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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머리말: 정의의 후퇴 Ⅱ. 우리 사법의 현실 1. 사법의 역할 2.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사법 현실 3. 법조의 폐쇄적 인사구조와 전관예우 Ⅲ. 사법개혁의 경과 1. 민주화 이후 사법개혁기구의 변천 2. 사법개혁 성패의 요인 3. 법조인 선발 제도의 근본적 변혁 Ⅳ. 차기정부의 사법개혁 방향 1: 검찰개혁 1. 검찰개혁의 기본방향 2. 고비처 설치 3. 검․경 수사권 조정 및 장기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4. 법무부의 탈검찰화 5.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공안부의 폐지 6.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방지 및 방어권 보장 7. 재정신청제도 개선 8. 공공변호인(Public Defender) 제도 도입 Ⅴ. 차기정부의 사법개혁 방향 2: 법원 개혁 1.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화 2. 대법관 증원 3.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개선 4. 재판의 녹음, 법관 근무평정 및 연임심사의 공정성 확보 Ⅵ. 맺음말 |
1. 머리말: 정의의 후퇴
지난 2010년 여름경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인기를 끈 바 있다. 법철학서가 대중적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비쳐졌다. ‘정의’가 실종된 현실에서 ‘정의’에 목말라 하는 대중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집권후반기 국정지표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기도 했다.
원래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법철학자인 존 롤스의 핵심개념이다. 존 롤스는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두 원칙을 제시한다. 제1원칙은 기본적 자유와 권리(언론, 집회의 자유를 포함하는 정치적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적 소유권 등. 다만 생산수단과 토지의 소유권과 상속권은 제외)의 최대한의 평등한 보장 원칙이다. 제2원칙은 정당한 불평등 배분의 원칙으로서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으로 구성된다.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은 사회경제적 재화(직책, 직위 및 권한, 경제적 부)는 각자의 능력과 업적에 따라서 배분되어야 하며 각자의 사회적 배경이 능력과 노력의 차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차등의 원칙은 사회경제적 재화의 불평등한 배분은 사회의 최소 수혜자들의 이익 개선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끔 시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불평등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이익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야만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해온 정책은 위와 같은 ‘공정’의 개념에 부합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 반하는 방향으로 역주행(逆走行)했다.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대대적으로 억압했다.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중심적 버팀목인 표현의 자유가 질식되고 탄압되었다. 집회․시위에 참가한 수많은 시민들, 인터넷상에서 활발한 의견을 밝혔던 논객들이 연행되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시국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많은 간부들이 형사처벌되고 징계를 당하였다. 민주정부 시절에 주춤했던 시국사건이 급증했고, 그 규모도 커졌으며, 그 대상자는 일반시민으로 확산되었다. 심지어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주도하여 민간인을 사찰하기까지 했다.
각종 정책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이익 개선을 위하기보다는 1% 특권층의 기득권과 특권을 보호하는 데 치중함으로써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고, 그로 말미암아 99%의 삶은 피폐해졌다. 토건족을 위한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4대강과 제주 구럼비 바위 등 전 국토가 파괴되었다. 노동배제 정책은 더욱 강화되어 대대적인 탄압이 잇따랐고, 정리해고의 남용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북 강경 일변도의 정책으로 평화는 요원해졌고, 한미자유무역협정의 발효로 정책주권에 심각한 제약이 씌워졌다.
이명박 정권이 ‘공정한 사회’를 운위하는 것은 전두환이 국정지표로 ‘정의사회 구현, 복지국가 건설’을 제시함으로써 ‘정의’와 ‘복지’란 용어를 오염시킨 것과 같다.
Ⅱ. 우리 사법의 현실
1. 사법의 역할
어느 사회든 그 존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범이 필요하고, 국가권력의 강제력에 기초한 규범이 ‘법’이다. 근대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법에 의한 지배’, 즉 ‘법치(法治)’를 기본으로 한다. 법치는 ‘인치(人治)’에 대응한 개념으로 절대적 권력을 가진 사람, 즉 왕(王)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그 왕조차도 따라야만 하는 법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법치의 본래 의미는 권력자의 자의를 법률로 제한하고 규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독재 권력들은 언제나 법치를 시민을 억압하기 위한 방편으로 오도해 왔다. 시민의 저항운동이나 정치적 반대자들을 법의 엄정한 집행이라는 명분으로 탄압하면서 ‘법치’의 외피를 씌웠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바로 그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근대 민주주주 사회를 작동하는 원리로는 국민주권주의, 권력(삼권)분립, 법치주의, 다당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의 보장, 시장경제, 대의민주주의(선거에 의한 대표 선출), 다수정당제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권력분립은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경험과 통찰에 따라 국가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누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함으로써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원리이다. 현대사회에서 막강한 언론의 비중을 고려하여 언론을 제4부 또는 제4권력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삼권은 일반적으로 법에 대한 역할 내지 기능에서 구분된다. 입법은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은 법을 집행하며, 사법은 법을 사후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바탕으로 하여 법률의 해석 및 적용을 통해 구체적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사회 체제 및 질서를 유지하고 나아가 입법과 행정에 대해 견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헌법 및 법체계상 사법기관은 법원, 헌법재판소를 주축으로 해서 형사절차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 등을 포함한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사법은 선출된 권력이 아닌 경우가 많다. 선출되지 않은 사법 권력이 정당화되는 근거는 대의제도에 의해 대변되지 않는 소수자 보호에 있다. 다수결의 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에 일률적으로 관철된다면 소수자는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다수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할 수 있지만, 소수자는 국가의 권력을 빌어야만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할 수 있고, 바로 거기에 사법의 올바른 역할이 있는 것이다. 법 앞에 평등을 기본 원리로 하면서도 구체적 해석․적용에서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함으로써 실질적 평등을 구현해야 비로소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부합한다.
2.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사법 현실
그런데 우리 사법의 현실은 어떤가? 여전히 불신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근대적 사법제도는 식민지 통치수단에 불과하였고, 식민지 사법체제가 해방과 전쟁의 혼란 그리고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온존되었다. 군사독재시대의 법원과 검찰은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수행했다.
검찰권은 독재시대에 더욱 강화되었고 중앙정보부, 보안사령부, 국가안전기획부 등 정보기관 우위 시절을 거쳐 문민화 이후에는 검찰의 조직이기주의가 강화되고 스스로 권력기관화되었다.
