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최동단인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의 성산일출봉은 해발고도 182 미터의 작은 산체로서(사진 1.), 산체의 정상은 원형구(圓形口)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형구의 직경은 약 400 미터, 넓이는 약 2,640 평방미터이며 원형구의 가장 깊은 곳은 해발고도 약 98 미터로서 전체적인 모양은 넓고 얕은 원형구를 이루고 있습니다(사진 2).

도면 1. 성산일출봉 위치도.

사진 1. 성산일출봉 서남측 사면 전경, 신양리해안에서. (윤선, 1988. 8. 촬영).

사진 2. 성산일출봉 정상의 원형구.
성산일출봉은 수성화산활동에 의하여 형성된 응회환 (또는 응회구)의 일부가 잔류되어 있는 것입니다. 수성화산활동에 관하여서는 앞서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응회환인지 응회구인지는 원형이 보존되어 있지 않아서 알 수 없으나 응회환으로 추정하고자 합니다. 성산일출봉은 원래 섬이었으나, 현재는 폭 약 500 미터, 길이 약 1,500 미터의 육계사주(陸繫砂洲 tombolo)로 육지에 연결된 육계도(陸繫島 land-tied island)입니다. 육계사주는 육지로부터 길게 성장하는 사취(砂嘴 spit)가 육지와 섬을 연결시킨 것을 말하며, 육계사주에 의하여 육지에 연결된 섬을 육계도라고 합니다. 성산일출봉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육계도입니다. 성산일출봉과 신양리해안 사이에 분포하는 신양리층은 해변(海邊 beach and nearshore)에서 퇴적된 지층인데 성산일출봉과 신양리를 연결하는 육계사주의 일부입니다.
성산일출봉 정상의 원형구는 분화구가 아니고 함몰구입니다. 분화구라면 분화구의 내벽을 이루는 지층은 분화구 안을 향하여 경사지고 외벽의 지층은 분화구 밖을 향하여 경사져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경사지게 됩니다마는, 성산일출봉의 지층들은 서남측 사면에서 보아서 원형구의 우측의 지층이 원형구의 하부를 지나 성산쪽을 향하여 경사지고 있습니다(사진 3). 분화구라면 지층의 이러한 경사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정상의 원형구는 분화구가 아니고 응회환의 산릉 외측에 형성된 함몰구입니다(도면 2).

사진 3. 성산일출봉 서남측 사면의 층리의 자세, 신양리해안에서. (윤선, 1991. 8. 촬영).

도면 2. 성산일출봉의 함몰구의 형성위치도.
성산일출봉을 잔류시켜 놓은 원래의 응회환의 모습과 그것이 파괴된 원인에 관하여서는 현재의 자료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서는 해저지형과 지질에 관한 자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산일충봉의 원래의 응회환이 단순히 해수(海水) 등의 침식작용에 의하여 파괴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서남측 사면에서 알 수 있습니다. 서남측 사면은 급사면의 절벽을 이루고 있는데 이 절벽에 소계곡들이 형성되어 있습니다(사진 3). 그러므로 소계곡은 급사면 절벽이 형성된 후 유수(流水)에 의하여 형성된 것들입니다. 따라서 급사면 절벽은 침식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고 다른 구조운동 즉 단층에 의하여 형성된 단층애(斷層崖 fault scarp)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