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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아동문학
공재동(동시인)
1. 부산아동문학인협회
부산 아동문학은 향파 이주홍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주홍은 1925년 <신소년>지에 동화 ‘뱀새끼의 무도’로 등단하여 시․소설․동시․동화․희곡․번역 등 문학의 전 장르에 걸쳐서 작품을 발표했다. 같은 시기에 활동한 아동문학가로는 동시에 조유로, 박돈목, 최계락이 있었고, 동화에는 손동인, 이영찬이 있었다.
부산의 아동문학은 경북 청도 출신의 정진채가 정착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는 일찍이 1972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그 양옥집’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1972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연밥’이 당선되었으며, ‘익을 때까지는’ ‘누나야’ 등으로 <새교실> 지에 동시 추천을 마쳤다.
1972년 3월 정진채를 회장으로 박돈목, 김종목, 선용, 주성호가 참여한 ‘부산아동문학회’가 창립함으로써 본격적인 부산아동문학 시대가 열린다. 이듬해인 1973년 9월 10일 부산아동문학회는 연간집 <부산아동문학>을 발간했다. 이주홍의 표지 글씨에다 조유로의 표지화로 꾸며졌다.
회원 명단에는 이주홍, 조유로 두 분을 고문으로 모시고 회장에 정진채, 회원에는 박돈목, 심군식, 강태기, 박원돈, 공재동, 김상련, 김종목, 신택용, 이금옥, 주성호, 황하주, 김용석, 김용호, 안수희, 선용, 최향숙으로 부산의 아동문학인이 모두 합류한 명실상부한 아동문학 단체였다.
창간을 축하한 단체로는 제일 먼저 ‘한국문인협회 부산지부’ 지부장 박문하가 있고, ‘한국예총 부산지부’ 지부장 허창, ‘부산아동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부산·경남’ 회장 조유로, ‘부산 글짓기 지도회’ 회장 이주홍 등이 눈길을 끌었다.
‘부산아동문학회’라는 명칭은 1960년대 부산에 향파 이주홍과 이영찬, 손동인이 이미 사용했다는 주장에 따른다면 사실상 재창단이었지만, 회원 연간집으로는 최초였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부산아동문학회’는 1974년 연간집 제2집을 <부산아동문학>발간할 때까지 정진채가 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하며 굳건한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2집을 1년의 공백을 거쳐 1976년 제3집인 <모래성>을 발간한다. 이때 회장은 심군식이었으며 부회장에는 안수희, 사무국장에는 회원수도 24명으로 늘었다. 전포동 정다방에서 연간집 제3집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제3집은 몇 가지 면에서 변모를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주홍이 쓴 ‘부산아동문학’이라는 제호가 사라지고 서예가 배재식의 <모래성>이라는 새로운 제호가 등장했다. 이때부터 연간집의 이름이 새롭게 바뀌기 시작했다. 발간 축하 단체도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 이원수,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김영일이었다. 그리고 제1회 어린이문학상 입상작이 실려 있는 것도 특이하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부산 어린이 글잔치의 시작이다.
1973년 2월에 첫 싹을 내민 부산아동문학회가 4년 동안 성장하면서 뿌리를 깊이 내리고 제법 잘 자라는가 싶었는데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났다. 1977년 1월 광복동 우남장 여관에서 부산아동문학회 정기총회가 열렸는데, 회칙 수정을 놓고 몇몇 중견 작가들이 논란을 벌였다. 팽팽한 신경전 끝에 2개월 동안 임원 구성을 못하다가 회장에는 심군식이 유임되고 부회장에 안수희, 사무국장에 주성호가 선임되어 겨우 갈등이 가라앉는가 싶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감정 대립을 계속하던 끝에 결국 단체가 둘로 갈라지고 말았다.
