아떨어지는 편리한 기계다. 산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 GPS를 샀다고 해서 산행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산행을 알고, 독도법을 알고, 악천후에 산에서 무용지물이 된 지도와 나침반을 원망해본 사람이 썼을 때 날개 같은 기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GPS는 초보자보다 중급자 이상의 산꾼들이 많이 쓴다. 자이언트트레킹의 이사인 홍장천(52)씨로 1대간 9정맥을 완주한 안내산악회의 산행 가이드다. 산 경력으로 따지면 국내외 산행과 암벽등반까지 두루 해온 베테랑이지만 GPS를 사용해보는 건 이날이 처음이다.
네베상사에서 수입하는 최신 모델로 스크린터치 방식. GPS를 받아든 홍장천씨가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퍼붓는다. 다만 여기서는 GPS 조작법보다 큰 틀에서 GPS의 이해를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출시된 GPS마다 사소한 조작법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홍: GPS를 켜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길을 알려주나요? 기술적으로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컴퓨터로 복잡한 조작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없습니다. GPS가 만능이라 생각하는 건 잘못이며 결국 전자기기일 뿐입니다. 모든 결정은 사람이 내리는 것입니다. 산행에선 지도라는 큰 틀을 가지고 어떤 코스로 갈지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지도와 나침반을 볼 수 있어야 GPS의 개념을 이해해 산행의 큰 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구기동에서 비봉을 가고자 하면 비봉을 찍은 후 출발을 누릅니다. 그러면 현 위치에서 비봉까지의 직선거리가 표시되고 나침반 화면에서 GPS를 수평으로 눕히면 가야 할 방향을 화살표가 가리킵니다. 이렇게 대강의 방향을 잡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나침반 화면의 화살표는 직선 방향이므로, 꺾이고 휘어지는 등산로의 특성을 스스로 이해해서 갈림길이 나왔을 때는 이정표와 지형을 종합해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이럴 땐 전원키를 짧게 누르고 잠김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바뀌지 않습니다. 해제하는 것도 같은 방법입니다. 우리 목적지가 저쪽에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때 지도 화면을 보면 현위치가 표시되므로 앞으로 갈 길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비등산로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직선 방향으로 헤쳐나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1 들머리에서 코스를 확인하는 홍장천(왼쪽)씨와 문양호 강사. 2 선택한 목적지(승가사)와 같은 방향을 알려준다. 3 현 위치 주변에서 가까운 곳을 검색할 수 있다. 스크린 터치 방식이라 목적지를 누르면 직선거리와 방향, 소요시간 등이 표시된다
알아두자 ‘트랙백’ GPS로 산행을 하면서 걸었던 경로를 데이터로 남길 수 있는데 이것을 트랙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다녀온 트랙을 자신의 GPS에 입력, 거꾸로 다시 가기를 택하면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선답자가 지나간 길을 똑같이 알려주고, 예정된 길을 벗어날 경우에도 알려준다. 트랙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인터넷에서 해당 산의 트랙을 설령 찾았다 해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코스와 딱 들어맞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은 사람이 남긴 1대간 9정맥의 트랙 데이터라 해도 선답자의 성향에 따라 어떤 곳은 봉우리를 우회한다거나 양갈래 길에서 다소 엉뚱한 우회로를 택할 수도 있다. 결국 산에서 길을 찾는 능력은 반복된 등산 경험을 통해 키울 수 있는 것이며, GPS는 그 능력을 보조해 산길을 정확히 찾아갈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비봉을 목적지로 찍었죠. 액정을 보면 2.5km 남았다고 나오네요. 여기에 20%를 더해 3km 남았고 1시간30분 정도 남았다고 얘기하면 됩니다. 오르막이냐 내리막이냐 평지냐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사람의 축적된 GPS 트랙을 분석해보면 산에서 2km 가는 데 평균 1시간이 걸립니다. 그 정도 더 잡아주면 거의 실거리에 가깝습니다. 한 예로,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실거리는 26km, 직선거리는 19km입니다. 그럼 20%를 더하면 22.8km로 26km에 근접하죠. 이보다 짧은 5~6km 거리에서는 오차가 몇백 미터나 1km 정도로 줄어들죠.
