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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 13 - 서둘지마, 기다려, 이루어질꺼야.
씬1. 애라의 셀프 카메라 화면 (D)
주변 풍경이 예쁜 공원. 흔들리는 카메라 화면으로 애라의 모습이 잡힌다.
손거울로 자기 얼굴 비춰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다가 화면 손으로 막으며,
애라 : 잠깐만. 아직 안됐단 말야.
유미 : (캠코더 내리며) 빨랑 빨랑 좀 해. 영화반 카메라 들구 나온 거 알면 흥수한테 맞아 죽는단 말야.
안그래두 심장 떨려 죽겠는데...
애라 : 알았어. 알았어. 시작해.
유미 다시 캠코더 눈에 갖다 붙이면, 다시 카메라 화면으로 바뀌면서.
애라 : 안녕하세요? 저는 동광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구요, 이름은 정애라 입니다.
자 그럼, 애라의 춘하추동 패션제안! 먼저 봄부터 출발해볼까요? (이쁘게 미소짓는데서)
씬2. 셀프카메라 화면 - 몽타쥬성 (D)
병아리 색의 화사한 봄옷을 입은 애라의 모습.
애라 : (E) 애라를 닮은 봄은,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심플하고 산뜻한 노란색!
화면 바뀌면 어느새 갈아입은 흰색의 여름옷에 팔랑거리는 모자를 쓴 애라모습.
애라 : (E) 여름탈출! 보충수업 때문에 바다엔 못가지만 도심 속의 여름은 더욱 활기찰 수 있다는 사실! 어때요? 시원하죠?
애라의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이 화면에 담기는데서...
씬3. 우체국 (D)
애라 소포 용지로 포장된 비디오 테입 위에 우표를 붙이고 있다.
완성된 소포를 멀리 떨어뜨려 놓고 보더니 흡족한 미소 짓고는 창구로 간다.
소중한 물건 다루듯이 우체국원에게 넘기고 돌아서는 애라.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환하게 미소짓는데서,
타이틀 ‘서둘지마, 기다려, 이루어질꺼야’
씬4. 학교외경 (D)
작열하는 태양. 그 속에 녹아내리듯 흐물거리고 있는 교사.
씬5. 교정일각 (D)
태훈과 형주 캔음료 마시며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형주 : 이유가 뭐야?
태훈 : 이유 없어. 그냥 가기 싫어졌어.
형주 : 어째 이유가 너무 많다는 얘기루 들린다?
태훈 : ? (보면)
형주 : 넌 이유없이 뭘 싫다고 하는 놈이 아니거든. 첫째, 둘째, 번호 붙여가며 싫은 이율 펼치는게 니 취미 아니었냐?
태훈 : (웃고는) 그러는 넌 왜 안가냐. 어학연수 가는거 좋아했잖아.
형주 : 여름이라 그런가...? (음료수 마시는데 비어있다) 슬슬 공부가 싫증난다.
(멀리 있는 쓰레기통에 빈캔 골인시킨다) 꾀두 좀 생기구.
태훈 : ? (본다)
형주 : 작년이야 어학연수 끝나구 남는 시간에 여행하는 맛에 갔지만 올핸... (피식 웃고는)
엄마가 짜논 스케줄 보니까 연수가 아니라 지옥훈련이더라. 갑자기 반항이 좀 하구 싶어지더라구.
태훈 : 니가 그런다구 두구만 보실 분이 아닐텐데.
형주 : 진로가 좀 헷갈린다구 했거든. 내년이면 고삼인데 진지하게 진로고민 좀 해본다구 했지.
태훈 : (알만하다는 듯이 픽, 웃으며) 그래서 느이 엄마가 백기를 드셨구나.
형주 : ? (보면)
태훈 : 느이 엄마 니네 형제들 인생 스케쥴을 미리 다 짜놓으신 분이잖아.
억지루 보냈다가 니네 작은형처럼 방향 확 틀어버리면 어쩌나 겁 먹으신거라구.
형주 : (웃고는) 이젠 니 차례야. 뭐야 안가는 이유가?
태훈 : (장난스럽게) 오늘 진도는 여기까지다.
형주 : 한태훈.
태훈 : (O.L) (웃으며) 논리적으루 정리되면 말해줄께.
형주 : (보는)
씬6. 2학년 5반 교실 (D)
들어서는 태훈과 형주. 태훈, 자리에 앉으며 슬쩍 지민 쪽을 본다. 형주 그런 태훈을 놓치지 않고 본다.
성제 앞 자리에 앉아, (흥수는 지민 책상에 걸터앉아 있고) 영화제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 나누고 있는 지민.
그 옆에서는 애라네 수다가 한창이다.
흥수 : 기획사에 또 프로필을 보냈단 말이야?
애라 : 응. (흡족하게 웃으며) 자기 피알(PR) 시대에 발맞춰 셀프카메라를 찍어 보냈다는거 아니니 내가.
흥수 : 대한민국에 아직두 니 사진 못 받은 기획사가 남아있디?
애라 : (대꾸않고) 어으, 이 놈의 보충수업만 아니면 모델스쿨에 다닐 수 있는건데.
흥수 : 쯧쯧. 공부를 저렇게 하면 서울대를 수석으루 들어가지 싶다.
용구 : 그러지 말구 형주 한테 한 번 부탁해보지 그래?
애라 : 형주...? 제우스 김형주 말야?
용구 : 어. 개네 작은형이 기획사 사장이잖아. 몰랐어?
애라 : !
지민 : (와서 앉으며) 애라야, 우리 영화제 예산안 있잖아,
애라 : (무시하고 눈 반짝이며) 기획사 이름이 뭔데?
용구 : K기획.
지민 : (목소리 좀 더 크게) 정애라. 우리 예산 말야,
애라 : (O.L)(눈 똥그래지며) K기획?
유미 : 우와, K기획이면 완전 스타 양성소 아냐. 시스템이 거의 대기업 수준이구,
우리나라 삐까뻔쩍한 스타들은 다 거기 소속인데.
지민 : 야. 정애라.
애라 : 개 한테 그런 형이 다 있어? 재네 형들 다 의사라구 들었는데?
지민 : 야! (좀 싫증나서 보다가, 관두자 포기하고 노트 펼치는)
용구 : (제우스라도 되는 냥 아는 척) 유일하게 날나리 피가 끓고 있는 형이 한명 있어.
의학공부하러 미국 갔다가 진로를 휘리릭 바꿔서 그 기획사 차렸다가는거 아냐. 생각있음 부탁해 봐 한번.
정연 : 야 이용구 그만해. 애라 너, 스타두 좋지만 재들한테 아쉬운 소리같은거 하지마. 괜히 자존심만 상하니까.
슬쩍 뒤를 돌아보는 애라...
정돈된 자세로 앉아 책 읽고 있는 형주, 문득 시선 느끼고 고개 들면 애라 흠칫 놀라 얼른 돌아 앉는다.
형주 무표정으로 보다가 다시 시선 책으로...
씬7. 교무실 (D)
땀에 푹 젖은 일평 힘없이 터덜터덜 들어와서는 책상 위에 교재 툭 던져놓더니 의자에 철퍼덕 고개 젖히고 눕는다.
일평 : 끄으응 사람 죽인다 죽여.
복만 : (웃으며) 그러게 방학동안 헬스라도 다니면서 체중조절을 하시라니까요.
일평 : 헬스 같은 소리 하구 있네. 아, 돈주구 땀 뺄 일 있어? 교실에 들어가 있음 절루 흐르는게 땀인데.
광도 : 맞습니다. 그러라구 체력단련비 대신 보충수업 시키는거 아닙니까.
일평 : 체력단련비구 나발이구 간에 에어컨이나 집채만한 거 들여놔 줬음 좋겠네.
이건 교실이 아니라 완전 한증막이야 한증막. 복날 냄비에 끌려 들어가는 멍멍이 심정이 어떤건지 통감한다니까.
교사들 : (웃는다)
유란 : 애들두 고생이죠 뭐. 진 다 빠져서 흐물대구 있는거 보면 안쓰럽더라구요.
민주 : 아으. 우리나라두 외국처럼 여름방학이 길면 좋을텐데. 선생님들은 재충전 하면서 다음 학기 수업 준비하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 나름대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걸 스스로 찾아 배우면서 적성 개발에 힘쓰구.
광도 : 그런 꿈같은 소린 관두구, 이따가 끝나구 백숙이나 한그릇씩 먹으러 갑시다.