1977년 9월 16일 광복동 목마 다방에서 김상남을 중심으로 ‘부산아동문학가협회’가 새로 창립되었다. 김상남은 아마추어와 프로가 섞여 있는 기존 부산아동문학회로서는 동호회 이상의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 아래 아동문학의 프로 정신을 내세우며 새 단체를 설립했다. 이때 창립 선언의 발표문에서 사용한 과격한 용어들이 기존의 아동문학인들에게 두고두고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했다. 바로 ‘추악한 아마추어리즘’ ‘문학 외도’ 등의 용어가 그것이다.
새 단체인 ‘부산아동문학가협회’의 회장에는 김상남, 부회장에는 동극작가인 박원돈과 동화작가 한정규, 상임이사는 김문홍이 맡았다. 그 후, 두 단체의 회원들은 선의의 경쟁을 벌여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남북 관계처럼 서로 불편한 사이로 1984년 12월 22일 통합할 때까지 8년 동안 두 단체는 아동문학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1983년에는 광복동 향원다방에서 부산아동문학회와 부산아동문학가협회가 공동으로 동시화전을 개최하면서 그 동안의 소원했던 관계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고, 이듬해인 1984년 9월 향파 이주홍 선생의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축하연에서 두 단체의 통합이 논의되었다. 안수희 부산아동문학회장과 김상남 부산아동문학가협회장은 통합 단체의 회장으로 이주홍 선생님을 모신다는 전제 하에 통합단체의 이름을 ‘부산아동문협회’로 잠정 합의하고 향파 선생님에 대한 설득을 포함한 구체적인 통합 작업은 당시 부산아동문학회 사무국장이었던 필자가 맡기로 했다.
필자는 곧바로 향파를 찾아 지금까지의 경위를 말씀드리는 한편 통합단체의 회장을 맡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향파는 우리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주었다. 1984년 드디어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연간집 <무지개 뜨는 바다>가 출간되었다. 출판기획에는 안수희, 김상남, 선용, 공재동, 김문홍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한 해가 저무는 1984년 12월 22일 카톨릭회관에서 통합단체인 ‘부산아동문학협회’ 총회를 겸한 연간집 <무지개 뜨는 바다> 출판기념회가 열림으로써 이주홍 선생님을 회장으로 하는 통합단체가 창립하게 된 것이다. 회원이 39명으로 부산의 아동문학인이 총망라되었다.
1987년 이주홍 선생님이 작고함으로써 안수희를 새 회장으로 선출했으며, 뒤를 이어 강현호, 최만조, 민홍우, 공재동, 김상남, 박지현, 강구중, 박일, 주성호, 선용, 김문홍, 소민호가 회장직을 이어왔으며, 그 후로 손수자, 김영호, 구옥순 시대를 거쳐 2018년 12월 2년 임기의 제18대 회장으로 한정기가 선출되었다.
2. 부산아동문학상
‘아동문학상’은 그 역사가 오래다. 1960년대 향파를 중심으로 이영찬, 손동인 제씨가 ‘부산아동문학회’라는 이름으로 아동문학 활동을 했는데 이 단체가 ‘부산아동문학작가상’을 제정하고, 1961년 수상자로 동화작가 이영찬을 제1회 수상자로 시상했다. 그 후 1962년 제2회 수상자는 손동인, 1963년 제3회에는 단체상으로 국제신문을 선정했다. 그 후로는 부산아동문학회 자체가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부산아동문학상’도 중단되었다.
