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현대적인 시설이 잘 갖추어진 수영장으로 많은 분들이 이용을 하고 있다.
나도 지난 해부터 그곳을 이용하고 있다. 자유수강권을 끊어서 하루 한 번 이용을 하고 있는 데 다소 목욕탕 분위기가 나는 것이 그리 맘에 쏙 들지는 않지만 이전의 해수풀장이 있었던 효산수영장보다는 훨씬 넓고 깨끗하며 좋은 편이다.
수영 코스는 초급 중급 고급 그리고 자유수영으로 구분이 되는 데 자유이용권을 끊은 나로서는 자유수영 라인에서 주로 헤엄을 치면서 노는 편이다. 가끔은 자유수영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찬밥 신세가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측이 된다.
(에피소드 1)
수영장에 바로 입수를 하기보다는 일단 사우나에서 몸을 덥히고 난 후 풀에 들어가기 때문에 몸에서 많은 열이 난다. 그래서 바로 입수 후 수영을 하기가 곤란하다. 잠시 몸을 식히고 수경을 닦고 준비 운동을 하기 위해 라인 스타트 위치에서 어물쩡 거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하루는 그런 상태로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웬 여자 아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는 척 말을 걸어왔다.
"아까 그 아저씨지요?"
"어? 나 아까 그 아저씨 아닌데...."
그 아이 옆에는 친구인듯 한 다른 아이가 하나 같이 있었다.
"그 아저씨 맞는 것 같은 데 그런다. 그치 ? "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인데다가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그냥 같이 멋적게 웃으면서
"무슨 소리하는 거냐, 난 그 아저씨가 아니야, 저리 가서 수영이나 하거라..." 하면서 쫒아 보냈다.
그래도 계속 곁으로 다가와 뭐라고 쫑알 거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소 조심스러웠지만 내가 먼저 비키면서 수영을 시작했다.
1회 왕복을 마치고 그 자리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이 다시 다가와 말을 건넸다. 다시 외면하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휘젓던 손끝에 그 아이 다리 부근께 내 손이 좀 닿았다.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저씨! 어디를 만지는 거예요?"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얼굴을 닦는 내 귓가 들려 온 황망한 아이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나도 소리를 치고 말았다.
"아니, 이놈들이 !"
가까이 있던 주변의 아주머니와 아저씨들도 그 아이들을 쳐다보며 나무랬다.
"너희들 까부는 것 보고 그럴 줄 알았다."
옆에서 몇 분이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많은 오해를 했을지도 모른다.
수영장에서는 일단 사람들과 멀리 있어야 하는 것이 에티켓의 일등 원칙이라는 생각을 했다.
(에피소드 2)
사우나는 수영전이나 후에 주로 이용을 하게 되는 데 장소가 비좁아서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그냥 서서 땀을 흘리는 것이 보통이다. 한 번은 비교적 한산할 때 의자에 걸터 앉아 사우나를 하고 있는 데 초등학교 2학년 팀이 교육을 마치고 한떼거리로 몰려들어 왔다. 저희들끼리 재잘거리며 떠들거나 수건을 휘두르거나 다른 녀석들을 건들면서 장난을 치면서 툭탁거리더니 한 놈이 기여이 울음을 터뜨린다. 참다 못한 어떤 나이 많은 어르신이 호통을 치자 더 크게 울어댄다. 사우나 안에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통곡하듯이 울어대는 녀석을 보면서 어떻게 할 바를 몰라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고 말았다. 도저히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런 것이라고 타이를 수 있는 상황이 못되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수영을 하면서 갤러리들이 앉아 있는 이층을 쳐다보면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엄마들이 늘어 앉아 풀을 내려다보는 것을 보면서 내 자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어제 들렀을 때에는 외국인이 사우나에 들어왔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스페셜올림픽 참가차 캐나다에서 왔다고 했다. 자기 딸이 선수로 참가해서 온 가족이 함께 왔다고 했다. 강릉에서 하루 더 묵고 부산으로 가 관광을 하고 서울을 거쳐 귀국을 할 것이라고 좀 장황하게 대답을 했다. 그래 칭찬을 해주었다. 대단한 여행가라고..... 현지인 수준과 같은 여행을 할 수 있으니 대단한 사람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말이다. 마침 또 그 2학년 무리의 녀석이 들어왔는 데 아직 취학을 하지 않은 어린 녀석이 같이 들어왔다. 수영장에서 늘 만나는 녀석이라 그냥 쳐다보고 있는데 녀석은 들어와서 의자에 잠시 앉는 척 하더니 마루에 그냥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사람들 발치에 깍지를 켠 채 누워 다리를 꼬고 흔드는 품이 어르신들이 하는 모양을 잘 배운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콧노래까지 불러댔다. 그 녀석 앞자리에 앉은 어른은 그냥 미소만 올리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함께 보는 나도 입이 간지러웠지만 나역시도 그냥 참고 웃기만 했다.
수영장에는 볼꺼리가 좀 있는 편이다.
첫댓글 전..수영 못하는뎅..^^ 수영장 갈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