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개발에 나섭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시장이 2030년쯤 3천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도 언젠가 노후화 되기에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바로 이 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ESS(Energy Storage System)입니다.
왜 ESS에 주목하는가?
노후화된 전기차의 배터리를 모아 ESS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ESS는 가정과 기관 등에 전기를 공급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1MWh급 ESS 설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전기는 보관이 어렵습니다. 정속 발전기로 대표되는 구시대 전력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죠. 발전소는 송배전망(전선)을 통해 필요한 곳에 전기를 공급합니다. 이때 기존 발전 시스템은 최대 부하에 맞춰 전기를 생산합니다. 쉽게 말해 1년 평균 60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에어컨 켤 일이 많아지는 여름에 90 정도의 전기를 사용한다면, 90에 안전 계수를 곱한 100만큼의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거죠. 이는 40의 발전 손실을 의미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ESS(에너지 저장장치)입니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나 부족할 때 공급해 쓸 수 있게 해주는 커다란 배터리라고 보면 됩니다. 소형 리튬 이온 배터리를 모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만드는 거죠. 전기차의 동력원이 리튬 이온 배터리기 때문에 노후화된 전기차의 배터리를 모아 재가공하면 ESS로 활용할 수 있어 전기차 시장과 동반성장이 가능한 사업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개발을 본격화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개발을 본격화합니다. 미래 혁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은 ESS 관련 핵심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전문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6월 26일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핀란드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으며 첫 발걸음을 뗐죠.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 아이오닉 일렉트릭, 쏘울 EV 재활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1MWh급 ESS 설비를 구축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미국 등 다양한 글로벌 지역으로 실증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며, 향후 3년 안에 산업용 ESS 상용화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노후화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ESS를 만들고, ESS를 이용해 저장된 전기를 이용해 새로운 전기차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 겁니다.
전기차 배터리, ESS에 날개를 달다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를 이용한 ESS 사업은 전기차 시장과 함께 동반 성장을 이룹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이 2016년 0.1GWh에서 2025년 29GWh로 급증하며, 이 중 10GWh 가량이 ESS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10GWh는 2만8천 가구(4인 기준, 가구당 월평균 전력소비량 350kWh)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64kWh) 15만5천 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더불어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7~8년 정도 사용해 1차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의 용도를 변경해 재활용하면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10년 이상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혹독한 사용 환경을 감안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설계하기 때문에 재활용 효율이 충분히 높다는 것이죠.
환경 이슈가 전 지구적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폐기물 재활용 관련 정책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전기차 배터리 ESS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독일, 영국, 중국 등은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 또한 구매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배터리는 폐차 시 해당 지자체에 반납하도록 하는 규정 마련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ESS 신시장, 규모로 승부한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뒀다 공급하기 때문에 태양열이나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세그먼트, 크기, 주행 특성 등에 따라 모양과 탑재 위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ESS로 재활용할 때 설계적인 제약이 존재합니다. 결국 비용최소화를 위해서는 단일 차종, 모듈 단위 이상의 배터리를 가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 도달하는데요. 즉, 판매량이 높은 전기차 모델이 ESS 사업에도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하죠.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 ESS는 선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처럼 발굴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라 불러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지금,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파생 산업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