1979년 부산아동문학회에 의해 ‘부산아동문학상’ 제도가 부활하고 선용이 제1회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역대 수상자로는 선용에 이어 안수희, 김용석, 노금섭, 민홍우, 박지현, 강현호, 최만조, 윤옥자, 최향숙, 주성호, 최영희, 이국재, 곽종분, 최장길, 이금옥, 김종완, 배홍태, 손수자, 성성모, 박안숙, 배소현, 강구중, 서하원, 배혜경, 이상문, 류석환, 오선자, 오정임, 소민호, 김종순, 손월향, 구용, 김승태, 김인봉, 한정기, 김상곤, 윤동기, 최경희, 구옥순, 허명남, 정갑숙, 김춘남, 양경화, 안덕자가 있으며, 2017년 제39회부터는 수상자가 동화 동시로 나누어져 두 사람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첫해는 김영호, 김자미, 정미혜, 최미혜, 금년(2019년)에는 동화에 신수선, 동시에 김정순이 제41회 부산아동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1998년부터는 ‘부산아동문학신인상’ 제도를 신설되었다. 동시와 동화 두 부문에 걸쳐 공모제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함으로써 역량있는 아동문학가들의 등용문이 되었다. 신인상 출신으로는 제1회 수상자로 동시에 김승태, 동화에 황미숙에 이어 박선미(동시), 박혜자(동화), 허명남(동화), 이민화(동시), 이자경(동화), 박정숙(동시), 안덕자(동화), 배영순(동화), 조무호(동시), 우경신(동화), 강숙(동화), 정미혜(동시), 김자미(동시), 양경화(동화), 주순옥(동시), 곽미영(동화), 김성애(동시), 정희경(동화), 이범숙(동시), 황선애(동화), 박민애(동시), 유영주(동화), 최미정(동화), 정현정(동화), 홍정화(동시), 김정애(동화), 김영주(동화), 박그루(동화), 전지윤(동시), 김여나(동화) 등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제22회를 맞는 올해(2019년)의 신인상은 김대성(동시)과 정현진(동화)으로 결정되었다.
이밖에도 부산에서는 1981년 이주홍문학재단이 제정한 '이주홍아동문학상’과 아피스 만년필의 김성곤 회장이 출연해 만든 ‘해강아동문학상’이 나란히 아동문학가 박홍근과 정영태를 제1회 수상자로 내놓지만 이주홍아동문학상만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으며, 제39회를 맞는 올해(2019년)는 동시인 이준관이 수상했다.
3. 부산의 아동문학지
1977년 5월, MBC 부산문화방송은 우리나라 방송사상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잡지를 간행하였다. <어린이문예>라는 잡지였다. 발행인은 조증출 사장이고 선용, 배익천이 편집을 맡았다. 제작비 일체를 방송사에서 부담하는가 하면 그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불함으로써 <어린이문예>는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순수 창작동화와 동시를 실으면서 원고료를 제대로 지불한 전국 유일의 잡지였다. <어린이문예>는 현재 무가지로 발간해 학교나 도서관에 무료 배포되고 있지만 작가에 대한 원고료만은 지금도 변함없다.
1990년 7월 1일자로 창간호를 낸 <동화문학>은 정진채가 발행한 부산최초의 동화 전문지이다. ‘동화선언문’을 통해 이 잡지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환상과 현실의 아름다운 접목에서 빚어지는 지고지순의 산문문학 양식인 동화는 타 문학양식과의 오접을 허용치 않는다.(생활동화의 배격)’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잡지의 편집과 필진 등 지금까지 나온 아동문학지로서는 단연 돋보이는 잡지였다.
200년 3월 창간호를 발간한 <어린이 글수레>는 동화작가 소민호가 발간한 계간지였다. 109쪽이 조금 넘는 작은 분량이었지만 필진은 전국을 망라해 짜임새 있는 편집으로 어린이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해왔다. 안타깝게도 2009년 겨울호를 종간호로 <어린이 글수레>는 막을 내렸지만 한 개인의 집념 하나로 만 5년을 휴간 없이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기억될 것이다.