단체루 순직하기 전에 우리끼리 몸보신이나 하자구요.
복만 : 어, 거 좋은 생각이네요. 제가, 요 아래 맛깔스럽게 잘하는 집 하나 뚫어 놨거든요.
(오바하며) 아, 인삼이 기냥 팔뚝 만한게 들어가더라구요.
교사들 : (웃는데서)
씬8. 결
씬9. 2학년 5반 교실 (D)
유란, 칠판에 수학 문제 적고 있고. 필기하거나, 자거나, 바지 걷어 부치고 부채질 하거나... 더위 때문에 축 쳐진 아이들의 모습.
그 속에 지민 또랑또랑한 얼굴로 노트에 ‘조명 대여비, 편집기 사용료....’ 등을 적어가며 대충의 예산 잡아 보고 있고.
애라와 유미, 책상 밑에 잡지책 한권씩 숨겨 보고 있다.
유미 : (잡지에서 정우성 사진 발견하고는 애라 툭툭 치며) 넘 멋있지?
애라 : 어머. 우성이 오빠 아냐. 인줘봐. (뺏으려) 인줘봐아.
유미 : (안 뺏기며) 나 아직 다 안봤단 말야. 이따 봐아.
애라 : (뺏으며) 내꺼잖아 이거어. (실랑이를 벌이는데)
유란 : (확 돌아보며) 누구야!
순간 유미 놀라서 한귀퉁이 잡고 있던 잡지 놓치면, 그 탄력에 의해 그대로 휘익 날라가는 잡지.
유미 : (얼른 후다닥 줏어드는데)
유란 : 자알 한다. 자알 해. 그거 이리 내.
애라 : 선생니임...
유란 : 얼른 안내놔?
애라 : (울상이 되서 잡지 주고)
유란 : 안그래두 너 내가 한 번만 더 걸려라 벼르구 있던 중이었어. 이번이 몇번째니 도대체.
애라 : ...
유란 : 수업시간에 딴 책을 보려거든 좀 수준 있는걸 봐. 내년에 고3 되는 녀석이 아직두 이딴 책이나 보구,
이런 책 읽다 걸리면 챙피하지 않니 넌?
애라 : (억울한 표정 위로)
애라 : (E) 이딴 책?
씬10. 영화반 (D)
영화반 아이들 자료 보고 있고, 애라 열올라서 씩씩 대고 있다.
애라 : 연기자를 꿈꾸는 사람이 다른 연기자 한테 관심 갖는게 뭐가 잘못이야? 아, 뭐가 잘못이냐구우!
흥수 : (귀 후비며) 아, 귀따거 그만해.
신화 : 니 꿈이 연기잔지 모르구 한 말씀이잖아.
성제 : (달래듯) 그래 그래. 자, 이제 그만하구. 회의 하자 애라야 응?
애라 : (혼자 열 받아 있는데)
지민 : (들떠서) 자자 여러분, 드디어 꿈에 그리던 영화제작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 : (책상 두드리며 오우우우-! 의욕에 찬 환호성)
흥수 : (벅차서) 왜 이렇게 가슴이 벌렁거리냐. 고딩영화의 신화가 창조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뇌리를 쥐어 뜯고 간다 야.
아이들 : (웃고)
성제 : (의욕에 찬) 이번엔 정말 고딩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작을 한번 만들어보자.
아이들 : (주먹 불끈 쥐며 자신에 찬) 아쟈!
지민 : (성제, 정연 보며) 수정고는 준비 잘되구 있겠지?
정연,성제 : 오케이!
지민 : 카메라. 시범 촬영 해봤지?
흥수 : 예 써!
지민 : 신화는 나랑 같이 기획이랑 감독을 분담 할꺼구... 참, 분장 도구는 다 찾아놨어?
유미 : 당근이지.
지민 : 문제는 제작빈데... 애라야 우리 활동비 얼마나 남았지?
애라 : (딴 생각하고 있는)
지민 : 야, 정애라.
애라 : (그제서야) 어?
지민 : 우리 활동비 얼마나 남았냐구.
애라 : (공금지갑 꺼내 보며) 얼마 안남았어. 이걸루 편집기 빌리구 나면 땡이야.
지민 : (심난해진다)
씬11. 교무실 (D)
회의중인 교사들.
명교감 :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여름 방학 중에 있는 각종 행사 가운데 성격이 비슷한 행사들은 일부 통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사제동행 수련회 말인데요, (광도에게)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광도 : 네. 내일 학생회 간부들하구 만나 프로그램에 대해 합의할 예정입니다.
명교감 : 각반 담임 선생님들은 반장들과 선도부원들 이번 행사에 꼭 참여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재하 : (제작비 얘기 꺼내려) 저기 교감 선생님 잠깐 드릴 말씀이...
명교감 : (힐끔 보면서 무시) 아, 그리고 이건 이학년 담임선생님들에게 특별히 부탁 드리는 말씀인데요,
재하 : ... (입 다물고)
명교감 : 봉사활동 시수와 단체활동 시수가 모자라는 학생들은 이번 방학 동안 알아서 채울 수 있도록 지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교사들 : (각자 자리로 흩어지면)
재하 : (분위기 살피다가 명교감 자리로 가서) 저...
명교감 : 또 영화반 활동비 지원 문제라면 입도 열지 마세요.
재하 : (씨익 웃으며) 어떻게 아셨어요?
명교감 : 이선생님이 저 부르는 소리만 들어두 이제 뭔 얘기가 나올지 다 압니다.
재하 : 이번엔 시놉이랑 시나리오가 정말 예술입니다. 일단 말씀을 좀 들어보시고,
명교감 : 말씀이구 글씀이구 간에 다 끝난 얘길 왜 자꾸 꺼내요 입아프게. 학교가 무슨 영화제작삽니까?
방과후 활동비는 모든 부서에 공평하게 지급됩니다. 그런줄 아시고 가서 일보세요.
재하 : ... (쩝 쓴 입맛 다시는)
씬12. 체육관 (D)
태훈 들어선다. 저만치 적당한 곳에 비스듬히 누워서 지도 보고 있는 한.
태훈 : (피식 웃으며) 여기서 벗어나질 못하는구나.
한 : ? (보면)
태훈 : (한이 옆에 있는 농구공 건드리며) 니 동생두 여전히 달구 다니구.
한 : (픽 웃고는 시선 다시 지도로) 웬일이냐 여긴.
태훈 : 드림팀 시합 이후로 앞으로 니가 어떻게 살까, 궁금했는데 변한게 아무 것두 없네.
아직두 농구선수의 꿈을 못 버린거냐? 왜 여기서 아직두 못나오구 있냐?
한 : 시원하잖아. 낮잠자러 온거야.
태훈 : ...지도 보는거 좋아하냐?
한 : 어. 눈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거든.
태훈 : 건 나랑 비슷하네.
한 : (본다)
태훈 : 이왕이면 세계지도가 낫잖아?
한 : 세계지도는 여름 방학 안에 다 돌 수 없을꺼 같아 포기했다.
태훈 : 어짜피 눈으로 보는건데 무슨 상관이야.
한 : 이번엔 눈이 아니라 자전거로 돌아볼 생각이거든.
태훈 : (순간 본다) 자전거여행 가려구?
한 : 어. (지도 접으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까 나두 좀 궁금해졌거든. 여행다니면서 정리 좀 해보게.
태훈 : (일어서며) 같이 가자.
한 : 뭐? (벙쪄서 보면)
태훈 : (먼저 가며) 담임 호출이야. 교무실 같이 가자구.
한 : (웃는)
씬13. 교무실 (D)
태훈과 한 들어선다. 재하 앞에는 지민과 성제가 먼저 와서 서있다.
성제 : 그럼 학교에서는 활동비 지원을 전혀 못해주는 거예요?
재하 : 그렇게 됐다. (하다가 태훈, 한 발견하고) 어. 왔어? 잠깐만 기다려. (해놓고는)
아쉽지만 우리가 가진 제작비 한도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보자구.
성제 : (속상한) 이번엔 제대루 한 번 만들어 보자구 다들 의욕에 차 있는데... 지금 남은 돈으로는 어림두 없어요.
재하 : 그래두 해봐야지 어쩌겠니.
지민 : (당차게)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제작비를 확보하겠어요.
태훈 : ... (본다)
재하 : 얌마. 보충수업 받구 영화찍으면서 언제 아르바이트를 해?
지민 : 저 정말 자신 있단 말예요. 이번꺼 정말 잘 찍어보구 싶어요 선생님.
