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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03 - 베링방정식 1
S#1. 기숙사 외경 낮
여자 기숙사 전경. 그 앞에 주루루루 늘어져 있는 자전거들..
한 여학생이 이불 보따리 하나에 커다란 이민 가방 하나를 들고 문으로 들어간다.
지나가던 다른 여학생 하나가 짐을 같이 들어준다.
그 학생들을 따라가는 기분으로 기숙사 정문을 들어선다.
S#2. 기숙사 로비
로비에는 짐보따리나 박스들을 들고 오가는 몇 명의 여학생들이 보인다.
오늘은 기숙사의 방배정을 새로 하는 날이다.
옆의 게시판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방배정 추첨 공고 벽보. (방 호수 옆에 이름 두 개씩이 주욱 쓰여진...)
S#3. 기숙사 계단
채영, 박스 위에 베게와 책들을 잔뜩 쌓아서 앞이 잘 안보이는 상태로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지원이 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다가 부딪히고 채영의 짐들이 쏟아진다.
채영 : 어어어... (아직 박스 하나는 두 팔에 든 채로 어쩔줄 몰라하는데)
지원 힐끗 채영을 보더니 그대로 내려가버린다.
채영 그런 지원을 보다가 할 수 없이 박스를 내려놓고 흩어진 책 몇 개를 주워올리다가...
결국 끓어오르는 화 때문에 멈추고... 주저 앉아.
채영 : 참자... 참고... 웃자... 웃는거야. (억지로 활짝 웃어본다)
S#4. 채영의 방
채영이 짐을 안고 들어선다. 아까와는 다른 짐.
실내에는 누군가 짐을 빼내가고 난 뒤의 어수선함.
가운데에는 채영이 이미 가져다 놓은 이불 보따리와 아까의 박스와 짐들이 보이고.
채영 침대 위에 박스를 던져놓고 휴우... 땀을 닦는데..
지원이 들어선다. 가방을 두 개 들고 있다.
채영 돌아보고는 연습한대로 활짝 웃는다.
채영 : 어서 와.
지원 : (방안을 휘이 둘러보더니 찡그려서) 여기 원래 이렇게 지저분했니?
채영 : 이사날 다 이렇지 뭐. 이삼일은 청소하구 정리해야 될거 같어.
지원 : (그대로 선 채 방안을 둘러보기만 하는)
채영 : (성격좋게 가서 가방을 받아주며) 하여간 잘됐다 그치? 너하구 난 과두 같고 학년두 같고.
서로 도움되는 일이 많을거야. (지원의 가방을 반대편 침대에 놓아주는)
지원 : (웃지 않고 또박또박)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두가지야.
채영 : 어 뭐? 말해봐.
지원 : 그냥 서로 피해주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어. 너두 아침마다 30분씩 머리 드라이하니?
채영 : 이 머리를 봐라. 이게 드라이한다구 제자리를 찾겠냐? (자기 머리칼을 북북 긁는)
지원 : 그리구 너두 하루종일 전화통 붙들고 사는 건 아니지?
채영 : (참고 다시 웃고) 니 저번 룸메가 그랬나부지?
지원 : 쓸데없이 자꾸 말붙이는 것두 원치않어.
채영 : ....그래..
지원 : 또 한가지 부탁은 내가 이쪽 침대를 쓰고 싶다는거야. (하며 채영이 짐을 올려놓은 침대를 가르킨다)
채영 : ... 그러지 뭐. (침대 위의 자기 짐을 챙겨드는)
지원 : 고마워. 그럼 남은 짐 갖구 올게.
나가버린다.
채영 잠시 정지되었다가 들었던 짐을 냅다 팽개친다.
채영 : 이걸... 일년을 참아야 돼? 어?
S#5. 동아리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채영. 아직도 기분이 풀려있지 않다.
민재는 컴 앞에 붙어앉아 미친 듯이 리포트를 작성하는 중.
재명과 옥주, 나란히 붙어앉아서 스포츠 신문의 숨은 그림찾기를 하고 있다가.
옥주 : 언니 짐 다 옮겼어?
재명 : (전혀 상관없이 신문을 코에 대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림을 찾고)
채영 : 짐이구 뭐구 도대체 이번 방배정은 어떻게 한거야?
옥주 : 컴퓨터가 한거래매.
채영 : 그 놈의 컴퓨터 어딨어. 내가 완전히 박살을 내놓구 말거야.
옥주 : 왜. 언니 룸메 누군데?
채영 : 그 이름도 거룩한 구지원이다.
옥주 : 어머어머. (벌떡 일어나더니 채영에게 다가와 끌어안는다)
채영 : 왜 이래.
옥주 : 언니 굳세게 살아남기를 바래. 화가 난다구 해서 절대루 자폭해버리면 안돼. 알았지?
채영 : (옥주를 떼어내서 보고는) 너냐? 니가 아침마다 30분씩 머리 드라이를 했었니? 하루 왼종일 전화통 붙들구 살았어?
재명 : 찾았다. 오리 찾았다. 이 옆에 열대어두 있어. 옥주야. 열대어두 찾았어.
민재 : (컴에 고개 박은 채) 니들 좀 조용히 안할래? 인제 세줄만 쓰면 된단 말야아.
옥주 : 오빠 우리 회의는 언제 해?
민재 : 좀만 기다려. 채영이가 와야지.
채영 : (다가가 들여다보며) 뭐하느라구 사람이 들어온 것두 모르냐.
민재 : (타자를 치며) 그러므로 문제의 명제는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끝.
엔터를 치더니 마우스로 프린트를 클릭한다.
채영 : 그 리포트 아직 안냈어? 어제까지 내는 거였잖아.
민재 : (돌아보더니) 너 언제 왔냐?
채영 : 그거 이교수님 리포트지? 너 그거 시간 지났다구 절대루 안받아줄걸?
민재 : 진인사 대천명... (프린트기를 퍽퍽 치며) 야 빨리 좀 뽑아라. 이 고물딱지야.
S#6. 복도
민재가 스무장 정도의 리포트를 들고 달려온다.
슬라이딩하듯 코너를 돌다가 누군가와 부딪힌다. 날리는 리포트 용지들..
민재 기겁을 해서 주우며.
민재 : 어이 미안해요. 미안해.
하다가 보면 주우려는 리포트 한 장이 상대의 발에 밟혀있다.
올려다보면 지원이다.
지원 아픈 듯 어깨를 만지고 있다가 발을 떼고 간다.
민재 그 종이를 집어들어보면 발자국이 찍혀있다.
민재 : (벌컥 일어서며) 어이 이봐.
지원 : (돌아보는)
민재 : 너 전산과 구지원 맞지?
지원 : (표정없이) 나한테 할말 있으세요?
민재 : ....예? ...아니 내 말은.. 여기 내 리포트에 발자국이 ...그니까 나도 미안하지만 거기도..
지원 : 복도에서 뛸 땐 조심하세요.
하더니 가버린다.
민재 어처구니가 없어서....
S#7. 이교수 랩
만수 책상에 발을 올리고 스포츠 신문을 읽고 있다.
만수 : 오늘의 운세... 주위사람에게 덕을 베풀라. 그러면 뜻하지 않은 수입이 생길 것이다...
헛소리하구 있네. 내가 돈 나올데가 어딨냐.
(E 문 열리는)
만수 순간 자세를 바로하며 신문을 치우며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돌아보면 민재가 들어서고 있다.
