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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문화를 꽃피웠던 류큐왕조(琉球王朝) - OKINAWA 日本 -
나는 오늘 또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이것 저것 다 보기 싫고, 홀가분하게 한번쯤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남국의 정취 물씬 풍기는 오키나와를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비행 시간도 2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류큐왕국 시대에 번영을 누렸던 오키나와는 큐슈와 대만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최남단 140개섬 그가운데 유인도 47여개섬으로 이루워져 있는데 북위 24° ~ 27° 에 걸쳐있어 아열대기후로 겨울이 없다. 평균 기온이 섭씨 23° 로 일년 내내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다.
원래 오키나와는 류큐왕국의 독립국으로 아직도 류큐의 옛 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오키나와에 물질 문명이 싹튼 것은 12세기경으로 안사(按司)라고 불리는 호족이 등장하여 성을 쌓고 항쟁을 되풀이 하였다. 1429년 쇼하시(尙巴志)라는 인물이 수많은 항쟁에서 승리를 차지하여 유일한 왕으로 등장하였으며 이것이 통일 국가 "류큐왕국"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왕의 거성은 슈리성으로 정해졌다.
제2대 왕 쇼시쇼신때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교역이 활발하였는데 일본 본토 그리고 한반도 조선왕국과의 중계무역도 활성화시켜 무역국가로서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에 집권자 도코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군대에 의해 정복. 450년간 류큐 왕국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2차 대전 중에는 일본 내에서는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지기도 해 1945년부터 27년 동안 미국이 점령하였다. 미군정이 이루어지면서 미군의 군사 시설과 비행훈련은 오키나와의 자연을 파괴하고 많은 원주민의 경제적 번영을 저해 하였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원조로 전후 복구 건설의 혜택을 받은 것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오늘의 역사이다. 주일미군의 주둔지로도 유명한 오키나와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적지 않은 주민들이 미군관련 사업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한반도와 극동 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이므로 오키나와에는 큰 비행장도 여러 곳 있다. 가데나 미공군기지 같은 곳은 차지하는 면적도 엄청나다.
오키나와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나하(那覇市)는 현청 소재지답게 밤늦도록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국제거리(고쿠사이도리)는 매력적인 패션 거리로 상점, 백화점 등이 모여있어 도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전후 눈부신 복구로 이룬 곳이라 해서 "기적의 1마일"이라는 별칭으로 통하기도 한다. 나하시에서 오키나와의 분위기를 갖춘 다운타운 마켓을 들러보면 서민적이고 소박한 전통 시장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오키나와에서 두 가지 면을 보려면 천천히 걸어서 구경해 보길 권한다.
오키나와는 어느 여행지와는 달리 호객행위나 바가지 요금 등이 전혀 없어 여행객들에게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길을 물어봐도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게 현장까지 안내해준다. 남부 관광을 위해 택시를 대절했는데 2,500엔 요금에 2,000엔으로 깍아주는 친절에 오키나와의 생활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옛 수도 슈리(首里) 화려했던 왕조를 되새기는 중후한 모습 首里城 正殿 나하가 오늘날 오키나와의 중심지라면 슈리(首里)는 큐슈왕조 시대의 수도였던 곳이다. 가치있는 유산들은 2차대전 당시 사라져버려 현재는 파괴와 복원을 거친 슈리조와 벤다이텐도, 오키나와 겐리쓰 하쿠스칸등이다. 슈리성은 류큐왕조시대의 성으로 오키나와 본토 복귀 20주년이 되는 지난 92년 복원된 것이다. 중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류큐의 독창적 기법을 구사하여 만든 슈례이몬이라는 제2 누문은 16세기 대표적인 건조물이다. 슈리성내에 가장 중요한 건조물은 슈리성 정전(首里城 正殿)으로 왕정시대에 국왕의 정무와 예식에 사용되었던 곳이다. 오키나와의 최대의 목조 건축물로 중국과 일본의 양식을 도입한 류큐(琉球) 건축미의 세련된 멋을 보여준다.
오키나와에는 산호초가 만들어낸 신비스런 종유동이 많다. 교쿠센도(玉泉洞)는 동양 제일의 기묘한 경관으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대종유동이다. 종유석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대자연의 묘한 신비성을 자아내고 있다.