2009년 그 동안 서울에서 발행하던 <열린아동문학>이 부산에서 첫 호를 내면서 부산은 아동문학의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전국적인 아동문학지로는 <아동문예> <아동문학평론> 정도가 서울에서 발간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렇게 <열린아동문학>의 부산 시대는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여기는 부산아동문학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가능한 일인데 그 손이 바로 현재 방파제 횟집을 운영하는 홍종관 사장이다. 그는 1995년부터 ‘부산아동문학상’을 혼자 힘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물론 홍종관 사장의 뒤에는 또 하나의 후원자가 있으니 홍사장의 부인으로 그를 내조하는 박미숙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문인화를 그리고 글씨에도 일가견을 가진 박미숙 여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 부산 아동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의 연간집도 매년 발간되고 있다. 부산아동문학가협회에서는 1977년 회원들의 작품집인 ‘하얀 뱃고동’을 이듬해는 ‘꿈꾸는 섬’을 발간했고 ‘문학소년’을 부정기 간행물로 발간하지만 단 본으로 그쳤다. 두 단체가 통합하면서 발간한 작품집이 1984년 <무지개 뜨는 바다>를 시작으로 꾸준히 연간집을 통해 회원들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해가 사는 바다(87)>, <별이 내리는 바다(89)>, <은빛 흐르는 바다(90)>, <꿈이 자라는 바다’(91)>, <동백섬 아기 바람(94)>, <바닷속 작은 마을(95)>, <바다를 담은 풍선(96)>, <바다와 해바라기(97)>, <반딧불이 사는 바다(98)>, <꿈이 열리는 바다(99)>, <바다로 소풍가는 우주선(00)>, <해를 삼킨 아이(01)>, <걸어다니는 바다(02)>, <바다 일기(03)>, <햇살 내리는 바다(04)>, <독도가 떠있는 바다(05)>, <바다라는 책(06)>, <을숙도 아침(07)>, <숨은그림 찾기(08)>, <교실 안 풍경(09)>, <바다 속 풍경(10)>, <인어공주와 고래 아저씨(11)>, <반닫이 속을 들어간 달님(12)>, <무지개를 풀어라(13)>, <빗방울의 덧셈(14)>, <봄을 파는 가게, 그 후 이야기(15)>, <빨간 신호등(16)>, <별이 열리는 나무(17)>, <사거리 팬시점(18)>으로 면면히 부산아동문학인협회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적인 단체를 제외하고 지방에서 이처럼 아동문학 단체가 회원 작품집을 꾸준히 내는 일은 부산이 유일하다.
우리 부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문학 동인이 있다. 바로 ‘맥파’가 그것이다. 1976년 2월 20일 부산교육대학 출신 아동문학가 9명이 모여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1976년 광복동 명문다방에서 창립기념 시화전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맥파’는 2011년 2월 28일 해제를 선언함으로써 무려 35년 동안 지속적인 활동을 벌인 우리나라에서는 그 유례를 찾기 힘 든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동인으로 기록되었다. ‘맥파’ 동인은 그 동안 22권의 연간집을 발간했는데 이것도 기록이 될 것이다.
4. 맺는 말
부산은 아동문학의 도시다. 동시와 동화를 아우르는 향파 이주홍 선생을 필두로 동시의 조유로, 최계락, 이영찬, 손동인, 박돈목 등이 60년대 부산의 아동문학을 찬란하게 꽃을 피웠고, 70년대에 오면 정진채, 김상남, 안수희, 김향, 주성호, 배익천, 박일, 김문홍, 공재동, 강기홍, 김용석, 강구중, 최만조, 최향숙, 윤옥자, 곽종분, 김석기, 박지현, 배소현, 강현호, 선용 등이 ‘부산아동문학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80년대는 이상문, 최영희, 김재원, 김종순, 김종완, 조명제, 손수자, 류석환, 서하원, 손월향, 김원자, 구옥순, 성성모, 오선자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부산의 아동문학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90년대에는 소민호, 박선미, 정갑숙, 배혜경, 허명남, 안덕자, 김미숙, 차영미 등 새로운 작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정기, 배유안 같은 걸출한 동화작가를 확보하게 되고 부산의 아동문학이 사실상 동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부산의 동화시대를 이끄는 장본인이 범초 김재원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동화작가를 배출한 것도 괄목할만한 일이지만 지금도 그의 문하에는 수많은 신인들이 등용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부산아동문학인협회는 148명의 대 가족을 이끌고 있으며 한정기 회장을 중심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화합과 결속으로 전국의 아동문단을 주도하고 있어 마음 부러움을 사고 있다.
첫댓글 부산아동문학의 역사가 다 담긴 글입니다.
처음 기반을 잡으신 선배님들의 활약이 대단하군요.
잊힌 작가가 되지 않도록 늘 노력하겠습니다.
부산아동문학의 역사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