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011.6.10 오늘 산행의 특징은 무박이다. 23:00 성당앞 출발.
게다가 제주도와 남해안지방이 밤새 비가 쏟아지다가
제주도는 새벽에 그치고, 남해안은 오전 중에 그친다는 일기예보도 있지만
성가정산악회 가는 산행에는 오던 비도 그쳐주던 신기한 전통을 막연히 믿어보기로 한다.
일단 버스 출발하자마자 곧장 취침모드로 들어가는데, 몇몇 분은 바로
숙면(?)에 들어가지 못하시는 눈치다.
한 달만의 산행이면서 모처럼의 섬여행인 탓에 작은 기대와 흥분이
교차한 때문이지 싶다.
섬 산행이 육지의 다른 산행보다 기대가 더 큰 이유는 정상에서 사방이 툭 트여보이는 독특한 풍광때문만 아니라
정현종시인의 짧은 시 '섬'처럼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나는 그 섬에 가고싶다" ....그런 이유도 더해지는지 모른다.
하지만 자자! 밤을 꼬박 새고서는 산행을 할 수 없다.
왠만큼은 육신의 피로가 풀려 주어야...그래야 내일오전
돈지-지리산-불모산-가마봉-연지봉-옥녀봉-진촌까지의 8km짜리 종주코스를
사고없이 무난히 달려줄 수 있을테니까......
***동래
칠곡휴계소에서 한번 쉬고, 온천장으로 유명한 동래에 도착한 시각이 새벽 3시(?)조금 넘어서...?
사전홍보가 충분히 되어 기대만땅인 <양산추어탕>으로 이른 아침을 먹는데...
테이블 네 개인 우리 방에 35명 일행 중 십여명이 우르르 몰려들어가 꾸역꾸역 끼어앉으면서
먼저 와있던 옆자리 남녀한쌍에게 모두들 별 뜻 없는 시선 잔뜩 보낸다.
꼭두새벽에 양산추어탕 한 그릇씩에 장어구이 한 접시에 소주 반주에....???
우리탓이었나보다.
다 먹지도 못하고 그냥 일어서서 얼른 나가버린 눈치였다.
그들이 먹다남긴 소주를 짖굿게 끌어당겨 반주 한잔씩으로 돌리는건 좀 짓궂었다고 봐야하나?
화제가 온천장은 부산의 '핵심 관광,유흥지다'에서 시작해 '환락....지다"로 이어진다.
우루과이 어느 성당벽면의 주기도문이라던가?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라고 하지말라....
죄 지을 기회만 찾아다니면서(........................)"
'인간적 허물'과 '죄'의 차이가 이 경우에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
***산초와 추어탕
추어탕이 나오자 산초가루를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채 두 숫갈쯤 넣고 휘휘 저은 사람들은 모두 혼이 난다.
게다가 싱싱하게 썰어놓은 청양고추도 별 생각없이 몇 개 집어넣거나
더러는 고춧가루 다대기까지 정말로 별 생각없이 떠넣고 휘휘 저은 사람들은 더 혼이 났다....
짜르르 소문난 그 <양산추어탕>을 제~대로 음미 한 사람들 몇 분 되시는지 어디 손 한번 들어보세요.....ㅋㅋㅋ
알알하게 혀에 불이 붙어 불끈다고 물 붓고, 밥 말고....국물 다시 시키고....모두모두 혼줄이 난다.
잠이 덜 깬 탓!?
뼈채 갈아 가루만 쓰는 요즘 추어탕 말고, 몸통이 전혀 으스러지지 않은채 시래기와 섞여 있는 옛날식 추어탕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떠올리다보니...추억은 송파 엄마손 백화점 옆 어디쯤에서 맛보았던 옛날식 추어탕의 기억에서 시작해서
제대로 된 추어탕에 대한 토론(?)에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산초 조절 놓쳤다.
***광안대교 지나고
거가대교 건널 때쯤 전망대 휴게소에 들러 정식으로 아침잠에서 깨어난다.
생리문제도 큰일까지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데 두 곳 화장실 중 한 곳을 청소한다고 문을 닫아놓았으니
네 칸 뿐인 화장실을 여러 명이서 교대로 다 이용하려니 엄청 바쁘다. 양치질까지 다 마치고나서..
버스가 다시 출발~ 하는데...
오기로 예고되어있던 비...과연 그쳤다~ 참 신기하다.
분명히 오전 중에 그친다 했는데, 벌써 그쳤다...
바다밑 40m쯤 밑으로 지나가는 가거대교 암거구간 지나고 사장다리 대교 지나 거제도로 들어서고 어디어디로
계속 달려가서 통영군 산내면 가우치항에 이르렀으니 거제와 통영 사이에도 다리가 또 있었나보다.
