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산일지(북한산 숨은벽)
○ 일자 : 2005. 10. 16(일요일)
○ 장소 : 북한산 숨은벽
○ 참석 : 이국범 부부 +1(처형), 이철환 부부 5명
○ 산행코스
북한산 숨은벽 들머리는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이다.
효자비-효자묘- (김선달 立席 賣票 지점)- 추락위험 안내판 있는 곳- 밤골 능선-숨은벽-밤골 계곡- 추락위험 안내판 있는 곳-효자묘 아랫 길- 효자비- 오우가(五友歌)식당
○ 김선달 매표소
11:00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오우가 식당 앞 효자비 출발. 이곳이 효자동(孝子洞)인 까닭은 설명이 필요 없다. 등산로 초입에 효자비가 서 있으니까.
효자비(孝子碑) [朝鮮孝子朴公 泰星旌閭之碑], 효자비에서 5분 만에 효자묘 도착.
뚝곰 왈, 이곳 등산로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단다. 첫째는 개구멍이라 무료입장이고, 둘째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 산행객이 별로 없어 호젓해서 좋고, 더구나 무료입장(1,600원×5명=8,000원)이라는 말에 과일값이 빠졌다고 다들 좋아한다(오면서 차를 멈추고 사과와 감을 좀 샀거든). 희희낙락거리며 지나는데, 웃음이 그치기도 전에 나무그늘에 책상하나 놓고 앉아있는 사람이 보인다. 앞장 선 뚝곰, 순한 양이 되어 1만원권을 갖다 바친다. 국립공원관리 직원이란다. 입장권(영수증)까지 주는 걸 보니 ‘짜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좀 아리숭하다. 매표소도 아닌 등산로에서 나무책상 하나 놓고 수금(收金)하다니, 잡스런 머릿속에 봉이 김선달이 번뜩 생각킨다.
조금 더 오르는데, 계곡을 타고 가던 등산로에 밧줄로 막아놓고,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어렵쇼! 아래서는 김선달 같은 사내가 입장료를 받더니, 위에서는 출입금지라니- 장난은 아닐 테고, 뭔가 이상야릇하다. 산행기를 쓰면서 지도를 보니, 우리가 입장했던 효자비 조금 지나 사기막골에 매표소가 표시되어 있다. 효자비에서 효자묘 쪽으로 바로 입산하면 매표소가 없다. 길도 제법 나 있는데. 통제를 하던지, 입장료를 징수하든지해야 공평하겠다 싶어 불평하기도 어쭙잖다. 사기막골에서 북한산 오르는 길이 밤골능선이다.
○ 오르막
김선달을 뒤로 하고 오솔길을 한참 가니 4거리 갈림길에 제법 넓은 공터가 나오고, 정면 오르막에〔추락위험〕이라고 써진 안내판이 길을 막는다. 안내판에는 “추락위험, 본 지역(밤골능선-염초봉 구간) 탐방로는 지형이 험준하고 대단히 위험하여 탐방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출입을 금지합니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소장” 라고 쓰여 있다. 안내판 좌측에는 왼쪽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함께 [백운대 1.8km]라고 쓰인 전봇대식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에 그곳 지명도 없고 오늘의 목적지 [숨은벽]은 아예 뻥긋도 없다. 안내판 내용으로 보아 그곳이 염초봉으로 가는 등산로 인가 보다. 백운대(숨은벽이나 인수봉도 포함해서겠지)는 좌측 이정표를 따라서 간다. 오르막은 꽤 ‘깔닥고개’이고, 군데군데 아예 ‘코재’도 있다. 뚝곰은 어제도 손대령과 북한산(진관사-비봉) 산행을 했다더니 오늘은 힘들어 보인다.
