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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함께 생긴 조건 Sahajāta paccaya
해설:
『청정도론』은 함께 생긴 조건을 설명할 때 등불의 비유를 든다. 등잔에 불을 붙이면 빛, 색깔과 열기가 등불과 동시에 생긴다. 등불에 의해서 생긴 빛, 색깔과 열기는 등불이 붙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으며 꺼진 다음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1) 정신 무더기 네 가지는 서로서로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마음 무더기(식온)는 다른 세 가지 정신 무더기인 느낌 무더기[受蘊], 인식 무더기[想薀]와 상카라 무더기[行蘊] 없이는 생기지 않는다. 마음은 마음부수와는 다르며, 느끼거나 기억하지 않는다. 마음은 대상을 인지하는데 지도자의 역할을 하지만, 같은 대상을 공유하고 마음을 도우면서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들을 필요로 한다. 마음은 마음부수 없이 생기지 못하며 마음부수도 마음 없이 생기지 못한다. 그것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마음은, 예를 들어서, 마음이 대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대상을 만나는 마음부수인 접촉(팟사)을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마음은 함께 생긴 조건으로 접촉에 의해서 조건 지어진다. 접촉은 마음 및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들에 의해서 조건 지어진다. 불선심과 함께 생길 때는 접촉도 불선하며, 선심과 함께 생길 때는 접촉도 선하다.
네 가지 정신 무더기들도 서로서로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되기 때문에, 번갈아 조건이 되는 법 혹은 조건 따라 생긴 법으로 간주할 수 있다. 빳타나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선법은 선법에게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하나의 선한 무더기는 세 가지 선한 무더기에게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세 가지 무더기들은 하나의 무더기에게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두 가지 무더기들은 두 가지 무더기들에게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이것은 네 가지 정신 무더기들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네 가지 불선한 정신 무더기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이 생기면, 네 가지 정신 무더기들도 불선하며, 그것들은 함께 생긴 조건으로 서로의 조건이 된다.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은 어리석음과 탐욕을 뿌리로 가지며, 이 뿌리들은 함께 생긴 조건 및 뿌리 조건으로 함께 생기는 법들에게 조건이 된다. 현상들은 여러 가지 조건으로 다른 현상들에게 조건이 될 수 있다.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은 즐거운 느낌과 함께 생길 수 있다. 느낌은 마음 및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들에 의해서 조건 지어지며, 불선심과 함께 생기면 느낌도 불선한 것이다. 불선한 즐거운 느낌은 선한 즐거운 느낌과 전혀 다른 특성이 있다.
즐거운 느낌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때, 그 느낌은 다른 사람의 선행에 고마워할 때 생기는 즐거운 느낌과 다르다. 후자는 좀 더 세련되고 고요하다. 편안함[輕安], 중립, 선법에 대한 믿음, 사띠 등은 선심과 함께 생기는 아름다운 마음부수들이다. 그것들은 모두 선한 즐거운 느낌에게 조건이 된다.
함께 생긴 조건에 대해서 더 공부하는 것이 이로운데, 이 조건이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마음과 마음부수들은 함께 생기면서 서로의 조건이 된다. 예를 들어서, 정신과 물질에 관한 이해를 계발할 때, 지혜를 비롯한 다른 아름다운 마음부수들과 더불어 선심이 함께 생긴다. 그 마음에는, 나타나는 실재를 알아차리는 사띠도 함께 생기고, 지혜가 대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상에 ‘도달’하는 ‘일으킨 생각*1’도 함께 생기고, 탐욕없음도 함께 생기고, 그밖에 각각 자신의 기능을 하는 다른 마음부수들도 함께 생긴다. 그것들은 함께 생기는 동안 서로를 상호 지원한다.
*1 마음부수인 일으킨 생각(vitakka)은 많은 마음과 함께 생기지만 모든 마음과 함께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일으킨 생각이 불선심과 함께 생길 때에는 잘못된 생각이고, 선심과 함께 생길 때에는 바른 생각이다. 팔정도 요소 중의 하나로서는 ‘바른 사유[正思惟]’라고 한다.
지혜에는 많은 등급이 있으며 지혜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생기는 마음부수들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서, 처음에는 탐욕없음이 아직 약하지만, 지혜가 성장함에 따라 탐욕없음도 성장하며, 이것이 실재들에 대해서 더욱 초연하도록 할 것이다.
마음과 마음부수들에는 네 가지 종류, 즉 선한 것, 불선한 것, 과보인 것과 작용만 하는 것이 있다. 마음부수들 중의 일부는 네 가지 종류의 마음들 모두와 함께 생길 수 있지만 마음부수들은 경우마다 전혀 다른데, 그것들은 자신과 함께 생기는 마음 및 자신 이외의 다른 마음부수들에 의해서 조건 지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주의(manasikāra마나시까라)’는 모든 마음과 함께 생기지만, 경험하는 대상에 집착하는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과 함께 생길 때와, 열심히 보시하거나 계를 지키려는 선심과 함께 생길 때는 전혀 다르다.