만수 : 간 떨어질 뻔 했잖아...
민재 : 교수님 안 계시지?
만수 : (다시 발 올리고 신문 집어들며) 왜?
민재 : 우리 어제 낸 리포트 채점하셨어?
만수 : 아직.. 왜?
민재 : (뒤에 감추었던 리포트를 내밀며) 이거 좀 슬쩍 ...안될까.
만수 : 안돼.
민재 : 아이 혀어엉.
만수 : 너 내가 이 자리를 얼마나 힘겹게.. 눈물겹게 지키고 있는지 알지? 내 시체를 넘어가기 전엔 안돼.
민재 : 만수형. 새로 생긴 노래방 가보구 싶지 않어? 거기 비디오 영상도 끝내준대든데.. 으응?
만수 : (오잉?)
S#8. 교정
재명이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오고 있다.
갑자기 끼이익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부리나케 뒷자리에 매달아놨던 헬멧을 쓴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아놀드가 탄 오토바이가 지나쳐간다.
지나쳐가며 아놀드는 재명을 사악 쳐다본다.
재명 안심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S#9. 석학의 집
재명 들어서며 미순에게.
재명 : 옥주 안왔어요?
미순 : 니 눈으로 찾아봐.
재명 : (형식적으로 휙 둘러보고 다시 미순에게) 여기서 만나기루 했는데.
미순 : 구석구석 잘 찾아봐.
재명 구석구석 보다가 정지한다.
구석 자리에서 옥주가 정태와 마주앉아서 뭔가 즐겁게 떠들어대고 있다.
재명 놀라서 더 자세히 본다. 옥주는 까르르 웃고 있다.
재명 어쩐지 그리로 가지 못하고 우물거리다가 옆의 의자에 앉는다.
혼자 우두커니 생각해보다가 다시 돌아본다.
이번에는 정태가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진영 다가오더니.
진영 : 뭐 드리까요.
재명 : (우울하게 진영을 보기만)
S#10. 박교수 연구실
방안 가득히 울려펴지는 스타크래프트의 게임소리.
남희가 어이없고 황당한 얼굴로 보고 있는 곳.
박교수가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오른 손으로는 마우스를 움직이고 왼손으로는 화살표키를 눌러 맵의 위치를 이동하는 자세)
게임에서 나는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경고소리.
소리 : (베이스 이즈 언더 어택. 베이스 이즈 언더 어택.)
박교수 : 어어 이것들이 언제 쳐들어온거야.
소리 : (게임 내의 격렬하게 싸우는 소리)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여대고 게임기에서는 요란하게 전투소리가 나고....
박교수 : 마이클 마이크을..
마이클 : (저 뒤에서 손에 들고 다니는 게임기를 작동하고 있다가) 왜요 싸부님.
박교수 : 치트키 뭐야. 돈 늘리는 치트키.
마이클 : (할수없다는 듯 일어서 다가오며) 치트키 나빠요. 혼자 해봐요.
소리 : (계속되는 전투소리, 으악...으악...죽어가는 소리)
박교수 : 야 임마 다 죽어가잖아. 돈이 하나두 없잖아.
마이클 : 그래서 내가 저그로 하라구 했잖아요. 저그가 제일 싸요.
박교수 : 저그는 징그럽잖아. 으아.. 다 박살나네. 이 자식들 뭐가 이렇게 많아.
마이클 : power overwhelming
박교수 : 뭐?
마이클 : 빨리 쳐요. 안 죽는 거에요. power overwhelming!!
박교수 재빨리 엔터를 치고 자판으로 치트키를 치고는 다시 엔터.
잠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더니..
박교수 : 으하하하 그래. 다 와. 다 와봐...
소리 : (유어 포스 이즈 언더 어택 ... 유어 포스 이즈 언더 어택)
박교수 : 걱정마 걱정마. 다 오라 그래.
박교수, 완전히 빠져있고 마이클은 그 뒤에서 열심히 보고 있고.
그리고 이만치에서 남희, 그 둘을 포기하고 정리하던 책꽂이 정리를 마저 계속한다.
S#11. 이교수 연구실
만수 조심스럽게 이교수 책상으로 다가간다.
쌓여있는 여러개의 종이 뭉치들을 들춰보다가 한 뭉치를 발견하고 회심의 미소.
들고있던 민재의 리포트를 슬쩍 중간에 끼워넣는데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이교수.
만수 : (화들짝 놀라서 얼결에 옆의 수화기를 들고는) 예 지금 안 계십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전화해주세요.
이교수 : 누구야?
만수 : 어 오셨어요? 일찍 오셨네요.
이교수 : 무슨 전화야?
만수 : 예.. 아.. 중국집인데요.
이교수 : 중국집?
만수 : 예 뭐...저번에 배달한 거.. 에.. 돈 안받아간 거 있다구.. 다시 걸라구 했습니다.
이교수 : 돈 안 준게 있었대?
만수 : 예?
이교수 : (지갑 꺼내며) 얼마래?
만수 : (버엉하지만) .... 이만 ..팔천..원이래는데요.
이교수 : 뭘 시켜먹었었는데 그렇게 나왔지? (돈을 세주며) 다음부터는 배달할 때 바루 받아가라 그래.
만수 : .....예. (황당하고 난감한 표정...)
S#12. 석학의 집.
정태와 옥주, 일어나 나가며.
옥주 : 언니 저 가요. 잘 마셨어요.
미순 : 오냐.. (하며 재명을 보는)
재명, 옥주가 자기를 봐주기 바라며 엉거주춤 일어나지만 옥주는 못본척하고 정태의 팔짱까지 끼며.
옥주 : 오빠 빨랑 가요. 빨리 보여주고 싶단 말이야.
정태 끌려나가며 의미심장하게 재명을 보고 웃고 나간다.
재명 굳어서 앉는데.
미순 다가와 물잔 하나를 더 주며.
미순 : 싸웠냐?
재명 : (머엉)
미순 : 니들 싸웠냐구. 너하구 옥주.
재명 : 아뇨.
미순 : 그럼 뺏겼냐?
재명 : 예?
미순 : 니 여자 친구 정태한테 뺏긴거야? 그니까 니가 채인거냐구.
재명 : (점점 심각해진다)
S#13. 이교수 강의실
웅성거리던 학생들.. 이교수가 들어오자 재빨리 조용해진다.
이교수 걸어가며 파일을 뒤져보며.
이교수 : 이민재. 박채영. 구지원.
민재와 채영 어리둥절해서 일어선다. 저쪽에서 지원도 일어선다.
이교수 : 이 세사람이 이번 리포트에서 에이플러스를 받은 사람들이다.
민재 채영 좋아서..
이교수 : 이럴 때는 모두 박수를 쳐줘야 되는거 아냐?
학생들 그제야 시원찮은 박수를 보낸다.
민재 채영 밑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앉으려는데.
이교수 : 이 세사람한테는 이달 말에 있는 워크샵에 참여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
민재 채영 으잉? 해서 다시 벌떡 일어나는...
이교수 : 느이들이 준비해야 될 주제는 이번에 리포트를 낸거하고도 연결되는거야.
'축구로봇을 위한 다개체 협동 시스템의 구현'
그러니까 여러 마리의 로봇들이 협력할 수 있는 이론에 대해 연구하고,
정립한 다개체 협동 알고리즘을 축구로봇에 적용시키면 되는거야. 간단하지?