법원은 특히 1971년 사법파동 이후 심각하게 정권에 굴종하였다. 시국사건 구속영장 발부율 100%, 시국사건에서 검찰 구형량을 기준으로 한 정찰제 양형과 오탈자도 그대로 베낀 판결, 고압적이고 과민한 법정 태도로 시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로 인해 시국사범들은 법정 소란과 재판거부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과거를 반성하기 위한 사법파동 또는 사법민주화 흐름이 있었다.
사회의 민주화 이후 시민들의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는 강렬했다. 그 결과 일정한 개혁의 성과가 있었으나, 현재도 우리 사법의 현실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다.
법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현상들로는 특수학교 교직원들의 청각장해 학생 성폭력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전관예우와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폭로한 소설 및 영화 <도가니> 열풍, 당사자 말을 들어주고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의 부족을 보여주는 영화 <부러진 화살>과 이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 자주 폭로되는 법관의 당사자에 대한 막말과 무시, 반복되는 법조비리(전관예우, 브로커 문제)와 미진한 처벌, ‘재벌엔 솜방망이 노동자엔 쇠몽둥이’로 표현되는 시민의 상식에 반하는 결론과 양형 등을 들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직 시 촛불재판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진 신영철 대법관의 임명은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에 대한 형사재판의 진행과정은 법원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를 갖게 했다. 몇몇 지방법원의 1심 단독판사들이 유․무죄로 엇갈린 판결을 선고하자, 보수 정당과 언론이 무죄판결을 한 판사들에 대해 이념적인 공격을 가했다. 이에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을 재정합의부로 배당하는 방안을 도입하였고, 그 이후의 대체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2012년 4월 19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죄판결(다수의견 8 대 소수의견 5)을 확정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 ‘가카의 빅엿’ 등이란 표현을 사용한 서기호 판사가 2012년 2월 재임용에서 탈락했는데, 이는 일선 판사들에게 튀는 행동이나 판결을 하지 말라고 모종의 경고를 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 공소제기 및 유지권, 형 집행권 등 형사절차에 관하여 재판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검사는 수사 개시부터 형 집행까지 외부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해 법원의 무죄판결 외에 통제방안이 없다. 무죄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위법한 수사와 피의사실공표 및 여론재판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부당한 불기소처분에 대해서는 재정신청 제도에 의해 법원에 의한 사후심사가 인정되고 있으나, 대상사건 제한 및 검사의 공소유지 담당으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의해 법무부장관을 통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나, 이는 대통령의 의지에 의존하고 현재 법무부가 사실상 검찰에 장악되어 있는 구조이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검찰의 내부 자정능력이 상실되었다는 점은 그랜저 검사 사건, 스폰서 검사 사건, 벤츠 검사 사건 등에서 반복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이 정권에 코드를 맞추어 검찰권을 남용한 사례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봉쇄하기 위해 무리하게 기소한 많은 사건들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MBC PD수첩 사건은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2011년 9월 2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은 1심에서 2009년 4월 20일 무죄가 선고되었고, 헌법재판소는 2010년 12월 28일 처벌근거조항인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업무상 배임 사건은 대법원에서 2012년 1월 12일 무죄로 확정되었다. 촛불집회 사건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야간집회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헌재 2009. 9. 24. 선고 2008헌가25 결정).
반면 검찰은 권력형 비리나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부실 수사와 불기소로 일관하였다. 용산참사 사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촛불집회 불법진압 경찰 고소․고발사건, 쌍용자동차 강경진압 사건, 내곡동 사저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보복 목적의 과잉 수사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총리 재임 시절인 2006년 12월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공기업 사장직 인사 청탁과 함께 미화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9년 말 기소된 사건은 항소심에서 2012년 1월 13일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약 9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1심에서 2011년 10월 31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를 징계하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2010년 7월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학금을 줬다는 혐의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2011년 2월 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역시 무죄 선고를 받았다.
3. 법조의 폐쇄적 인사구조와 전관예우
법원과 검찰이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아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을 이해하려면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법관과 검사로 되고, 또한 법관과 검사로 된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관과 검사는 엘리트주의로 똘똘 뭉쳐 시민들로부터 유리되고 폐쇄된 관료적 인사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법관이나 검사는 자격 제한 없이 실시되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국가 주도로 획일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법연수원 교육을 받고 임용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오로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공부에 매진하고, 대학에 입학 이후에는 전공에 관계없이 전심전력으로 사법시험에 매달린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소위 소년등과(少年登科)하고는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서 피 말리는 경쟁을 뚫고 좋은 성적을 얻어야 법관이나 검사로 임용될 수 있다.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이 평생 따라다니면서 인사기준으로 활용되는 소위 서열(序列)이 된다.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는 사람이 재판이나 수사 또는 기소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서열이 법관 또는 검사의 평생을 좌우한다. 그렇지만 예부터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 소년등과부득호사(少年登科不得好死)란 말도 있다. 실패한 사람이나 약자 또는 소수자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만하고 나태해지기 쉬운 점을 경계한 것이다.
법관이 된 후에는 외길의 승진코스를 밟게 된다. 지방법원 배석판사 → 지방법원 단독판사 → 고등법원 배석판사(법원행정처 재판연구관) → 지방법원 부장판사 →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 법원장(지방법원 → 고등법원) → 대법관 → 대법원장의 순으로 사다리를 올라가게 된다. 그 중에 법원행정처 재판연구관, 심의관, 실장, 차장, 처장(대법관 겸임)은 법관들 중에서도 엘리트코스이다. 전체 법관 2,500여 명을 서열에 따라 1번부터 2,500번까지 일렬로 세울 수 있다. 서열에 의한 인사는 예측가능성이 있고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는 장점이 있으나, 관료주의를 정착시키고 임용 시의 서열이 재판을 잘하고 못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정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검사가 된 후에도 동일한 코스를 밟게 된다. 지방검찰청 검사 → 고등검찰청 검사(대검찰청, 법무부) → 지방검찰청 부부장, 부장(대검찰청, 법무부 과장) → 지방검찰청 차장, 고등검찰청 부장 → 지방검찰청 검사장(대검찰청 부장, 차관급) → 고등검찰청 검사장(대검찰청 차장, 법무부 차관) → 검찰총장의 순으로 사다리를 밟게 된다. 대검찰청, 법무부의 연구관, 과장, 심의관, 부장 등이 엘리트코스이다. 검사는 판사만큼 엄격하게 서열에 따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서열이 작용하고, 일정한 지위에 오르면 줄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법관이나 검사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또는 고등검찰청 부장검사까지는 무난하게 승진하지만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지검장 승진은 소수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몇 번의 승진기회를 놓치고 후배기수가 앞질러 승진을 하게 되면 대거 사직을 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된다. 소위 후배들을 위해 ‘용퇴(勇退)’를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중도에 퇴직하는 이들 법관과 검사들이 소위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이 된다.
