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할 때에는 실물경제나 기업실적 또는 증권시장의 자금수급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내년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든지 아니면 기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든지 아니면 연기금 등의 주식투자 확대나 금리인하 등과 같이 증권시장의 자금수급 사정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물경제에 대한 전망 여부에 관계없이 사실 주식가격의 결정메커니즘이나 주가지수에 대한 기본적 개념부족에 기인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 예컨대, 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대표하는 대표기업(representative firm)을 상정해보자. 이 대표기업의 시가총액은 상장기업 전체의 시가총액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이 대표기업의 가치가 1,000이고 주식을 100주 발행한다면 1주당 가격은 10(=1,000/100주)이 된다. 그런데 이 대표기업이 1년 후에 100의 순이익이 발생했다고 하자. 그 경우 이 대표기업의 주가는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상식적으로는 기업가치가 100만큼 증가했으므로 1주당 가격도 11(=1,100/100주)로 올라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이 대표기업이 순익을 전액 배당을 한다고 하자. 그 경우 1주당 주가는 배당락을 반영하여 10(=(1,100-100)/100주)으로 이전과 동일하게 된다. 말하자면 결과로만 볼 때, 대표기업의 순이익이 100이나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기업의 주가는 여전히 10으로 불변인 것이다. 이것은 주가 또는 주가지수를 실물경제와 연계시켜 상승 여부를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하겠다.
이미 본 포럼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의 경우 배당성향은 지난 1970년 이후 연평균 8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내년도 실물경제에 대한 전망과 다우지수나 S&P500지수 또는 나스닥지수를 연계시켜 주가지수 상승여부를 주장하는 것은 한 마디로 쓸데없는 헛수고를 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기업실적 전망을 아무리 열심히 조사하고 분석하여 호전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미국기업들이 실적호전 결과를 모두 100% 배당으로 지급해버리면 주가지수는 당연히 배당락을 반영하기 때문에 주가지수가 기업실적 호전과 연동하여 상승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한국의 KOSPI나 일본의 TOPIX 또는 미국의 S&P500은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가중치를 각각의 1주당 주가에 곱한 가중평균 주가지수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닛케이지수나 미국의 다우지수는 단순평균 주가지수이다. 즉, 닛케이지수는 225개 종목 주가의 단순평균한 지수이며 다우지수는 30개 종목 주가의 단순평균한 지수이다. 단순평균 주가지수는 가중평균 주가지수에 비해 더욱 더 실물경제와의 연동성이 왜곡되기 쉽다.
그런가 하면, 만일 상기 기업이 현금배당을 하는 대신에 주주들에게 무상증자 형태로 배당을 한다고 하자. 그 경우 10주(=100/10)의 무상증자 주식이 주주들에게 배당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시가총액은 발행주식 총수가 110주에 1주당 주가가 10이므로 1,100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 기업의 주가는 기업실적이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으로 변하지 않게 된다. 이 경우 다우지수나 닛케이지수와 같은 단순주가지수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
어디 그뿐 만인가. 기업이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분할 등 발행주식 총수를 늘릴 경우에는 기업의 시가총액은 불변이지만 주식발행수가 증가한 만큼 1주당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게 된다. 이 경우 역시 다우지수와 같는 단순주가지수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경제의 기본원리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감각적으로 몇 가지 경제지표간의 계열상관만을 바탕으로 주가지수 전망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일인 것이다. 바로 이렇게 때문에 경제이론을 올바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학문적 이론체계와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면 논리적으로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지 깨닫지 못하게 된다. 그 경우, 논리적 근거나 설득력이 없는 주장과 추측성 주장이나 선동만이 난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실물경제 변화와 주식시장을 올바로 연계시키는 방법은 실물경제 변화와 주가지수와의 상관분석이 아니라 실물경제 변화에 주식투자수익률과의 상관분석이 올바른 것이다. 주식투자 수익률은 단지 시세차익 외에도 배당수익과 유무상 증자와 같은 변수들을 모두 반영하는 지표인 것이다. 배당을 늘리면 시세차익이 줄어들고 배당을 줄이면 시세차익이 늘어나는 것이다. 즉 배당과 시세차익간에는 완전한 (-)상관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계에서는 실물경제와 주가와의 연계에 대한 분석은 실물경제지표와 주가지수와의 연계관계 분석이 아니라 실물경제지표와 배당 등을 감안한 실질 투자수익률과의 연계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경제학 이론체계와 개념을 먼저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자세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학문적 겸손함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첫댓글 그렇군요, 실물경제지표와 주가지수와의 연계관계 분석이 아니라 실물경제지표와 실질 투자수익률과의 연계관계 분석이 중요하군요. 그런데 사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주가지수 변화보다는 개별 주식의 수익률에 집중하게되지요. 그런 면에서 주가지수의 왜곡성에 크게 영향받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소장님의 비판은 제가 올린 글과 같은 실물경제지표 변화와 주가지수의 변화를 연계시키는 증권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예측을 향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소장님의 글은 어느 글이건 그렇지만, 심지어 댓글조차도, 제게 가르침을 주지 않는 글이 없네요. 감사 또 감사합니다.