그 정도의 리포트를 내놓을 실력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어때?
민재 : (기절하고 싶은 심정으로 보는)
이교수 : 세사람이 한팀이 되서 머리를 모으면 할 수 있겠지?
채영 : 저어.. 그렇지만..
이교수 : 할 수 있어 없어.
민재 : 그치만 저어.. 시간도 얼마 없구.. 그거 쓸려면 논문이 되야할텐데 우린 아직..
지원 : 해보겠습니다.
민재채영 : (후딱 지원을 돌아보는)
이교수 : 해보겠습니다가 아니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지.
지원 : 할 수 있습니다.
S#14. 강의실 앞 복도
민재 채영 지원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아무도 말이 없다.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오다가.
민재 : (우뚝 멈춰서더니) 할 수 있습니다?
채영과 지원도 멈추고.
민재 : (지원에게) 실례지만 하나만 물읍시다. 대체 뭘 믿구 할 수 있다구 큰소리를 치셨습니까?
채영 : 야. 같은 학년끼리 말투가 왜 그러냐. (지원에게 눈치보듯) 근데 너 너무 쉽게 대답한거 같어.
민재 : 이교수님 스타일을 아직 모르시나본데.. 저 분 저렇게 강제로 시켜놓구요. 나중에 좀 모자란다싶으면..
이 멍청이들아. 머리도 나쁜 것들이 노력두 안해? 이러면서 줬던 점수 도로 뺏어갈 양반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주 바쁜 사람입니다. 누구처럼 공부만 하는 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지원 : 아까 그 리포트요.
민재 : 예?
지원 : 그거 날짜 하루 지나서 낸거 아닌가요?
민재 : ....뭐요?
지원 : 그거 들고 뛰어가다가 저랑 부딪혔죠? 그런데 이교수님이 그거 받아주신거에요? 그리고 A를 주셨어요?
원래 제출날자 지나면 영점처리하게 되있지 않나요?
민재 : (정말로 열이 받는다) 맞습니다. 부탁인데 가서 일르세요.
이민재 리포트 문제 있으니까 그거 영점처리하고 이번 워크숍에서 빼라고요. 됐지요?
채영 : (둘의 눈치를 보는)
지원 : 내가 걱정하는 건 같은 팀으로서 일할 때 댁의 태도에요.
그런 식으로 바쁘다고 날자를 맨날 늦추면 피해를 보는 건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민재 : (부글부글.. 연기가 나는 느낌)
채영 : (얼른 민재 앞으로 나서며) 어유 걱정 마. 민재 얘가 책임감 빼면 시체잖어.
오죽하면 별명이 이책임이겠니. 이책임. 하하.
지원 : 어쨌든 난 이번 워크샵을 제대로 하고 싶어요. 그러면 장학금을 받는데도 유리하니까요. 그럼..
또박또박 가버린다.
민재 벌컥해서 지원을 부르려고 손을 드는데 채영, 얼른 그 팔을 잡아내리며.
채영 : 참어. 참으라구.
민재 : (아직도 말이 제대로 안나오는)
채영 : 쟤랑 같은 방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있다.
민재 : ....뭐? 설마.
채영 : (비장하게) 그래. 나. 내가 바로 그 인간이잖아. (하다가 으으으으... 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떤다)
S#15. 복도 휴게실 부근
재명이 창가 휴게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그 앞의 복도를 부지런히 걸어서 지나가는 박교수.
잠시후 다시 화면 안으로 들어와 왔던 길로 부지런히 걸어지나간다.
재명, 자기 생각에 빠져서 그저 앉아있는데..
다시 박교수 프레임 인되더니 중앙에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길을 잃은 것.
재명을 발견하고는...
박교수 : 저기 말 좀 물읍시다.
재명 : (시무룩하니 보는)
박교수 : 하아 나 참. 이 건물은 어째 이렇게 복잡하냐. 어... 전산과가 어느 쪽이지요?
재명 : 전산과 어딜 찾으시는데요?
박교수 : 박기훈 교수 연구실이요.
재명 : (생각해보는) 박기훈 교수가 누구시더라.
박교수 : 난데요.
재명과 박교수 잠시 서로 마주본다. 표정없이.
S#16. 산디과 랩 혹은 작업실
여러 가지 산디과 학생들의 연구물들이 늘어져 있는 곳. (그림이 제일 재미있는 곳으로)
정태 두리번거리는데.. 옥주가 한아름의 종이를 가운데에 올려놓으며.
옥주 : 그니까 이번 과제가 이거야. 종이로 신발을 만드는거.
최소량의 종이를 가지고, 60킬로의 사람이 신고, 5미터를 왕복할 수 있는 신발을 만들어야돼.
신발 바닥의 높이도 정해져있구. 그 담에..
정태 : 그래서 날더러 실험용이 되달라구?
옥주 : 응 오빠 60킬로 정도 안되나? 여기 어디 내가 설계해 놓은게 있는데.. (뒤지려는데)
정태 : 왜.
옥주 : 뭐가.
정태 : 왜 너의 그 꼬랑지같은 남자친구가 아니고 나한테 부탁했냐고.
그것두 그 녀석이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날 끌구 왔잖아.
옥주 당황해서 눈만 깜박이며 보는..
S#17. 복도
아예 나란히 앉아있는 재명과 박교수.
박교수 : 알겠다.
재명 : 아시겠어요? 걔가 왜 그랬는지?
박교수 : 역시 여자는 베링방정식이야.
재명 : 무슨 방정식이요?
박교수 : 전에 다니던 학교에 베링이라는 교수가 있었는데 말야.
이 교수가 내주는 방정식마다 변수가 어찌나 많은지 그거 하나 풀려면 한달씩 걸리구 그랬거든.
재명 : 아..
박교수 : 이 베링 방정식을 제대로 풀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모든 변수를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자근자근 정리하는 거.
재명 : (심각하게 끄덕이며) 예.
박교수 : 여기서 X는 그 여자의 이해못할 행동.
재명 : 맞습니다.
박교수 : Y는 새로 등장한 남자.
재명 : ....그건 변수인거 같은데요.
박교수 : 그렇군. 그럼 Y는... 자네의 반응이 되겠군.
재명 : 그럴거 같습니다.
박교수 : Z도 있나?
S#18. 산디과 랩
옥주, 종이 하나를 비비 꼬면서 약간 울먹해서.
옥주 :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정태 : (편히 앉아서) 모르긴 왜 몰라. 간단한 거 아냐. 넌 그 녀석.. 이름이 뭐라구 했지?
옥주 : 재명이요. 최재명.
정태 : 그래. 그 재명이란 녀석하구 드라마를 쓰고 싶은거야.
옥주 : 무슨 드라마?
정태 : 여자들은 다 그러잖아. 옆에 편하게 잘 있어주는 남자애를 괜히 쑤시고 땡기고 밀치고...
그래서 남자애가 쓸데없이 술먹고 헤메게 만들고.
그러고나면 니가 무슨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된거 같냐?
옥주 : (울먹) 난 안그래. 그런거 아냐.
정태 : 아니긴 뭐가 아냐. 이것두 그런거잖아. 니들 사이가 심심하다.
그러니 괜히 나를 끌어들여서 질투하게 만들어보자. 그럼 좀 화끈해질까? 재밌을거야. 이런거잖아.
옥주 : 오빤... 너무 잔인해.