(뚝곰 등 뒤로 숨은벽이보이고 좌우의 인수봉과 백운봉 사이 계곡에 단풍이 제법이다)
○ 숨은벽
능선에 오르자 암릉이 있지만 안전한 길로 돌고 돌아 겨우 숨은벽 턱밑의 전망 좋은 마당바위 위에 도착하여 앞에 펼친 저 거대한 바위산의 위세(威勢)를 감상한다. 서울 시내 쪽이 전면이라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후면이다. 우로부터 염초봉에서 능선이 연결된 백운대가 장엄하게 보이고 그 왼쪽에 저 밑에서부터 솟아오른 삼각형 봉우리가 인수봉.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인수봉을 따라 하늘을 찌를 듯 뾰쪽한 봉우리가 바로 [숨은벽]이다. 높이 약 100m, 폭 150m 쯤 되는 화강암으로 형성된 암장이다. 백운대, 인수봉에 가려 앞쪽에서는 보이지 않고 뒤쪽에 숨어 있다고 하여 [숨은벽]이라고 이름 했을까? 인수봉은 앞쪽에 많은 사람이 암벽을 타더니만, 뒤쪽에는 아예 밧줄도 없이 개미처럼 암벽에 붙어있다. 숨은벽을 타는 사람도 많다. 바위에 매달린 저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난다.
(뒤로 보이는 왼쪽 봉이 인수봉, 오른쪽이 숨은벽)
북한산 숨은벽 단풍이 유명타더니, 때 이른 단풍구경이지만 제법 여기저기 울긋불긋 단풍이 보인다. 성급한 단풍놀이에 맛배기로 충분하다.
13:00 숨은벽 중간부분에서 점심식사. 바람이 차다. 가까이서 보는 인수봉과 숨은벽의 단풍은 더욱 붉고, 바위를 기어오르는 사람도 제법 또렷하다. 숨은벽, 저 벽을 넘어야 한다니 점심에 돌리는 소주잔도 사양하고 바짝 긴장이다. 밥맛이 좋았는지 기억도 없다.
○ 하산
13:40 하산 시작. 바짝 긴장한 채 숨은벽을 반쯤 올라 오른 쪽으로 하산이다. 사진에 보이는 우리 부부 뒤편으로 사람들이 보이는 곳, 그 곳에서 우측으로 하산길이다. 몇 군데서 떨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게 떨 곳도 아닌데 너무 엄살을 부렸나 싶어 무안하다. 하산은 밤골계곡 쪽으로 길이 바꿔지는데 오르막보다 단풍이 더 진하다. 내리막 경사도 상당하고. 한 시간을 내려오니 오전에 보았던 [추락위험] 안내판 있는 곳이 나타난다(14:40). 뚝곰 담배 한 대 피고, 계곡 따라 한참을 내려오니 아침에 출발했던 효자비가 나온다(15:20). 이제 보니 그곳에 하산객들로 주막이 거나하다. 효자비에서 큰 길을 건너면 바로 오우가(五友歌) 식당이다(오우가 식당은 지난번 2005. 7. 2.자 향산일지 [북한산 삼천사 계곡]에서 잠시 소개한 곳이다. 오늘은 구면(舊面)이라선지 호감도 반감되다. 식당전면과 서예 한 점 사진에 담아오다). 식당 앞에서 보는 북한산 뒷모습이 일품이다.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염초봉, 원효봉이 좌에서 우로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자태를 뽐낸다.
오우가 식당에선 삼겹살 안주에 소주 한잔씩, 팥죽도 한 사발씩.
북한산에 한 백번은 올랐다는 뚝곰 왈, “너희가 숨은벽을 아는가?” 숨은벽 아는 사람 별로 없단다. 오늘도 뚝곰 친구 덕에 귀한 산행을 경험하다.
(2005. 10. 17. 이 철 환)
첫댓글 북한산 숨은벽의 비경 눈에 선합니다.. 글세 입장료가... ? 북한산 도사도 어쩔 수가 없네.. 입장료도 숨어서 받고 있으니.. 숨은벽이라서 그런가...
요산요수에게 북한산을 더보여줄게 없네...숨은벽까지 보여주었으니... 숨은벽 모델부부끼지 되었네..
이젠 더 이상 숨은 벽이 아니네. 시골 아저씨 한테 까지 숨은 몸뚱아리 들켜버렸으니......
좋은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