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9. 10. 25. 22:49
<CBS 라디오 '시사자키 양병삼입니다'>
■ 방송 : FM 98.1 (19:00~20:00)
■ 방송 : FM 98.1 (19:00~20:00)
■ 진행 : 양병삼 PD
■ 출연 :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남북한 고위관계자가 지난 주 남북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3일 이재정 前 통일부 장관은 남북 당국간 접촉이 공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前 장관은 특히 통일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前 통일부 장관은 2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양병삼입니다>(FM98.1, 오후 7:00-8:00)에 출연해 “2005년 12월 말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킨 남북관계발전에 대한 법률이 있다”며 “(대북 특사로) 통일부장관이 가는 게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前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의제 선정과 관련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모든 것이 현안”이라면서 “(아무런) 제한 없이 논의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간 대화와 접근이라는 게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미 관계의 진전을 남북 정상회담 추진의 배경으로 진단했다.
한편 이 前 장관은 “아마도 확실히 알 순 없지만 내년 봄에는 적어도 (북한과) 미국의 국무장관급 정도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하 방송내용)
남북이 최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예비접촉을 가진 데 이어 조만간 고위급 수준의 본격적인 접촉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년쯤엔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 진행/양병삼 PD> 남북 정상이 우선 만나는 게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만나서 어떤 얘기를 나눌지가 중요한 것인지, 어떻게 보십니까?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요. 만나게 되면 아주 중요한 의제들을 논의하고 합의하게 될 겁니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벌써 이미 경험해 있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갖는 가치와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 합니다.
▶ 진행/양병삼 PD> 남북 정상 간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어떤 얘기를 나누고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요?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지난날들을 반추해보면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나온 이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평양을 방문해서 평양선을
만들어내고, 그 이후 10월에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조명록 차수와 함께 교차방문을 서로하지 않습니까.
그때 워싱턴 커뮤니케가 나오고요. 이런 것들을 보게 되면 정상회담이 단순한 우리 정상회담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그것이 관련국들에
게 주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정상회담은 그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갖는 여러
가지 영향이 굉장히 크게 파급된다는 거죠.
▶ 진행/양병삼 PD> 일부에선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데요?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이 정부는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만날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돌이켜보면 2000년 6.15 공동선
언을 내고 난 다음에 9.19 합의가 이뤄지지 않습니까. 6자회담에 9.19 합의로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열어가는 것이거든요.
그 이후에 2.13 합의도 있고 10.3 합의도 있는데, 특히 10.3 합의 같은 경우는 사실상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때를 같이하면서 그것
이 서로 영향력을 미쳐서 합의에 잘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조건 없이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게 정상회담입니
다.
그러니까 현안으로부터 시작해서 미래지향적 과제까지 모든 문제를 만나서 얘기하되 거기서 가장 중요한건 역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해갈 것인가.
예를 들면 군사적으론 어떻게 할 것이며 종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 동시에 동북아 평화체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 북핵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 등 모든 문제를 논의하는 게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그 의의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하고 모든 의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양병삼 PD>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만남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습니까?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지난 경우를 살펴보면 남북 간의 정상회담이라는 건 사전 의제에 대한 조율을 하긴 합니다만 어떤 의미에서 보
면 쌍방이 가져오는 의제들을 아주 솔직하게 내놓고 얘기하는 자리가 되어왔었죠.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정상회담에 이런이런 의제를 다루자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것은 모든 것이 현안이고
모든 것이 남북 정상 간에 다뤄서 얘기할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 제한 없이 논의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준비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의제들을 가지고 올라 갔었죠.
▶ 진행/양병삼 PD> 이명박 대통령이 '만남을 위한 만남은 무의미하고 북한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언론보도를 보면 미국보다 남북 정상회담에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현재 상황에서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그건 이제까지 남북관계를 이명박 대통령이 10.4 정상선언이나 6.15 남
북공동선언에 대한 가치와 의미와 역사적 책임을 대개 인정하지 않고 지내왔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의미로 보면 적극적으로 나가자니 이
건 이제까지 이명박 정부의 기본입장에 어긋나는 것 같고, 또 상황을 보면 적극적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일종의 진퇴양난인데요.
이 경우에 사실은 민족문제라거나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을 수용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양병삼 PD> 이렇게 그동안의 강경기조에서 벗어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 특별한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북쪽에서 지난번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이 올 때부터 굉장히 적극적인 입장으로 나왔거든요.
그리고 그 이후에 현정은 현대아산회장을 초청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맺혀있던 문제들, 개성공단 문제라든가 금강산 문
제라든가 이산가족 문제 같은 걸 다 풀어놓은 걸 보면 북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올 뿐 아니라 북미관계가 예상외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
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내년 5월에 있을 NPT 총회도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한반도 비핵화, 또는 전 세계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나가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북미간 대화와 접근이라는 게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아마도 아직 확실히 알 순 없지만 내년 봄에는 적어도 미국의
국무장관급 정도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예상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남북관계나 남북대화에 고위층의 남북대화가 이뤄지지
않고는 사실 북미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 진행/양병삼 PD>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이 약속한 대로 답방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사실 답방 문제는 북쪽 문제가 아니라 우리 쪽 문제입니다. 보안이나 안보상에 경호문제가 원만하게 잘 진행될
수 있겠냐는 데 대해서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하면 자신 있게 초청할 수 있을 것이고요. 그러나 북쪽에서 그것을 신뢰할 수 없다면 아
마 우리 쪽에 오기는 상당히 어렵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 진행/양병삼 PD>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비밀리에 추진됐었는데요.
그러다보니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추진하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남북관계에 대해선 2005년 12월 말에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킨 남북관계발전에 대한 법률이 있습
니다. 이 법률에 의해 남북의 당국간 접촉도 공식적으로 법에 의해 진행되도록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2007년 정상회담도 그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진행했는데, 이젠 두 차례 정상회담도 했고 그런 법률이 남북관계를 진행하는 절
차를 다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그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도 당국의 책임 있는 남북관
계의 대표자가 가서 논의하고 접촉하는 게 옳은 일이고요.
▶ 진행/양병삼 PD> 어떤 분이 그런 일을 맡으면 좋을까요?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그건 통일부도 좋을 것이고, 통일부장관이 가는 게 가장 옳은 방법이겠죠. 왜냐면 북쪽은 통전부를 총괄하는 김
양건 부장이 나올 가능성이 많으니까요. 이런 적절한 파트너들끼리 모인다고 할 때 거기에 맞는 파트너가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양병삼 PD> 시기 문제도 중요한데요. 언제쯤이 바람직할까요?
▷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우리가 이미 분단과 정전협정을 이룬 지 벌써 60년이 다 됐기 때문에. 그런데 이번에 만나게 된다면 세 번째 만
남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한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지 그 시기를 굳이 늦추거나 전략적으로 늦출 일은 없다고 생각합
니다. 왜냐면 개성공단 문제도 그렇고 금강산 문제도 그렇고 남북각각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도 풀고 이산가족 문제도 풀
려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만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