동료로 또는 상급자나 하급자로 함께 근무했던 현직 법관이나 검사가 용퇴한 이들의 사정을 어느 정도 들어주는 것은 인지상정에 속하기도 한다. 전관예우는 어제의 동료 판·검사에 대한 편의 봐주기로 판사나 검사가 퇴직하여 변호사로 개업하고 개인적인 영리를 위해 사건을 수임하고 송무활동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론까지 뒤집지는 않겠지만 재량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배려해준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전관변호사를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조일원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법관에 임명되면 정년까지 근무하도록 하고, 퇴임 이후 원칙적으로 변호사로서 영리활동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법조일원화는 풍부한 사회경험과 재판경험을 가진 법조(변호사 또는 검사 등) 경력자 중에서 검증을 거쳐 법관에 임용함으로써 경력법관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신장할 수 있다. 법조일원화에 의해 임용된 법관은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체득한 인권감각을 바탕으로 기본권 보장에 충실한 판단을 할 수 있고, 국민과 직접 접촉한 경험을 살려 국민의 의사를 재판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18대 국회에서 법원조직법의 개정을 통해 2013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판사를 임용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 2018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판사를 임용하는 경우에는 5년 이상,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판사를 임용하는 경우에는 7년 이상 경력, 그 이후에는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를 임용하는 것으로 해서 법조일원화를 도입했다.
법조윤리와 관련한 제도적 개선책으로 참여정부에서는 법조윤리협의회를 설치하여 공직퇴임 변호사에게 퇴직 후 2년간 모든 사건의 수임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법조윤리협의회는 공직퇴임변호사들이 제출한 수임자료 등을 분석하여 위법의 혐의가 있으면 수사 또는 징계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제18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법관, 검사, 군법무관 등 공무원직에 재직한 변호사가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법원, 검찰청 등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로부터 1년 동안 수임을 금지하도록 했고, 변호사 아닌 일정 퇴직공직자가 법무법인 등에 취업한 때 지체 없이 그 명단을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하고, 매년 1월 말까지 업무활동내역이 포함된 전년도 업무내역서를 지방변호사회를 통하여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한편 법관이나 검사로서 사건을 담당하다가 퇴직하고는 바로 그 사건을 담당하는 로펌 또는 관련 기관에 취업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제한 조치가 이루어져야겠다.
Ⅲ. 사법개혁의 경과
1. 민주화 이후 사법개혁기구의 변천
우리 사회가 민주화된 이후 사법개혁은 사회의 선진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사법개혁을 위해 구성되었던 기구 명칭만 나열해 보더라도 사법개혁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의 사법제도발전위원회(‘사발위’, 윤관 대법원장 취임 직후 1993년 11월 3일 대법원에 설치), 세계화추진위원회(‘세추위’, 1995년 1월 범행정부적 기구로 구성), 김대중 정부의 새교육공동체위원회(‘새교위’, 1998년 대통령자문위원회로 설치하고, 11월에 법학교육제도개선 소위원회 구성),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 1999년 5월 대통령자문기구로 설치), 노무현 정부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2003년 10월 28일 대법원에 설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2005년 1월 19일 대통령자문기구로 설치), 이명박 정부의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2010년 2월 국회에 설치) 등이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추진기구 명칭을 작명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법개혁을 못할 정도로 많은 기구들이 만들어졌었다.
2. 사법개혁의 성패 요인
노무현 정부 이전의 사법개혁은 크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혁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이 지적된다. 첫째, 사법시스템의 골격을 어떻게 재구성할 지에 대한 역사적, 체계적 접근이 부족하고 총체적 계획이 미진하였다. 둘째, 민간영역 및 관련 기관ㆍ단체를 망라한 총체적인 의견수렴 및 조정 과정이 충분하지 못하였다. 셋째, 후속추진기구를 구성하지 않았다. 자문기구가 개혁방안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구체적 법제화 작업 및 후속추진을 주무부처에 맡김으로써 개혁에 소극적인 부처의 의도적 지연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였다. 넷째, 법조 직역이 강력한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러한 요인들로 말미암아 자문기구 차원에서 마련된 개혁방안도 입법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도입,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구속제도의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의 전면적인 개정, 법조윤리 강화 방안의 마련 등 주요 개혁이 성공을 거두었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 사법개혁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 노무현 정부 사법개혁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협조, 사개추위에 관련 정부 부처의 참여 등 범정부적 차원의 협조가 이루어졌다. 둘째, 사개위가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사개추위가 구체적인 추진을 담당하는 2단계 추진체계를 갖추었다. 셋째, 중층적 위원회와 표결을 통한 의사결정 구조로 민주성(의견수렴)과 효율성을 담보하였다. 넷째,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관련 공무원 등 전문적인 실무인력들이 2년간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구체적인 법안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다만, 노무현 정부에서도 검찰의 조직과 권한 등에 대한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 사개위 또는 사개추위는 법조인 양성, 법관의 인사, 형사재판 절차의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추었고, 검찰의 조직과 권한에 대해서는 별도로 추진되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검찰청법의 개정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으나, 고비처 설치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과제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단계에까지는 이르렀으나, 입법을 완성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는 검찰 개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았고,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검찰의 저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회 주도로 사법개혁이 진행되어 미흡하지만 일정한 성과를 냈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국회 주도의 사법개혁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그 동안의 논의를 통해 사법개혁의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개혁 대상 기관의 강력한 반발과 정권의 의지 부족으로 인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3. 법조인 선발 제도의 근본적 개혁
사법의 투명성과 공정성 및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조인의 선발 및 양성 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로스쿨 제도이다.