재하 : 너 내년에 수험생이야. 대학은 안갈꺼야 임마?
태훈 : ... (듣고 있다)
재하 : 열정두 좋지만 너무 욕심내는 거 보기 안좋아. 선생님두 능력 되는 만큼 지원해 줄테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구 학생신분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알았어?
성제, 지민 : ...
재하 : 나가봐.
성제, 지민 꾸벅 인사하고 나가면.
재하 : 어, 태훈이하구 한이 이쪽으로 와라.
한, 태훈 오면.
재하 : 니들은 일학년 때 봉사활동 시수를 하나두 안채웠던데. 단체 활동 시수도 모자라구 말야.
어떻게 이번 방학엔 계획들 있어?
한, 태훈... 서로 보는데서.
씬14. 패스트 푸드점 (N)
기가 한풀 꺾인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이들. 사복차림.
지민 : 한번에 목돈을 쥘 수 있는 좋은 아르바이트 뭐 없을까?
정연 : 고등학생 한테 목돈 쥐어 줄 사람이 어딨어?
지민 : 그럼 인해전술을 써서 우리가 단체루 뛰어들어서 할 수 있는 건 뭐 없을까?
신화 : 제작비에 너무 목숨걸지 말자.
유미 : 어떻게 목숨을 안걸어. 밑천이 있어야 판을 벌리지.
신화 : (웃으며)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이잖아. 게다가 우리한텐 패기와 열정두 있구 말야.
흥수 : 그래 그래. 째째하게 굴지말구 가슴을 쫙쫙 펴자구.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는 법이거던.
성제 : (다시 의욕 차리며) 오케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을 많이 하면 엔지를 줄 일 수 있을꺼야.
정연 : 그럼 테입값은 좀 아낄 수 있겠다.
신화 : 편집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두 비디오 두 대 놓구 하면 되구.
유미 : 그럼 편집기 사용료는 예산에서 빼두 되겠네?
신화 : 스탭 꾸려지는 대로 곧 바루 엠티 갔다가, (하다가) 참, 애라야 장소 좀 알아봤어?
애라 : (대꾸 않고 삐삐 꺼내 확인하며) 나 전화 좀 하구 올게. (간다)
흥수 : 재 요즘 왜 저렇게 뺀질대냐? 장소 알아보라구 한 지가 언젠데.
지민 : ... (깝깝해서 애라 쪽을 보는)
씬15. 페스트푸드점 내 공중전화 부스 (N)
전화하고 있는 애라.
애라 : 여보세요?... 호출하신 분 좀 부탁합니다... 네. 제가 정애란데요? (순간 두 눈이 똥그래지며) 네? 어, 어, 어디시라구요?
씬16. 패스트 푸드점 (N)
아이들 종이 꺼내 놓고 해야할 일 적어가고 있는데,
애라 : (후다다닥 뛰어와서) 얘, 얘들아 됐어! 됐다구우!
흥수 : (심드렁하게) 되긴 뭐가 돼에. (했다가 번쩍) 학교에서 제작비 지원해준대?
애라 : 그게 아니구 내가 뽑혔어!! 내일 오후에 정식으루 오디션을 보재!
아이들 : ! (멍해서)
애라 : (들떠서) 근데 나 뭐 입구 가지? 마땅한 옷이 없는데. 지금 가서 하나 살까? 그래, 그래야겠다.
얘들아 미안해. 나 먼저 좀 가볼께. (가방 챙기는데)
지민 : 애라야.
애라 : (멈추고) 어?
지민 : 너 영화작업은 안할꺼야?
애라 : (들떠서) 이해 좀 해주라. 이건 실전이구 진짜야. 어쩜 내가 이번 기회에 진짜 영화를 찍게 될지두 모르잖아.
지민 : (버럭) 우리 영환 가짜라는 거야 그럼?
아이들 : ! (놀라서 보는)
지민 : 내가 이 말은 안하려구 했는데, 애라 너 연예인인지 뭔지 되겠다구 바람 들면서 부터 좀 이상해졌어.
애라 : (순간 굳으며) ...뭐? 바람이 들어?
지민 : 너 일학년땐 이러지 않았단 말야. 제작비 한푼이라두 더 구해보려구 학교 근처 상가 다 돌면서
스폰서 구하러 다니던 애가 너였다구.
아이들 : (동감의 눈빛으로 애라 보고)
애라 : (그 눈빛에) 뭐야 니들....? 왜 날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야?
정연 : 솔직히 애라 너 좀 변한건 사실이야. 될지 안될지두 모르는 오디션엔 그렇게 열렬하면서,
우리 영환 안중에두 없잖아 지금.
애라 : 뭐? 될지 안될지두 모르는 오디션? (기막혀서) 어쩜 니들은, 축하한다는 말은 한마디 없이 사람을 깔아뭉개기 부터 하니?
정연 : 내 말은,
애라 : 니들한테 정말 실망이다. 이게 내가 얼마나 원했던 일인지, 이 날을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 했는지 그걸 안다면
니들이 나한테 이러지는 못할꺼야. (가방 들고 나간다)
흥수 : 야, 정애라!
애라 : (뒤도 안 돌아보고 쌩하니 나가버린다)
지민 : (한숨 내쉬고)
씬17. 패스트푸드점 앞 (N)
거칠게 확확확 걸어오고 있는 애라.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가게 안 쪽을 홱 노려본다.
애라 : 내가 니들 때문이라두 꼭 되구 만다! 두구봐 두구보라구! 날 무시한 이 순간을 두구두구 후회하게 만들어줄테니까!
결의에 찬 모습으로 씩씩대며 가는 애라. 그렇게 몇발자국 가다가 리어커에 놓인 헤어핀과 머리띠를 발견하고는
어머머, 쪼르르 그리로 달려간다. 언제 화냈냐는 듯 ‘어머. 이거 너무 이쁘다. 아줌마 이거 얼마예요?’
이것저것 골라보는 애라의 모습에서...
씬18. 텅 빈 교문 앞
(F.I) 이른 아침. 지민 헐레벌떡 뛰어 오고 있다.
씬19. 영화반 옥상 (D)
후다다닥 들어서다 그 자리에 끼이이익멈춰서는 지민.
들어가지 못하고, 영화반 입구에 앉거나 기대서있는 아이들.
지민 : 왜 여기서 이러구 있어? 안 들어가?
흥수 : (찡그리며 짜증) 열쇠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가아.
지민 : 열쇠가 왜 없어?
흥수 : 아, 열쇠 가진 인간이 아직 안 왔으니까 그렇지.
지민 : (얼굴 굳으며) 애라 아직 안왔어? 얘 좀 심하네.
신화 : 어제 우리두 좀 심했어.
아이들 : ? (본다)
신화 :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정돈 해줄 수두 있었잖아. 많이 섭섭했을꺼야. 가장 축하받구 싶은 사람이 우리였을텐데...
아이들 : ... (듣고보니 좀 미안해지는)
유미 : 수업시간 다 돼가는데...
성제 : 일단 들어가자. (일동 자리에서 일어나는)
흥수 : 아...기집애 소심하기는. 혹시 밤새 잠 못자구 울다가 못 일어난거 아냐?
씬20. 미용실 (D)
울기는 커녕 생글생글 웃으며 미용사와 머리 스타일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애라.
스타일이 합의 됐는지, 미용사 머리 말기 시작하면 거울 속에서 미소짓는 애라.
씬21. 미용실 문 앞 (D)
애라 미용실 안에서 무선 전화기 들고 나온다. 미용 가운 차림에 헤어캡 쓰고 있다. 버튼 누르고 착신음 들리면,
애라 : (금새 아픈 표정으로 바뀌며) 엄마...? 나 애란데. (배까지 움켜 쥐며 리얼하게 연기)...학교 가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언니네 집에 와서 누워 있거든?...오늘이 그날이잖아...응 약 먹었어. 엄마가 학교에 전화 좀 해주세요...네...네... 끊어요.
(끊고는 씨익 웃으며 다시 버튼 찍는다) 언니야? 어 나 애란데. 나 지금 언니네 집에 있는거다?
엄마한테 전화오면 약 먹구 자구 있다 그래. 알았지? 아주 푸욱 자구 있다구 응?
씬22. 교무실 (D)
재하 책상에 앉아 뭔가 열심히 계산해보고 있다.
재하 : (어느 순간 깝깝한 듯 팽개쳐 버리며) 아아, 도저히 정답이 안나오네 이게.
민주 : 뭔데 그러세요?
