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가끔 친구와 더불어 대포집에서 만난다. 대포집은 바커스신을 모시는 곳이다. 조그마한
박카스의 축제를 부활시킨다. 이 축제도 다른 축제와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신성함을 동시에 가지
고 있다. 축제를 통하여 인간이 즐거움 속에서 거듭나거나 신성해진다. 이것은 하나의 작은 기적
이다. 대포집이 축제의 장소요, 기적을 창조하는 곳으로 승화한다. 작게는 직장, 크게는 나라와 세
계를 향한 토론이 있다. 토론이라기보다는 희생양을 죽여버린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에는 직
장의 상사를 포함한 적대 관계자들이 포함된다. 희생양을 하나하나 죽임으로써 제사는 이어지고
축제는 무르익어 간다.
성당에서 부활미사 중에 생각난 것이 있었다. 대구문학의 원고를 독촉받고 생각 중이던 주제였
다. 과연 인생은 무엇이며 문학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문학이
란 결국 교훈과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미사 중에 잠깐 졸다가 부활한 예수의 모습이 인간구원의 완성된 모습이라는 요지의 신부님의
말씀에 공감이 갔다. 나의 생각을 모으기 위해서 정신을 가다듬어 보았다. 요즘은 미사 중에 생각
하는 버릇이 생겼다. 집중한 나의 뇌리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주보에 메모
하였다. 인간이 추구하는 생활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물질과 정신의 두 가지 생활이라고 결
론 내려보았다. 과연 그럴듯한 대답으로 생각되었다.
문학은 축제이다. 예술도 축제이다. 종교도 축제이다. 따라서 문화는 축제이다. 한국을 유교문화
권이라고 한다. 명절을 통하여 제사가 바쳐진다. 제사는 일종의 축제이다. 축제는 희생양을 필요
로 한다. 문학은 주인공을 희생양으로 바치는 제사이며, 축제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이상적으로 보면 축제가, 현실적으로 보면 빵과 사랑이 필요한 존재
이다. 한국인에게 축제는 명절이다. 축제는 추수와 관련이 있다. 축제에는 술과 춤이 들어있다. 또
한 축제는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축제는 죽음을 통하여 축제를 정점으로 이끈다. 축제는 인간을
신성하게 만든다. 신성한 인간은 구원받은 혹은 해탈한 인간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축제 후에 남녀 인간의 결합은 신성한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 결혼식도 하나의 축제이다. 결
혼에서 희생양은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이다. 결혼식을 공동묘지 위에서 치른다는 풍습을 생각하
면, 결혼식을 하나의 제사와 동일하게 보거나, 다른 축제인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행위로도 생각
하게 한다. 새로운 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한 결합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비근한 예로, 두꺼비가
죽음으로써 새로운 새끼를 탄생하듯이, 인간의 결합으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함으로써, 결혼은 축
제의 시작이요 끝이다.
빵이 기본적인 욕구라면, 사랑은 심리적인 욕구이다. 의식주와 관련된 것이 인간의 외면 세계라
면, 심리적인 것과 관련된 것은 내면 세계이다. 그런데 인간이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즉 아무리
의식주(외면세계)가 충족되고 해결되었어도,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정신적인
것에는 진선미와 성(내면세계)이 있다.
직업이 없는 사람은 불쌍하다. 필요한 빵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 기계론에서는, 인간
이란 자신의 정신적인 만족을 위하여 선행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선행이란 남에게 정신
적이거나 물질적인 것을 베풀거나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선행을 하게 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고 마아크 트웨인이 인간 기계
론에서 펼친 바 있다. 인간의 생활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옷을 입고 다니다가 먹고 마신 뒤에 잠
을 자게 되는 존재이다. 인간의 욕심에는 잘 차려입고 잘 먹고 멋진 곳에서 잠을 자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
요즈음 나의 머리에 떠나지 않는 것이 두 가지인데, 그 중 한가지가 문학의 목적이 교훈과 쾌
락이란 것에 대한 반발심이다. 문학의 목적에 대한 나의 대안은 다르다. 미 출판된 졸저 <문학의
열린 연구>에 의하면, 문학의 목적은 인간에게 휴머니즘과 카타르시스와 구원을 주는 것이다. 문
학의 목적과 종교의 목적은 어딘가 닮은 점이 많다고 보여진다.
다른 한 가지는 영어 참고서인 <고등 영어 교사를 위한 자료집>이다. 주로 어원과 동의어와
반의어를 중심으로 구성한 저서이다. 앞으로 출판되면, 영어교사를 위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의
특성은 인터넷에서 강조되는 검색엔진과 검색어 그리고 검색자료를 연결한 연구라고 생각된다.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기본적인 욕구에 속하는 의식주와 심리적인 욕구인 진선미와 성이라고 보
았다. 의식주를 형이하학이라고 한다면 진선미와 성을 형이상학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인간의 생활
은 형이하학과 형이상학을 조화롭게 가꾸어 가야 할 것이다. 속물이란 한 쪽으로 몰려있는 인간
이다. 훌륭한 관료는 사회와 소외된 생활을 영위하기 쉽다.
문제는 정신적인 생활 즉 진선미와 성의 추구를 진지하게 다루는 분야가 있다고 본다. 진과 과
학, 선과 종교, 미와 예술의 관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과학은 인문과학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합친 것이며, 주로 대학을 포함한 학교생활과 관련된 교육기관이 추구하는 목적과 연결된다고 본
다. 여기서 필자는, 선과 종교에 대해서는 각종 종교단체가 그 추구의 목적이 된다고 본다. 인간
의 구원을 포함한 자비와 사랑이 그 추구하는 목적이라고 본다. 미를 추구하는 예술에는 헤겔의
<미학>에서 보면, 문학을 가장 중요하게 보았고, 음악과 미술과 건축을 포함하였다.
더 나아가 문학이 추구하는 목적이 교훈과 쾌락에서 휴머니즘과 카타르시스와 구원의 추구에
있다고 본다면, 문학(예술의 일종)의 구원과 종교의 구원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생각해 보는 시간
이 되었으면 한다. 문학의 구원은 종교의 구원과 색깔만 다르다고 본다. 근본적인 차이점이 미를
통한 인간의 구원이며, 종교는 선을 통한 인간의 구원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인간이 생활하는
내용을 담은 문학이 미라고 하지만 진과 선도 포함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괴테의 <파우
스트>를 통해서 인간의 비극적인 생활을 보아왔다.
기독교의 구원관은 예수의 부활과 관련되고 있다.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인이 죽은 다음의 대
표적인 모델이다. 인간이 착하게 살아서 죽은 후에 얻게 되는 영생은 예수와 같은 부활한 모습으
로 살게 된다는 구원관이다. 문학의 구원관도 종교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축제를 통하여 즉, 제사
를 통하여 인간이 의식주와 진선미의 추구에 활력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행하는 축제
중의 정점(하이라이트)은 희생양을 통하여 하느님에게 인간을 바치는 행위이다.
인간에게는 형이하학과 형이상학이 골고루 필요하다. 의식주와 진선미, 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진선미의 극치는 성으로 이어진다. 성스러운 것은 축제를 통하여 완성된다. 축제는 희생양이 필요
하다. 문학의 주인공과 예술의 각각의 중요한 대상들이 모두 축제를 위해서 존재한다. 고전으로
알려진 작품들은 동서양 모두 성스러운 경지에 이른 것을 말한다. 즉, 축제에 사용되는 작품의 수
준을 소위 성스러운 경지라고 본다. 생활인이 경험하는 생활 속의 작은 축제도 휴머니즘과 카타
르시스를 포함한 인간 구원을 지향하는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