로스쿨 도입은 한 번의 시험성적으로 법조인을 선발하는 사법시험(소위 ‘점에 의한 선발’)과 국가 주도로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사법연수원 제도를 유지해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조인을 배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대학의 법학교육과 법조인 선발의 괴리로 대학교육이 황폐화되고, 지나치게 많은 우수 인력이 사법시험에 매달려 소위 고시낭인의 폐단을 초래하는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민사회 및 학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안된 개선방안이다.
사개위는 2004년에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 단일안으로 로스쿨 도입을 건의하였고, 사개추위는 이를 받아 2005년 5월경 법안을 성안하고, 국회가 2007년 7월 이를 의결했다. 준비과정을 거쳐 2009년에 전국 25개 대학에 2,000명을 정원으로 해서 로스쿨이 출범하였고, 2012년 1월 제1회 변호사시험을 실시하여 1,451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된 현재 로스쿨 제도에 대해 아주 만족할 만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완되어야 할 사항들이 노정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로스쿨 제도를 폐기하고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제도로 회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제점들을 시정해서 로스쿨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해야겠다.
Ⅳ. 차기정부의 사법개혁 방향 1: 검찰개혁
1. 검찰개혁의 기본방향
차기정부에서 가장 긴급하고도 절실한 것은 검찰개혁이다. 검찰이 강력한 권한을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 권한의 자의적 행사로 우리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기도 하고 정의가 실종되기도 했다. 이러한 권한의 독점은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일부 상층부 정치검사들에 의해 검찰 조직이 정권에 코드를 맞춤으로써 조직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워낙 권한이 막강한 권력기관이다 보니 그 개혁이 쉽지 않고, 국회에서는 검찰 출신 의원들이 요소요소에서 검찰개혁 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구조를 돌파하는 것은 국민의 거센 여론과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검찰 개혁의 기본 방향은 첫째, 비대한 검찰 권한의 분산을 통한 견제․균형의 원리 도입(독립적 공직비리 수사전담기구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대검 중수부 및 공안부 폐지, 장기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등), 둘째, 검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검사의 대통령실 파견 금지 실질화를 포함한 법무부의 탈검찰화, 감찰제도 강화, 재정신청 제도 개선 등), 셋째,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방지 및 방어권 보장(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피의자의 영상녹화 요구권 신설, 증거개시제도의 개선, 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등)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2.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약칭 ‘고비처’) 설치
검찰개혁 방안 중 시급한 것은 독립적 공직비리 수사 및 기소 전담기구로 고비처를 설치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비위 관련 사건에서 검찰은 정권의 의중에 반하는 수사를 하지 못했고, 특별검사의 경우에도 많은 인원과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명백한 실체를 규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는 고위공직자 비위에 대한 독립된 상시적 수사․소추기관을 설치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참여정부에서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위해 고비처 설치를 추진하였으나 검찰의 반발, 독립성 확보 방안에 대한 이견 등으로 무산되었다. 제18대 국회에서 6개 법안이 제출된 바 있고, 사개특위 6인소위가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는 것에 합의했으나 좌절되었다. 제19대 국회에서는 민주통합당의 김동철 의원 대표발의(의안법호 505호), 양승조 의원 대표발의(의안번호 679호), 통합진보당의 이상규 의원 대표발의(의안법호 1619호)로 3개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고비처 법안 비교>
김동철 안(505호) | 양승조 안(679호) | 이상규 안(1619호) | |
기구 명칭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
독립성 | 권한에 속하는 임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 | 동일 | 동일 |
고위공직자의 범위 | 대통령실 소속 대통령실장․정책실장․수석비서관, 장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법관 및 검사, 감사원․국가정보원․금융위원회․공정위원회·국세청의 1급 이상 공무원, 치안감급 이상 경찰공무원, 5급 이상 검찰수사관, 금융감독원의 원장·부원장·부원장보 및 감사(현직 공직자 또는 퇴임 2년 이내 전직 공직자) | 대통령실 소속 대통령실장․정책실장․수석비서관․기획관․보좌관․비서관․선임행정관․경호처장과 차장, 국무총리․국무총리실장․국무차장과 사무차장, 특임장관․행정각부의 장관 및 차관, 법제처장 및 차장․국가보훈처장 및 차장, 감사원․국가정보원․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의 1급 이상 공무원, 금융감독원의 원장․부원장․부원장보 및 감사, 치안감급 이상 경찰공무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장, 법관․검사, 국회의원, 장관급(將官級) 장교 |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법관 및 검사, 교육감, 장관급(將官級) 장교,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대통령실의 비서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의 처장급 이상의 공무원, 「공직자윤리법」 제3조제1항제12호에 따른 공직유관단체의 장으로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전직․현직 공직자) |
직무 범위 | 고위공직자나 그 친족의 범죄행위, 관련범죄에 대한 수사 및 공소의 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행위 | 고위공직자 및 그 친족의 범죄행위, 국회의원 재적 3분의 1 이상의 결의로 수사를 요청한 자의 범죄행위, 국민권익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 및 이에 필요한 사항 |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의 범죄행위, 관련 범죄, 국회․감사원․대검찰청 또는 국방부에서 의뢰한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공소의 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행위 |
처장 임명 자격, 절차, 임기 등 | 15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장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 국회의 인사청문. 정무직. 임기 5년, 중임 불가. |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15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 대법원장의 추천과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 정무직(국무위원 보수와 동액). 임기 5년, 중임 불가. | 15년 이상 법관․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있던 자.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자를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 정무직. 임기 3년, 1차에 한하여 연임 가능. |
차장 | 10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 중에서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특정직 공무원. 임기 5년, 중임 불가. |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대법원장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 정무직(차관 보수와 동액). 임기 5년, 중임 불가. | 10년 이상 법관․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있던 자 중에서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특정직 공무원. |
특별수사관/ 특별검사/ 특별조사관 등 | 특별수사관 정원 100명. 특정직 공무원. 5년 이상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처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 수행. | 3명 이내의 특별검사. 고등검사장의 예에 준하는 보수와 대우.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처장의 추천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 권한 행사. | 특별조사관. 특정직공무원.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정년 60세.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 및 「군사법원법」 제37조에 따른 검찰관 직무 수행. |
수사관 | 처장이 임명. 특정직공무원. 정년 60세. 검찰청수사관 직무 수행. |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중에서 처장이 임명. 특정직공무원. 정년 60세. 수사 및 공소제기된 사건에 관하여 법정에 출석하여 공소유지와 관련된 행위를 할 수 있음. | 직원에 대한 특별 규정 없음. |
기타 | 처장, 차장, 특별수사관은 파면 또는 퇴직 후 2년 이내 관련 공무원 임용 금지. 직무 중복 다른 기관의 직무는 수사처로 이관. 처장의 국회 출석 및 보고. 재정신청 특례. 인천지방검찰청 정도의 규모 예상(전체 인원 600여 명) | 처장의 국회 출석 및 보고. 업무 중복 다른 기관의 업무는 조사처로 이관. 기소강제주의. | 처장은 파면 또는 퇴직 후 3년 간 공직임용 금지. 현직 검사의 처장, 차장, 특별조사관 임명 금지. 현직검사의 조사처 파견 금지. 전년도 업무보고서 및 해당 연도 계획안 국회 제출, 처장의 국회 출석 및 보고 재정신청 특례 |
고비처 설치와 관련한 세부적인 쟁점으로는 독립기구로 할 것인지 여부, 대상 공무원의 범위와 범죄, 처장․차장․특별조사관 등의 자격요건과 임명절차 및 임기 등이 있으나, 이미 제안된 법률안을 중심으로 해서 충분히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기구 명칭은 ‘수사처’로 하면 기소권이 없는 수사기구로만 오인될 여지가 있고, ‘조사처’로 하면 수사권도 없는 기구로 오인될 여지가 있기는 하나, 그 동안 ‘조사처’란 명칭이 사용되어 왔고 수사권만 갖는 것이 아니라 기소권까지 갖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조사처’가 타당하다.