정태 : 내가 잔인한게 아니구 진실이 잔인한거야 임마.
옥주 : (결국 히잉... 울며 꼬던 종이를 잡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정태 : (당황했다) 어이 뭐해? 우냐? 어이.
옥주 : (우느라 웅얼거리는 목소리..) 오빤... 여자 마음을 뭘 안다구.. 재명이하구 난..
그러다가 정지한다.
정태 조심스레 옥주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정태 : 어이 오옥주.. 이봐.
옥주 : (얼굴에서 손 떼더니 잡혀있는 꼬인 종이를 본다)
정태 : 괜찮냐?
옥주 : 오빠.
정태 : 어.
옥주 : 이거봐. (꼬인 종이를 보이며) 종이로 새끼를 꼬는거야. 그래서 신발을 만드는거야. 아주 튼튼할거야.
옛날 짚신두 다 이렇게 만든거잖아. 이렇게 하면 60킬로가 뭐야. 씨름선수 신발도 만들 수 있다구.
그러니까...이거봐. 이렇게..
분주하게 종이 몇장을 꺼내 손안에 넣어 비벼본다.. 그러다 다시 멈추더니 정태를 본다.
옥주 : 오빠.
정태 : 어 말해. 뭐.
옥주 : 새끼 꼴 줄 알어?
S#19. 교정
아놀드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다.
그곳에 민재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다가 멈추고, 내려서 다시 끌고 올라가다가 다시 멈춘다.
아놀드 할수없다는 듯 다가간다.
아놀드 : 이민재.
민재 : 아 아저씨.
아놀드 : 너 5분전부터 고기서 고렇게 오락가락하고 있는 거 아냐?
민재 : 예 아... 그랬습니까.
아놀드 : 자전거 타는 법을 잊어먹었냐. 아니면 인생의 나아갈 길을 잃은거야?
민재 : ...아저씨.
아놀드 : 뭐야 말해. 이 아놀드. 카이스트의 해결사.
민재 : 사내대장부가요.
아놀드 : (너무나 기분이 좋아져서) 그렇지. 사내대장부가.
민재 : 여자 하나 때문에 해야 될 일을 기피한다면...
아놀드 : 안되지.
민재 : 안되겠죠?
아놀드 : 거럼. 아저씨 공수 있을 때 얘기해줄까? 당시 우리 부대장님께 따님이 하나 있었어요.
모여대에 다니고 있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아가씨였지.
민재 : (얼른 자전거를 끌고 도망갈 자세)
아놀드 : 때는 바야흐로 눈보라가 휘날리는 어느 겨울밤이었어. 부대에 비상이 걸린거야.
공수특전대의 비상은 일반 부대의 비상과는 질적으로 달라. 게임이 안되지. 암..
민재 자전거를 뒤로 끌어 조금씩 멀어지는 중.
S#20. 동아리방
채영 테이블을 질질 끌어 중앙에 놓는다. 의자도 끌어와 놓으며.
채영 : 뭐해!
민재, 뚱하니 보고만 있다.
채영 : 거기 의자 좀 갖다 놔. 넌 남자가 되서 여자가 무거운 거 들면 달려올 줄도 모르냐?
민재 : (짐짓 놀랐다는 듯 채영을 들여다본다)
채영 : 왜.
민재 : 맞아맞아. 니가 여자였지 참.
채영 : 뭐야?
민재 : 미안하다. 그걸 자꾸 잊어먹는단 말야.
채영, 민재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밧다리. 엎어치기..하며 유도를 하고
민재 방어하느라 엉기고.. 떠드는데.
문이 열리며 지원이 들어선다.
채영 민재 어색해서 멈추고.
채영 : 들어와. 여기가 조용해서 얘기하기 좋아. 일루 앉어.
지원 : (새침하게 들어와 의자에 앉고)
민재 : (멀찌거니 떨어져 앉고)
채영 : (괜히 웃으며 앉으며) 자아 그럼 뭐부터 얘기하지?
지원도 민재도 말이 없다. 그렇게 잠시 침묵..
채영 : 어... 그러니까 우리 주제가 뭐냐. 여러마리의 로봇을 서로 협동시키는 문제잖어. 그치?
그니까.. 에에 그런데 에에.. 협동을 할려면 말이 통해야 하는데. 로봇들은 서로 말을 못해.
그게 문제야 그치? 하하.
아무도 웃지 않는다.
채영 : (드디어 화가 나려하며) 니들 지금 소개팅하니? 그렇게 앉아서 나더러 뚜쟁이 하라는 거야?
민재 : 야야 너 지금 비유가 좀 과하다.
채영 : 좋아 그럼 다른 비유를 해주지. 니들 지금 이혼할려구 나와있는 거냐? 내가 시어머니야 변호사야.
민재 : 야야야.
지원 : (차분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나 다섯시까지밖에 시간없어. 장난할 시간에 빨리 진행했음 좋겠어.
채영 : 다섯시에 어디 가는데.
민재 : 바쁘면 가셔야죠.
채영 : (민재를 흘겨주고) 알았어. 그럼 지원이부터 얘기해봐.
지원 : (채영을 향해서) 무선통신에 대해 얘기해보자.
문제는 현재 로봇들이 한번에 한 대의 로봇만 자신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거야.
모든 로봇이 동시에 자기 정보를 다른 로봇에게 전하는 방법을 생각해봤음 해.
민재 : (지원이 아닌 채영을 보면서) 그럴려면 모든 로봇들의 무선 통신 주파수를 다르게 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로봇의 하드웨어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해줘.
지원 : (채영에게) 로봇에게 학습 알고리즘을 부여해서 학습시키는 방법도 있을거야.
민재 : (채영에게) 어느 세월에... 한 십년은 걸릴거라고 말해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지원 : 그럼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보라고 전해줄래?
채영 한숨을 쉬더니 자기 머리칼을 북북 긁는다.
S#21. 교정 밤
불이 환히 켜져있는 도서관 건물.
그 중의 한 창문으로 줌인이 되면 두꺼운 책을 뒤지며 사탕을 입에 문 민재가 지나쳐간다.
S#22. 도서관 내부
산더미같은 논문들을 쌓아놓고 뒤지는 채영에게 민재가 다가오며 또 대여섯권의 책을 그 앞에 쌓아놓는다.
채영 그 책들을 보며 한숨부터 나온다.
채영 : (도서관이라 낮게) 아직두 많어?
민재 : 몰라. 논문이 수백개는 되는 거 같어.
채영 : 안되겠다. 우리 따로따로 찾아보자.
민재 : 너의 그 잘난 친구는 대체 뭐하신다니?
채영 : 고만 좀 해. 안그래두 배고파 쓰러질거 같단 말야.
민재 : (물고 있던 사탕을 빼서) 이거라두 먹을래?
채영 : 맞을래?
민재 : ... 얼마 있냐?
채영 : (반색하여) 사올래?
민재 : 양념닭 한 마리만 먹구 하자.
채영 : 닭? 오오 닭.. (얼른 주머니 뒤지는) 너 맥주는 절대 사오지 마.
S#23. 쪽문 쪽 밤 바깥쪽.
민재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고 있다. 핸들에는 닭봉지가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고.
민재 자전거에서 내려 쪽문 안으로 자전거를 들이고... 그러다가 문득 보는 곳.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지원. 긴 코트차림.