이것을 웨이포인트라고 한다. 웨이포인트 기록 버튼을 누르면 저장 순서에 따라 ‘001’부터 숫자 순으로 저장된다. 한글로 저장할 수도 있지만 산행 중 멈춰 서서 일일이 한글 버튼을 누르고 있기 불편하므로 메모지에 ‘001 갈림길’하고 적거나 머릿속에 기억해둔다. 웨이포인트가 기록된 곳은 GPS로 다시 찾아갈 수 있다.
실전 GPS 활용법
1 위성 수신 상태를 확인하라. 산행 시작 직전, GPS를 켜고 제대로 세팅이 되어 있는지 충분히 확인한 후 출발해야 한다. 위성 화면을 통해 GPS의 위성 수신율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오레곤 300의 경우 메인 메뉴→설정→고도→고도계 보정, 설정→방위→나침반 보정 순으로 하면 된다. 도로지도가 설정된 경우에는 산에서 GPS를 켜도 등고선이 표시되지 않는다. 산행 전 지도 화면에서 지형도가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고 아니라면 메인 메뉴→설정→지도→사용할 지도 선택의 방법으로 지도를 바꿔두어야 편하다. 그러나 지난 산행의 기록이 남아 있다면 현재 산행정보가 지난 산행정보에 덧씌워진 게 되므로 원하는 현재 산행정보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산행 시작 전 트립컴퓨터를 초기화해야 제대로 된 현재 산행정보를 볼 수 있다. 설정→재설정→이동데이터 재설정 트랙 로그를 켜면 자신이 걸어간 기록이 GPS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반대로 꺼져 있으면 산행 후 기록이 남지 않는다. 설정→트랙→트랙 로그→기록 지도에 표시 독도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므로 처음 가는 산이나 오지산행을 할 때는 활용하는 게 좋다. 계곡 갈림길이나 능선 등 명칭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목적지는 지도화면에서 해당 지점을 터치한 후 ‘출발’버튼을 터치하면 된다. 좌표가 기록에 남게 되므로 다시 찾아갈 수 있으며 트랙의 활용도를 높여 다른 이들의 산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어떻게 조작해야 현 좌표가 표시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오레곤 300에서는 메인 화면에서 위성 안테나를 누르면 현 좌표가 나온다. 한겨울에 추울 때는 전지가 평소보다 더 빨리 없어지므로 만약을 대비해 여분의 건전지를 준비해야 한다. 산에서는 건전지 무게도 짐이 될 때가 있으므로 산행 전 새 건전지로 교체하고 여분까지 챙기는 게 좋다. 헷갈리는 갈림길 같은 데서는 GPS를 바로 확인하라. 일행을 따르기에 급급해 GPS 볼 사이도 없이 가다 간 엉뚱한 길로 들기 십상이다.