소속은 특정 행정부처에 소속시키면 중립성과 독립성에 문제가 있으므로 독립기구로 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점에 대해서는 세 법안 모두 일치한다. 행정기관을 독립기구로 할 경우 조직, 예산 등의 문제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관리를 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 대안으로는 부패문제를 전담하는 독립된 위원회로 국가청렴위원회(약칭 ‘청렴위’)를 설치하고 고비처를 청렴위에 설치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대상 고위공직자의 범위는 조직의 규모와도 직결된다. 국회의원, 판사와 검사를 포함하여 차관급 이상 공무원으로 출발하는 것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요청한 사건을 추가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개별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이를 고비처의 직무범위로 별도로 규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처장 임명절차에서 ‘대법원장의 추천’은 권력분립원칙과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대법원장에게 행정부 구성에 관여권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적절하지 못하다. 고비처를 설치하더라도 개별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검사 자격을 가진 조사관의 명칭으로 ‘특별검사’는 부적절하고 기구의 명칭에 비추어 ‘특별조사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별조사관의 수를 100명으로 하는 것은 지나치게 많고, 3인 이내로 하는 것은 지나치게 적다. 수사지휘와 기소 및 공소유지를 담당해야 하는 점에 비추어 약 30인 이내로 출발하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관을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고비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고비처 설치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예방․척결과 함께 고위공직자의 권한남용 통제 및 견제를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내부비리에 취약한 검찰과 법원에 대한 감시는 물론 비대한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권력실세 등 특수관계인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독립된 감찰기관으로 특별감찰관 제도를 입법화하고, 수사ㆍ기소권을 갖는 상설특검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겠다는 발표한 바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에 대해서는 수사를 위한 전 단계로서 규제대상자의 재산변동 내역을 검증하기 위해 현장조사, 계좌추적, 통신거래내역 조회 등 실질적 조사권과 고발권을 갖는다고 하나, 아직 법안이 제출되지는 않은 상태다. 특별검사 제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나 법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분산의 기능은 전혀 없기 때문에 검찰개혁으로서의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합법적 사찰기구로 전락할 우려조차 있다. 또한 상설특검제는 검찰과의 관계가 불투명하고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이미 검찰에서 진행한 수사를 반복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고비처 설치에 대한 물타기로 볼 수밖에 없다.
3. 검․경 수사권 조정 및 장기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2011년 7월 18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사법경찰관의 독자적 수사 개시․진행권이 명문화되었다. 경찰은 모든 수사에 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며,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적은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되었는데, 2011년 12월 30일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다.
검․경 수사권의 문제는 현재 검찰과 경찰 모두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중앙집중적이고 비대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어느 기관이 권한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가라는 관점이 아니라, 어떻게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룸으로써 국민의 인권보장에 더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정확한 법률 적용, 실체적 진실 발견, 수사절차에서의 불법과 인권 침해 방지 및 증거능력 있는 증거 확보 등을 위해 경찰수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확보는 필요하며, 자치경찰화를 통한 경찰권력의 분권화도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가운데 수사의 적법성 통제라는 기소권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장기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상호 대등한 협력관계로 발전하여 견제와 감시,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검사가 소추기관이자 경찰수사의 감독자로서 바로 서기 위해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는 지양되어야 한다. 수사를 통해 정의 실현에 복무하고자 하는 검사는 경찰과 같은 지위에서 수사에 전념하면 될 것이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기에 미진하여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법적 하자가 있는 경우, 당사자의 이의제기나 인권침해 시비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2차적․보충적으로만 인정하고, 그 경우에도 직접 수사하는 것보다는 보강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경찰의 비리에 대해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4. 법무부의 탈검찰화
현재 검찰청이 법무부의 외청으로 분리되어 있음에도 검찰의 권력이 막강하며 법무부 내에서도 검찰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대칭적으로 높고, 상대적으로 교정, 보호, 출입국관리, 인권옹호 등 분야와 조직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법무부의 주요직책을 검사가 독점함으로써 검찰의 상위기관인 법무부가 검찰의 지배를 받는 결과가 되고 있고, 순환보직제에 의하여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검찰청은 독립된 외청으로서 범죄수사 및 공소유지 기능을 담담하고, 법무부는 법무검찰 행정 전문기관으로서 법무정책, 인권옹호, 국가 송무, 교정, 보호 출입국 관리 등의 사무를 관장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법무부 장관, 차관, 실장 등 주요 보직을 비검사 출신 법률전문가로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찰과 기능이 중복되는 검찰국의 규모와 역할을 대폭 축소하고, 교정, 인권 등의 영역은 기능과 역할을 양적, 질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인사권 및 수사지휘권을 통한 검찰에 대한 견제기능은 존치될 필요가 있다.
