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앞으로 직장을 은퇴하고 수 십년은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이 이 카페를 찾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께 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이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지닌 인생관, 가치관, 그 동안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식과 환경에 차이가 있으므로 의견이 다른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그저 판단을 하는데 참고로만 하시기 바랍니다.
은퇴 후의 시골생활에 대한 용소 생각
1. 팬션 운영에 대해 고민하다.
나이가 5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접어 들면서 직장은퇴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침 아내 후배가 평창군 면온리에서 팬션을 운영하고 있어 약 2년전부터 아내와 함께 거의 매주말 강원도를 오르내리게 되었다.
면온리에는 휘닉스파크 외에도 주위에 많은 명소가 있어 4계절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따라서 팬션이 과다할 정도로 많이 들어섰지만 그래도 팬션운영이 전국에서도 가장 잘 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처제가 운영하는 팬션도 여름과 겨울 성수기에는 주중에도 빈방이 없고 봄, 가을에는 주말이면 빈방이 없을 정도로 운영이 잘되고 있다. 운영수입은 부부가 운영하면 대기업 과장급 급여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가 아내와 함께 내린 결론은 '팬션운영은 아니다.'였다.
그 이유는 두 가지에서 찾게 되었다.
첫째, 지금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팬션은 말이 팬션이지 거의 모텔수준(그렇지 않은 팬션운영인에게는 죄송하게 생각하며 양해를 구한다.)이라고 보면 된다. 팬션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젊은 연인들이었다. 즉,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의 젊은이들이 함께 잠을 자고 가는 곳이 되어 버렸다. 부부나 가족단위의 손님은 가물에 콩나듯 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팬션방들도 공주방(나 같은 세대가 보면 거의 역겨운 생각이 들 정도로 요란한?)으로 꾸민 곳이 아니면 손님이 잘 오지 않는다. 우리가 은퇴 후에 모텔을 운영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 아내와 나의 생각이었다. 물론 은퇴 후의 생활을 위한 수입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르나 우리는 맞벌이부부여서 은퇴 후에 연금수입이 어느 정도 되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둘째, 저녁이면 팬션운영인이 숯불을 피워주는데 이것 또한 보통일이 아니었다. 물론 운영수입에는 도움이 될 것이나 젊은이들이 한적한 시골에 여행을 왔으면 본인들이 식사 준비(숯불 피우는 것을 포함해서)를 해야한다고 본다. 팬션운영인이 수입원이 된다고 숯불을 피워주는 모습은 영 보고 싶은 광경이 아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차별화를 통해 다른 팬션 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성이 높은 팬션운영도 가능하겠지만 이 또한 우리사회의 팬션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2. 귀촌부지를 마련하다.
나는 회사업무상 서울의대에서 설립한 체력과학연구소의 박상철교수를 만나 '건강장수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박교수는 수 년전부터 건강장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장수춤'을 개발하여 전국에 보급하였고 현재는 순창군과 제휴하여 '건강장수연구소'를 순창군에 설립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교수는 건강장수의 5가지 핵심요소로 '의,식,주, 생활습관, 좋은 이웃'을 꼽고 있었다. 물 맑고 공기 깨끗한 곳에서 몸에 좋은 건강식을 섭취하고, 건강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적절한 노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좋은 이웃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건강장수의 비결이라는 것인데 아주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역으로 말하면 아무리 물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에서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도 이웃과 불화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졸지에 간다는 말이었다.
박교수의 의견(의견이라기 보다는 학술적 뒷받침이 되는 연구결과로 본다.)에 가능하면 맞도록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다. 그래서 적격지로 찾은 곳이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이었고 국도에서 3km 들어간 고도 730m 산꼭대기 한적한 곳에 터를 마련했다. 임계는 평창, 정선 보다 더 내륙으로 들어간 지역으로 내가 보기엔 국내에 몇 안남은 청정지역 중의 하나이다. 그 곳에서도 또 3km 산속으로 들어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노루마당'이란 곳에 터를 마련했다.
주위에서는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그런 오지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고 걱정을 한다. 그리고 대도시로의 접근성이 문제이고 의료상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염려한다. 이러한 걱정이나 염려에 대한 나의 생각은...
우리나라 같은 좁은 땅덩어리에서 대도시로의 접근성이라니...말이 안되는 소리이고(당장의 투자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된다. 그러나 절대로 늘어 날 수 없는 강원도 땅에서 이 정도의 청정지역이면 앞으로는 괜찮지 않을까??? 희망사항임.),
대도시 보다는 청정지역에서 지내는 것이 의료상 응급상황을 현저히 줄여줄 것이고 그런 상황이 발생해도 강릉에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데 그래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3. 좋은 이웃을 만드는 것이 숙제로 남다.
청정지역에서 텃밭을 가꾸며 생활하면 의식주와 생활습관은 어느 정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남은 문제는 좋은 이웃을 만드는 일이다. 박교수가 이야기한 좋은 이웃이란 오랫동안 정을 나누며 지내왔고 앞으로도 함께 지낼 이웃을 말한다. 이에 가장 적합한 이웃은 친척일 것으로 본다. 다행히 아내쪽에 형제가 많아 잘하면 합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그래서 주말엔 아내의 형제식구들을 데리고 갈려고 열심히 노력중이다.
나의 경우는 다른 방안이 하나 있는데 학창시절 음악활동(밴드부)을 해서 동기생이나 동문들을 초대해 합주연습을 할 생각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딱 한채 이웃집이 있는 곳에서도 산길을 돌아 깊숙히 들어간 곳에 터를 마련했다. 산속에서 취주악합주...그러다 보면 자주 찾아주기만 해도 되는 좋은 이웃이 되지 않을까?
4. 노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의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 준비하면서 내린 결론은 '가능한 최소의 비용으로 작은 집을 짓고, 부식조달, 적절한 노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텃밭을 가꾸고, 생활비는 연금으로 충당하면서 검소하게 사는 것'이다. 여기에 좋은 이웃을 만드는 일이 필요한데 이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다양한 분야의 취미활동이 있는데 이 중에서 노후에도 함께할 수 있는 분야에 참여하고 그들과 노후를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진행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이러한 나의 생각이 은퇴 후 전원생활이나 시골살이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퇴직금을 받고 연금을 타는 직장퇴직자들은 팬션을 운영할 생각은 접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될 것이라고 본다. 팬션을 짓는데 들어가는 건축비, 광고비 등을 뽑기 위해 안해도 될 노동을 하게 되면서 돈 잃고 건강도 잃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첫댓글 구구절절이 맞는 말씀이네요. 상기 조건 중 대부분 내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일이지만, 이웃과의 관계는 상대적이라 그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웃과의 관계!!! 정말 쉽지 않지요. 그야말로 문화의 충돌인 것 같아요.
그냥 살다 보면 섞이지 않을까요?
세월이 지나면 충돌10%, 흡수30%, 이해30%, 융합30%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상적 비율 1:3:3:3 - 개인 생각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