민재 얼른 뒤로 돌아서 외면한다. 잠시 후 슬쩍 돌아본다.
지원이 쪽문을 통해 나가고 있다. 걷는 바람에 코트 자락이 날리며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다리가 드러난다.
민재 오잉? 해서 다시 본다.
머리칼도 어른스럽게 위로 올리고 핸드백을 메고... 그리고 드러난 다리에 하이힐.
민재 아하... 알쪼다...하는 기분으로 본다.
S#24. 채영 방
채영 들어와서 불을 켠다.
방의 지원이 쪽은 깨끗이 정리가 되어있다.
채영의 쪽은 아직도 짐을 다 풀지 않고 어수선한 분위기.
채영 졸려서 거의 눈이 감긴 상태. 들고온 책들을 대충 던져놓고 침대에 가서 엎어진다.
다리 밑에 걸린 짐을 대충 차내버린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본다. 새벽 4시가 넘어가고 있다.
상체를 일으켜 지원의 침대 쪽을 본다. 아무도 잔 흔적이 없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S#25. 이교수 랩
만수가 울상으로 앉아서 수십통 쌓여진 편지봉투에 일일이 주소를 오려 붙이고 있다.
주소 하나 붙이고 옆의 주소록에 체크하며.
만수 : 고려대는 됐고, 그 담엔 어디냐. 포항공대...
주소록을 들어 오리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주머니에서 이만팔천원을 꺼내어 책상 위에 놓는다.
괴로운 듯 노려보다가 문득 왼쪽으로 서더니.
만수 : (악마의 목소리) 괜찮아 괜찮아. 이교수님. 평생 가두 이거 몰라. 완전범죄야.
(오른쪽으로 서서 천사의 목소리) 어머 얘, 알건 모르건 이건 도둑질이야. 그것두 존경하는 스승의 돈을 도둑질하는거라구.
(왼쪽) 야 임마. 그렇다구해서 이제 와 어쩔거야? 도로 들고가서 실은 교수님 제가 이걸 훔쳤습니다. 이럴거야?
(오른쪽) 훔친건 아니지 얘. 어쩌다보니까.. 그냥 주신건데...
(헷갈려서) 물론 그냥 준건 아니지. 아 나는 왜 하필 중국집 얘길 해가지구.. (자기 입을 때리며 정말 괴롭다)
S#26. 이교수 연구실
고개를 숙이고 주욱 서있는 민재 채영 지원.
이교수, 달랑 다섯장쯤 되는 리포트를 뒤져보다가.
이교수 : 니들 능력을 내가 너무 과대평가했니? 능력이 이것밖에 안됐어?
지금 가져온 내용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있다고 생각해?
나는 니들이 다른 학생들보다는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민재 : 죄송합니다.
이교수 : 워크샵이 뭔지는 알고 있지? 같은 분야를 연구해온 각 대학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연구한거 발표하는 자리야.
니들 나를 개망신시키구 싶은거니?
채영 : 아직 논문들을 다 보질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이교수 : 이민재. 학과 공부랑 같이 하기 힘드니?
민재 : 아닙니다.
이교수 : 박채영 집에 무슨 일 있어?
채영 : 아닙니다.
이교수 : 구지원 내가 억지로 시킨거니 이거?
지원 : 아니요.
이교수 : 근데 왜 그러구들 있어? 빨랑 가서 다시 시작해!
S#27. 동아리방
민재 한아름의 프린트물을 테이블에 타앙 올려놓으며.
민재 : 이거 어제밤에 찾은 논문들이야. 열 개쯤 되는데 대충 읽어 봤거든.
채영 : 어때.
민재 : 생각했던거랑 좀 달러. 달라두 아주우 달러. 그래서 이 논문들.. 다 이면지로 쓸 생각이야.
채영 : 그래두 니가 찾은 게 내꺼보단 낫네. 내건 양면복사를 해서 이면지로도 못 써.
(자기 앞에 놓여있던 한뭉치의 프린트물을 들더니 바닥에 텅 떨어뜨린다)
두 사람... 한쪽에 지원을 돌아본다.
채영 : 지원이 넌 뭐 좀 찾은 거 있니?
지원 : (노트를 열어 댓장 정도의 프린트 종이를 꺼내 놓으며) 논문 찾는 법을 잘 모르는거 같네.
이거 필요한 논문 제목들이야. 키워드루 검색해서 찾아놨어.
채영 : (받아보며) 제목들이라니? 논문은 어디있구.
지원 : 미안해. 나 시간이 없어서 직접 찾을수가 없어. 니가 좀 찾아놔줄래? 읽어보는건 내가 할게.
그럼.. 내일 봐. (나가려는)
민재 : (보지도 않은 채) 데이트를 할거면 좀 일찍일찍 합시다.
지원 : (문고리 잡은채 멈췄다가 보는)
민재 : (역시 안 보는대로) 밤 열시 다 되서.. 데이트를 시작하면 공부는 언제 합니까?
그리구 팀작업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그 데이트 좀 삼가줄 수 없을까요.
도대체 밤 열시에 어디서 어떤 데이트를 하는진 모르겠지만.
지원 말없이 보고 있다가 나가더니 문을 닫는다.
채영 : 무슨 말이야?
민재 : 몰라두 돼.
채영 : 쟤 어제밤에 데이트 하는거 봤어?
민재 : 흥 말이 좋아 데이트지 그 옷입은 꼴 하군... 아 몰라. 더 묻지 마. 이런 거 뒤에서 얘기하구 싶지 않어.
벌떡 일어나더니 걸쳐놓았던 윗도리를 채어들고 나가버린다.
S#28. 교정 낮
박교수 체육복을 입고 조깅을 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지나가는 학생들이 한번씩 돌아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현재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오던 재명, 박교수를 발견하고는 오토바이를 돌려 옆을 따르며.
재명 : 교수님. 질문이 있는데요.
박교수 : 어이구 헉헉 그 질문 꼭 지금 해야되냐?
재명 : 아무래도 X가 이상해요.
박교수 : X가 뭐였지?
재명 : 여자요. 옥주. 오옥주.
(시간경과)
세워져있는 오토바이. 그 옆에 둘이 나란히 앉아있다.
재명 : 교수님께서 저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보라구 하셨잖아요.
박교수 : 그렇지. 그것만이 변수를 현상태로 유지시키는 방법이야. 일단 변수가 안정되야 계산을 할 때에..
재명 : 지난 일주일동안 아무 연락이 없어요.
박교수 : X가?
재명 : 예에. 삐삐도 안오고 전화도 안하고 석학의 집에도 안나타나구 그리고..
박교수 : (재명을 유심히 보다가) 하나만 묻자.
재명 : 예.
박교수 : 그 여자의 어디가 그렇게 좋냐?
재명 : (어려운 질문이다. 생각해보다가) 일학년때 처음 봤는데요.
박교수 : 봤는데..
재명 : 그때 여자들을 주욱 스캔해보니까. 딱 한 여자만 치마를 입고 있었거든요. 그게 옥주에요.
박교수 : 그게 다야?
재명 : 아뇨. 그 다음에 보니까 얘가 게임을 무지하게 잘하는거에요. 그때 제가 머드게임을 하고 있었는데요.
얘가 자기 아이템을 다 나눠줬어요. 그래서 제가 살아남았거든요.
박교수 : 으음.. 그럼 또 하나. 너 장래에 그 여자와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 거지?
