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5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지나 용유도를 거쳐 갈 수 있는 무의도에 모처럼 마나님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무의도를 처음 대한 것은 10년 전인 2001년으로 기억하고 있고, 2002년인가에는 아이들 400여 명을 데리고 갯벌체험을 다녀왔는데, 그 때 아이들과 함께 동죽을 잡으며 체험했던 무의도에 대한 기억은 일생에서 잊혀지지 않은 기억들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 후 여러 사람들과 식물탐사, 바람 쐬러 몇 차례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어제 다녀온 무의도는 그 동안의 몇 몇 차례의 나들이들을 추억하게 하고 다시 현재의 나와 19일 치러진 선거들, 앞으로 세상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과 역할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복잡한 생각들은 다 접고, 12일 눈 내린 무의도의 자연과 풍광에 대하여 본 카페 회원님들과 나누고 싶어서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지금은 연륙교가 놓여 섬이 아닌 육지가 되어버린 영종도, 용유도를 거쳐, 아주 작은 섬 잠전도와 500쯤 되는 거리 앞에 있는 섬 무의도를 연결하는 도항선이 손님들과 차들을 기다리고 있다. 저 배 삯은 승용차 왕복 2만원, 개인은 2천원이다. 겨울에는 저녁 6시 반에 무의도에서 막배가 출발하고, 중간에 30분 단위로 오가고 있었다.
무의도로 배를 타러 가기 전에 인근에서 바자락칼국수 한 그릇을 시켜 먹으면서 앞에 펼쳐진 작은 어선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더 있는 아름다운 풍광에 끌려 한 컷 했다.
무의도를 연결하는 배를 대는 작은 섬 잠전도 선착장의 모습
국사봉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실미도 전경
무의도에 딸린 섬 '실미도', 영화 '실미도'로 유명한 곳이다. 무인도도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이 드러나서 건너갈 수 있고,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들어차서 섬으로 고립되는 곳이다. 저 앞에 보이는 섬이 실미도이다. 이 실미도가 북파공작원들을 모아 북파 교육을 하던 곳인데, 북한의 1,21태러에 대한 보곡으로 북한 주석궁을 폭파하기 위한 공작원들을 모아 지옥훈련을 시켰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시절에 이 계획을 추진하다가 이후락 시절에 7.4공동 성명이 발표 되는 등 데탕트 무드로 가면서 이 계획이 백지화 되게 되자, 이곳에서 훈련을 받던 북파공작원들이 기간병 몇 명을 살해하고 섬을 탈출하여 버스를 탈취하고 서울로 진격해 오다 대방동 일대에서 군인들과 교전을 벌이다 수류탄으로 자폭한 사건의 그 '실미도'인 것이다.
실미도를 가기 위해 그 입구에 가면 실미도 유원지라고 하여 입장료를 2천원씩 받는다. 가는 곳마다 돈이라... 돈을 내더라도 그 해안가를 여름보다는 겨울 바닷가 산책으로는 끝내주는 곳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실미도 앞에 있는 표지판의 실미도 사건에 대한 설명과 그를 영화화했다는 설명을 볼 수 있다.
실미도 유원지 입구에는 영화 '실미도' 촬영지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다.
실미도 둘레에는 이렇게 기기묘묘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갯바위들이 널려 있고, 거기에 자연산 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겨울인데도 이걸 캐는 사람들도 더러 볼 수 있었다. 이 섬을 나오면서 자연산 굴이라고 하며 가게 집에서 사라고 해서 사서 집에와서 먹어보니 맛이 일품이었다.
실미도에서
김 광 철
1971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실미도,
오늘 그 작은 무인도, 실미도에 올랐다.
북파공작원들의 울부짓는 소리가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실려 밀려오니
오늘따라 더욱 처연하다
자잘한 신갈, 소사, 노간주 우거진
떨기나무들 숲에선
원통한 혼들의 울음소리 질펀하니
차마 정면으론 오를 수가 없었다
휘돌아 숨어 오르는
미안함 때문인가
두려움 때문인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고라니처럼
머리칼 곤두세우고 헐레벌떡 가쁜 걸음으로
섬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밀려오는 바닷물에 길마져 끊겨 갇히기라도 한다면
당시 죽어간 원혼들이 땅속에서
불쑥 솟아올라
그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허리춤 붙들고 놓지 않을 것 같아
머릿발 곤두선다
하루 하루가 생사의 갈림길
인간의 한계를 넘어
굶주린 야수로 길들여져
언제 어디로 실려가 총알받이가 될지 모르는 운명
매일매일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입술
그러길 어언 3년
하얗게 밀려와 바서지는 저 포말들 사이사이엔
그렇게 산화해간 스무나문 청춘들 제각각
말 다 못하는 기구한 사연들 모아
40여 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긴 사설 읊조린다
한국의 빠삐욘들
들어줄 아량조차 없는 비정한 세상을 향해
수류탄 한 방으로 온몸을 조각내어
살점이 날리고 뼈조각이 튀어 혼비백산한다
아! 이 비극의 현장을 돌하르방처럼 지켜선 갯바위들은
날카로운 굴, 발톱으로 뒤덮이고
핏자국 머금은 바알간 화강편암 덩이들만
이리 궁글리고 저리 굴리며
넋두리 하고 있다
아!
무정한 세상이여,
한많은 인생이여,
굴곡진 역사여!
