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으로 천원이면 그렇게 많은 것은 살 수 없지만, 1000원짜리 한장 들고 뭐든지 1000원에 살 수 있는 가게에 가면, 그래도 단돈 천원에 꽤 살만한 물건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세미, 화장지, 바께스, 머릿 솔, 밥그릇, 물 주전자 등등
영국에서도 1 파운드 가게가 어쩌다가 눈에 띄었다.
역시 사람이 사는 동네는 동양이나 서양을 막론하고 큰 차이가 없는가 보다.
여기는 주로 파키스탄 사람이나 인도사람들이 운영하였다. 거기 가면 역시 1 파운드(2200원)에 살만한 것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 1000원짜리 만물상회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물 받는 바께스 통을 구하려고 여러날 여기저기 여러 군데 돌아다녔지만 못 찾다가, 거기 가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느 봄날 Hay on Wye라고 영국에서 중고책방의 동네라고 소문난 고장에 갔더니, 1 파운드에 어떤 책이나 살 수 있는 가게도 볼 수 있었다.

헌책방 동네로 유명한 Hay on Wye의 1 파운드 책방(book shop)
요즘 세배돈으로 천원짜리 주면 아이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천원이 돈이냐는 식이다.
천원의 가치가 떨어져 10만원 지폐를 발행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챦게 나오곤 한다.
그만큼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 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대형할인판매점 같은 데 가면 과일 값이 한국이나 비슷하면서도, 어떤 것은 더 싼 것도 많았다. 겨울에 나는 수박 1통에 2.5파운드(5천원), 오렌지는 1 파운드에 10개 정도, 양송이 버섯이 50개 들이 1 박스에 1 파운드(2천원), 감자는 5 킬로에 3 파운드, 망고 1개는 1.2파운드 등등
영국은 감자가 무지 맛있다. 값도 우리나라에 비해 엄청 싼 편이고, 감자가 튀겨먹는 칩스(chips) 재료로 쓰이는 주식이어서인지 맛도 상당히 좋았다.
슈퍼에서 감자를 싸게 사다 먹었는데, 그런데 발품을 좀 팔고 여기저기 이야기를 듣고 하다보니, 더 싼 곳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버밍햄에서는 시내 한복판(city centre)에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 또는 오픈 마켓(open market)이라고 하는 농산물 도매시장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의 가락동 농수산시장이요, 광주의 각화동 농수산시장쯤 되는 도매시장은 좀 더 옆에 있다. 여기 오픈 마켓에서는 농산물만 주로 취급하고, 그 뽀짝 옆에서 속옷, 포목 등의 잡화도 취급하였다.

오후 3-4가 되면 마구 떨이로 들어가는 그 '파머스 마켓'
시내(city centre)에 있는 도매시장(wholesale market)
그런데 이 오픈마켓에서, 그것도 오후 4시쯤 파장할 때쯤 가면, 떨이로 엄청나게 싸게 살 수가 있었다. 보통 망고 1개에 1.2 파운드(3천원)여서 비싸서 사먹기 망설였었는데, 여기서는 망고 10개가 1 파운드였다. 그것을 안 순간 이거 웬 떡이냐 싶어서 바로 샀다. 바나나는 2 파운드에 40개 정도 샀다. 누구는 감자를 1 파운드에 엄청 큰 한 박스나 샀다고 한다.
남대문 시장 바닥에 가면, 가게주인들이 리어커에 올라서, "골라골라, 잡아잡아..."식으로 발을 굴러가면서 리드미컬하게 특유의 목소리로 손님들을 부르는 것을 본다. 여기서도 과일가게 주인들이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목소리 크게 손님들을 부른다. 일단 가격으로 승부를 한다. 뭐라고 뭐라고 하다가, ..... 원 파운드... 무슨 야채나 무슨 과일이 몇개에 1 파운드 식이다.
대량판매점에 가면 식빵의 경우 싼 것은 400-500원 정도 하는 것도 있다. 빵값이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귤을 포함해서 과일 그리고 잼 같은 것은 한 개 사면 다른 하나는 거저 주는 ‘Buy 1 Get 1 Free’라는 방식이 많이 눈에 띤다. 또한 ‘3 for 2'라는 것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 뜻을 잘 몰랐다. 하여 책방에서 '3 for 2'라는 것을 보고, 내 속으로는 아무리 비싼 책이라도 책 두권을 3 파운드에 판다는 말이구나 싶어, 기왕이면 비싼 것으로 몇권 짚어카운터에 갔다가 낭패를 보았다. 그 행복한 착각은 몇초를 가지 못했다. 알고보니 책을 3권 살 경우 그 중 가장 싼 1권을 그냥 준다는 정도였다. 그니까 편의점에서는 2개 값에 3개를 가져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옷도 세일기간을 이용하면 오히려 한국보다 더 싼 것들도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청바지 한 벌이 5~8만원 정도 하는데, 여게서 세일 때는 5파운드(1만원)에서 25파운드(5만원)까지 한다고 한다. 또한 전시판매장 전혀 없이 카탈로그를 보고 물건번호을 말하면 창고에서 갖다주는 카달로그 전문판매점 아고스(Argos)의 경우에는 저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산 뒤에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환해 주는 리펀드(Refund)제도가 아주 잘 발달돼 있다.
