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호텔이란 등급이 아닌 그곳에 머무른 사람들이 내린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 이를 위해선 나름의 철학과 오랜 노하우가 필요하다. 바로 그런 호텔을 찾았다. 티롤이다.
주말 아침 호텔 로비 한편에 마련된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는다. 잠이 덜 깨 반쯤 감긴 눈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본다. 등산복 차림으로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 가벼운 트레이닝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현관을 나서는 사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커플…. 참으로 각양각색이다. 블랙 슈트와 칵테일 드레스의 화려함이 어울리는 서울 시내 특급 호텔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아주 오래도록 손님의 습성을 지켜봐온 집사의 편안함처럼 자연스럽고 품격 있는 서비스. 티롤은 그런 곳이다. 소박한 겉모습과 달리 부드럽고 달콤한 속살을 가진 람부탄처럼. 경험하기 전엔 진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단 맛을 들이고 나면 중독성이 강하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도 문득 떠오르기만 하면 당장 달려가고 싶어 안달하게 되니 말이다.
티롤의 하루 숙박비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1박에 15만원, 2박에 23만원 선. 세금과 봉사료가 별도이니 만만찮은 가격이다. 하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진다면 월등히 높은 점수다. 딜럭스룸만 해도 서울 특급 호텔의 코너스위트 수준.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진 않았지만 공간에 여유가 느껴진다. 또 오스트리아산 적상목 마감재와 벽난로 장식 그리고 따뜻한 느낌의 간접 조명 등은 고급 산장에 온 느낌이다. 그저 깔끔하다는 것을 넘어서 자연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색다르다. 특히 적상목으로 프레임을 짠 침대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하다. 동양식으로 매트리스가 낮게 깔린 침대는 푹신함보다는 단정함에 가까운 이미지. 하지만 그 매혹적인 안락함은 옆 사람의 움직임마저 감지가 안 될 정도. 여기에 원목 테라스와 등받이가 높은 1인용 소파의 궁합도 환상이다. 테라스로 향하는 문을 반쯤 열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노라면 서너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어느새 단잠에 빠져들거나 쏟아지는 별빛에 넋을 잃기 일쑤다.
패키지 상품의 최대 강점은 숙박료만으로 각종 부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10만원대 상품엔 조식에 피트니스센터 무료 이용이 보통인데, 티롤은 30만원대 이상의 고가 상품에만 포함되는 와인과 목욕용품 세트는 물론 조식에 칵테일 바 이용권까지 포함돼 있다. 특히 특전 중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호텔 티롤의 자랑거리이기도 한 노천온천과 덕유산 설천봉 곤돌라 무료 이용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무주리조트에 왔다면 결코 빼놓지 말아야 할 히트 아이템이다.
찾아가는 길 대진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무주리조트 이정표 따라 좌회전한다. 적상 삼거리, 사산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계속 직진하면 치목터널, 구천동터널을 지나 무주리조트 입구에 다다른다. 길목마다 무주리조트 이정표가 있으므로 초보자라도 길을 헤맬 일이 없다. |
Room Data (딜럭스룸 기준) 애기야 무주 가자 패키지 (2인 기준·11월 말까지) 1박 15만원, 연속 2박 23만원/ 조식, 관광 곤돌라 이용권, 칵테일 무료 시음권, 노천욕장 입장권, 와인 한 병, 환영 초콜릿, 목욕용품 세트 제공 일반 요금 딜럭스 (주중) 24만원, (주말) 30만원, 프리미어 (주중) 27만원, (주말) 34만원 |
전망 ★★★★
무주리조트 전경과 주변을 둘러싼 덕유산 일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청량한 기운과 함께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데, 특히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이라 질리지 않는다. 겨울엔 설산이 장관이고 봄엔 철쭉, 가을엔 단풍, 여름엔 녹음으로 물든다. |
인테리어 ★★★★★