소장님.... 휴일에도 출근하세요 ? 아님 댁에서 컴퓨터로 답변을 올리셨어요 ? 좀 쉬세요 !!! 저는 어제와 오늘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Ⅲ>를 보면서 정신적 충격과 지적 호기심의 충족으로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마눌님은 거의 지금 인내의 한계치에서 폭발하려고 합니다...【국민연금의 근본적 개혁방안】대목을 읽으면서 KO 당하기 직전입니다. 소장님과 연구원님들의 고생 덕분으로 너무나 훌륭한 책을 보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미시적인 분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한다고 말할때는 개별기업의 주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전체상장기업의 주가가 상승추세에 놓이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각기 기업들만이 사정이야 다들 다르겠지만 경기의 상승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그많은 상장기업들의 전체적인 주가추이가 상승추세에 놓이기는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배당율에 대해서는 소장님의 지적이 맞는듯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실상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할시에는 절반은 배당금을 지급하고 절반은 자사주매입이 형태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우회분배를 하는 성향이 강하지요
그이유는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상승에는 배당과는 다르게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또한 기업의 대주주 역시 내부지분율이 높이지니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되구요. 결국은 주주들과 대주주들이 상호이익이 맞아서 발생하는 현상이지요. 사실상 주가를 경기의 선행지수라 하는 것도 주가상승이 소득증대로 이어져 경기상승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닌 주가지수는 경기의 예고지수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영화로 치면 주가는 경기의 예고편에 속할 것이고 경기등락의 모든 재료가 압축되어 내장된 성질의 지표가 주가라는 것이지요. 지속적인 주가상승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풍부한 유동성과 높은
기업실적 경제지표의 호조 등등이 합성되어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이 재료들은 곧 경기상승을 이끌어내는 재료들과도 동일합니다. 고로 주가지수가 대세상승한다 함은 조만간 실물경기가 호조를 보일 것이란 것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이유는 주가지수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상태에 섬세하게 영향을 받는 지표이므로 그만큼 현 경기상황의 체감온도에 빨리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고로 경기정황에 빠르게 반응하는 주가지수가 경기등락을 먼저 예고하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도 주가지수와 같은 모습을 띄게 되는 것이 바로 주가지수가 경기선행지표로써 평가를 받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다소 이견이 있지만 소장님의 글은 새겨들을 가치가 있는 매우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이 적응적 기대를 가지고 있느냐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느냐라는 견해로 크게 갈리어 보입니다. 주가지수에 대한 예측과 관련해서는 90년대 후반부터는 Behaviral Finance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경제학도 중 증권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Traditional Fiance가 아닌 Behaviral Finance에 관심을 더 두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을 무시한채 주가의 파동을 만드는 요인이 아닌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dynamic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입낟. 우리에게 흔한 종합주가지수를 두고 시장이 좋다 나쁘다 좋아진다 나빠진다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실물 경제를 바라보는 여러 창 중에 하나로 보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 주가지수는 시가총액 방식입니다. 대한민국의 10대 수출품목 중 1등이 반도체요, 2번째가 자동차입니다.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이 16.2%, 하이닉스가 2.4%, 현대자동차가 3.1%, 기아차가 0.79%, 현대모비스 1.24%, 쌍용차 0.08% 정도입니다. 기타 무수한 종목들이 생략되었지만,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회사 시가총액은 18%, 자동차 회사는 5% 남짓됩니다. 결국 실물경제의 구조와 주가지수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할 때 일부 옳을 수도 있겠으나 그 크기까지 예측하는 것에는 큰 무리로 보고 있습니다.
고로 전문가라고 하지만 예측범위를 벗어나는 실적 호조(Surprise)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가령 00회사에 계시는 00환 사장의 경우 종합지수가 1만포인트 갈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 걸 신문에서 본적이 있는데, 제가 보기엔 일반인에게 심리적 충격을 줄 뿐 그 근거도 희박할 뿐더러 선동적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실물경제의 참여자와 주식시장의 참여가는 일부 교집합을 보이는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저는 추측합니다. Behaviral Finance에서 볼 때 친근한 기업(Familirarity)와 대표성이 있는 기업(Representativeness)에 투자 비중을 더 가져간다고 하지만, 투자 비율의 문제일 뿐 시장참여자의 투자규모에 대한 언급은
없기 때문입니다. 김광수 소장님의 증권시장 투자에 대한 철학이 일부 엿볼 수 있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자산가격결정에 관한 경제학적 이론은 지난 60년대 현대적 투자이론이 등장한 이래로 기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습니다. 상기 이야기는 저의 개인적 철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분석의 논리적 일관성을 강조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