광도 : 뭐긴 뭐겠습니까. 애들 영화 찍는데 얼마 드나 고거 계산하고 있잖아요.
재하 : 하하, 애들 영화라구 얕봤더니만 편집기에, 조명기구에, 음향 시설에....장난 아니게 들어가네요.
정희 : 편집기 제가 빌려드릴까요?
재하 : 네?
유란 : 아니, 나선생님 한테 편집기가 다 있어요?
정희 : 옛날에 잠깐 영화음악 한다구 선배들 쫓아다닌 적 있거든. 그 선배들 한테 알아보면 빌릴 수 있을껄?
민주 : (장난스럽게) 아니 나선생님한테 그런 과거가?
일평 : 계속 영화음악 하시지 왜 그만두셨어요? 아, 선생보단 낫잖아요. 돈두 더 많이 벌고 시원한 집에서 자유롭게 작업해두 되고.
정희 : 그런 소리 마세요. 이 더운 여름날에두 비지땀 흘리며 순위고사 준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우리가 지긋지긋해하는 이 자리가 다른 사람한테 인생 전체의 목표일 수두 있다구요.
복만 : 갑자기 교무실 분위기가 숙연해짐을 느낍니다.
재하 : (웃는데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아 예, 애라 어머니. 안녕하세요?
씬23. 교정일각 (D)
하교길. 밖으로 향하는 영화반 아이들.
성제 : 많이 아프대?
정연 : 모르겠어. 전화했는데 안 받아. 집에 없나봐.
신화 : 병원에 있나...? (하는데)
유미 : 어? 삐삐왔다. (꺼내 확인한다)
정연 : (보며) 누구야?
유미 : 몰라? 음성멧세진데? 먼저가 있어. 금방 갈게. (가고)
흥수 : 멀쩡한 영화반 놔두구 이게 웬 고생이냐?
정연 : 애라 오면 열쇠 복사해서 하나씩 나눠 가져야겠다.
지민 : (한숨 쉬는)
씬24. 공중전화 (D)
유미 버튼 찍고 있다. 비밀 번호 찍고 멧세지 기다리는데, 어느 순간 그 눈이 점점 동그래진다.
혹시 누가 들을까봐, 지레 겁먹고 수화기를 막고는 주변을 둘러보는 유미.
씬25. 패스트 푸드점 (D)
유미, 쭈삣거리며 들어온다.
모여있는 영화반 아이들, 엠티와 촬영 일정표 짜느라 정신없다.
유미 : 저...저기, 얘들아....
아이들 : ? (보면)
유미 : 나 오늘 먼저 좀 가봐야 될꺼 같어...
신화 : 왜? (살피며) 어디 아퍼?
유미 : 아, 아니... 그게 아니구. (눈치보며) 집에 좀 일이 생겨서...
성제 : 무슨 일인데? 안 좋은 일이야?
유미 : ...
신화 : 무슨 일인진 모르지만 여긴 걱정말구 얼른 가봐.
유미 : 바쁜데 미안해. 내일 두배루 일할께.... 내일 보자. (나가고)
지민 : (뭔가 이상한) ...
씬26. 시내 야외의 적당한 곳 (D)
유미 : (눈으로 누군가를 찾으며 오고 있다)
애라 : (E) 유미야!
유미 : ? (돌아보는 유미의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애라야?
애라 : (세련된 머리, 엷게 화장도 했다) 어때? 괜찮니?
유미 : 너 미쳤어? 학교는 어떻게 다닐려구 그래?
애라 : 염려마. 오디션 끝나면 원상복귀 시켜놀꺼야.
유미 : 돈이 썩는다 돈이 썩어.
애라 : 모르면 가만이나 있어. 이런걸 투자라구 하는거야.
유미 : 그나저나 난 왜 불렀어? 애들한테 거짓말 시키구 나왔단 말야.
애라 : 나 옷 사러 갈껀데 같이 좀 골라 달라구. 이따 기획사에두 같이 가주구.
유미 : 내가 거길 왜 가아?
애라 : 너무 떨려서 그런단 말야. 내가 실수하면 옆에서 찔러두 주구, 차마 내 입으로 못하는 칭찬은 니가 마구마구 좀 해주구 응?
유미 : 끄으응. (한숨 쉬는데서)
씬27. 몽타쥬 (D)
의류매장. 탈의실 앞에서 두서너벌의 옷 들고 기다리고 있는 유미.
애라 탈의실에서 옷 갈아 입고 나오면, 고개 저으며 손으로 엑스자를 긋고는 기계적으로 들고 있던 옷 중에 하나를 내미는 유미.
애라 받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간다.
유미 손에 들린 옷들을 보며 한숨 쉰다. 이 옷을 언제 다 입어보지? 하는 얼굴.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오는 애라. 유미, 마침내 손으로 동그라미 표시 해보이면 애라 활짝 웃으며 카운터로 간다.
지갑 찾느라 가방에서 이것 저것 꺼내 카운터에 올려놓는 애라. 그 중에 공금지갑도 보이고,
마침내 지갑 찾아서 계산하는 유미. 거스름돈 기다리는 동안 가방 속에 물건 쓸어담는데 구석으로 툭, 떨어지는 공금 지갑.
애라와 유미 모르는체 매장을 빠져 나간다.
씬28. 기획사 사무실 (D)
바짝 긴장한 얼굴로 서있는 애라. 유미는 태평하게 기획사 안 구경하고 있고.
실장 옆 테이블에 앉아 잡지책 넘기며 가끔 그런 유미를 힐끔거리는 여자.
기획사 실장, 애라의 프로필 무성의하게 넘겨보고 있다.
더 볼 것도 없지만 농담 따먹기나 해볼까 하는 표정으로, 팔짱 끼고 애라를 본다.
실장 : 여기 적은 거 보다 키가 좀 작네? 올렸지?
애라 : 아... 아닌데요.
실장 : 재본다?
애라 : (찔끔해서 손가락 두 개 펴며) 딱, 이센치 올렸는데요...
실장 : (실실 웃으며) 진짜?
애라 : (손가락 다섯 개 다 펴며 씨익 웃는) 오센치... 올렸어요...
실장 : (웃고는) 알았어. 얼굴 봤으니까 가봐. 나중에 연락 줄께.
애라 : 버, 벌써 끝났어요?
실장 : (대답도 않고 벌써 다른 서류 넘겨 보고 있다)
애라 : ... (보다가 꾸벅 인사하며) 안녕히 계세요...
애라, 힘없이 유미에게 오면, ‘유미 벌써 끝났어? 가도 된대?’ 물어 보는데,
잡지책 보고 있던 여자, 실장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한다.
실장 : 잠깐만.
애라, 유미 : ? (문 열고 나가려다 보면)
실장 : (유미 가리키며) 너 잠깐 일루 와봐.
유미 : 저... 저요?
애라 : ? (해서 유미 보고)
실장 : 여기 윤기자님이 카메라 테스트를 한 번 해보구 싶다는데, 해볼래?
유미 : (눈 똥그래지며) 네?
여자 : (유미에게 명함 내밀며) 패션잡지 에스엠이라고 알지?
애라 : (하얗게 굳는)
씬29. 스튜디오
씬28의 여기자, 사진작가와 의견 교환 중이고,
얼어붙은 듯 서있는 유미(사복), 조명등이 켜지면 눈이 부신 듯 잠시 손으로 눈 가렸다 뗀다.
한 쪽 끝에서 그런 유미를 바라보고 있는 애라. 자존심이 상한다. 조용히 뒤돌아 나가려는데.
유미 : 애, 애라야. 가지마. 나 떨린단 말야.
애라 : (애써 웃으며) 밖에서 기다릴께. (돌아서는 순간 싸늘하게 식는)
씬30. 건물 내 자판기 공간 (N)
터덜터덜 걸어오는 애라. 힘없이 의자에 앉는다. 문득 창가로 향하는 시선.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한다... 비참한 기분...
씬31. 도서관 (다음날/D)
서너권의 책 골라들고 오는 신화. 저만치 영화관련 서적에 푹 빠져 읽고 있는 동일을 본다.
신화 : (E) 영화에 관심있니?
동일 : ? (본다)
신화 : (동일이 읽고 있는 책 힐끔 보고) 편집?
동일 : (좀 어색하게 웃으며) 응. 넌?
신화 : (골라온 평론책 들어 보이며) 평론. (맞은 편 자리에 앉으며) 특이하네?
영화 좋아하는 애들 보통은 감독이나 시나리오 쪽이 많은데.
