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사는 칠순이 넘은 노인네가 집안에서 넘어졌다. 부러진 뼈가 붙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돼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간병하는 일이 힘들어지자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노인요양 시설에 입소시켰다. 그러나 입소 비용은 만만찮았고 결국 비용 분담 문제를 놓고 형제 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자식의 치료비라면 집이라도 팔지만 부모 수발은 서로 떠넘기는 게 오늘의 세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노인요양보장 제도 도입 계획을 확정하고 시범사업을 벌일 6개 지역을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요양보장도 많은 비용 부담이 따른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수용하는 보건시설과 요양시설의 건립, 시설 이용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제도 도입과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한 장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요양보장제도는 일본 ‘개호(介護·곁에서 돌보아 줌)보험’ 제도를 모방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경험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은 개호보험 도입 첫해(2000년)에 3조6000억엔의 비용을 이 사업에 썼다. 시행 5년째를 맞는 올해엔 비용이 6조800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라 한다. 5년 사이에 두 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에 놀란 일본 정부가 비용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바로 개호예방 사업이다. 실제로 필자가 일본에 머물면서 개호보험 이용실태를 조사해 보니 경증(輕症) 이용자의 50%가 골절·낙상·관절염 같은 폐용(?用)증후군을 앓는 노인이었다. 그 다음이 뇌졸중과 치매 환자들이었다. 중증(重症) 이용자 가운데서도 폐용증후군은 치매나 뇌졸중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요양보장하면 치매나 중풍 환자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낙상·골절·관절염·노령에 따른 쇠약증과 같은 폐용증후군 환자가 더 많다.
폐용증후군은 상당한 정도의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사업비의 많은 부분을 예방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노인 근력강화 운동, 노인 영양사업, 노인 치아관리 사업 등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증진사업이 그런 것들이다. 일본은 개호보험제도 도입 이전인 1978년부터 이른바 ‘건강가꾸기운동’을 시작하였고, 1982년 ‘노인보건법’을 제정하여 40세 이상에 대한 건강관리를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호보험 이용자가 급증하는 형편인데 이제 건강증진사업에 착수하는 우리나라로선 앞길이 험난한 셈이다.
다행스런 것은 금년에 담뱃값을 올려 건강증진기금은 충분하게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부터라도 건강증진사업만 제대로 한다면 요양보험의 수요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선 보건소에 건강증진을 전담할 전문요원(보건교육사·운동처방사·영양사 등)들이 없어 사업비를 마련해도 사업을 제대로 펼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보건소가 건강증진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배치 등 인프라를 신속히 갖춰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요양보장사업을 추진할 주체다. 건강증진사업은 보건소의 고유 업무인데 요양보장은 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하도록 되어 있다. 이질적인 일을 하는 두 기관 간에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보건사업 부서와 개호사업 부서가 나눠져 있는 일본에서도 두 기관 간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아 개호예방 사업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보다 앞서 노인요양보장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험에서 귀중한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