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이집트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갑판에 올라가 보니 배는 이미 부두에 정박해 있고 강 저편(서안)으로 수 많은 열기구가 떠있다. 한 번 타보고 싶었지만 시간상 불가능하다. 오늘은 최대한 서둘러서 나일강의 서안과 동안에 퍼져 있는 유적지를 둘러보고 카이로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식사를 마치고 로비에 모이니 이틀동안 같이 움직였던 모리셔스에서 온 닥터부부가 보이지 않는다. 가면 간다고 얘기를 할 일이지... 호주에서 온 제이슨부부와 우리 식구 이렇게 6명이 룩소의 여행사에서 나온 아가씨 가이드와 함께 구경을 나섰다. 아스완에서 차를 타고 에드프까지 왔던 어줌마 가이드는 어제 돌아갔을 것이다.

먼저 들린 곳이 일꾼들의 계곡이다. 곧 가게될 왕의 계곡과 왕비의 계곡에서 일을 하던 일꾼들이 뭍힌 곳이다. 그들이 살던 집터와
초라한 무덤들이 산재해 있다. 한 번 이 계곡에 들어와 일을 시작하면 죽어서도 계곡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해야 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태어났을텐데 그 아이들은 대를 이어 땅만 파다가 죽어갔는지... 당시의 파라오들이 자신들의 무덤의 위치가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인부들을 죽이는 짓까지 서슴치 않았지만 대부분의 무덤들은 수천년 뒤 발굴당시 이미 도굴되어 소장품은 물론 미이라들도 모두 서구열강의 박물관으로 옮겨지거나 사라졌으니 그 영혼이 돌아온들 몸뚱아리가 없으니 어떻게 환생할 수 있을까...

집터를 배경으로 한 컷.
방과 부엌과 창고등 사람이 살던 흔적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무덤 한 곳에 들어가 보았지만 사진은 못 찍게 되어 있다. 그대로 남아 있는 벽과 천장의 색채가 화려하다. 아무래도 땅속에 뭍혀 있어 보존이 잘 되어 있는 모양이다.

얕은 산을 굽이 돌아 도착한 왕의 계곡. 총 60여기의 무덤중에 6호 표시가 되어있는 람세스9세의 무덤 앞에서.

무덤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내부에서는 역시 사진촬영 금지.

커다란 돌산을 뚫어 길을 내고 (계곡이 만들어졌다), 그 양쪽에 무덤을 파들어갔다.
고왕국 시대 (1-10왕조)에는 피라미드를 만들어 파라오의 미이라를 안치하였으나, 중왕국 시대(11-17왕조)에 들어오면서 땅 속으로 무덤을 파서 미이라를 안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피라미드가 도굴되는 것을 본 후대의 왕들이 더이상 피라미드를 짓지 않고 땅속으로 들어간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최근인 1922년에 발굴된 소년왕 투탕카멘의 미이라외에는 역시 거의 모든 무덤들도 발굴 당시 이미 도굴된 후였다고 한다.

왕의 계곡에서 제일 유명하고 인기 높은 투탕카멘왕의 무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죽은 투탕카멘왕에 대한 발굴일화는 유명하다. 우리는 카이로 박물관에서 이미 유물을 보았기때문에 밖에서 호주부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3중 황금관과 석관등 4중으로 이루어진 왕의 관등 박물관에서 본 엄청난 유물들이 사실 다른 왕들의 유물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고 하니 파라오들의 영화가 어떠했는지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모두 60여기의 무덤중에 10여기쯤만 개방되어 있고 우리는 그 중에서 3기의 무덤에 들어갔다 왔으나 별 감흥은 없다.
모든 무덤은 제물을 바치는 신전과 미이라가 안치되어 있던 매장실, 그리고 부장품을 넣어 두었던 보물창고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장과 벽면에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과 파라오들의 신, 그리고 그들의 형상과 치적이 부조되어 있다. 완전하지는 않으나 많은 부분 채색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들의 높은 문명수준을 알게 해준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합세슈트여왕 장제전(장례식 사원)이다. 이집트 왕들중에서 꽤나 유명한 여왕이라고 한다.
자신과 아버지인 투트모스1세를 기리기 위해 건설하였다고 한다. 2층으로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3층으로 되어있다.

합세슈트여왕의 석상. 양손을 가슴에 교차시키고 있는 모습은 파라오의 대표적인 형상이다. 수염이 있고 가슴이 없는 것은 남성으로 위장하여 권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불상을 보는 것도 같고 그리스 로마시대의 조각을 보는 것도 같은데... 여왕의 얼굴인가 ? 동양에서 온 아이들 얼굴과 별반 다르지 않다.



멀리서 보면 3층이 다 보인다.

멤논거상이다. 원래 이집트 신왕국이 정점에 있을 당시 왕이었던 아멘호테프3세의 장제전 (MORTUARY TEMPLE)의 입구에 있던 거상인데 지진에 의해 사원은 전부 파괴되어 사라지고 거상만 남아 옛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상도 최근에 보수를 마쳤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이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의 아들 멤논과 닮았다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멤논은 에디오피아의 왕으로 트로이전쟁에참전했다가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트로이전쟁의 영웅이다. 원래 일정은 여기까지 보고 배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에 동안의 신전들을 보게 되어있으나 오후에 카이로로 떠나야하기 때문에 제이슨부부의 동의하에 나일강 다리를 다시 건너 동안에 있는 신전 구경을 마져하는 강행군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