‘정진(vīriya위리야, 활력, 노력)’은 선한 활력일 수 있지만, 불선하게 사용되는 활력일 수도 있으므로, 정진은 선심 및 불선심과 함께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서로서로 지원하는 마음과 마음부수들이 엄청나게 다양한 것이다. 생기는 실재들의 서로 다른 조건들을 더욱 많이 이해하게 되면, 대상들을 경험하는 자아, 그것들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자아, 나아가서는 바른 견해를 계발하는 자아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함께 생긴 조건에 속하는 두 번째 현상들은 다음과 같다.
(2) 근본물질 네 가지는 서로서로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지대, 수대, 화대와 풍대는 항상 함께 생기고 서로서로 조건이 된다. 몸 물질들과 외부의 물질들은 무리(깔라빠)를 지어서 생기고 사라지며, 각 무리에는 모두 사대가 포함되어 있어야만 한다. 지대는 다른 세 가지 요소들의 기초이며, 화대는 다른 세 가지 요소들을 부드러운 상태로 유지시키며, 수대는 그것들을 결합하게 하며, 풍대*2는 그것들을 지탱하고 움직이게 한다.
*2 풍대는 관습적인 의미에서의 움직임이 아니다. 이 물질은 움직임 혹은 지탱하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지탱의 원인인데, 예를 들면 위장이나 배에 공기의 압력이 있을 때 알아차려질 수 있다.
빳타나는 사대가 서로 조건 짓는 방법에 대해서, 사대 중의 하나가 다른 세 가지를 조건 짓고, 세 가지가 한 가지를, 두 가지가 두 가지를 조건 짓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감각대상들은 엄청나게 다양하지만, 그것들이 실은 물질 요소들의 여러 가지 다른 구성 성분들일 뿐이다. 책상이나 옷감을 만질 때, 딱딱하거나 부드러운 감촉대상이 나타난다. 딱딱하거나 부드러움, 뜨겁거나 차가움, 움직임이나 팽창함은 감촉에 의해서 경험될 수 있다. 우리는 감촉대상이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항상 생기고 사라지고 있는 물질일 뿐이다.
함께 생긴 조건에 속하는 세 번째 현상들인
(3) 입태 순간의 정신과 물질은 서로서로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오온(정신과 물질)이 있는 세상에서 생기는 재생연결식과, 그 재생연결식의 심장토대인 물질이, 함께 생긴 조건으로 서로서로 조건이 되는 것이다.
정신과 물질이 있는 세상에서, 각 마음은 모두 생기는 장소인 물질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 안식의 토대는 눈(안근)인 것처럼, 한 쌍의 전오식에는 각각에 해당하는 토대가 있다. 전오식을 제외한 나머지 마음들의 토대는 모두 심장토대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토대인 물질은 자신에 의존하는 마음보다 먼저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재탄생하는 순간에는 마음과 그 마음의 물질적 토대가 동시에 생긴다. 그 순간에 업의 정신적 결과인 재생연결식(과보심)이 생김과 동시에, 업이 심장토대를 생기게 하는데, 이 재생연결식은 심장토대에서 생긴다. 정신과 물질이 있는 세상에서 재생연결식과 심장토대는 다른 하나가 없이는 생길 수 없다. 그것들은 “함께 생긴 조건”으로 서로서로 조건이 된다.
우리 생애의 첫 순간에 심장토대만이 업에 의해서 생긴 물질은 아니다. 업은 그 순간에 세 가지 물질의 무리(깔라빠)를 만들어내는데, 하나는 심장토대를 포함하고, 다른 하나는 몸 토대(신근)를 포함하고, 나머지 하나는 성 토대(남성 물질 혹은 여성 물질)를 포함한다. 이 무리들에는 모두 ‘여덟 가지 분리할 수 없는 것(아위닙보가)*3’과 생명기능*4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재생연결할 때, 업에서 생기는 열 가지 물질들로 구성된 세 가지 무리가 생긴다.
*3 여덟 가지는 지수화풍 사대, 형색, 냄새, 맛, 영양소이다. 이 여덟 가지는 각 물질의 무리(깔라빠)에 모두 들어 있다.
*4 생명기능 물질은 업에서 생긴 모든 무리(깔라빠)에 존재하지만, 마음이나 온도나 음식에서 생긴 무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몸 내부의 물질들에만 함께 생기지 외부의 물질들에는 함께 생기지 않는다.
