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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에게 담대하게 우리의 소식 전해야 강론 진병섭 신부(광주교구 신의성당)
사제가 되면서부터 신학생시절부터 꿈꿔오던 사제의 삶을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길거리 미사입니다. 길거리에서 미사를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힘없고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함에 감사할 수 있어 좋은 자리였습니다.
선배들의 모습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사제로서 치열한 삶이며 시대의 아픔, 그 누구도 보듬어주지 못하는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을 그것이 바로 스승 예수의 삶임을 배우러 가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나 봅니다. 이제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서는 안 될 만큼 시간이 흘렀나 봅니다.
제가 이렇게 거리 미사를 나설 때면 참으로 마음 편하게 함께 했습니다. 제가 사는 사목현장에서는 품긴 힘든 또 다른 가슴 뜨거운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제가 그저 자리에 함께하기만 하면 되는 자리였기에 마음 편했나 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면서 얼마나 무거운 마음으로 왔는지 모릅니다. 어젯밤 갑자기 제가 이곳에서 강론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리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너무도 부담스러워 비라도 내려주기를, 바람이라도 불어주기를 바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는 곳이 섬이라 그 핑계로 못 나간다하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 모습이 이기적인지 몰랐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은 죽어간 영혼들의 넋을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유족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 현재도 진행 중인 아픈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음에도 어쩌면 제 맘 편해지고자 왔었나 모르겠습니다.
오늘 새벽 미사를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강론을 해야 하는 이유는 오늘만이라도 이곳에서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있는 영혼들 그리고 지금도 고통 중에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라는 사랑하옵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저에게 지어 준 십자가임을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도망가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은 부활 제5주간 목요일이면서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안에 머물라고 하십니다. 왜? 우리의 삶을 기쁨으로 충만케 하려고.
우리가 땀 흘리고 높은 데를 향하는 이유! 또 우리가 신앙하는 이유! 방식과 과정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이유는 기쁘게 살려는 데 있습니다. 말을 바꿔보면 행복하려는 데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들에게 준 계명을 지키며 너희들이 내 안에 머물기만 하면 기쁨으로 충만해지고, 다시 말해 행복해 진다고 이야기하십니다. 행복, 참 쉽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기쁨을 이야기하고 행복을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직 이곳은 햇볕의 반대편 그늘진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햇볕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기에 우리는 아직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종국에는 부활의 영광을 얻을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십자가에 머무는 신앙이 아닙니다. 우리의 신앙은 부활의 기쁨을 사는 삶입니다. 물론 십자가 없이 부활이라는 영광은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지금 우리의 십자가가 무겁고 때로는 끔찍하기도 하지만 부활을 꿈꾸며 부활의 영광을 그리며 잘 지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는 길이기에 꼭 이룰 것이라 믿습니다.
어느덧 5월입니다. 5월의 시작인 어제는 노동자의 날이었습니다. 이 5월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기억케 합니다. 특별히 광주가 고향이고 광주교구 소속인 저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80년 5월을 외면하고 광주의 것으로만 치부하고 이제 그만 좀 하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미사를 드린 것이 여러 달,,, 많은 언론이 외면하고 국민은 관심을 두지 않으며 그만 좀 하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만의 기억으로 우리만의 아픔으로 두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겠지요.
얼마 전에 가왕이라는 조용필이 19집 앨범을 냈습니다.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가요계에 다시 등장하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음반 시장이 막을 내렸다고 할 정도로 불황을 겪고 있었는데,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음반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수 싸이를 앞지르며 여러 차트에서 1위를 달립니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조용필이라는 새로운 가수가 나왔는데, 실력이 괜찮다고 말입니다.
우습죠! 그런데 그 아이들도 조용필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입니다. 조용필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왕이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도 모르는 세대가 있기에 그런 말들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도 우리만의 기억, 우리만의 아픔으로 놓아두지 않고 언론이 우리를 외면해도 국민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도 우리 주위의 이웃들부터 이에 대해 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외면하고 우리는 절대 부활의 영광에 이를 수 없습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면, 바로 사랑을 나누면 우리는 기쁨으로 충만해 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버겁고 끔찍하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며 세상 속으로 나아가 담대하게 우리의 소식을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화답송에서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모든 민족들에게 주님의 기적을 전하여라."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아멘.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뛰어가려 합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이야기 박호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반갑습니다. 쌍용차지부 선대부장 박호민 입니다.
저의 이야기를 잠시 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눈물나고, 때로는 불쌍해도, 이러한 감정을 숨기고 웃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새삼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때로는 가슴으로 울기도 합니다.
해고 노동자들에게 세상의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 저희들은 이곳에서 1년넘게 버텼습니다. 그렇지만 가진자들에게는 해고노동자들의 희망이 사치로 보여졌는지 그 희망조차 빼앗아 버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분노의 감정도 갖게 되고, 혹은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서 울기도 합니다.
해고 노동자들의 희망을 빼앗지 말라고 그렇게 외쳤건만 이 나라 국가 권력은 그 희망조차도 품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서 너무나 속상해서 가슴으로 눈물을 많이 흘립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대한문 분향소를 지켜주시고 매일 매일 저희들과 함께 해줘시고 저희들의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많이 지치고 때로는 포기할 때도 있습니다. 다시 그런 마음들을 추스리고 다시 한번 뛰어 가려 합니다. 저희들을 버리지 마시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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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성당 카페에서 이런 강론 글을 보게 되다니요. 참 새롭습니다. 옛 일들이....
진병섭 신부님 이런 정보들을 통해서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셔서..........
우리 본당에도 몇차례 오셔서 미사 함께 봉헌했는데...
저 곳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가슴이 먹먹해 오네요.
감사합니다. 수녀님
저도 그날 신부님들과 동행해 미사 드리고 왔습니다.
미사 중간 경찰에서 각종 소음(경적, 오토바이, 알수 없는 소음)등으로 방해하는 것을 보고
많이 얄밉던데요
아름다움 꽃으로 위장한 화단을 보며 욕나올 뻔 했습니다.
그날 신부님 강론 가슴 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