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13
짓궂은 날씨가 또 질투를 하나보다. 영동과 남부지방에 약간의 비가 온다는 예보에 조금쯤이야…….
산행을 하는데 왜 날씨에 민감한지 모르겠다. 아직도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 설까?
새벽 1시쯤 점촌 터미널에 도착하니 비가 세차게 와 어이할꼬. 예보는 조금 오고 새벽 6시쯤 갠다는 재오님 말에 기대를 할 수 밖에.
은티 마을에 도착하니 2시 30분 어쩔 수 없이 우의를 걸쳐 입고 산행,..
휘양 산을 오르는데 비박산행이라 텐트, 침낭까지 짊어지고 굿은 비 맞으며 예상대로 밧줄을 잡고 오른다. 이만봉 ~ 백화산을 지나 12시가 되어도 6시에 그친다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쏟아 부었다. 배는 고프고 밥을 먹어야 하는데 비가 오니 비 피할 곳조차 없고 하는 수 없이 비닐과 판초의를 나뭇가지에 치고 스프와 라면을 끓여 밥 말아 먹고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비에 젖은 추운 몸을 녹여봐도 워낙 추워 개 떨듯이 떨었다. 비는 그칠 기세는 보이지 않고 철수 하여 청화산을 향하는데 나의 다리가 갑자기 삐끗하더니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비는 오고 갈 길은 먼데 짐은 무겁고 분지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혼자라면 하산하겠지만 동지들을 생각하니 말은 못하고 가야만했다.
절며 절며 이화령에 도착하니 5시 30분, 비박을 하려 했으나 비에 옷이 흠뻑 젖어 갈아입을 옷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민박을 하기로 하고 민박 장소를 찾는데 행사 때문에 예약이 끝나 잡을 수가 없어 수안보까지가 겨우 숙박 장소를 구했다. 여장을 풀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으로 영양 보충을 하고취침.
이튿날 6시에 기상하니 아침 햇살이 창밖을 밝혔다. 어제와는 달리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으나 다리가 많이 아파 걱정이다. 라덴형님도 허리가 안 좋다고 하고 가자, 가지말자 의견이 분분. 나만 갈수 있으면 갈 수 있는 분위기여서 가자고 했다. 귀한 시간과 경비를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나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다.
숙소를 떠나 이화령에 도착하니 날씨 좋고 단풍 좋고, 운해에다 비가 온 뒤라 공기 까지 상쾌해 산행하기엔 딱인데 문제는 아픈 다리가 문제다. 최대한 짐을 대원들에 맡기고 스틱에 의존하여 오른다. 아니 이게 웬일. 산 넘어 산이라더니 조령산이 악산일줄이야 내 다리는 어쩌라고. 하는 수 없다.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며 오르락내리락 밧줄과 바위와 사투를 벌이며 자칫 잘못 디디면 눈물이 찔끔. 어떨 때는 소스라치도록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곤 했다. 8시간 30분 산행에 6시간이나 밧줄을 타고 오르내렸다면 그것도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산행 했다면 이해가 가겠는가. 이것이 미련한 건지 도전 정신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 정신은 아닌 것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나 때문에 대원들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3시쯤 조령3관문에 도착해야 하는데 나 때문에 2시간이나 더 소비했다. 팀장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산행 할 때마다 대원들에게 주의를 주며 이끌던 내가 이게 뭐란 말인가. 아무튼 대원 동지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다행히 조령3관문까지 완주 했다. 여기서 동지애 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함께 고락을 함께 해준 동지들에게 무한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산행은 힘들었지만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진 조망이 참 좋아 보람된 산행 이였다고 하니 조금은 덜 미안했다.
그래요. 종주할 때까지 우리 이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이번처럼 나누면 고통은 작아지고 기쁨은 두 배가 될 겁니다. 다산마루 화이팅 대간 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