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한’ 장갑이다”
스마트폰용에서 뇌질환 치료 장갑까지, 장갑의 모든 것
장갑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장갑을 꺼낼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장갑의 모든 것. 그냥 쉽게 끼고 벗는 게 장갑이지만 여기에는 첨단 기술과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겐 날씨가 추워지면 번거로운 일이 하나 더 생긴다. 전화를 걸고 받을 때, 문자를 보낼 때 장갑을 벗었다 껴야 하는 것. 상당수 스마트폰이 인체에 흐르는 미세 전류를 감지해 작동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터치용 장갑.
이 방식은 터치감이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지만 손톱을 사용하거나 장갑을 끼면 반응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스마트폰 터치용 장갑’은 이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傳導性) 섬유를 사용해 인체의 미세 전류를 터치패널에 전달한다.
반면, 고무장갑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물론 주방용 고무장갑이 아닌 산업용 절연장갑에 한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고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라는 생각에 주방용 고무장갑을 끼고 전기선을 만진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한국전기연구원 정주영 연구원은 말한다. 두께가 얇은 가정용 고무장갑은 고압 전류를 견디지 못하며, 길이가 짧아 감전 위험이 크다는 것. 만에 하나 고무장갑에 작은 구멍이라도 있으면 바로 감전될 수 있다.
전기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절연장갑은 매우 두껍고 어깨까지 올 정도로 길다. 두께에 따라 최고 2만 6000볼트까지도 견뎌내는 것도 있다.
산업용 절연 장갑.
하지만 주방용 고무장갑은 그렇지 못하므로 주방에서만 사용하는 게 좋다.
한편 고무장갑은 김장 시 필수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주부들은 맨손으로 김치를 담근다. 전문가들은 이를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고춧가루와 마늘이 피부를 자극해 주부 습진 등의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주방용 고무장갑이 빨간색인 건 우리 음식문화와 관련이 있다. 김치를 비롯해 고춧가루가 많은 음식을 즐기는 탓에 고춧가루가 묻어도 표시나지 않는 빨간색을 쓰게 됐다.
대개의 장갑은 손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운동선수들에게 장갑은 노력의 상징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지영 선수는 어린 시절 다 떨어진 골프장갑을 껴야했다. 많은 연습으로 장갑이 너덜거렸지만 어려운 집안 환경 탓에 장갑을 살 수 없었다고.
야구 선수들의 장갑도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다. 수많은 배팅 연습에 손과 장갑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통을 견딘 선수만이 ‘황금 장갑(골든 글로브)’의 영예를 안을 수 있다.
야구선수들의 땀의 상징인 골든글러브.
한편 뇌질환을 치료하는 장갑도 있다. 대구가톨릭대 뇌공학연구센터 신정훈 교수팀은 지난 9월 수지침이 들어있는 장갑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수지침이 달려있는 장갑을 뇌파측정기와 연결해 뇌질환 치료와 집중력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팀의 설명이다.
또 아직 콘셉트 단계지만 시각장애인용 점자 장갑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갑 끝에 달려있는 스캐너가 문자를 읽어와 촉각 형태로 점자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글: 박선주(지식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