재명 : 이런 대답이 방정식에 도움이 되는건가요?
박교수 : 그렇지. 일단 답을 내놓고 과정을 거꾸로 산출해가는 방법이지.
재명 : 아아..
박교수 : 그래서 원하는 답이 뭐야?
재명 : 그냥.. 서른살쯤 되었을때요.
박교수 : 서른살쯤 되었을때..
재명 : 난 내 와이프하구요. 밤새도록..
박교수 : 밤새도록..
재명 : 게임을 같이 하고 싶어요. 랜으루 연결해서요. 그래서 서루 실력이 비슷했으면 좋겠어요.
박교수 : 오오.. 말이 되는군. 좋은 꿈이야.
재명 : (열심히 끄덕이는)
박교수 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재명 옆에서 박교수만 하늘처럼 바라보고 있다.
S#29. 인공위성 센터
안테나가 돌아가고 있고....(돌아가나?)
서교수 : (소리) 그게 방정식으루 풀리냐?
S#30. 서교수랩
서교수 커피 한잔을 내밀어준다.
그 앞에서 박교수 열심히 종이에 식을 쓰고 있다가.
박교수 : 글세 이걸 봐. 이렇게 해서 여기다 C라는 변수를 넣으면..
서교수 : 니가 왜 이제까지 연애를 한번도 못해봤는지 알지?
박교수 : 아 그러니까 형한테 온거 아냐. 형이야 한달에 한번씩 데이트 상대를 바꾸고 그랬으니까.
어이 형. 한번 해답을 생각해봐. 이거 내가 이 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학생한테 받은 질문이라구.
서교수 : 어이 정철수.
지나가던 박사과정 남학생 한명이 얼른 다가온다.
서교수 : 내일 오후 한시에 프로젝트 관계자 미팅이 있거든. 그 자료를 준비해줘.
학생 : 내일 오후 한시요? 지금 저녁 일곱신데..
서교수 : 내일 아침 아홉시쯤이면 드래프트 되겠지? 내가 한번 볼게.
학생 : 내일 아홉시..요? (기절하고 싶은..)
서교수 : 미팅에는 프로젝트 관계자가 일곱명 오니까 준비해주고.
학생 : 저어..근데 자료는 얼마나 자세하게 해야 됩니까?
서교수 : 아주우 디테일하게.
학생 : 저..그럼 범위는 어디서 어디까지..
서교수 : 에브리띵!
입벌리고 서있던 학생 울상을 하고 인사하고 급히 간다.
박교수 : 아주 애를 잡는구만. 잡어.
서교수 : 이게 정답이야.
박교수 : 뭐?
서교수 : 저 친구가 얼마 전에 실연을 당했거든. 지금 박사 2년찬데 방법은 이거밖에 없어.
연애구 여자구 아예 생각할 시간을 안주는거.
박교수 : (버엉해서 보는)
서교수 : 생각할 시간이 없으면 잊어먹게 되있어. 잊어먹으면 극복하는 거구.
어이 이런건 방정식하구 상관없는거야. 알어?
박교수 오호...해서 생각해본다.
S#31. 도서관 내부 밤
지원 빈자리를 찾아 오더니.. 앉지는 않고 가방에서 책과 노트 몇권을 꺼내어 주욱 늘어놓는다.
그리고는 다시 나간다.
큼직한 가방(옷이 들어갈 정도의)을 들고 있다.
S#32. 도서관 앞 밤
민재 자전거 보관소에 자전거를 주차시키고 있다.
돌아서는데 지원이 나와서 급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자전거 열쇠를 푸는 민재.
S#33. 거리 일각 밤
저 앞에 지원이 걸어가고 있다.
저 뒤에 민재가 조심스레 자전거를 타고 미행해온다.
횡단보도 앞에 멈추어 서는 지원.
민재 자전거를 멈추고 어느 간판? 뒤에 몸을 숨기고 본다.
S#34. 거리 일각 밤
자전거를 몰고 오다가 세우는 민재. 보는 곳.
지원이 어느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민재 건물을 올려다본다.
4-5층 정도의 건물에는 워낙 많은 간판들이 걸려있어서 도무지 짐작을 할 수가 없다.
S#35. 건물 내부 계단 부근
민재 두리번거리며 계단을 오르는데 내려오는 사람들.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가 후딱 놀라서 보는 곳.
화장실에서 나오는 지원. 머리 모양이 달라져있다.
민재 급하게 어딘가로 몸을 숨겼다가 다시 보면...
계단을 내려가는 지원. 어느새.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차림이다.
그 옷차림 위로 긴 코트를 걸쳐입으며 가방을 메고 가는...
S#36. 채영의 방
채영 책이며 논문 복사한 것을 한아름 안고 들어선다.
어깨로 벽의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켜고 낑낑대며 들어서 책상에 우루루 쏟아놓는다.
옆을 돌아본다. 지원의 침대나 책상은 여전히 깨끗하다. 주인이 없는 것처럼.
S#37. 호텔 앞 버스 정류장
버스가 서고 지원이 내린다.
저 뒤로 민재가 헉헉거리며 열심히 자전거를 달려온다. 거의 쓰러질듯해서 브레이크를 잡고 보는 곳.
지원이 어느 건물을 향해 총총이 가고 있다.
민재 보던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물든다.
지원이 들어서는 건물.. 주욱 위를 보면 호텔이다.
민재 어이없어 보다가 멍해서 자전거를 돌린다. 자전거를 몇바퀴 굴리다가 다시 멈춘다.
욱하는 성질이 다시 도진다. 자전거를 휙 돌리더니 급히 몰아 호텔 쪽으로 간다.
S#38. 호텔 어느 층
민재 거의 화가 난 상태에서 빠르게 걸어온다. 주위를 둘러본다.
저만치 코너를 돌아가는 지원의 코트 자락이 보인다.
민재 다른 거 볼거 없이 그리로 따라간다. 마악 들어가려다 보면 웨이터가 막아서며.
웨이터 : 어서 오세요.
민재 그제야 정신이 나서 웨이터를 보고 주위를 둘러본다.
호텔 내부의 칵테일 라운지 입구이다.
웨이터 : 혼자십니까?
민재 : 예?
S#39. 채영의 방
채영 조심스럽게 지원의 책상을 기웃거린다.
손가락 끝으로 이것저것 건드려보다가 책 한권을 꺼낸다.
칵테일 만드는 법에 대한 책이다.
채영 찡그리며 책의 제목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S#40. 칵테일 바 내부
민재 어리벙벙해서 들어선다.
늦은 밤. 이곳 저곳의 테이블에 손님들이 몇 있고...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고(또는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고 있고)
민재 지나가던 웨이터에게 걸리적거리고. 꾸벅 미안해서 인사를 하고 그러다가 한곳을 보는데..
제복인 듯한 윗도리에 짧은 미니를 입고 머리를 올린 지원이 바 안에 있다.
지원 익숙한 솜씨로 쉐이커 안에 음료를 넣고 흔든다. 흔들다가 멈추고 본다.
그 앞에 와서 앉는 민재.
지원 아무 표정없이 민재를 보다가 쉐이커를 마저 흔들고 잔에 따른다.
민재 아무 말없이 보고만 있다. 어색해서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지원이 민재의 앞에 와 선다.
민재 어정쩡하니 웃어보이려는데.
지원 : 뭘루 드릴까요?