서두른 덕에 도착 시각은 여유로웠다. 원래 배떠날 시각이 7시였지만..한 시간 미뤄 8시로 미루니 30분 이상 여유가 있었다.
***금평항
사량면 사무소,사량중,사량초가 몰려있는 진촌마을이 건어물판매상과 식당들이 제법 줄지어있는걸로 봐서
제일 번화한 곳이라고 봐야 할 듯.
최영장군 사당도 130m쯤 옆길로 들어가면 볼 수 있고, 또 천주교 대건성당사량공소도 있었지만 일정이 바쁘다.
버스가 돈지로 가서 백코스팀만 차에 남고 지리산 종주 산행팀 내려줄 때가 9시 20분쯤...
사량초교 돈지분교를 지나는데 폐교팻말이 붙었으니 그 말은 바로 아이들이 더 이상 없단 얘기이고,
그건 바로 섬을 지켜야 할 마지막 젊은 사람들까지 다 육지로 떠난다는 얘기?
"동사로 '서다'를 명사화하면 '섬'이 된다/뭍에서 떨어져 마냥 뭍을 그리워 하는 섬(......)" --문무학 "섬"
**지리산을 향해 걷기시작한다.
등성이올라서면서 좌우로 바다가 넓게 펼쳐지고 다도해 섬이 점점이 아른거린다.
오른쪽으로는 돈지마을, 왼쪽으로는 내지마을이 내려다 보며 1시간 반 쯤 걸어
지리산(397.8m)정상에 이르렀을 때가 11시, 불고기백반으로 준비된 점심도시락 펼쳐 이른 점심식사 마치고 불모산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불모산 월암봉 코 앞에 둔 삼거리에서 산행을 접게 된 이유는
순전히 매점 아저씨 조언 때문이다.
후미를 기다리느라 잠시 쉬기로 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은근히 막걸리를 권한다. 자리에 앉게 된 것도 꼭 그게 마시고 싶어서만 아니고.....갈림길이니 일단 후미가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 한 것인데....아저씨 얘기가 지금까지 딱 절반을 왔을 뿐이라고 하니 시계를 한번더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거리 상으로는 절반이라도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분명히 다르겠지만.....
아저씨 얘기인즉...이제부터 가마봉 연지봉 옥녀봉 넘을 때까지 샛길 없이 오직 앞으로만 가야하는데, 바로 이곳이 전체의 딱 중간지점이니 팀 이동이 원활치 못하다면 여기서 특산농주 막걸리나 마시다가
하산길로 들어가는게 좋을거라는 아저씨의 포스 강한 조언....???
대장 요셉형제 얼굴에 확 지나가는 고민의 그림자를 보았다.
앞으로 두 시간 안에 25명 전체가 나머지 거리를 주파해서 진촌마을 대가식당까지 무사히 닿을 수 있을까?
멍게비빔밥 예약한 식사시간이 1시반에서 2시 사이인데 지금이 벌써 12시이니....!!!! 결국...
" 하산~!"
제일 아쉬워 한 사람은 루까형제~ 그리고 나도~
***상상산행
다른팀 산행계획을 참고해 머릿속으로라도 마저 달려가 보면서 아쉬움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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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작~종료시간 ; 10시 50분 ~ 3시 58분
*총 산행시간 ; 5시간 08분 (식사, 정체구간 대기 약 1시간 30분 포함)
*GPS 실거리 약 7.32 km
본 지도의 등로(or 고도)는 GPS 트랙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서
GPS 수신상태에 따라 등로(or 고도)와 약간의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차이가 날 경우는 (별로 없지만) 약간의 편집, 수정작업을 하여 만듭니다.
※ 화살표 표시는 갈림길이 왼쪽이나 오른쪽 방향 표시일 뿐 특정지점 등로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아깝다!
달바위(불모산 월암봉) 코 앞에서 종주를 멈추게 되다니 ...
불과 800m정도만 더 완만한 오름길 계속했더라면 불모산 월암봉(달바위=399m)에 올라
사면 바다를 한번더 실컷 조망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면 거기서부터는 내리 하산길, 가마봉(303m)에서 수직철계단으로 하강하고,
전망바위터에서 밧줄잡고 하강한 후에 여기서 다시 밧줄잡고 한번만 더 오르면 연지봉이었을거고
이번엔 줄사다리를 타고 하강,계속 등성이길 걸으면 옥녀봉(261m)이 나오고
거기서 돌탑계단을 따라 잠시 급하강하면 삼거리(대항방향과 진촌방향)에 이르는데,
대항쪽으로 가려면 급하강을 계속해야되지만 우리는 진촌쪽이니 완만한 산길 걸으면서
사량중학교에 이르게 되고 거기가 면사무소와 대가식당 있는 진촌이 되었을테니
더 근사한 산행이 될 수 있었겠는데... 아쉽다.