동일 : 난 편집 분야가 제일 좋아. 편집에 의해서두 영화 분위기가 확 달라지거든.
신화 : (흥미있는) 어떻게?
동일 : 음....예를 들면, 뮤직비디오나 오우삼 영화에서는 등장 인물을 멋지게 보이려구 슬로우 화면을 많이 쓰지만,
왕가위 영화는 좀 다르거든?
신화 : (흥미롭게 듣고 있다)
동일 : 등장인물들이 서루 스치거나, 아주 중요한 순간에 화면을 탁, 정지시키거나
화면을 천천히 돌리면서, 그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야.
신화 : (동일의 이런 열정적인 모습은 처음이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미소짓는)
동일 : (시선 느끼고 어색해져서) ...왜에?
신화 : 이번 여름 방학에 뭐해?
동일 : 그건 왜?
신화 : 니 편집 실력, 우리 한테 좀 빌려줄 수 있어?
동일 : ? (보는데서)
씬32. 교정 일각 (D)
다른반 일진 두명과 의기양양하게 걸어가고 있는 세진, 어느순간 멈칫 선다.
그 시선에 저만치 혼자 앉아있는 혜원이 눈에 띈다.
일진1 : (혜원 보며 웃는) 완전 이빨 빠진 호랑이네. 청승은 혼자 다 떨구 앉았어.
세진 : ... (어쩐지 좀 짠해지는) 가자.
일진2 : 언제 한 번 약올려 볼까? 아직 이빨이 남아 있는지?
세진 : 그날이 니 제삿날이라는 것만 알아둬. (가면)
일진1.2 : (얼른 따라 붙는다)
신화, 책 들고 도서관 쪽에서 나오다가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혜원을 본다.
다가오는 신화.
신화 : 옆에 앉아두 돼?
혜원 : (보지도 않고) 아니.
신화 : (앉는다)
혜원 : 가던 길이나 가. 귀찮아.
신화 : (웃으며) 내 관심이 귀찮아?
혜원 : (비죽 웃으며) 관심이 아니라 흥미겠지.
신화 : ? (본다)
혜원 : 머리 좋은 사람들 쉬운 문제보단 어려운 문젤 더 흥미있어 하잖아.
그러다 정답이 나오면 금방 그 문젠 잊구 새로운 흥미 거리를 찾아 나서지.
신화 : (웃으며) 그러니까 넌 어려운 문제구, 난 지금 그 문젤 풀구 있는 중이구나.
혜원 : ...
신화 : 그래서? 결국 니가 마음을 열면, 더 어렵구 복잡한 문젤 가진 애를 찾아 나설꺼다. 그런 얘기야?
혜원 : ... 니가 우리반 문제 해결사라며. 미안하지만 난 사양하겠어. (가려는데)
신화 : (잡는다)
혜원 : (잡힌 채로 본다)
신화 : 그래서 마음을 안 여는거야? 내가 너한테 흥밀 잃을까봐?
혜원 : ... (뿌리치고 간다)
신화 : ... (안타깝게 보며)
씬33. 2학년 5반 교실 (D)
희진과 아영 과자 먹으며 머리 모으고 앉아 패션잡지 보고 있는데,
그 사이로 불쑥 끼어드는 머리 하나. 유미다.
유미 : (능청스레) 이거 패션잡지 에스엠 맞지?
희진 : (벙쩍어서) 맞으면?
유미 : (책 표지 확인하며) 이거 팔월호야?
아영 : (뺏으며) 아, 사서 봐.
유미 : 으응. 팔월호 아니구 칠월호구나?
희진 : 팔월호에 누구 성적표라두 실렸냐? 왜 그렇게 팔월호는 찾어?
유미 : (별일 아니라는 듯) 실은 내가 이 잡지 팔월호에 의상 카달로그를 찍었거든. (하며 슬쩍 한이 쪽을 의식한다)
한 : ... (못 들었는지 창밖만 보고 있다)
유미 : (뿌우해서) ...
아영 : 얘가 양치기 소년의 끔찍한 사연을 아직 못들었나부네.
희진 : 그러게. 배유미, 너 거짓말두 자꾸 하면 버릇 든다.
유미 : 믿거나 말거나지 뭐. 못믿겠음 나중에 사서봐.
(한이 들으라고 큰소리로) 패션잡지 에스엠. 팔월호야. 팔월호. (하고 나가면)
한 : ... (그제서야 피식 웃는다)
흥수 : (E) 우와, 그게 진짜야?
씬34. 영화반 (D)
모여있는 영화반 아이들. 신화와 애라는 없고.
흥수 : 진짜 니가 잡지 모델을 했단 말야? 카메라가 거부반응 안 일으키디?
유미 : 야!
정연 : 그럼 어제 집안일이 아니라 그 일 땜에 회의 빼먹은 거였어?
유미 : (순간 당황) 아니, 그, 그게 아니구, 애라가 기획사 오디션에 같이 가자구 해서 따라갔다가 얼껼에,
지민 : 뭐야 그럼, 애라가 아프다는것두 거짓말이였단 말야?
유미 : (엄마! 얼른 손으로 입 막는)
흥수 : (한심해서) 쯧쯧. 거짓말두 손발이 맞아야 하구, 머리가 좋아야 하는 법이다.
성제 : 그래서 애라는 오디션 잘 됐어?
유미 : 아니. 분위기상 잘 안된거 같아.
흥수 : 그럼 뭐야, 얼껼에 따라간 너는 되구 애라는 똑 떨어졌단 말야?
유미 : 결론상 그렇다구 봐야지.
흥수 : 그럼 그렇지. 정애라 고거, 설레발 치구 다닐 때 부터 알아봤다 내가.
씬35. 영화반 문 앞 (D)
애라, 음료수 뽑아 오는 길인지 손에 캔음료 몇 개 들고 듣고 서있다.
흥수 : (E) 될 사람은 가만 있어두 다 되게 되있어요. 꼭 안되는 애들이 덜그럭 거리구 다니면서 오도방정을 떨더라니까.
원래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거덩.
애라 : (아랫입술 질끈 깨무는데)
신화 : (E) 여기서 뭐해?
애라 : (퍼뜩) 어? 어어. (신화 손에 들린 책 보며) 도서관 갔다오는 길이야?
신화 : 응. 들어가자. (애라와 함께 들어가는)
씬36. 영화반 (D)
신화와 애라가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떠들고 있는 흥수.
아이들 애라 눈치보며 흥수에게 온갖 신호를 보내지만 모르고.
흥수 : 애라 고거, 그 빈수레 꽉꽉 채워서 소리 안나게 만들려면 인격수양에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꺼다 아마.
신화 : 무슨 얘기야?
흥수 : ? (그제서야 돌아보고는 힉! 기겁한다)
성제 : (수습해 보려) 어, 어떻게 둘이 같이 오냐? 도서관에서 만났어?
신화 : 아니? 문앞에 서 있길래 같이 들어온건데?
흥수 : (순간 흡! 손으로 입 막는)
성제 : 자자자. 회의하자 회의. 회의주의자들이 회의해야지 뭐하겠냐. 응?
지민 : 그래 그래. 참 애라야. 우리 오늘 최종 예산 책정해서 선생님 드리기루 했거든?
내가 미리 좀 짜논거 있으니까 참고로, (하는데)
애라 : ... 미안해. 몸이 좀 안좋아서 먼저 좀 가볼께. (가방 들며) 예산은 내가 집에서 정리해 올테니까 걱정하지마. (나간다)
유미 : (흥수에게) 넌 인제 죽었다.
흥수 : 어휴 씨. 재수없는 놈은 뒤루 넘어져두 코가 깨진다더니 내가 그 놈일줄 누가 알았냐.
신화 : 무슨 일인데 그래...?
아이들 : (심난한 표정에서)
씬37. 애라의 방 (N)
불도 켜지 않은 실내. 교복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는 애라.
흥수 : (E) 될 사람은 가만 있어두 다 되게 되있어. 꼭 안되는 애들이 덜그럭 거리구 다니면서 오도방정을 떨더라니까.
원래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거덩.
애라 자존심이 상해 미칠 것만 같다.
침대에 벌떡 일어나 앉는 애라. 깝깝한 듯 손톱 깨물며 방 안을 왔다갔다 하다가
문득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선다. 뭔가 생각해보는 눈빛...
애라 가방에서 2학년 5반 주소록 꺼낸다. 손으로 이름을 쭈욱 훑어내려가는 애라의 손끝이 ‘김형주’에서 멎는다.
