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想>
마음의 술
- 아름다운 삶을 사는 이들과 함께 마시고 싶은 -
도울(道菀) 배 준 성(裵峻晟)
세상을 살다 보면 남을 돕는 일보다 남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으로 받은 도움으로부터 형제간이나 일가친척은 물론, 주위의 이웃들로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움을 받고 오늘을 사는 인생, 어쩌면 ‘나’라는 존재는 남을 돕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하유(何由)와 하시(何時), 하소(何所)를 불문하고 ‘누굴 도와줄까’, ‘무엇을 도와줄까’, ‘어떻게 도와줄까’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도 모르게 하자”는 의지를 다짐해, 오늘을 사는 보람을 봉사라는 의미 속에서 찾아보고자 하지만 결국 나의 현실은 남을 돕긴 커녕 마냥 도움만 받고 있으니 그 빚을 어이 갚을 꼬.
술병과 술잔은 같은 초자(硝子)이지만, 운명적으로 그 쓰임은 전혀 다르다. 술병은 평생 동안 술을 담아 술잔에 술을 딸아 주기만 하지만, 술잔은 노상 술병으로부터 술을 받아먹기만 한다. 같은 초자섬유로 태어난 술병과 술잔의 운명을 보면서 우리들 인생의 처지를 생각하건대, 내 팔자는 아무래도 술잔의 신세인 모양이다.
아무리 돕고자 하여도 가진 게 없으니 서민팔자 한스럽기도 하다. 이왕지사 술잔이 되어 태어날 바엔 호프집에서 유행한 만cc 쯤 담은 큰 술잔(피쳐)이 되었더라면 내 주변에 있는 작은 소주잔이나 맥주잔(쪼끼)에 정(술)을 팍팍 쏟아 줄 수 있을 터인데….
'봉사(奉仕;attendance) 한다'는 것은 사전적(辭典的)으로 ‘남의 뜻을 받들어 섬긴다’는 의미와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일을 한다’는 의미가 있는가 하면, ‘상인이 고객에게 물건의 값을 헐값으로 판매하는 일’과 ‘남에게 친절히 대접하는 일’로도 쓰인데, 모두가 다 쉬운 것 같아도 실상은 어려운 일이다. 봉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피봉사자인 상대방을 존중하여야 하고, 사랑하여야 하며, 자비로서 공덕을 베풀 줄 알아야 함은 물론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봉사(奉仕)에 가까운 말로 보시(布施)란 말이 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인 깨끗한 마음으로 법이나 재물을 아낌없이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의미한 불교적 용어로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해탈코자한 육바라밀(六波羅密)의 첫 번째 수행의 조건으로 지혜의 완성인 부처님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할 수행자의 과제이다.
그러한 보시, 즉 자비의 덕목은 물적 보시와 인적 보시, 육적 보시와 지식적 보시 및 지혜적 보시 등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 물적(物的) 보시란 돈이나 물건으로 보시하는 것이고, 두 번째 인적(人的) 보시는 필요로 한 사람을 소개해 인연을 맺어 줌으로서 상대방을 도와주는 것이며, 세 번째 육적(肉的) 보시는 육체적인 노동활동을 통하여 조직이나 상대방을 도와주는 것이고, 네 번째 지식적(知識的) 보시는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치거나 전수해 줌으로서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 지혜적(智慧的) 보시는 자기가 느끼거나 스스로 깨달은 바를 가르쳐 다른 사람들 또는 중생(衆生)들이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보시의 자비정신(慈悲精神)은 서열(序列)과 우월(優越)이 존재할 수 없지만, 보시를 받는 이들의 감동적인 파장은 다르다. 즉, 물적 보시보다는 인적 보시, 인적 보시보다는 육적 보시, 육적 보시보다는 지식적 보시, 지식적 보시보다는 지혜의 보시가 더 큰 파장을 일으켜 보시를 받는 이를 감동케 한다는 것이다.
예수나 석가모니, 공자나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의 지혜로운 말씀이 2천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있어서도 세인(世人)의 추앙(推仰)을 받는 현상이 그러한 이론을 뒷받침해 준데, 사실 돈이나 물건 따위로 남을 돕는 것은 당시나 당대의 당사자 관계에 대한 효과일 뿐이지만, 지식이나 지혜를 전수하고 가르쳐 주는 일이야 말로 당대 뿐 아니라 세세토록 이어져 세인을 이롭게 하니 봉사의 큰 일 몫이 아니고 무엇이랴.
살아 온 만큼 살 것 같지 않는 세월의 문턱에서 남을 도우면서 살겠노라고 작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도와줘 본적이 없고, 이렇다하게 좋은 일 한 번 해 본적이 없는 필자(筆者)로선 봉사자로서 사명을 다하고 있는 이들의 아름다운 삶을 진심으로 칭찬하며, 오늘도 마음의 술을 빚는다.
누구를 도와줄까
무엇을 도와줄까
어떻게 도와줄까 하는
위인삼하(爲人三何) 정신이
은빛봉사회원들과 더불어
함께 마시는 모든 이들이
취고 또 취하게 한
도울회의 술(도울주)을….
******** 필자의 약력 ****************
*시인・작사・작곡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국문학사), 경영학과(경영학사), 행정학과(행정학사), 교육학과(교육학사), 법학과(법학사) 졸
*일붕삼장대학원 불교학과(삼장전법사) ・고대 경영대학원, 방송대 대학원 행정학과(행정학 석사) 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작사・작곡가)
*현, 주간 평생교육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대표.
*현, 계간 배낭문학 발행인 겸 편집인/ 대표,
*현, 배낭문학예술인협회 회장, 도울회 회장
*현, 범민족대화합운동본부 부총재
*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
*현, 마포방서 의용소방대 예방부장
*발표작: <불자의 길>, <피안으로 가는 길(‘99 조계종 총무원 공모 찬불가 당선작)>, <색아 색아>,
<영차 영차 어영차(KBS & 범민족올림픽추진위원회 공동공모 ‘88서울 올림픽응원가최종당선작)>, <보살의 사홍 서원가>,
<조계산의 꿈나무들>, <전주아가씨>, <백담사의 전법사>, <사랑의 씨름>, <아리랑은>, <노래방에서> 등 다수.
*시집「마음의 때」와 경기도 연천군 중면 소재 태풍전망대에 <무궁화 꽃 한송이>란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음.
*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6-55. <TEL; 02-336-8282, HP; 019-364-5959>
첫댓글 선배님 글 잘 보았습니다. 제게도 마음의 술 빚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전북대 병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