전체 35명 중 진촌에서 바로 옥녀봉으로만 올랐다 되내려가는 백코스팀 빼고,
비교적 젊은층 20여명만 참가하는 종주산행이라서 웬만하면 주파(?)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거리도 약 8km정도였으니 할만하다 생각했었는데...참~ 아쉽다.
하지만 밧줄잡고 오르내리기와 줄사다리와 수직철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코스가 버티고 있으니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만일의 사고를 염려하지 않을 수도 없었으니 잘 한 결정이었다 싶기도 하지만....
성지암 거쳐 옥동마을까지 내려가는데 불과 30분 조금 넘게 걸렸을뿐
거기서부터는 계속 섬일주도로를 걸어서 바닷가 구경만 하며 걸었더니...
그나마 천요아킴형제가 우기는대로 마을 사이사이로 걸었으니 다행이지 넓은 찻길로만 따라걸었더라면...
한참을 더 비잉 돌아 걸을 뻔했다......
산길 걸었으면 조망이 더 좋았겠지만 바닷가 마을 구경도 아주 나쁘진 않았다.
엉겅퀴,채송화 와 앉은뱅이꽃 중간쯤 되는 꽃,철 이른 코스모스도 보고...철 늦은 철쭉도 보고...
***멍게비빔밥
대가식당에 도착하니 예정된 별미 <멍게비빔밥>이 이른저녁으로 차려집니다.
게다가 이게 바로 다도회(?)인지 광어+방어회 가 추가로 제공됩니다.
오늘새벽 동래에서 양산추어탕으로 아침 먹을 때에....어제가 생일이었다는 벨라자매님 얘기에 잠깐~
시골할머니와 외국인이 산골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기다리는 풍경을 그린
오탁번님의 詩 "해피버스데이"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는데,
" 왓데이~ 먼데이~ 버스데이~ 해피버스데이 ....."ㅋㅋ
모두들 "해피버스데이 숙자씨~"를 노래로도 불렀습니다.
조금 억지스럽긴 해도 전혀 안 어울린건 아니었지 않나?
그런데 그게 이날 오후 광어+방어회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ㅎ
성가정산악회 먹을거리인심은 지나칠(?) 정도로 늘 풍성합니다.
선착장 관리직원의 조급증 덕에 4시에 섬 떠나려던 계획이 3시로 당겨집니다.
고성용암포로 넘어와 대통고속도로를 달려올라오며 차 안에서 보게된 영화 한 편은
중국 5세대 감독 펑샤오강의 <대지진>이었습니다.
1976년 당산대지진 실화를 밑바탕으로 32년간의 한가족 애끓는 애증과 갈등을, 용서와 화해를 그린 영화였습니다
잘 놀고(?)올라오며 하필 재난영화!?라니.....
그것도 초강력지진과 쯔나미로 일본 원전사고후유증이 한창 현재진행형인 이 위기상황에 .....
어쨋거나...그 탓에 우리나라 모든 관광지들까지 파리 날리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해는 또 다시 떠 오를테니까요...
부회장 벨라자매님~ 회가 달았습니다~
요셉 대장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
요아킴 회장님~ 감사합니다~
형제자매님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달 강원도 계곡산행 때까지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첫댓글 항상 재미있게 표현 하시는 말씀 넘 좋고,감사합니다.
一枝님~!!! 산행 일지 잘 봤습니다.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 할 수가~~!! 다시 가는 듯~ 눈에 선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어쩐지 산행사진이 좀 약하다 했더니 막걸리 탓이었군요~ 막걸리보다 더 멋진 옥녀봉을 놓치다니...
그 대목에선 봉다리 맥심커피 한잔하고 땡! 사방 열린 그 섬을 즐기셨어야지요~~
참고로 철계단, 밧줄 구간은 가장 안전한 구간일수있지요~
안전산행 하신 성가정식구들 모두 해피버스데이~
아쉬움이라면 재난영화 대신 해삼 멍게 한접시 포장해서 선상에서 펼쳐놓고 한첨씩 찍어먹으며 주님과 함께....
무박 하루를 그렇게 기억을 다하십니까 기억력도좋으셔라 대단하십니다 글 잘보았습니다
읽어주신 님들~ 고맙습니다.억지로 지어낸 느낌이 안 들어야 좋은데....밑천은 점점 떨어지고 이번엔 뭘 쓰나 고민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