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제학교 재직시절에
자주, 아주 자주 들었던 말입니다.
"선생님, 돈 값 해주셔야죠!"
상담을 하다가도 불쑥, 간담회를 하다가도 불쑥
이렇게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셨습니다.
돈 값.
어떻게 하면 돈 값만큼 교육을 해 주는 것이었을까요?
아직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중요한 가치이고 교육에도 자본이 개입이 됩니다.
그리고 물론 교사들도 월급을 받아 생활을 하는 노동자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 돈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다고 하면 오히려 그것이 속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로 돈을 낸 만큼과 비등한 교육을 환산해 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교사는 자신의 월급에 맞추어 교육을 해 내는 것일까요?
경제적 개념을 가지고는 쉽게 풀 수 있는 말들이
교육 현장에서는 문득문득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소비자(?)로부터 값에 준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더욱 난감해집니다.
부모님의 학비는 무척 소중합니다.
그 돈을 일구는 과정에 대한 노고를 알고
또한 그 학비가 한 학교를 일구어 나갑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우리는 아이들을 공동으로 키워냅니다.
돈이 순환하는 여러 경로 중에 참으로 선순환의 가치를 발휘하는 곳이 아닐까요.
학비는 참으로 무거운 의미를 지닌 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그러한 돈을
어느 교사에게 어느 교육 활동에 가격표를 붙이는 것이
서로에게 그 돈의 가치를 하락시킬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요즘들어
우리 대광화 학부모님들의 가격을 책정할 수 없는
응원과 지지의 말씀에 감동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학교는 그것으로 버티어 나가고 그것으로 한 걸음 내딛습니다.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어쩌면 지금의 제가 돈값은 더 잘하는 교사가 된 듯 합니다. ㅎㅎㅎ
그런데, 부모님들한테는 그게 문제가 아니겠죠?
저에게도 그렇습니다.
지금의 대광화는 우리 학부모님들이 가장 큰 아군입니다.
우리 대광화 아이들의 울타리는 자본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사랑과 진심과 비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믿음을 갖게 해 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선생님 돈 값 좀 해 주세요'라는 말을 효용론적 측면에서 보면, 재화(또는 서비스)가 갖는 직/간접적인 가치(이 경우엔 자녀의 성적, 인성, 전인교육, 가정에서 훈육하기 어려운 사회적 유대감 등)를 화폐라는 수단으로 환산하여 구매하는 행위가 소비라는 경제활동일테지만... 구매자와 판매자간 가치 평가의 기준은 늘 상이하기 마련입니다.(그 차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소비자만족도 1위인 대박상품이 되겠죠.) 같은 재화(또는 서비스)를 동일한 가격에 구매하더라도 그 만족도는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기에, 현명한 소비자라면 재화가 갖는 가치의 기준과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사전에 많은 조사를 진행하여, 한 번의 구매로 효용(소비자 자신의)의 최대화를 도모해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봅니다. 가치의 기준과 구매 예산에 맞는 재화(서비스)를 선택하거나, 선호/중시하는 가치를 집중시켜 재화(서비스)를 선택하여 만족도를 높이거나, 또는 재화를 소비자의 취향에 맞도록 Customizing이 가능한 판매자(학교 또는 교사)를 선택하는 방향이 학부모들에겐 현명한 소비겠죠? 굳이 '돈 값'을 운운한다면 말이죠. 그냥 시장에서 실랑이했다고 생각하는 편이...ㅎ
ㅎㅎㅎ 교육이 경매까지 가지 않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는 구매와 동시에 상품의 가치가 이전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교육은 소비할 수 있는 부분이 대단히 협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어떤 교사의 능력을 구매하기는 더더욱 어렵구요.
저는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의 가판에 올라 등급이 매겨지기 전의 선생님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