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컨벤션센터 2009 디지털케이블TV 쇼
"우와, 비-보이가 바로 내 눈앞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아!"
지난 4~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의 '2009 디지털케이블TV 쇼' 전시장.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것은 거실에 앉아 TV로 입체의 3차원 영상을 즐길 수 있는 '3D(Dimension) TV'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부스는 나흘 내내 검은색 '편광(偏光) 안경'을 쓰고 TV 속에서 움직이는 입체영상을 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화면 속 영상은 맨눈으로 볼 때 뿌연 형태로 겹쳐 보였지만, 안경을 쓰자 춤을 추는 젊은이들이 튀어나올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CJ미디어가 마련한 또 다른 전시 부스에서는 쉬지 않고 3D로 제작한 뉴스와 광고, 뮤직비디오 영상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ETRI 허남호 팀장은 "이번 시연은 저장된 영상을 이용하지 않고 대전지역 케이블TV 사업자인 CMB의 망을 통해 방송신호가 외부에서 TV로 들어왔다"며 "콘텐츠와 전달망, 디스플레이 모두를 연계하는 기술을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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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대전에서 열린‘2009 디지털케이블TV 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스에 마련된 3D TV 시연 코너에서 검은색 편광 안경을 쓰자 나타나는 3차원 입체 영상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세계는 입체 영상 구현 기술 전쟁
3D 기술은 원래 영화에서 시작됐다. 1950년대 미국에서 TV로 빠져나가는 극장 관객을 붙잡기 위해 찾아낸 기술. 하지만 전용 영화관에 가야 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결국 TV를 따라잡지 못했다. 기술 발전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고 TV(모니터)와 3D 영상 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미국은 MIT 미디어 랩의 '공간 이미징 그룹'이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MIT와 NASA, AT&T를 중심으로 항공우주·국방·의료·방송통신에 응용할 수 있는 '실감 3차원 다중매체'를 개발 중이다. 일본은 2003년 산요와 소니·NTT데이타 등의 회사 주도로 70여개 회사가 참여한 '3D 컨소시엄'이 만들어졌다. 2007년부터 '초(超)실감통신포럼'을 구성, 국가차원에서 공감각 입체TV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서 위성망을 이용해 2안(眼)식 3D TV 중계를 시연했고, 지난 2007년부터 BS11 케이블 방송에서 스포츠·여행·동물 다큐멘터리 등의 3D 프로그램을 하루 4차례씩 방송하고 있다. 이 방송을 볼 수 있는 LCD 3D TV는 한국 업체인 현대IT가 개발했으며 안경 2개를 포함해 3960달러(46인치)에 판매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3월 BBC 주도로 6개국 캘커타 컵 럭비 경기를 스테레오 HD 카메라를 이용해 찍어서 위성으로 실시간 중계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위성방송 BskyB는 지난해 3D 방송 테스트를 마친 데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3D로 중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투자회사 '파이퍼제프리'(PiperJaffray)는 "2009년 55억달러(추정치)인 세계 3D 시장 규모는 앞으로 연평균 약 50%씩 성장해 2012년이면 250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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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IT 제공
◆국내 기술은 어디까지
한국은 ETRI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를 주도해왔다. ETRI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를 스테레오 HD카메라로 촬영해 편광방식의 프로젝터로 중계하는 시범 서비스에 성공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중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1~2곳을 시범 사업자로 선정해 3D 시험방송을 내보내도록 하고 기술과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CJ파워캐스트 등 3D방송 제작을 준비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앞으로 영화를 중심으로 3D 영상 콘텐츠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를 DVD나 케이블 TV로도 시청할 수 있는 3D TV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IT가 지난 2007년 실시간 3D 방송 모니터 개발에 성공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42인치 PDP TV에서 편광안경을 쓰고 3D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 안경 없이 3D 영상을 볼 수 있는 52인치 크기 패널까지 이미 개발한 상태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TV 제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4m 거리에서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콘텐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3D 콘텐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언제든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고 말했다.
3D 영상 어떻게 만드나
인간의 눈은 좌우가 약 6㎝ 정도 간격이 벌어져 있기 때문에 양쪽 눈이 받아들이는 시각 정보가 서로 다르다. 인간의 망막이 인식하는 것은 2차원의 '평면' 영상이지만, 우리 뇌는 이 각기 다른 두 개의 영상을 조합해 눈앞의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3D TV는 이 원리를 이용했다. 두 개의 렌즈를 가진 '2안(眼)식 카메라'〈사진〉로 영상을 찍어 입체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안경이 필요 없는 '다안(多眼)'식은 복잡하다. 미국 MERL(Mitsubishi Electric Research Lab.)은 지난 2004년 고해상도 카메라 16개로 동영상을 찍어 16개 시점의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경우 어느 방향에서 봐도 입체로 보인다. 일반 가정에 3D TV를 보급하기 위해선 안경이 필요 없고 어느 각도에서 봐도 입체적으로 보이는 기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