GPS에 디카 기능이 없어도 휴대폰이나 다른 디카로 찍어뒀다가 촬영시간을 트랙과 대조해보면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GPS를 켜고 산행을 하고 있어서 우리가 걷는 동안에는 이 길이 데이터화된 점으로 찍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GPS도 많이 써봐야 이해도가 높아지고 활용 폭이 커집니다. 특히 안개가 끼거나 눈이 내리거나 야간 악천후 때 산행을 하면 GPS의 편리성을 실감하죠. 만약 산행 중 조난을 당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포천 운악산에서 산행을 하고 있었는데 뇌졸중 쇼크상태에 빠져 일행이 쓰러진 것을 GPS 좌표를 알려줘 헬기로 20분 만에 구조했습니다. 만약 GPS가 없어 좌표를 알려주지 못했다면 헬기 조종사나 119구급대원들이 산의 지명이나 바위 이름 같은 걸 세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시간이 오래 걸려 생명이 위독했을 겁니다. 특히 오지산행을 세게 하는 분들은 항상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응급구조체계가 잘되어 있기에 GPS로 내 좌표만 알려주면 살 수 있습니다. 오레곤 300에서는 안테나 표시를 누르면 현재 좌표를 알 수 있습니다. 컴퓨터 얘기를 하면 머리 아파하는 사람도 있는데, 용도에 따라 활용가치가 달라지므로 본인이 편한 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휴대폰에서 기본적인 통화기능만 사용하고 문자 송수신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날씨에 따라 더 빨리 닳을 수 있으니 여분을 준비해야 합니다. 가급적 충전지를 쓰는 게 더 경제적입니다. 지워도 외장 메모리에 자동으로 백업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산에서 사고 발생시에는 GPS가 블랙박스 역할을 합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국내 전파법상 그렇게 기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좀 더 산행대장 역할을 잘하자면 산행 전, 컴퓨터 GPS 프로그램으로 갈 코스를 프린터로 출력해서 나눠주면 좋겠죠. 위성지도시스템인 구글어스로 보여주면 3차원 입체화면으로 산행 코스를 보기 좋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GPS에는 우리나라 등고선 지도만 내장돼 있으므로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다만 도로지도는 대부분 있으므로 여행시에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산행할 때도 국내처럼 액정에서 등고선은 없지만 산행 후에 다녀온 루트를 구글어스로 확인하거나 등정 증빙 참고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 신모델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신모델을 기다리다간 계속 기다리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 사용자들은 내가 쓰고자 하는 용도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고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능이 많고 최신품을 우선시하는데 그 전에 먼저 내가 쓰고자 하는 용도를 생각해야 합니다. 편리한 부분도 많고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전반적으로 산행에 안정감이 드네요. 재밌기도 하고요.
오레곤 300의 경우 AA건전지 2개를 넣는다. 다양한 산행정보를 알려주는 트립컴퓨터 화면. 배낭 끈 상단에 거치해야 수신이 잘된다
GPS 대중화는 이제 시작일 뿐”
GPS 전문가라고 하면 왠지 도시적이고 까다로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들지만 그를 만나면 딴 나라 얘기가 된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환한 미소가 푸근한 문양호(41) 강사다. 한국등산학교와 한국산악회등산학교에서 GPS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국내의 몇 안 되는 GPS 강사 중 한 명이다. GPS 강의를 한 지는 10년, 등산학교에서 강의한 지는 5년이 되었다
문 강사의 고향은 경남 함양이다. 그래서 지리산을 가장 좋아한다. 산에 재미를 붙인 것은 친구 따라 대학 산악부에 들면서부터다. 막상 산에 다니니 친구는 나가떨어지고 그는 산행이 적성에 맞았다. 그리곤 1996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곳이 네베상사였다. 당시 회사에선 고도계를 수입하고 있었고 GPS를 수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GPS에 대한 공부가 시작되었다. 다 영어로 되어 있는 데다 당시 GPS는 좌표만 나왔기 때문에 사용하려면 독도법은 물론 좌표를 통해 위치 찾는 것을 계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쓰기엔 어려웠으므로 고객들에게 일일이 교육을 했고 이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GPS 강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GPS가 대중적인 장비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거죠.”
5년이 걸린 이 작업을 해낸 게 “가장 뿌듯했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시일이 걸린 것은 그런 시도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정부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혹여 이것이 안보에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결국 허가를 얻어 GPS용 한국디지털지형도를 출시하게 됐다. 제법 큰 투자비용이 들었고 아직도 그때 든 비용을 만회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GPS 시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처음 GPS를 도입할 때 무모하다고 했던 장비점 사장들이 이젠 GPS를 구매하기에 이른 것이다. GPS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이룬 변화였기에 요즘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 “열심히 하긴 했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참 쉽죠”를 연발하는 GPS 전도사, 문양호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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