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의 직원으로서 검사로 임명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검사 겸임을 금지하고, 법무부 직원과 검찰청 직원의 겸임도 금지할 필요가 있다. 박영선 의원 대표발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의안번호 845호)은 제2조 제7항에 단서를 신설하여 법무부의 보조기관 및 보좌기관(검찰행정을 담당하는 보조기관 및 보좌기관은 제외한다)은 법률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검사로만 보하여서는 아니 되며, 보조기관 및 보좌기관 중 민사 또는 상사 법령안의 기초ㆍ심사를 담당하는 직위에 대하여는 파견된 판사로 보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검찰청법 제44조의2(검사의 파견 금지 등) 제1항이 “검사는 대통령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이 조항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검사직을 사직한 다음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대통령실을 사직한 다음에 다시 검사로 재임용되는 편법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검사가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없으며, 정치적인 의도에 따른 수사가 진행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편법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임내현 의원 대표발의 검찰청법 개정안(의안번호 848호)은 제44조의2(검사의 파견 금지 등) 제2항으로 “대통령실에 파견되었거나 대통령실의 직위를 가졌던 자는 퇴직 후 2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검사장이 차관급인 것은 다른 중앙행정부처와 균형이 맞지 않는다. 많은 행정기관과 해외 대사관에 검사를 파견하는 것도 문제이다. 법률전문가가 필요하면 각 부처에서 변호사를 채용하면 된다.
5.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공안부의 폐지
대검에 수사부서(중수부)를 존치하는 것은 정책수립과 집행을 담당하는 대검의 기능과도 맞지 않는다. 특히 검찰총장의 직할부대인 중수부는 그 성격상 정치권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받게 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 그 동안 정치적 목적의 무리한 수사가 대부분 중수부에 의해 이루어졌다. 또한 검찰 조직 내에서 대검 중수부가 엘리트검사들의 출세코스가 되어 정치검사를 양성하는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대검에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부서를 두는 것 자체가 부적당하므로 중수부를 폐지하여야 한다. 대검 중수부 담당 사건 중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고비처에, 나머지는 일선 지방검찰청에 분배하면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수사지휘를 할 필요가 있는 사건의 경우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
박영선 의원 대표발의 검찰청법 개정안(의안번호 844호)는 제16조(직제 및 직무범위) 제2항으로 “대검찰청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범인, 범죄사실 및 증거를 직접 수사하는 부․사무국 및 과를 두어서는 아니 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안’의 교과서적 정의는 ‘공공의 안전’ 또는 ‘사회의 안전’을 의미하나, 경찰과 검찰의 실무상 공안사건은 국가적인 안전과 관련된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학원, 노동, 사회단체, 종교단체, 선거 관련 사건 등 광범위하며, 그 분야의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작업도 조직적으로 공안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 학원,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일상적인 사찰과 정보수집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안사건 개념 존치로 이 사건들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일반적 법원칙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식을 조장하고, 반인권적 처사에 대해 비판적 접근을 차단하는 효과마저도 있다. 공안사건 수사의 업무 내용에 비추어 공안부에서 전담해야 할 이유가 없고 형사부에서도 처리가 가능하며, 일반 형사부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함으로써 보다 엄격한 증거확보와 공소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특정 사건 유형에 대해 형사부 내의 역할 분담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6.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방지 및 방어권 보장
참여정부에서 사법개혁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이루어진 형사소송법의 대폭적인 개정으로 수사 및 형사재판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방지 및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상당한 정도 진전을 이루었다. 당시 이루어진 구속제도 개선으로 불구속 수사․재판이 활성화되었고, 공판중심주의 강화로 형사재판의 모습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러한 개혁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 주요사건이 무죄로 선고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종전 방식대로 형사재판이 이루어졌을 경우 과연 무죄가 선고될 수 있었을지 자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어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한 개선 방안으로는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피의자의 영상녹화 요구권 신설, 증거개시제도의 개선 등이 있다.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해 우월한 증거능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자백위주의 수사 관행 및 강압수사를 조장하며, 공판중심주의 형해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도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는 피고인 진술 이외에 객관적 방법에 의해 실질적 진정성립을 증명하는 길을 인정함으로써 개혁에 미진했다. 공판중심주의적 심리절차를 강화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사법경찰관뿐만 아니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참고인 진술조서, 피고인 또는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조사자의 요구에 따라 작성한 진술서 및 그 밖에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진술서류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거나 동의한 경우에 한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6조에 따라 피고인을 조사한 수사관의 법정증언을 통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공개된 법정에서의 구두변론과 반대신문권이 구현됨으로써 공판중심주의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게 된다. 박영선 의원 대표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안번호 843호)에 반영되어 있다.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과정 투명성 제고와 적법절차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해 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를 인정했다.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영상녹화 요구의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데, 위법수사에 대한 통제장치로 활용하기 위해 피의자나 변호인이 요구할 경우 영상녹화를 의무화하고 영상녹화물의 복사본을 제공하도록 하며, 이에 위반할 때는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서기호 의원 대표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안번호 2145호)은 제244조의2 제1항 단서로 “다만 피의자가 요구할 경우 피의자의 진술은 반드시 영상녹화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제244조의3 제1항 제5호로 피의자신문 전에 고지할 사항으로 “진술영상녹화요구권이 있다는 것과 진술의 영상녹화를 요구할 경우 제244조의2제1항에 따라 진술의 전 과정이 영상녹화된다는 것”을 규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증거개시제도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소제기 후에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서 2007년 6월 형사소송법 개정 시 도입되었다. 그런데 용산참사 사건에서 검찰이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허용 결정을 무시하는데도 그 재판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바람에 증거개시 제도가 한계를 드러냈다. 검사의 증거개시 거부에 대해서는 사후에 국가배상책임도 인정되었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도 내려졌다. 당해 소송절차에서 증거개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증거개시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공판절차 중지하고 검사의 이행을 촉구할 수 있도록 하고, 검사가 계속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영선 의원 대표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안번호 843호)에 반영되어 있다.