자재는 물론 작은 소품까지 오스트리아 티롤에서 직수입했다. 튀지 않게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좋다. 특히 마감재로 사용된 적상목이 객실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삼림욕 효과를 볼 수 있게 한다. 간접 조명을 설치해 안락한 분위기를 유도한다. |
객실 만족도 ★★★★★
특급 호텔 중에서도 공간의 여유를 유난히 신경 쓴 편이다. 따라서 투숙객이 객실에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많고 특히 침대, 소파, 테이블, 화장대 등 집기가 모두 고급 제품이다. 욕실도 크지는 않지만 안락하다. |
친절도 ★★★★
티롤은 직원들 유니폼부터 여느 호텔과 다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시키는 오스트리아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늘 다정하게 손님을 맞는다. 특히 룸메이드의 친절이 눈길. 모닝콜에서 포트, 얼음, 와인 디캔터, 접시, 나이프 등 다양한 집기와 서비스를 요구했지만 단 한 번의 거절도 없이 주문에 응해줬다. 다만 신입 직원의 트레이닝이 다소 미흡한 편이다. |
가격 대비 만족도 ★★★★★
시중 30만원대 이상의 패키지 상품에만 포함되는 와인, 목욕용품 세트는 물론 조식, 칵테일바 이용권, 노천온천 이용권, 관광 곤돌라 탑승권 등의 혜택이 포함돼 있다. 특히 노천온천과 덕유산 설천봉 관광 곤돌라는 티롤이기에 가능한 서비스. 다만 조식이 서울시내 호텔보다 조금 부실한 것이 흠이다. |
주변 시설 ★★★ 골프 연습장, 노천온천, 관광 곤돌라 등 사계절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동계 혹은 하계에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나뉘어 있다. 하지만 시설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에서 점수가 다소 낮다. 물론 겨울 스키 시즌은 예외. |
[주변 즐길 거리]
1000m 고지에서 바라본 덕유산 단풍 적상산 안국사
덕유산이 등산 코스로 좋다면 적상산은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적상산은 무주리조트와 정반대 방향으로, 무주호를 끼고 돌아 나가는 코스가 절경이다. 물론 클라이맥스는 산 중턱에 마련된 적상호 주변과 명찰 안국사 인근. 해발 1,034m 고지를 차로 진입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 있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유산 단풍의 감동은 더욱 깊다. 안국사 뒤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한두 시간 가을 산행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돌아 나오는 길에 안국사 다원에 들러 차 한 잔 마시고 내려오는 것은 어떨까. 덕유산 방향으로 뚫린 두 개의 커다란 창을 통해 불꽃처럼 타들어가는 단풍이 보이는데, 자리를 뜨면 곧 사그라질까 싶어 차마 일어날 수가 없다.
초겨울에 맛보는 송림욕 노천탕·사우나
인공이기는 하지만 리조트 투숙객과 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릴랙스 스폿. 노천탕 2개, 수영장 1개, 사우나 2개, 냉탕 1개, 샤워 시설 등을 갖추었다. 남녀가 함께 이용하는 곳이라 수영복은 필수. 사계절 송림욕을 즐길 수 있는데다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은 날엔 여유롭게 독서나 태닝을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평소 냉탕을 즐긴다면 이곳 얼음 냉탕의 진한 맛을 꼭 한 번 경험해 보시길.
063-320-7894 09:00~17:30, 월요일 쉼 어른 9000원, 수영복 대여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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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거리]
흑돼지 참나무구이 전문점 명가
대진고속도로가 뚫리기 전만 해도 무주는 골짜기였다. 먹을 것이라곤 산채에 어죽이 고작. 그러다 명가를 안 게 지난해다. 고랭지에서 키운 흑돼지 참나무구이가 별미라는데, 차려내는 찬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짜지도 맵지도 않으면서 맛깔스러운 솜씨로 입맛 돋우는 산채, 깔끔하게 손질한 장아찌, 먹을 만큼 그때 그때 만들어 내는 샐러드, 갓 구운 생선까지. 가장 맛난 건 역시 흑돼지구이. 훈향을 입혀 초벌한 것을 불판에서 다시 한 번 익혀 먹는데, 고기가 촉촉하고 기름기도 적당한 것이 제대로다. 마무리는 보리비빔밥. 밥보다 나물 맛이다.
063-322-0909 09:00~24:00, 명절 휴무 돼지고기 8000원, 시골보리밥 6000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