시보리마크, 아리헨죠, 황금의 잔 등으로 명명된 종유석은 아름다움이 벅찰정도로 경탄을 자아낸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둘러볼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교쿠센도 공원 내에는 "교쿠센 하보 뱀공원"도 있다. 비단뱀과 기념촬영 및 코브라와 몽구스의 결투쇼도 볼수 있어 박력 만점이다.
꽃과 녹음의 트로피칼 리조트. 이국적인 낭만을 자아내는 동남식물원은 열대식물의 보고이다. 12만평의 광대한 대지위에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온 2,000종 이상의 식물이 이곳에서 자란다. 열대 수련(水蓮)이 만발하는 폴리네시안 레이크. 450여종의 야자수가 장관을 이루는 식물원, 술병의 형태를 하고있는 시원한 야자수의 가로수, 파파이아, 망고 등 열대과일의 맛도 즐길 수 있다. 또한 1,000여종의 세계의 나비가 전시되여 있는 곤충 표본관도 가볼만 하다.
수령 4백년에서 5백년까지 되는 선인장이 있는 히메유리 파크 역시 볼만 한 곳이다. 공원내에는 아리조나에서 이식한 거대한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이 많아 아메리카 서부에 와있는 느낌을 준다.
오키나와에는 한국인 위령탑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에서 전사한 한국인 징병자 3백86명의 영령들을 모신 곳이다. 비석에는 「 1941년 태평양 전쟁당시 한국의 청년들이 일본의 강제 징모로 대륙과 남양 여러 전선에 배치될 적에 이곳에 징병, 징용된 1만여명이 무수한 고초를 겪었던 것만이 아니라 혹은 전사도 하고 희생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그들 원혼은 파도 드높은 이곳 하늘을 멀리 떠돌며 비되어 흩뿌리고 바람되어 볼것이라. 우리는 외로운 영혼들을 위로하고자 여기온 민족의 이름으로 탑을 세우고 정성을 모아 영령들께 삼가 원하오니 부디 명복을 받으시고 편안히 쉬소서.」 라는 가슴 뭉클한 글이 새겨져 있다.
푸근한 자연의 품이 그리울땐 오키나와로 가자.. 입하(立夏)가 지나고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에 피로와 스트레스로 찌든 심신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우리 월드컵 전사들이 어제 폴란드를 2:0으로 이겨 마음이 가볍다. 월드컵 중계 시청도 잠시 뒤로하고 떠난다. 화려하지도 않고 요란하지도 않은 여행이지만 오키나와로 떠나는 여행은 왠지 더욱 홀가분하다. 한가로운 휴가는 아니지만 현충일 샌드위치 휴일을 맞아 가족끼리 떠나는 AD TOUR라 활기가 넘친다.
류큐왕국시대의 번영을 누렸던 아름다운 아열대의 섬들. 남국 특유의 한가롭고 아늑한 분위기, 경쾌한 시간의 온난한 기후와 인정넘치는 주민들. 숱한 매력이 넘치는 오키나와 여행은 나하 공항에서부터 환영이라는 뜻에 "멘소레"라고 원주민어로 뜨겁게 맞이한다. 오키나와현 관광청에서 나와 꽃다발도 안겨준다. "멘소레"라는 것은 "환영"이라는 오키나와 사투리로, 하와이의 인사말 "알로하"를 연상해 보면 그 의미를 알수있다.
오키나와 바다는 대단히 투명하다. 태양빛을 흡수할수 있는 평화스러운 해안선이 길게 뻗어 있어 리죠트가 많다. 파란하늘 쪽빛바다 해면을 따라 줄지어선 파라솔... 연중 온화한 날씨. 고갱이 여생을 보낸 뜨거운 태양. 강렬한 색채의 꽃과 나무가 있는 타히티. 고갱이 사랑했던 원주민 여인 같이 품격을 갖춘 쾌적한 리조트는 오키나와에서 자꾸만 빠져들어가는 듯한 편안한 안락함을 안겨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7년 동안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곳 곳곳에서는 알게 모르게 미국의 문화가 뿌리를 내려 일본 특유의 손재주, 상술과 맞물려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내는 시원한 바람속에 남국의 아늑한 정서가 있는 곳이다.
비행시간 2시간이면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두고 남국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오키나와. 마음을 사로잡듯이 우리에게 자연의 감동을 안겨주는 오키나와의 섬들의 숱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늘을 접는다. 짧은 휴가 동안이라도 세상시름 잊고,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