무의도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안내판이다. 승용차를 갖고 가서 잠전도에서 배에 싣고 타고 무의도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실미도 유원지로 가서 물때를 맞추어 가면 무의도에 들어가서 둘러보고 나올 수 있다. 거길 둘러보고 나와서 하나개 해수욕장 입구에 가서 주차를 하고, 해발 274m의 호룡곡산을 올라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오면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마 보통 걸음으로 등산을 하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좀 느리면 2시간 정도 잡으면 좋다. 지금은 하나개해수욕장을 유원지로 만들어서 입장료를 1인당 2천원씩 받고 있다. 거길 둘러보고 나와서 소무의도로 가면 좋다. 소무의도는 무의도에 딸린 섬으로 지금은 연륙교가 놓여서 섬둘레를 둘러볼 수 있는 올레길(누리길)을 개발하여 바닷가 산책하기에 알맞다. 그래도 시간이 난다면 호룡곡산 맞은 쪽에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국사봉 등산도 해 보고, 국사봉보다는 호룡곡산 등산이 풍광은 더 나을 것이다.
국사봉에서 내다보이는 호룡곡산의 웅장한 모습과 산의 오른쪽 발치로 햇살 쏟아지는 곳에 하나개 해수욕장이 보인다. 지금은 커다란 공중 줄타기 놀잇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천혜의 자연 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그거 없는 하나개가 더 좋은데, 저걸 돈벌이 한다고 세워놓았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 불러들이니 자연은 점차 망가질 수 밖에...
소무의도 입구의 연육교에서 바라보는 호룡곡산의 모습. 제일 높은 봉우리가 호룡곡산 정상(274m)이다.
호룡곡 정상에 오르면 인천 시내에서부터 을왕리 해수욕장이 있는 용유도, 서해바다, 하나개 해수욕장, 소무의도 등 서해 바다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곳으로 산도 낮지만 그래도 소사나무와 노간주나무, 비목나무, 심지어는 남쪽지방에 많이 자생하는 초피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나무들이 키가 크질 않아서 등산하는 이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는 포근한 산이다, 이런 분위기들을 모아 사람들은 서해의 알프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호룡곡산과 나란히 서서 실미도, 하나개 해수욕장 등을 감싸고 있는 230m의 '국사봉' 전경. 옛날에 이 산 정상부에 절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국사봉과 호룡곡산을 이어 등산하면 약 2시간이면 두 산을 다 밟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사봉에서 호룡곡산 정상까지는 거리가 약 2km남짓하고 오르고 내리는 거리 포함해서 2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나는 두 산을 이어 올라보진 않았고 따로따로 올랐다.
국사봉을 오르기 시작하는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네. 이름은 모르겠다. 시골스런 맛은 없고, 요즘식 건축물들이 많이 들어차 있다. 무얼 탓하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자연과 사람들의 삶의 조화만은 생각했으면 좋겠다.
무의도 본 섬과 그에 딸린 소무의도를 이어주고 있는 연륙교의 모습과 섬자락에 흩뿌린 눈, 그 옆에 그림 같이 떠서 졸고 있는 배들의 어울려 빚어내는 풍광
하나개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주차장. 뒤로 보이는 산이 호룡곡산인데, 해송 우거진 뒤로 보이는 호룡곡산의 모습과 잘 어울려 안온한 느낌을 주고 있다.
호룡곡산 산림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안내판과 함께, 눈쌓인 바닷가 마을의 겨울길이 더 이색적이다.
해질녘의 하나개는 이렇게 갯바위와 뻘과 썰다 남은 바닷물과 파도가 만들어 놓은 작은 물결흔들이 조화가 극치에 달하고 있었다. 거기에 지는해 받아 반짝이는 바닷물과 모래의 빛깔을 무엇에 빗대어 형용할까??????
해질녘 낙조의 어슴푸레한 빛을 멀리하고 섬을 알리는 형광등 불빛만 몇 점 떠 있는 무의도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초저녁길에 겨울 바닷바람도 포근한 온기로 내 곁에 다가와 있었다.
무의도 연정
김 광 철
안개 사이로 솟은 호룡곡산이
춤을 추워 무의도라
보일락 말락 밀려왔다 개이고 또 끼이는
안개비 속에
겁 없이 사백명 아이들 풀어 놓고 동죽 캐던 시절이 삼삼하다
무의도란 말만 들어도
잔상에는 동죽 캐던 아이들 모습 여전하건만
지금 동죽은 없고
그 아이들도 다 커 어른이 되어버렸네
아! 무정한 세월이여
보일락 말락
잔솔, 굴참, 소사나무도 제법 자라
초록 섬의 정취 더욱 신비로운데
모래언덕 발그스레
부끄럽던 해당화는 어딜 갔나
석양의 화강암 그림자는
썰물에 출렁이는 갯벌 위로 길게 드리우니
하나개 모래밭에 어지러웠던 아이들 발자국들 다 뒤덮는구나
갯지렁이 쫒는 농어의 휘파람 소리는
실미도 바다 속에 아련하니
비단고동도 모래 속으로 몸을 살짝 숨긴다
호룡곡 골짜기에 잔 바람 일어나
비목나무, 초피향 은은히 실어나르는데
뉘라서 이 곳을 섬이라 부르는가
산 발치 다락논의 매화마름도
노란 봄볕에 노란 분 더욱 빛나니
더욱 창백한 얼굴로 다가오고
국사봉 등성이의 진달래도 원색 분홍으로
한 봄을 맞고 있는 날
바짓가랭이에 펄 튀기며
펄 갯벌 뒤적이며 동죽잡던 아이들 모습 그리며
산과 낙조와 연무에 뒤섞인 물기 머금은 백사장 위에
지는 해를 향해 걷는
네 개의 잔걸음 발자국만 선명히 박히는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