7. 재정신청제도 개선
기소독점주의에 의해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사에게 공소제기에 대한 재량까지 부여하는 것은 검사의 독선 내지 자의를 허용하는 결과가 되고,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기소편의주의의 규제 장치로 재정신청 제도가 있는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정신청 대상을 고발사건의 경우 일정한 범죄로 한정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는 주요 사건의 경우 대부분 고발로 수사가 착수됨에도 이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할 경우 그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발사건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사개추위에서 모든 고발사건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되어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었는데, 법사위 심의 마지막 단계에서 고소사건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개정 전 형소법은 재정신청에 의한 부심판사건의 공소유지 담당자를 변호사 중에서 지정하도록 하였고, 이는 사개추위가 국회에 제출한 형소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였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검사로 개악되었다. 재정신청 제도의 개정 과정은 국회에 제출된 개혁 법안이 검찰의 로비에 의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재정신청에 따라 공소제기결정이 내려진 사건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을 내린 검사가 다시 공소유지를 담당함으로써 구형을 하지 않거나 무죄를 구형하는 등 그 폐해가 심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법원이 공소제기 결정을 하는 경우 변호사 중에서 공소유지 담당자를 선임하도록 변경해야 한다.
박영선 의원 대표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안번호 843호)에 위 반안이 반영되어 있다.
한편, 재정신청을 모든 고발사건으로 확대하면 재항고제도의 존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므로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항고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 박영선 의원 대표발의 검찰청법 개정안(의안번호 844호)에 반영되어 있다.
8. 공공변호인(Public Defender) 제도 도입
변호인 제도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무기대등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국선변호제도의 확대와 국선전담변호사 제도의 실시 등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많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등 실질적 조력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법수사 및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수사기관의 권한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모든 형사피의자, 적어도 모든 체포 또는 소환된 피의자에 대해 수사 초기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청에 대응하는 공공변호청을 설치하고 변호사를 공무원 자격을 가진 공공변호인으로 채용하여 경찰서 단위로 배치하여야 할 것이다.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현실 때문에 공공변호청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로 된다. 법무부가 탈검찰화되어 정상적인 기구가 된다면 법무부에 검찰청과 병렬적으로 두는 것이 타당할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 국무총리 산하 또는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Ⅴ. 차기정부의 사법개혁 방향 2: 법원 개혁
1.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화
우리 헌법상 최고의 사법기관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이다. 헌법재판소는 법률과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의 위헌을 선언하는 헌법재판, 국가기관 간의 권한쟁의 등을 통해 입법 및 행정에 대한 견제 역할을 담당한다. 대법원은 헌법재판 이외 모든 재판의 최고심급으로서 구체적인 분쟁사건을 통해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을 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투영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정책적 고려도 반영하게 된다.
종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법조 내에서의 기수ㆍ서열을 기준으로 남성의 고위법관 일색의 보수적 성향을 지닌 인사들로 획일적으로 구성되어 사회의 다양한 가치, 특히 사법의 본질인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의 인권 보장 기능에 취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구성을 다양화함으로써 사법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고, 소수자 및 약자의 인권 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시민사회에서 제기되어 왔다. 단순히 출신지역이나 학교 또는 성별 등 형식적인 측면에서 다양성을 구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가치관과 세계관 및 활동영역 등 실질적인 측면에서의 다양성을 구비할 필요가 있다.
김재규 사건 상고심에서 소수의견(6명)을 냈던 민문기 대법원판사는 “한 마리 제비로서는 능히 당장에 봄을 이룩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한 봄, 젊은 봄은 오고야 마는 법. 소수의견을 감히 지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민문기 대법관은 26건의 전원합의체 형사사건 중 12건(46.15%)에서 소수의견을 내 비율과 건수에서 가장 많은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로 소수의견을 냈던 소위 ‘독수리5형제’(이홍훈,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대법관)가 대법원의 토론을 활성화하고 소수자 및 약자의 인권을 대변하는 역할을 비교적 충실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출근 중의 재해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비폭력적인 단순파업을 이유로 위력업무방해죄로 노동조합 간부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된 소수의견은 언젠가는 다수의견으로 될 것이다.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에서 소수의견(박일환, 전수안, 이인복, 이상훈, 박보영)의 입장, 즉 시국선언 행위는 특정 사안에 관한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판 내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그 개선을 요구한 것이거나 그에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범위 내의 행위로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어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성숙하면 다수의견으로 채택될 것이다.
한편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 중에서 위헌선언을 한 것은 모든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부정 조항(구 노동쟁의조정법 12조 2항)에 대한 1993. 3. 11. 선고 88헌마5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그런데 이조차 이미 대법원이 1991. 5. 24. 선고 91도324 판결로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소위 현업공무원)을 위 조항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한 이후이기 때문에 뒷북을 친 것에 불과하고 더군다나 단순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반감되었다.
한편 대표적인 악법조항들로 지목되어 왔던 제3자 개입금지 조항, 국공립 교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원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조항,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노동3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조항,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제도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결정을 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국회에서 입법들을 통해 위 조항들을 폐지했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대법관과 헌법재판관들이 활발한 토론을 거쳐 결론에 이르고, 또 소수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게 되면 법률문화의 발전은 물론이고 재판에 대한 승복 효과를 높이게 될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제시된 소수의견은 언제라도 다수의견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는 또한 사회의 진보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가치관과 경험을 가진 인사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으로 되어야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는 국회에서처럼 몸싸움은 없을 것이다. 다양한 가치관에 입각한 논리싸움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앞으로 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모든 쟁점에 대해 단일한 의견을 가진 인사들만으로 구성될 경우 그 사회는 발전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이다.
2. 대법관 증원
많은 국민들이 대법원의 사건 처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상고이유에 대해 아무런 실질적인 판단도 없이 단기간 내에 서너 줄짜리 판결로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하급심 판결을 신뢰하지 못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고 그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판단도 기재하지 않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문을 받게 된 국민으로서는 허탈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심리불속행으로 처리되지 않는 사건의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을 받는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려 신속한 재판에 의한 구제를 받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다. 구제기간의 장기화는 소수자와 약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나치게 많은 사건과 그로 인한 대법관 업무부담의 과중을 지적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고등법원 상고부 또는 상고심사부의 도입 방안과 대법관 증원 방안이 제시되었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대법관의 사건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면서도 대법관 증원에는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개위에서 대법원이 강력하게 지지했던 고등법원 상고부 방안이 다수의견으로, 대법관 증원 방안이 소수의견으로 채택되었고, 사개추위에서 고등법원 상고부 도입 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상당수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또는 대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 고등법원 상고사건의 판례통일 등에 난점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 4심제로 운영되어 국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 등의 이유로 입법이 좌절되었다.