사진 : 3월인데도 하도 춥게 느껴져서 아고스(Argos)에 전기장판 사러 갔다
비품 그릇(second grade pottery)을 파는 그릇가게(factory shop)
영국에 온 한국 사람치고 이 집에 와서 그릇 안사가지고 간 분이 거의 없다고 한다. Wedgewood, RoyalDalton, Potmerion 등. 영국에 와서 처음 들어본 이름들이다. 이 그릇공장들이 stoke on Trent 지방에 있어서, 영국 방문객은 꼭 여기를 들린다. 한국 거시기 백화점에서 새 것을 엄청 비싸게 판다고 하는 영국 그릇들. 근데 정품이나 비품이나 전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1 파운드는 결코 아니지만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작년에 동유럽을 한번 돌아다니면서 길거리에서 이른바 거리의 악사들을 종종 보았다. 그들 앞에 놓인 보자기에 1 파운드가 아니라, 1 센트(20원), 10센트(200원), 20 센트(400원) 정도의 작은 동전만을 넣은 것을 보았다. 지폐는 전혀 볼 수 없었다.
1 파운드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1 파운드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았다.
charity shop이나, car boots 그리고 도매시장 같은 데 가면 1 파운드에 살 수 잇는 것들이 많다.
영국에 온지 몇달이 지나니,
점점 살림살이 눈썰미가 늘어가는 것 같다.
단돈 천원, 영국식으로 하면 1 파운드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꽤나 많다.
돈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하고, 돈 때문에 의를 상하기도 하고, 돈 때문에 인간관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좋은 직장 얻어 돈 더 많이 벌려고 죽어라 공부하고, 돈에 매어 인생의 황금기가 다 지나가기도 한다. 근데 이 요물인 돈이 없으면 그것 역시 문제다. 나도 몇년전에 내가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용돈이 떨어지니, 꼭 마약에 빠진 사람이 약이 떨어진 것마냥 기운이 쭈`욱 빠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촌에서 자라서 가난을 경험한 탓인가 ? 돈은 없으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이 없다고 굶어죽으란 법은 없다. 어느 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갑자기 시력을 잃고 눈뜬 맹인(장님)으로 살아갈 때,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되지 못하니 쓰레기통을 뒤져 먹었다고... 빵 한조각을 식탁 위에 기도하는 어느 노인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던가 ? 그러나 발품을 잘 팔고 필요한 정보를 잘 얻으면 단돈 1파운드로도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처럼, 단돈 1 파운드로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1 파운드가 가난으로 굶어죽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몇달치 식량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죽자사자 돈벌려고 바둥대다가 결국엔 손에 한푼도 못가고 가는 우리네 인생에서..
첫댓글 나에겐 왜 사진이 X로 나올까? 남들은 안그렇다는데 ... 다른컴을써도 그렇다 카페에서못본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어찌해야하는지...
제게도 배꼽만 보이는데....
배꼽티(?)를 즐겨 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시 들어가서 일일잉 수정을 다시 했십니더. 이 사진 중에는 영국에서 3개 지역이 들어 있답니다. 이 주제로 이거 하나 끌적거리는데 한 두달 걸려 기다렸습니다. 사진자료와 더 다른 자잘한 것을 알아야 하기에 말입니다. 잘 보시면 감사허겄습니다요, 잉~
이제 잘 보이네요 영국체험기도 한문유에 올려서 같이보면 어떠실는지...
맞아요....밥 먹기 전에 기도도 안하는 나비신자이지만, 며칠 굶고 나면 저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올 것 같네요....모윤숙시인이 그랬다지요?....모든 사람이 죽지 않을만큼만 아파보았으면 좋겠다고....그러면 누구나 지금보다 착해질테니까....
아니, 성님. 아직까장 모르셨단 말씀입니까 ? 지가 전문유에 올린 글은 그대로 한문유에도 올린다는 것 아닙니까 ? 한문유 홈피(www.heritagekorea.com)에 들어가서 '어물마당'코너의 '수다정'에 가면 있십니다. 거그는 쬐까 더 뜨겁십니더. ㅎㅎ
서교수 한문유에들려 잘보았네 의외로 좋은마당이고 한국에서 그래도 내노라할만한 문화단체로서 가능성이 보이더구만 우리 전문유회원들도 적극 참여하면 배우고 좋을텐디 ... 우선 나부터 실천해야지 ^^ ^^
한 편의 좋은 수필을 읽고 감동합니다. 그리고 충실한 자료로서 신뢰의 글을 써주시니 기쁨니다. 영국소식을 제일 반갑게 읽는 이유는 영문학이란 전공자로서 호기심과 알아야할 의무감이겠지요. 영국 대나무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