민재 : (웃음이 멈춰서...) 아 저..
지원 : (직업적인 미소를 띄워) 즐겨 드시는 칵테일이 있나요?
민재 : 어... 그냥 아무거나..
지원 : 세븐틴세븐틴 어때요? 별루 세지두 않고 괜찮아요.
민재 : ....
지원 : 그럼 그걸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하는...)
민재 : 언제부터 여기서 일했어요?
지원 : (쳐다보지도 않는..이제 직업적인 미소는 없다)
민재 : 밤마다 해요? 몇시간씩 하는데. 이거 하면서 공부할 시간 있어요?
지원 : (민재 앞에 칵테일 잔을 내려놓더니) 댁이야말루 이런데 다닐 시간이며 돈 있어요?
민재 : ...네?
지원 : 아니면 날 따라왔어요? 그런거에요?
민재 : 어어.. 이봐요.
지원 : 그래서. 재미있어요?
민재 할 말을 잃었는데 지원 냉큼 저리로 가버린다.
민재 얼결에 칵테일을 한모금 마셨다가 윽..찡그린다. 그러다 보면...
저만치에서 잔을 닦는 지원의 옆 모습. 문득 이쪽의 시선을 피해 등을 돌린다.
민재 상체를 기웃해서 자세히 본다.
지원 얼핏 눈물을 닦는 것 같다. (자세히는 보이지 않는다)
S#41. 채영의 방
책상 위에서부터 바닥을 지나 줄줄이 늘어져있는 자료들...
자료들을 주욱 따라가보면
침대 위에 채영이 자료를 얼굴이며 몸에 거의 덮다시피하고 잠들어있다.
S#42. 호텔 로비
늦은 밤 시간..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로비.
지원 퇴근하여 나오다가 멈춰선다.
지원이 보는 곳. 로비 한 쪽에 민재가 자료들을 늘어놓고 어두운 불빛 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시선을 느꼈는지 민재가 문득 고개를 들어 지원을 본다. 웃으려다가 만다.
지원 외면하더니 현관 쪽으로 나가버린다.
민재 급히 자료들을 챙긴다.
S#43. 밤 거리
지원이 걸어오고 그 뒤를 민재가 자전거를 타고 좇아오다가 내려서더니
두어걸음쯤 뒤에서 자전거를 끌며 따른다.
지원 걸어오다가 못 참고 서더니 돌아본다.
지원 : 하구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민재 : (빙긋) 말 놓으니까 좋은데.
지원 : 잔소리 하구 싶니? 해봐. 동정하구 싶어? 해. 들어줄게.
민재 : (생각해보더니) 할말 없어.
지원 : 없어? 할말두 없는데 거기서 날 기다렸어?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민재 : 너 고슴도치냐? 그냥 말을 해. 무조건 찔러댈 생각말구.
지원 : (노려보는)
민재 : 그냥 기다렸어. 같이 갈려구. 이 시간엔 버스두 없잖아. 밤길은 위험하구.
지원 : 택시 타구 갈거야.
민재 : 너 돈 벌려구 일하는거 아냐? 택시비 아껴야 되잖어. 두정거장 밖에 안되는데.
지원 노려보다가 홱 돌아서 걷기 시작한다.
민재 따라 걷다가.
민재 : 같이 타구갈래? 태워줄게.
지원 못 들은 척.
민재 하릴없이 따라 걷다가..
민재 : 가방이라두 내놔.
지원 못 들은 척 걷는다.
민재 지원의 가방을 당긴다. 지원 못 이긴척 내준다.
민재 지원의 가방을 자전거에 싣는다.
그렇게 둘이 걸어온다. 밤길을... 그들을 배경으로 이쁜 야경....
S#44. 아침 교정
출근하는 교수들의 자동차. 학생들의 자전거들...
그 중앙에서 아놀드가 너무나 멋지게 수신호를 보내고 있고.
S#45. 이교수방
화면 가득한 장미꽃 위로 들리는 이교수의 날카로운 소리.
이교수 : (소리) 너 도대체 무슨 짓 한거야?
만수가 장미꽃을 잔뜩 든 채로 겁에 질려 보고 있다.
이교수 : 솔직히 말해.
만수 : 그게 아니구요. 이거 정말로 그냥 교수님께 드릴려구 새벽부터 꽃가게 가서 사온건데.
이교수 : 글세 니가 왜 나한테 장미꽃을 주냐구. 그것두 그렇게 많이. 그거 대체 얼마어치야.
만수 : 이만팔천원어치..인데요.
이교수 : 너 프로그램 뭐 지워먹었니?
만수 : 아아뇨.
이교수 : 그럼. 아예 하드를 날려버린거야?
만수 : 아이참. 아니라니까요. 그냥... 아아 참. 그냥...
S#46. 처장실
처장 : MIT요?
처장 앞에 박교수와 마이클이 앉아있다.
박교수 : 예 지금 거기서 2학년을 다니고 있는데요. 일루 편입을 하고 싶대는데요.
처장 : MIT에서요.
박교수 : 안되나요?
처장 : 아니. 안되는 게 아니라.. 하아.. MIT요. 그게 하아.. 그게 그렇게 되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되는데..
마이클 : 저 공부 잘해요.
처장 : 글세..잘하겠지요. 아아. 그래도 편입시험을 쳐야 되는데.
마이클 : 나 시험도 잘 쳐요.
처장 : 그래요. 잘 치겠지요.
마이클 : 나 우리 싸부님하고 공부하고 싶어요. 나 싸부님 싸랑해요.
처장 : 허어.. 이거 참 보기 좋습니다.
박교수 : 마이클 저 분은 내 싸부님이셔. 그러니까 너한테는 어떻게 되시는가하면.
마이클 : 싸부할아버지.
박교수 : 아니지. 이럴 때는 사조님. 이렇게 부르는거야.
마이클 : 오우 싸조님.
박교수 : 그렇지.
S#47. 이교수연구실
재명이 엄청난 양의 자료들을 옆에 쌓아놓고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치고 있다.
남희가 또 한뭉치의 자료를 옆에 쌓아주며.
남희 : 이것두 분야별루 잘 정리해서 기록해놔.
재명 : 아이 근데 선배님.
남희 : 못하겠단 소리라면 하지두 마.
재명 : 그게 아니구요. 근데 내가 왜 이 일을 하구 있어야 되는거에요?
난 전산과두 아니구. 교수님 강의를 듣는 것두 아니구.
남희 : 낸들 아니. 박교수님 하는 일을 니가 알리. 내가 알리. 하늘이 알리.
그저 내가 맡은 일은 니가 아무 생각두 못하게 계속 일만 하도록 도와주라는거야. 알겠니?
재명 : (죽을맛) 아니 글세 왜 내가 아무 생각 못하게 도와줘야 되냐구요.
남희 : 묻지 말라구 했지. 왜냐. 나두 모르니까.
남희 목록이 적힌 수첩을 보며 총총이 간다.
재명 울상이 되어 옆의 자료를 뒤지고...
S#48. 처장실
혼자 남은 처장이 전화를 하고 있다.
처장 : 여보세요. 홍보과장이지요? 우리 학교에 과학부 기자들 자주 오지요?
그 사람들한테 기사거리를 하나 줄게 있어요.
MIT에서 카이스트에 편입 신청을 해온 학생 얘긴데...글세 그래요. MIT.