제19대 사개특위에서는 6인소위 합의로 대법관을 6명 증원하는 방안이 채택되었다. 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6개의 전문재판부를 구성하고, 3개 재판부씩으로 제1부와 제2부를 편성하여 제1부는 민사․특허 등을, 제2부는 형사․행정 등을 전담하며,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씩으로 각 부 전원합의체를 구성하여 부 전원합의체를 운영한다. 두 합의체간의 법령해석의 통일이 필요한 경우 전원이 참석하는 20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대법원전원합의체를 구성하도록 하였다. 제1․2부는 상고이유 유무를 사전 심사하는 지정재판부를 운영하도록 했다. 사개위에서 소수의견으로 주장되었던 내용을 발전시킨 것으로 현 단계에서 타당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3인의 재판부 중 적어도 한 명은 관료법관 출신이 아닌 인사로 한다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요청도 충족하게 될 것이다.
3.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개선
2008년 1월 1일부터 중죄 형사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배심원재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배심원재판은 관 주도의 사법에서 국민 참여적 사법으로 전환함으로써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의미를 가진다. 역사적으로 배심제도는 민주주의 친화적, 권위주의 적대적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는 스페인과 러시아의 경우 배심제도가 독재시대에 폐지되었다가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부활한 것에 비추어 보아도 알 수 있다.
배심원재판은 국민의 재판참여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과 상식을 재판에 반영함으로써 법관 재판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또한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법정 공방을 중심으로 한 재판(공판중심주의)을 실현함으로써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게 된다. 그리고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동료 시민들의 결정에 승복하는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 형사재판의 투명화로 전관예우 등의 법조비리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나아가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의 법의식을 제고함으로써 법치를 전 사회 영역으로 전파하는 효과가 있다.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할 때 1단계로 배심제도와 참심제도를 혼합한 형태로 5년간 시행한 후 평가를 거쳐 우리 사회에 적합한 최종적인 형태를 결정하기로 하였었다. 이를 위해 대법원에 국민사법참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하였다. 국민참여재판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어 2012년으로 5년이 경과하므로 최종적인 형태를 결정할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대법원에 국민사법참여위원회(위원장 신동운)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은 애초 중대사건과 합의부 관할 사건 중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사건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2012년 1월 17일 법 개정으로 합의부 관할 사건을 원칙적 대상사건으로 확대하였다. 장기적으로는 대상사건을 모든 범죄사건으로 확대하여 국민에게 배심원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 현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나, 오히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는 사유로 규정된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므로 이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배심원수를 5인 또는 7인까지도 가능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토론과 설득에 의한 평결과정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타당성이 없다. 배심원 수를 원칙적으로 12인으로 하고, 자백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9인도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을 과반수로 하는 것은 평의의 신중성과 구속력 인정에 장애가 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만장일치로 평결하되, 3시간 이상 평의하여도 만장일치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유죄 인정에 12인의 경우 9인 이상, 9인의 경우 7인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정도로 평결의결정족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배심원의 평결에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고 있으나, 3인의 엘리트 법관이 내린 판단이 12인 또는 9인의 배심원이 평의를 통해 내린 판단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우월하다고 담보할 수도 없다. 재판장이 배심원의 평결에 관여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배심원의 의견이 전원일치하는 경우에는 기속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검사의 항소율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문제이다. 통계에 의하면 2008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동일죄명의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에 대한 검사의 항소율은 19.6%에 그친 반면,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검사의 항소율은 53.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높은 검사의 항소율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국민참여재판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 배심원 전일일치 무죄평결로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대하여는 검사의 항소를 제한한 필요가 있다.
4. 재판의 녹음, 법관 근무평정 및 연임심사의 공정성 확보
법관이 법정에서 당사자에게 막말을 하거나 증거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재판의 모든 과정을 영상녹화 또는 녹음을 하고, 이를 그대로 풀어서 조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법관이 법정에서 한 말이 모두 조서로 기록되고 사후에 상급심에서 보게 된다면 재판을 진행하는 법관이 신중하게 처신하게 될 것이다.
법관인사의 기준이 되는 근무평정과 10년 임기 후에 이루어지는 연임심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지 못하면 판사의 독립을 침해하고 수뇌부의 뜻에 따르도록 순치(馴致)시키는 역할을 하며, 수뇌부의 눈 밖에 난 법관을 쫒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근무평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무평정에 동료 판사, 당사자, 변호사 단체 등을 참여시키는 다면평가제 도입, 평정 당사자의 이의제기권 보장, 근무평정기준 수립 시 판사회의 등을 통한 일반 판사들의 참여 보장, 법관인사위원회나 별도의 근무평정기구를 통한 심사 등 법원장의 자의적 평정을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임심사 과정에서도 당사자의 이의제기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하고, 재임용 탈락 사유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므로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법관 재임용을 심사하는 법관인사위원회는 주로 법원 내부 인사와 법조 관련 인사 위주로 구성되고, 위원 전원을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하고 있어 그 권한의 비중과 중요성에 비해 위원 구성에 있어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 판사의 신규임용에 관한 심의에만 참여하도록 제한하였지만 법관인사위원회에 형사사건의 일방당사자이며 행정부 고위인사인 법무부장관이 추천한 검사 2명을 위원으로 한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 법원 내부 인사 및 법조 관련 인사의 비중을 줄이고 각계의 덕망 있는 외부 인사의 비중을 높여야 하고, 위원의 명단과 심의 내용을 공개하여 위원회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Ⅵ. 맺음말
사법개혁 방안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이를 추진할 의지가 있는 정권이 출범해야만 그것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의 정상화를 위해, 그리고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감당할 수 없는 권한을 독점하면서 어느 하나도 놓지 않고 끌어안고 있으려고 욕심을 부리는 와중에 여기저기서 허점이 드러나 조직과 국민에게 피해를 막심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형국이 현재 검찰의 상황이다. 검찰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권력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외부의 기관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의 여론과 감시 활동만이 막강한 권력을 배경으로 해서 요소요소에서 출몰하는 방해공작을 극복하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