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진관시인
연꽃 만나는 나비
연꽃이 피었다. 인연의 만남을 예언하듯이
들판은 뱀에게 노예처럼 살자고 맹서했던 바람
한 맺힌 사연 하나가 글 례를 굴리고 달리는 구름 같은 정
언제나 이별의 노래를 간직하고 가슴을 울리고 있는 노을
무지개가 울타리를 만들고 있을 때 견우 직여가
벌거숭이 알몸으로 춤이라도 추자구나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아름답기만 하는데
아무리 무상하다고 하는 말을 해도 연꽃은
그저 바라만 보이고 있는 들판에 핀 연꽃 무덤
비올바람이 너무도 무섭게 달려오고 있구나.
한번 얼굴을 감싸고 있는 새벽에는
그래도 찬란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들판
한잎 또한 잎 바람에 날려버리는 운명같이
아무리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운다 해도
바람에 떨어져 버린 잎파라는 서럽구나.
이별이 밀려온다고 해도 연꽃 만나는 바람은
옷 벗어 걸어두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
눈을 감으면 보이는 간화선 수행자의 화두
뜰 앞에 잣나무란 화두가 있는데 풀이다
풀을 탐구하고 있는 선승들이 불쌍하다
7. 산은 나를 에워싸고
산은 나를 에워싼다
미래를 예언이라도 하려는 예언자처럼
호두가자를 먹고 싶어서 눈을 감고 있던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익은 감을 생각하듯
지나간 사연하나를 머릿속에서 꼬집어내고
두 손을 모우고 춤을 추는 승무 같은 공양
영취산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험하구나.
산아 너는 무슨 사랑의 신비를 안고
민들레꽃을 날려버리는 숨 막히는 연못
산속 깊은 골에 밝혀있는 보석 같은 태양
산을 내려오는 검은 구름을 들어올린다.
태초에 얼굴을 조각해서 세웠던 석불
미륵 세상에 진실을 밝히려나 보다
푸름은 어둠이 없는 세상으로 가려는 영혼
구름밖에 태양을 안고 천둥을 치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