우리 학교 교수를 너무나 존경해서 오게 된 학생이에요. 존경하다 못해 사랑을 한다는군요.
S#49. 동아리방
정태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채영이 여전히 한아름의 자료를 들고 들어선다.
정태 : 왔냐?
채영 : 이 인간 어디갔어.
정태 : 저기 늘어져 있는 인간 말야?
채영 테이블에 책을 놓다가 보면.. 민재가 한쪽 소파에 구겨져서 자고 있다.
채영, 맨 위의 책 하나를 들어 민재에게 다가가 등짝을 때리고.
채영 : 이민재.
민재 : 어이구 아퍼.. (하며 일어나는)
채영 : 너 어제 도서관 온대구 어디루 샜어?
민재 : 야 너 정말 여자 맞냐?
채영 : 잠이 덜 깼나본데 한 대 더 패줄까?
민재 : 알았어 알았다구. 세수나 하구 올게.
채영 : 세수할 시간이 어딨어.
소리를 지르는데 문이 열리며 지원이 들어선다.
채영 : 지원이 너 잘 왔어. 너 나하구 오늘은 얘기 좀 하자.
지원 : (새침하게 민재 쪽은 보지 않고 들어와 의자를 당겨 앉는데)
채영 : 너 얼마나 바쁜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팀플레이야. 그런데..
민재 : 지원이 어제 도서관에서 밤샜어.
채영 : (민재를 돌아보는) 니가 어떻게 알어.
민재 : (우물우물) 같이 있었거든.
지원 : 셋이 분야를 나누기로 했어. 민재는 개체간의 통신을 다룬 연구내용을 조사하기로 했고.
난 협동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알고리즘만 중심으로 연구한 것들을 찾기로 했어.
채영 : (좀 버엉해서 보다가) 내것두 있어?
지원 : 넌 로봇 축구 관련 논문들만 찾으면 돼.
채영 : ....그래?
지원 : (민재에게) 좀 잤니?
민재 : 어 아침에 여기서 좀.. 자다가 방금 채영이한테 얻어맞구 깼어.
채영 : 니들 언제부터 말 텄냐?
지원 : 그래? 그럼 아직 채영이한테 얘기할 시간 없었겠네?
민재 : 무슨 얘기?
지원 : 내 얘기. 니들이 며칠은 떠들구 재밌어할 얘기잖어.
민재 : (노려보는데)
지원 : 자리 피해줄게. 난 내 분야만 찾아놓으면 되지? (일어나며) 그럼 저녁에 봐.
지원 나가버린다.
민재 지원이 나간 문을 노려보고..
채영 뭐가 뭔지 모르겠고. 정태 흥미진진해서 보고.
민재 벌떡 일어나더니 지원을 따라 나간다. 문이 쾅 닫히고.
채영 : (의자에 주저앉더니) 뭐야 이거. ..뭐야 저것들.
정태 : 난 대충 알겠는데.
채영 : 뭔데. 말해봐.
정태 : 채영아.
채영 : 왜.
정태 : 너 민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채영 : 민재? 민재야..뭐.. 민재같이 생각하지. 왜?
정태 : 으이그. (한심하다는 듯 보더니) 넌 누구 짝사랑해본 남자두 없지?
채영 : 있어.
정태 : 누구?
채영 : 맥가이버.
정태 : 으윽...
채영 :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정태 : 이 사람아. 이건 남녀 문제야. 이민재와 구지원. 그리고 너와 나.
채영 : ....왜애? (정말 모르겠는 심각한 얼굴이다)
S#50. 복도
민재 달려와서 앞서 가는 지원을 막아선다.
민재 : 너 대체 왜 그래?
지원 : 뭐가?
민재 : 너 바보냐?
지원 : (좀 웃더니) 어젠 고슴도치라구 하지 않았니?
민재 : 내가 그런 얘기 아무한테나 떠벌리구 다닐거 같았어?
지원 : 아무한테는 안해두 채영이한테는 했겠지.
민재 : 그래 채영이한테는 할 수 있어. 넌 잘 모르겠지만 채영이 걘..
지원 : 알어. 니들 어떤 사인지. 내가 니들 사이에 들어가서 같이 공부하는 것만두 영광스럽게 생각하구 있어.
민재 : ... 너 정말 많이 꼬였구나.
지원 : 그래 나 꼬여있어. 왜냐하면 난 느이들하구 다르니까. 그래서 느이들처럼 똑바르지가 못해.
민재 : 뭐가? 뭐가 그렇게 다르다는거야.
지원 : 여기 이 자리에 서있는 이유부터 달러. 느이들처럼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공부하는거 아냐.
난. 돈벌려구 공부해. 순수학문같은 거 난 몰라.
밤마다 술파는 여대생이 그럼 어떨거라구 생각한거야?
민재 뭐라 말하기 전에 지원, 민재를 지나쳐 가버린다.
민재 황당할 따름이다.
S#51. 도서관 밤 야경
S#52. 도서관 내부
정태 논문 몇 개를 찾아서 온다.
테이블에서 자료를 쌓아놓고 뭔가를 적고 있는 채영과 민재.
정태 : (논문을 앞에 놓아주며) 근데 내가 왜 니들 워크샵 논문까지 찾아줘야 되냐.
채영 : 왜냐면.. 그건 니가 날 좋아하니까.
정태 : (보는)
채영 : (정태는 안보고 쪽지를 보며) 이거 하나 더 찾아야겠다.
쪽지를 들고 간다.
정태 : 저 자식은 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 (민재를 보면)
민재 : (시계를 보며 뭔가를 계산하고 있다)
정태 : 어이 아직 밤샐래믄 멀었어.
민재 : (일어나 의자에 걸쳐놓았던 옷을 벗겨들며) 미안하다. 뒷일을 부탁한다. (가려는데)
정태 : (민재를 잡아 ) 어디 가.
민재 : 금방 갔다올게.
정태 : 너 요즘 비밀이 많다.
민재 : 비밀은 짜샤. 바람 좀 쐬구 온대는데..
정태 : 난 그 여자 여우같아서 맘에 안들더라.
민재 : 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정태 : 그 여자땜에 채영이 소외시키지 마. 내 보기엔 너 하는 짓 아주 치사해.
민재 : ....아주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민재, 정태를 뿌리치고 그냥 나가버린다.
정태, 돌아보면 저만치에서 채영이 서가 옆에 서서 나가는 민재를 보고 있다.
S#53. 밤 호텔 전경
그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
인적이 드문 늦은 시간. 혹은 멀리 보이는 유성 지구의 야경...
S#54. 호텔 로비 밤.
인적없는데 구석으로 주욱 다가가며 들리는 지원의 목소리.
지원 : (소리) 지석이니? 아직 안잤어? 아버진 어떠셔? 계속 술만 드셔?
지원이 공중전화 옆에 서서 전화를 하는 중이다. 소리를 낮춰서.
지원 : 엄만? ... 걱정마. 니 등록금 어제 부쳤어. 엄마한텐 말하지마. 아버지 술좀 그만 드시게 해.
아이구 내 걱정은 마셔. 여긴 다 공짜잖아. 너두 공부 좀해서 이런데 들어오지 왜.
.....그래 알았어. 끊어. 동전 다 떨어진다. 자라..
전화를 끊고 돌아서다가 멈칫 선다. 저 앞에서 보고 있는 민재.
그렇게 무표정하게 보고 있는 민재와 말을 잃은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