함께 생긴 조건에 속하는 네 번째 현상은
(4) 마음과 마음부수인 법들은 마음 때문에 생긴 물질들에게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마음은 생기는 순간에 물질을 만들어낸다. 마음의 각 순간은 세 개의 극도로 짧은 순간들, 즉 생성 순간(웁빠다 카나), 머묾 순간(띳티 카나), 소멸 순간(방가 카나)으로 나눌 수 있다. 마음은 생기는 순간에만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머묾과 무너지는 순간에는 그러기에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16가지 종류의 마음들은 물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것들은 재생연결식, 한 쌍의 전오식, 네 가지 무색계 과보심, 그리고 아라한의 죽음의 마음이다. 이것들을 제외한 모든 마음은 물질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서, 불선심과 선심은 의도를 표현하는 몸짓인 몸 암시와 말 암시를 만들어낸다. 불선심과 선심은, 슬픔, 분노나 즐거움 등 기분에 의한 몸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성냄은 찡그린 얼굴을 만들어낼 수 있고 탐욕은 폭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집을 아름답게 꾸미면서, 옷을 입으면서, 얼굴 화장을 하면서 손을 움직이는 동안, 어떤 종류의 마음이 물질들을 만들어내는지 아는가? 우리는 그런 순간에 탐욕에 뿌리박은 마음들이 물질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깨닫지 못할 수 있다.
우리는 감각적 쾌락이 없는 비구의 삶을 살도록 자신에게 강요할 수 없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인 ‘율장(律, Vinaya)’과 경전(經)과 아비담마(論)를 통하여, 생기는 번뇌들을 알게 될 수 있다. 비구들이 지켜야 할 계율인 율장을 읽는 것은 재가신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것은 충실한 거울의 역할을 하고 일상생활에서 생기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여러 가지 번뇌들을 지속적으로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율장은, 감각적 쾌락들에의 탐닉이기 때문에, 비구가 숙소나 자신의 소지품과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율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때 육군비구는 얼굴을 화장했다. 얼굴에 크림을 바르고, 얼굴에 분을 바르고, 웅황을 바르고, 팔다리에 물감을 칠하고, 얼굴에 물감을 칠하고, 전신에 물감을 칠했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 ‘재가신도들처럼 감각적 쾌락을’ ……”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런 행위는 비구들이 가벼운 죄를 범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금지하셨다.
『위방가』는 소지품이나 몸을 치장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고 다음과 같이 일깨워 준다.
“개인의 헛된 일이란 무엇인가? 가사나 발우나 숙소를 치장하는 것, 아름답게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욕심내고, 탐욕스러워하고, 허영심을 갖고, 깨끗하지 않은 몸과 소지품에 대한 허영심, 이것을 개인의 헛된 일이라고 한다.”
재가신도들은 아직 감각적 쾌락을 즐기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지만, 생기는 실재들에 대한 바른 견해가 계발될 수도 있다. 또한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꾸밀 때 나타나는 것들이 정신과 물질이라고 알 수 있다. 그럴 때 마음에 의해서 함께 생긴 조건으로 물질이 조건 지어진다는 것을 아는 것은, 정신과 물질은 조건 지어진 요소들이라고 이해하도록 우리를 돕는다.
생기는 순간에 물질을 만들어내는 마음과 마음부수들은 함께 생긴 조건으로 물질의 조건이 되지만, 마음에서 생긴 물질(말 암시) 등은 거꾸로 함께 생긴 조건으로 마음에게 조건이 되지 않는다. 마음은, 마음에서 생기는 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생긴다.
함께 생긴 조건의 다섯 번째 현상은
(5) 근본물질은 파생된 물질들에게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된다.
물질에는 모두 28가지가 있는데, 지수화풍 사대를 제외한 24가지 물질이 ‘파생된 물질’이다. 파생된 물질들은 사대에 의존하는 것이어서, 사대 없이는 생길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소리가 생길 때 지대, 수대, 화대와 풍대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몸과 자신의 소유물에 집착하지만, 그것들은 물질들일 뿐이다. 즉 조건들에 의해서 생기는 사대와 파생된 물질들이 여러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것일 뿐이다.
함께 생긴 조건에 대한 빳타나의 ‘분석적 설명’에 여섯 번째 현상은 다음과 같다.
(6) 물질법은 정신법들에게 때로는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되고, 때로는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물질법”은 “심장토대”를 말하고, “정신법들”은 오온이 있는 존재로서 입태할 때 및 삶의 과정 때의 정신무더기를 말한다. “때로는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되고”는 생의 첫 번째 순간인 재탄생하는 순간에, 업은 심장토대 그리고 심장토대에 의존하는 재생연결식을 동시에 생기게 하므로, 그 순간에 재생연결식과 심장토대는 함께 생긴 조건으로 서로 간에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삶의 과정에서 심장토대는 자신에 의존하는 마음보다 먼저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 삶의 과정에서 생기는 안식이나 이식 등의 전오식의 물질적 토대인 감각기관(안이비설신)도, 그것에 의존하는 마음보다 먼저 생겨야만 한다. 물질은 생기는 순간에 토대가 되기에는 너무 미약하므로, 생긴 다음에 비로소 토대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 “때로는 함께 생긴 조건으로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장토대가 삶의 과정에서는 심장토대가 마음보다 먼저 생겨야 하므로 함께 생긴 조건이 되지 않음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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