갈등하듯 입술을 잘근 씹는 애라...
씬38. 패스트 푸드점 (N)
사복차림의 가방을 맨 형주 들어선다.
애라 : (E) 김형주.
형주 : ? (보면)
애라 : (자리에서 일어나 있다)
형주 : (성가신 표정으로 가서 앉는다) 뭐야. 싫다는 사람 다섯 번이나 전화해서 불러낸 이유가.
애라 : 과외... 갔다 오는 길이야?
형주 : 밖에 기사 아저씨 기다리구 있어. 용건만 빨리 말해.
애라 : (혹시 지민이에게 말이 샐까봐) 너 여기 온거... 태훈이는 모르지?
형주 : (짜증스러워서) 야!
애라 : 알았어. 용건이 뭔지 말할께. (준비한 서류봉투를 내민다)
형주 : 이게 뭔데.
애라 : ... (차마 입이 안 떨어지는)
형주 : 너 같은 말 두 번 시키는게 취미냐? 이게 뭐냐구?
애라 : (결심하고 야무지게) 용기.
형주 : 뭐?
애라 : 나 지금 용기 내서 너한테 뭘 부탁하는 중이야. 자존심 때문에 못할 줄 알았는데 자존심이 용길 누르진 못하드라구.
그래서 만나자구 했어.
형주 : 무슨 소리야 그게?
애라 : 얘기 끝났어. 나 먼저 갈께. (나간다)
형주 : 야! (황당하고 어이없다)
서류 봉투를 열어보는 형주, 안에서 애라의 프로필과 사진 나온다.
형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는 다시 봉투에 아무렇게나 집어넣는다.
씬39. 패스트푸드 점 앞 (N)
양팔 깍지 낀채 고개 좀 숙인 자세로 걸어오고 있는 애라. 우뚝 멈춰선다.
‘잘한 일인가...?’ 어쩐지 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쪽을 돌아보는 애라의 모습 위로,
흥수 : (E) 정애라! 너 좀 심한 거 아니야?
씬40. 영화반 (다음날/D)
영화반 아이들의 아침회의 시간.
흥수 : 니가 최종 예산안 정리해 온다구 했잖아! 오늘 선생님이 그거 들구 교장선생님 만나보신다구 했는데
그걸 안해오면 어떡해!
애라 : ... (고개 숙인채 할 말 없고)
흥수 : 어휴, 안그래두 미운털 박혀서 있는 지원비두 안주려는 판국인데.
신화 : (좋게) 그만해 이제. 제작비에 더 이상 미련 안갖기루 했잖아.
흥수 : 기회를 줬는데두 못찾아 먹으니까 그렇지!
지민 : (푸욱 한숨 내쉬는데)
정연 : 안되겠다. 요즘 애라가 마음이 좀 심난한거 같으니까 당분간 내가 총무할께.
성제 : 그래. 그렇게 해라. 일이 잘 안될 땐 잠깐 손 놓는 것두 괜찮아. 안되는 일 억지루 하면 자꾸 꼬이기만 하드라구.
정연 : 회비 지갑이랑 장부 나한테 줘. 당분간 내가 관리할게.
애라 푸욱 내쉬며 가방에서 장부 꺼내주고, 공금지갑을 찾는데... 없다!
순간 하얗게 질려서 여기저기 마구 뒤지기 시작하는 애라.
정연 : 왜 그래? 안 갖구왔어?
애라 : (하얗게 질린채로 뒤지며) 이, 이상하다....? 항상 여기에 뒀는데...?
흥수 : (환장하겠다) 잘 찾아봐 쪼옴. 없어?
애라 : (울 듯이) 없어. 분명히 여기에 뒀는데?
성제 : (급해져서) 잘 생각해봐. 마지막으루 본게 언젠데?
애라 : 모...모르겠어.
유미 : (생각해보다가 번쩍) 거기 아냐? (눈치 없이) 저번에 너 옷산데 말야. 거기서 너 가방 다 털었었잖어 왜.
그때 내가 본거 같애.
정연 : (터지며) 정애라! 너 정말!
지민 : (더는 못 참고 나가버린다)
애라 : (미치겠는)
씬41. 2학년 5반 교실 (D)
쉬는 시간. 태훈과 형주 원서 보고 있다.
형주, 사전 꺼내느라 서랍 뒤지는데 툭 튀어나오는 애라의 서류봉투.
태훈 : ? (보고는) 뭐야?
형주 : (시덥잖다는 듯 픽 웃으며) 별거 아냐. (도로 집어 넣는다)
용구 : (터덜터덜 들어서며) 스크린쿼터니 뭐니 충무로만 들썩이는줄 알았더니 우리학교 영화반두 못지않구만.
태훈 : ? (본다)
희진 : 왜에? 개들두 삭발하겠대?
용구 : 말 마. 지금 영화반 애들 단체루 주유소에서 기름권총 쏘게 생겼어.
아영 : 왜?
용구 : 왜는 왜야. 제작비 벌려구 그러는 거지. 한 여인의 실수로 제작비를 홀라당 날려버렸거든.
태훈 : ... (걱정스러운)
형주 : (그런 태훈을 보는)
씬42. 옥상 (D)
옥상 끝 벽에 기대 서있는 두 사람.
지민 : (음료수 마시다가 멈춘 채로) 방금 뭐라구 그랬냐 너?
태훈 : 스폰서가 되주겠다구. 스폰서란 말 몰라?
지민 : 그러니까 뭐냐 영화 제작비를 대주겠다?
태훈 : (음료 마시며) 얼마면 돼? 필요한 만큼 말해.
지민 : (그 태도에 언짢아져서) 한태훈. 니 눈엔 내가 그지로 보이냐?
태훈 : (본다)
지민 : 뭐? 얼마면 돼? 같은 말이라두 ‘힘들지, 내가 도와줄 일 없겠냐?’ 뭐, 이런 말루 말머리를 꺼내면 누가 잡아 먹지?
태훈 : (표정 변화 없이) 어짜피 같은 말이야.
지민 : 그래에. 니가 그렇지이. (돌아서 가려는데)
태훈 : 정말 아르바이트라두 할 생각이야?
지민 : 아, 남이사 뭘 하건 뭔 상관이야.
태훈 : 공부는 죽어라구 안하는구나 진짜.
지민 : (기막혀서 입만 뻐끔거리다가) 너 어학연수는 왜 안 가는거냐 도대체. (방학 동안만이라두 눈 앞에서 사라져 달라는 뜻)
태훈 : 남아서 너 공부 좀 시키려구.
지민 : (터지며) 아, 남 공부엔 왜 그렇게 관심이 많어!!
태훈 : 너랑 같은 대학에 가볼까 생각 중이거든.
지민 : ! (띵해서 보면)
태훈 : ... (진지하다)
지민 : ... (기분이 이상하다)
태훈 : ... (무표정이다)
지민 : (큼큼, 목소리 가다듬고) 왜에..? 왜, 내가 너랑 같은 대학에 가야 되는데?
태훈 : (그제서야 씩 웃으며) 옆에 두구 보면 재밌을꺼 같아서. 내 취미가 특이한거 모으기거든.
지민 : (이씨...터지며) 야! (태훈 재밌어서 웃고) 그래 관두자 관둬. 어짜피 니들은 미국으루 대학 간다며?
그럼 너랑 내가 같은 대학에서 만날 확률은 영점 영영영영영에 가까울테니까, (하는데)
태훈 : (O.L) 니가 미국으로 와.
지민 : ! (본다)
태훈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된다는 말 있지?
꿈을 좀 크게 꿔 봐. 헐리우드를 잡으려면 미국에서 공부해보는 것두 괜찮지 않겠어?
지민 : ...
태훈 : 뉴욕대학 영화과엔 너 같은 돌연변이들이 아주 많거든. (웃으며 간다)
지민 : ... (보는 채로)
씬43. 2학년 5반 교실 (D)
종례 후. 가방 챙기고 있는 아이들.
슬쩍 태훈 쪽을 돌아보는 지민. 태훈, 무표정한 얼굴로 가방 챙기고 있다가 시선 느끼고 본다.
지민 피하지 않고 관찰하듯 노려 보는데, 태훈 그 시선 싹 무시하며 외면해버린다.
지민, 으...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다, 돌아앉으면,
애라 앞에 서있는 형주. 서류봉투를 애라 책상 위에 툭 던진다.
애라 : ... (보면)
형주 : 이건 용기가 아니라 비굴함이야.
