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7시 30분 대한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의료윤리연구회(회장 이명진) 제16회 연구모임이 개최됐다. '죽음과 의사의 만남' 세 번째 시간이었던 이날은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가 '완화의료의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강의를 했다. 사회는 홍일희 운영위원이 진행했으며 강연 후에는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강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 '바람직한 삶 마무리'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말기환자 완화의료 선택할 수 있도록 사전에 설명을
윤영호 서울의대 의학과 부교수 가정의학전문의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품위있는 죽음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주지 않는 것(27.8%)'과 '가족이나 의미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26.0%)'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주변정리의 마무리(17.4%)', 통증으로부터 해방된 상태(8.3%), 영적 안녕 상태-종교적 안녕상태(8.1%)가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다른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고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가 말기라는 사실은, 본인이 자신의 상태에 따라 스스로 막연히 알게된 경우보다 가족이나 의사가 알려줬을 때가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말기환자라는 사실을 알면 더 빨리 사망하지 않을까 염려하지만 환자 코호트를 구축해 실제로 조사를 해봤더니,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역시 생존기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2010년 NEJM에 발표된 폐암환자 연구에 따르면 조기에 완화치료를 시작했을 경우 환자 삶의 질이 더 향상될 뿐 아니라 생존기간 역시 더 길어진다고 나와 있다. 환자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 정도는 치료방법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이 없는 경우는 직접 선택하겠다고 응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신보다는 가족에게 맡기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자신의 가족이 말기환자일 경우 연명치료에 대한 상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의하고자 하는 의향이 있어도 실행하는 것은 주저한다. 통계에 의하면 국내 말기 환자의 75%, 특히 암환자는 90% 정도가 병원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병원에서 의료적 처치를 받게 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선을 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완화의료 정책 WHO가 2002년 정의한 바에 따르면 완화의료는 '통증 및 증상 완화,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와 치료를 통해 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말기암환자 전문의료기관 지정기준 고시 제정에 의해 완화의료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인력·시설·장비 기준을 충족한 45개 기관이 완화의료 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기관에 대한 관리는 암관리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으며 인력·시설·장비현황·저소득층 지원 여부, 지역사회 연계 실태, 서비스 내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완화의료 서비스의 표준화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자원봉사자 등을 대상으로 완화의료 인력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2010년 6월 완화의료 전문기관 서비스 제공원칙을 마련해 발간했으며 2011년 11월에는 표준 교육과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용자 현황 분석을 위해 지난 2006년 구축한 'e-Velos'를 통해 완화의료 이용환자를 각 기관에서 등록하도록 하고 있어 관련 통계와 기관에 대한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 또, 지난 2009년부터 매년 말기암환자 정보시스템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완화의료의 정착을 위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강보험 수가는 어떤가. 현재 2차례에 걸친 시범사업이 진행중이며 아직 정식 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1차 수가 시범사업은 2009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진행됐는데 7개 완화의료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요양기관 종별 일당정액제를 실시했으며 2011년 9월부터 올해 12월까지 2차 수가 시범사업 기간에는 13개 완화의료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진행중이다. 정부는 완화의료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국민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지나친 저수가로 인해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종교단체가 지원하는 병원이외는 완화의료 서비스는 확산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완화의료의 정착을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환자실 소요 비용과 일반병동 소요 비용의 중간 정도의 비용은 최소한 인정을 해줘야만 한다. 인력은 중환자실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고 시설은 일반병동 수준으로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완화의료는 병원입장에서 인력을 충분히 투입해서 경영수지를 맞출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 아울러 병동에 대한 인센티브는 물론 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있어야 일반병동에서 완화의료병동으로 환자 유입이 이뤄질 수 있다. 의료시스템은 검사나 치료약제, 치료기기 등만이 아니라 의료진이 제공하는 케어서비스에 대한 보상체계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완화의료를 그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암관리법에 따르면 말기암환자 완화의료의 대상자는 말기암환자로서 본인이 완화의료 이용을 희망하는 사람이다. 대상이 되는 말기암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고 증상이 악화되어 몇 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암환자다.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말기암환자 완화의료의 목적이다. 완화의료의 발전과제 우선,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중환자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장례식장으로 갈 것인가 좋은 시설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하나의 축제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또, 선진화된 임종 환자 진료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서 2010년 7월 14일 의견합의가 이뤄진 바 있는데 1년 반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고 있다. 2004년 구성된 복지부 암환자통증관리위원회가 2005년 암성통증관리지침 권고안을 발간한 바 있다. 그 후 2005년 9월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방안으로 암성통증 조절 약제의 보험적용 확대가 시행되면서 암성통증관리지침 권고안에 나온 대로 처방할 경우 보험적용을 하도록 됐다. 그러다 보니 과다 사용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암성통증관리지침권고안의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임종진료 표준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 '임종'을 하나의 진단 분야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설명을 환자나 환자 가족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사전에 환자가 더이상 완치 또는 생명연장을 목적으로 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말기상태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리고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을 제도화하고 임종환자 관리에 대한 표준 모델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활성화가 이뤄지려면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를 위한 행정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또, 범국민적인 웰빙·웰다잉 문화운동을 전개해 죽음에 대한 사고를 전환하고 말기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사회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토 의 - 현재 대다수의 환자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장례 문화가 가정에서 장례를 치르기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맞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는 환자도 있다. 평소,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완화의료를 포괄수가제로라도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처음에 제대로 수가를 받지 못하면 정상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호스피스의료에 대한 수가는 현재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건강보험 상의 행위별 수가를 적용받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는 종교적 성격의 단체를 위주로 호스피스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 말기환자 통증 관리를 위한 마약성 의약품의 사용은 의사들에게만 허용돼 있다. 한의사에게는 허용이 돼 있지 않은데 완화의료기관 지원 대상에는 한방병원도 포함이 돼 있다. 현재로서는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지만 수가가 인상된다면 분명 의·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 바람직한 죽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의사들이 어느 정도의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스피스 관련 연구활동을 하는 의사들 조차도 이 문제의 제도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의사는 전무하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이 문제가 이슈화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의료윤리연구회가 나서서 캠페인을 한다든지 대한의사협회가 나서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죽는 사람의 마지막 삶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남겨진 가족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 가족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은 환자들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환자가 직접 진단을 받았을 경우 자신의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있다. 집에서 말기를 보내는 환자에게도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
- 본인은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그런데 그 후 서약 사실을 확인하려 했지만 확인이 어려웠다. 아직 국가적으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려면 지속적인 확대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권리의 한 부분으로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등을 홍보하고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나 영향력 있는 단체가 이 사안의 공론화를 위해 나섰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