애라 : (하얗게 굳는)
형주 : (비죽이는) 나라면 용기 보다는 자존심을 택했을꺼다. (돌아서 간다)
애라 : ... (수치심에 떨리는)
유미 : (봉투 들어서 보며) 이게 뭐야?
애라 : (뺏으며 낮게) 암것두 아냐.
유미 : (안 뺏기고) 뭔데에? (뒤지려는)
애라 : 아무것두 아니라니까!!
거칠게 봉투를 낚아채는 순간 안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툭, 떨어지는 애라의 프로필과 사진들.
영화반 아이들과 용구 경악한다.
두 눈을 질끈 감는 애라. 어느 순간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바닥에 내려 앉아 프로필과 사진 줍기 시작한다.
주변의 시선 의식되면 수치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아이들 분위기상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무 말 없이 봉투와 가방 챙겨들고 나가는 애라, 문득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선다.
어느 순간 홱 뒤돌아서 형주 자리로 가는 애라.
형주 ?해서 보면, 애라 그렁그렁한 눈으로 형주를 노려보다가 봉투를 형주 얼굴에 던져버린다.
형주의 머리에 맞고 바닥에 떨어지는 봉투.
형주 : (무섭게) 뭐하는 짓이야!
애라 : (그대로 홱 돌아 나간다)
정연 : 애라야! (따라 나간다)
태훈 : (형주와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차례로 보면서) ...
씬44. 교정일각 (D)
애라, 손등으로 눈물 닦아내며 빠르게 걸어오고 있다.
정연 : 애라야! (와서 붙잡으며) 너 왜 이래 바보같이.
애라 : (홱 돌아보며) 나 바본거 이제 알았어?
정연 : (걱정스럽게 보는)
애라 : 그렇게 걱정해주는 표정 하나두 위로가 안되니까 차라리 솔직해져봐.
왜 그러구 사나, 그렇게 까지 하구 싶었을까? 그 말이 하구 싶은거잖아!
지민,유미 : (다가오려다가 멈칫 서고)
애라 : 왜 그랬는지 말해줄까? 간단해. 빽두 없구, 실력두, 운두 다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게 악착 떠는거 밖에 더 있겠어?
그래서 그랬어 왜?
정연 : ...
애라 : (눈물 차오르며)... 나 오디션 떨어진거 고소해하는 니들 보면서, 너무 챙피하구 비참했단 말야.
그래서 어떻게든 나두 될 수 있다는거 보여주구 싶었어 왜?
정연 : (속상해서) ...너 정말 바보구나.
애라 : 그래...비웃어. 실컷 비웃어. 그게 같잖은 위로보단 훨씬 나니까...(간다)
아이들 : ... (차마 붙잡지 못하고)
씬45. 교정일각 (D)
태훈과 형주 걸어오고 있다.
형주 : 기집애들은 정말 피곤해. 머리는 장식용으루 달구 다니는데다가,
거울하구 빗만 쥐어주면 무인도에 갖다놔두 심심해하지 않을꺼다 아마.
태훈 : (O.L) 김형주. 너 그거 밖에 안돼?
형주 : ? (보면)
태훈 : 거절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부탁보다 더 정중하구, 예를 갖춰서 해야 되는게 거절이라구.
형주 : ...
태훈 : 넌 오늘 여러 사람 앞에서 한 사람의 꿈을 무참히 짓밟았어. 너라면 그런 모욕 참을 수 있겠어? (간다)
형주 : ...
씬46. 애라네 아파트 외경 (시간경과/N)
초저녁 정도의.
씬47. 애라네 아파트 문 앞 (N)
애라, 힘없이 문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 도착하면 힘없이 터덜터덜 안으로 들어가는.
씬48. 엘리베이터 안+밖 (N)
땡, 소리와 함께 문 열리면 애라, 한숨 쉬며 힘없이 내리려는데, 열린 문으로 보이는, 벽에 기대 서있는 사복차림의 형주 모습...
애라 기겁하며 얼른 닫힘 버튼 누르는데 그 순간 애라를 발견한,
형주 : (얼른 버튼 누르며) 야! 잠깐만!
애라 : 너 왜 사람을 속여? 니가 박흥수야? (닫힘 버튼 누른다)
형주 : (버튼 누르며) 니네 엄마가 누구냐구 물어보시는데 나라 그럼 니가 나왔겠어!
애라 : 맞아. 난 흥수 만나러 나온거지 너랑은 할 얘기 없어. (버튼 누른다)
형주 : (버튼 누르며) 내가 할 얘기가 있어!
애라 : 안들어! (누른다)
열렸다 닫혔다 했던 문, 완전히 닫히고 나면 짜증이 극에 달하는 형주,
형주 : 야! 사람이 사과할 기회는 줘야 될꺼 아냐!
승강기 문을 손으로 한 번 확 치고 돌아서는데, 순간 땡, 소리와 함께 다시 열리는 문.
형주 ? 돌아서 보면.
애라 : (안에서) 해봐 어디.
형주 : ?
애라 : 사과한다며.
형주 : (어휴, 진짜 못할 노릇이고)
씬49. 야외의 적당한 곳 (N)
벤취에 앉아있는 두 사람. (거의 벤취 끝과 끝에 앉아 사이를 띄운채)
그러고 있은지가 오랜 듯 애라 한숨 쉬며 형주를 본다.
애라 : 도대체 그 잘난 사과는 언제쯤 할꺼냐? 벌써 이십분째, (하는데)
형주 : (O.L) 난 니가 하고 싶어하는 그 일을 엄청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야.
애라 : (본다)
형주 : 어느날 갑자기, 우연히, 어쩌다 보니까, 가 너무 많거든. 그건 가끔 사람들한테 노력 대신 요행수를 바라게 해.
애라 : (보고)
형주 : 가끔 너처럼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난 무조건 거절이야.
열심히 노력하구 있는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 거 같아서 싫어.
애라 : ... !
형주 :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한거냐. 내가 왜 이 일을 꿈꾸는지, 여기에 내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구
또 그럴 각오가 돼있는지, 그걸 정리하는데 시간을 좀 더 투자해두 되지 않아?
애라 : ...
형주 : 할꺼면 서두르지 말구, 편법 쓰지 말구 천천히 제대루 해.
빨리 어설프게 되는건 또 그렇게 빨리 어설프게 무너지게 돼있어. (하고는 명함 하나 내민다)
애라 : 이게... 뭐야?
형주 : (일어서며) 우리 형 말이 지금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게 가장 빨리 되는 길이라더라. 할 말 다 끝났다.
(인사도 안하고 가는)
애라 : (명함보는)
씬50. 공중전화 (N)
애라, 명함보며 전화하고 있다.
애라 : 단체모델이요?
남자 : (E) 네. 신문에도 광고 냈는데 못보셨어요? 새로 런칭하는 캐쥬얼 브랜든데,
지면모델로 실제 고등학생들을 캐스팅하는 겁니다.
애라 : 네... 그럼, 뭘 준비해야 되나요?
남자 : 동아리 소개서하구, 회원들 단체사진만 있으면 됩니다.
애라 : 네...
씬51. 옥상 (N)
어두운 옥상... 영화반 문 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씬52. 영화반 (N)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프린트물들...
옛날 자료들이 담긴 낡은 라면박스 하나 꺼내놓고 뭔가를 뒤지고 있는 애라... 마침내 오래된 비디오테입 하나를 찾아 꺼내든다.
라벨에는 ‘98년 채플린2기 신입생 오디션 장면 모음’이라고 적혀있다.
씬53. 애라의 방 (N)
어두운 방. 비디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화면 속에는 일학년때 영화반 아이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 화면을 향해 “안녕하세요! 채플린 2기 신입생입니다!!” 외치고 있다.
화면 바뀌면 ‘98년 3월 21일 신입회원 선발 오디션’이라는 자막 뜨고.
화면 잠시 흔들렸다가 면접에서 질문 받고 있는 일학년 때의 애라 모습.
양갈래로 딴 머리, 지금보다 촌스러운 모습이지만 야무지고 당차보인다.
애라 : (화면 속)(그녀다운 발랄함으로) 좋아하는 영화요? 씨네마천국이요. 전 그 영화 열번두 더 봤어요.
영화를 사랑하는 한 꼬마가 그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가는 게 너무너무 좋았어요.
애라 : (화면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모습 위로)
애라 : (E) 이 영환 정말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만들수 있는 영화다!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애라 : (화면 속) 저두 그렇게 치열하게 살구 싶어서 영화반을 지원했어요.
그럼 나중에 제가 배우가 됐을 때 그런 치열함과 열정이 제 연기에 묻어나오지 않겠어요? 너무 거창했나?
귀엽게 씨익 웃는 애라의 모습에서 정지.
그렇게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는 애라.
다시 리와인드 되는 화면. ‘저두 그렇게 치열하게 살구 싶어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화면...
어쩐지 가슴 한켠이 쏴아해는 애라...
씬54. 옥상 (다음날/D)
이른 아침. 들어서는 정연. 가방에서 열쇠 꺼내 문에 꽂으려는데 이미 열려있는 문.
정연 고개 한 번 갸웃하고는 문 열고 들어간다.
씬55. 영화반 (D)
정연 : (들어서다가 놀라서) 애라야?
애라 : ? (청소하고 있다가 돌아보며) 어 왔어? (다시 발랄해져있다)
정연 : 이렇게 일찍 웬일이야?
애라 : 그냥. (웃다가 정연 손에 들린 열쇠보고) 그거 어디서 났어?
정연 : 어? (열쇠보고) 아아. (웃으며) 선배들 한테 빌려온거야.
애라 : 내가 또 농땡이칠까봐 디게 긴장했구나 니들.
정연 : (살피며) ...괜찮아 이제?
애라 : (그녀 답게 웃으며 가볍게) 쪽팔린거지 뭐.
정연 : (웃으며) 어쨋든 다시 발랄해진거 보니까 기분좋다. 어떻게 된거야?
애라 : 약을 좀 먹었거든.
정연 : 약?
애라 : (테입 보여주며) 이거 약발 디게 쎄게 받드라?
정연 : ? (테입과 애라를 번갈아 봤다가) 그건 우리 일학년 때...
애라 : 맞아. (깔깔 웃으며) 이때 우리 끝내줬더라 진짜. 다들 자기가 한국의 임권택이요, 미국의 우디알렌이래.
그 패기랑 허풍이면 태산두 옮기겠더라니까? (웃고는 다시 청소 시작한다)
정연 : ?
씬56. 애라아파트 입구
애라, 귀가길. 우편함의 편지.
애라, 함박 웃음을 짓는다. 다시 뛰어 나가는...
씬57. 패스트푸드점 (N)
출입구로 들어오는 흥수. 다들 모여있다. 애라만 교복차림.
흥수 : 어라? 다 모였네? 야, 정애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엉? 뭔데 이 시간에 집합은 걸고 난리냐구?
유미 : 야, 이제 다 왔으니까, 얘기해. 얼른!
애라 : 알았어! (자랑하듯) 뭐, 별건 아니구...
흥수 : 야, 정애라!
애라 : (혀내밀고는) 내가, (헛기침하다가) 제작비 해결했어.
성제 : 그게 무슨 소리야? 제작비를 해결하다니. 어떻게?
흥수 : (생각해 보다가 반짝) 너 스폰서 구했구나? 그치? 그치?
애라 : 야, 요즘 세상에 누가 꽁짜루 돈을 대주냐?
흥수 : 그럼 뭐야아. 스폰서도 없이 어떻게 제작빌 해결해?
애라 : 우리가 가진걸 조금만 팔면 돼.
유미 : 우리가 가진게 뭐가 있는데?
애라 : 접때 우리 제작비 문제루 심난해 있었을 때 신화가 했던 말 기억안나?
신화 : ?
애라 :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이라구 했잖아. 그뿐이 아니야. 우린 패기와 열정이 넘치다 못해 그냥 줄줄 흐르잖냐.
유미 : 근데?
애라 : (테이블에 편지 탁, 내려놓고는) 그 패기와 열정을 파는거야.
흥수 : 이게 뭔데? (본다) 새 캐쥬얼 브랜드 ‘드림’의 단체 광고모델 1차 오디션 통과를 축하드립니다.
아이들 : ? (해서 머리 모였다가 동시에 고개 들며) 단체 광고모델?
애라 : (야무진 미소로 고개 끄덕이는)
씬58. 교정 공중전화 (D)
애라, 전화하고 있다. 뒤에서 전화하고 있는 태훈.
애라 : 김형주, 나 애란데... 직접 만나서 얘기해야 되는데, 아무튼... 덕분에 모든게 다 잘 해결됐어. 고마워.
애라, 전화끊고 가고 태훈 씩 웃는다.
씬59. 교실 (D)
태훈, 교실로 들어온다. 애라는 아이들과 수다떨고 있고...
태훈 : (짐짓 냉정한 척) 김형주. 혹시 삐삐온거 없냐?
형주 : 삐삐? (주머니에서 꺼내보는) 어, 언제왔지? 니가 친거야?
태훈 : 글세... 야.
형주 : 왜?
태훈 : ...
형주 : 뭐야? 왜 사람을 불러놓구 말을 안해?
태훈 : 아냐. 가서 삐삐온거나 확인해보라구.
형주 : ? (벙쪄서 보면)
태훈 : (기분 좋게 웃는데서)
씬60. 야외일각 (D)
영화반 아이들 몰려 걸어오고 있다. 광고찍으러 가는 길.
흥수 : (가슴에 손 올리며) 어, 어떻게 나 너무나 떠, 떠, 떨려.
유미 : (나서며) 내가 찍어봐서 아는데 그거 장난 아니다 니들.
흥수 : 기집애 잘난체는. 팔월호 보니까 니 사진은 한 장두 안나왔더만.
유미 : 아, 찍었다는데 의의가 있는거지.
지민 : 근데, 우리가 뽑히게 될까? 1차 오디션 통과한 팀도 꽤 많다며?
애라 : 얼지마, 떨지마, 우리가 되게 돼 있어.
흥수 : 웬 근거없는 낙관이냐?
애라 : 내가 동아리 소개서를 좀 특이하게 보냈거던.
성제 : 어떻게 보냈는데?
애라 :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채플린 2기 오디션 테입을 카피해서 보냈지. 나 머리 끝내주게 잘 돌아가지 않냐?
(이쁘게 잘난체하며 가고)
아이들 : (뭔소린가 해서) ?
정연 : (웃는다)
씬61. 에필로그
똑같은 티에, 똑같은 바지를 입고 광고를 준비 중인 영화반 아이들의 활기차고 패기 넘치는 모습 스케치.
누군가 ‘여기 동아리 짱이 누구예요?’ 부르는 소리에
물 마시고 있다가 손 번쩍 들며 ‘전데요!’ 돌아보는 지민의 모습에서 정지.
그 밑으로 뜨는, ‘(자막) 호주엔 제인캠피온. 미국엔 미미레더. 한국엔? -영화감독 윤지민’
한쪽 구석에 분장사에게 얼굴 맡기고 앉아있는 유미.
분장 마치고 가는 분장사에게 ‘언니 잠깐 그거 좀 빌려주시면 안돼요?’ 분첩 빌려서
자기가 직접 거울 보며 분장 고치는 유미 모습에서 정지.
‘(자막) 원판 불변의 법칙을 사정없이 깨부순다. - 분장 배유미’
조명 기구 만지작 거리다가 조명기사 한테 꿀밤 맞는 흥수에서 정지.
‘(자막) 디즈니와 드림웍스는 긴장하라! -컴퓨터 특수효과 박흥수’
그 번잡한 와중에도 한쪽 구석에서 책 읽고 앉아있는 신화,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모여주세요’ 소리에 돌아보는 신화에서 정지.
‘(자막) 날카로운 평론이 영화의 역사를 바꾼다. 영화평론가 유신화’
카메라 앞에 모여있는 아이들.
‘거기 두 사람 조금만 붙어봐’ 사진 작가 손짓하면,
귀엽게 혀 쏙 내밀며 성제 옆으로 붙는 정연. 그런 정연 보며 웃는 성제. 그 모습에서 정지.
‘(자막) 펜은 칼보다 강하고 날카롭다 -시나리오 작가 김정연. 이성제’
이제 사진작가의 주문대로 포즈를 완전히 갖춰 서있는 아이들.
'자, 자연스럽게 아무 말이나 해보세요' 하는 소리에 미리 준비한듯,
애라 : (손가락 하나 펼치며 이쁘게) 십년 뒤 스크린에서,
일동 : 우리 이름을 찾아보세요!
찰칵 셔터누르는 소리와 함께 환하게 웃는 영화반 아이들의 모습에 정지.
그 모습 위에 흘림체 글씨로 새져지는, 21세기 키노 전사 -동광고등학교 영화반 ‘채플린’
첫댓글 같은 대학~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