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은 乙과 합동하여 영업을 마친 주점을 대상으로 주점 내에 있는 양주를 훔치기로 하고서 그 범행에 필요한 무전기, 플라스틱 바구니 3개 정도를 준비한 후 장소를 물색하였다. 甲, 乙은 2003.12.9. 07:30경 A운영의 'oo주점'에 이르러, 乙은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서 甲과 무전기로 연락을 취하면서 망을 보고, 甲은 불상의 방법으로 주점의 시정장치를 뜯고 침입하여 위 주점 내 진열장에 있던 임페리얼 등 양주 45병 시가 1,622,000원 상당을 미리 준비한 바구니 3개에 담고 있던 중, 계단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乙을 수상하게 여기고 A가 주점으로 다시 들어오자 그 소리를 듣고서 양주를 그대로 둔 채 출입문을 열고 나오다가 A에게 발각되었다.
A가 甲을 붙잡자, 甲은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자신의 목을 잡고 있던 A의 오른손을 깨무는 등 폭행하였다. 甲의 죄책을 논하시오.
결론
甲은 준강도죄의 미수(형법 제 335조, 제25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재물손괴)의 죄책을 지고, 세 범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
이유
1. 특수절도죄의 성립 여부
(1) 특수절도죄(합동절도)의 구성요건
합동절도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31조 제2항).
(2) 실행의 착수 시기 및 기수시기
특수절도(합동절도)의 실행의 착수시기 및 기수시기는 원칙적으로 절도죄의 그것과 동일하다. 절도죄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재물에 대한 타인의 사실상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에 밀접한 행위(또는 물색행위)를 개시한 때로 보아야 한다(대판 1992.9.8. 92도1650). 그리고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사실적 지배하에 둔 때에 기수가 된다(대판 1964.12.8, 64도 577).
(3) 사안의 경우
甲은 乙과 합동하여 양주를 훔치기로 공모한 후 양주 45병을 미리 준비한 바구니에 담았다는 점에서 양주에 대한 타인의 사실상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 밀접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특수절도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 그러나 甲은 양주를 그대로 둔 채 출입문을 나오다가 A를 폭행하였으므로, 양주를 자기의 사실적 지배 하에 둔 것으로 보기 어려워 특수절도는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준강도죄의 성립 여부
(1) 준강도죄의 구성요건
1) 형법 제335조
준강도죄는 절도가 재물의 탈환을 하게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명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는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335조 제1항). 준강도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형법 제335조 제2항).
2) 준강도의 주체
준강도의 주체는 절도, 즉 절도범인으로, 절도의 실행에 착수한 이상 기수, 미수를 불문한다(대판 2003.12.24. 2003도4417). 다만, 본죄에 있어서 "재물탈환의 항거를 위해서" 폭행, 협박을 가하는 경우에는 절도가 기수이어야 한다. 절도는 단순절도, 야간주거침입절도, 특수절도, 상습절도를 포함한다. 한편, 절도죄의 정범일 것으로 요하므로, 절도죄의 공동정범(합동범 포함), 간접정범은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절도죄의 교사범이나 방조범은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통설).
3) 폭행, 협박의 정도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협박은 일반강도죄와의 균형상 사람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한다(대판 1990.4.24. 90도193). 甲이 자신의 목을 잡고 있던 A의 오른손을 깨무는 등 폭행을 가한 것은 A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4) 폭행, 협박의 시점
준강도는 절도범인이 절도의 기회에 재물탈환의 항거 등의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서, 여기서 '절도의 기회'라고 함은 절도의 실행에 착수하여 실행중이거나 실행직후 또는 실행의 범위를 포기한 직후로서 사회통념상 범죄행위가 완료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될 만한 단계에 행해질 것을 요한다.
(2) 준강도죄에서 기수, 미수의 판단 기준
형법 제335조에서 절도가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준강도로서 강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는 취지는, 강도죄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인 재물탈취와 폭행, 협박 사이에 시간적 순서상 전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같다고 보기 때문인바, 이와 같은 준강도죄의 입법 취지,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2004.11.18. 2004도5074[전합]).
(3) 위법성 및 책임
A가 甲의 목을 붙잡는 행위는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으나 현행범인의 체포에 해당하며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당행위에 대해서는 정당방위가 불가능하다. A가 甲을 폭행한 것은 甲이 자초한 위난으로서 긴급피난의 상당성을 갖추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 밖에 달리 甲에게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4) 사안의 경우
甲은 특수절도의 미수범으로서 준강도죄의 주체가 되고, 절도의 실행에 착수하여 실행 직후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A를 폭행하였으므로 준강도죄가 성립한다. 다만,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甲은 준강도죄의 미수범의 죄책을 진다(형법 제335조, 제25조). 준강도죄가 성립하는 이상 절도죄는 불가벌적 수반행위(법조경합 중 흡수관계)에 해당하여 별도로 처벌하지 아니한다.
4. 손괴죄와 주거침입죄 등
1) 甲과 乙은 망을 보고 甲은 불상의 방법으로 A 운영의 주점의 시정장치를 뜯고 침입하였는데, 2003.12.9. 07시 30분은 일출 후이므로 주간에 시정장치를 손괴하고 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甲에게는 추가로 재물손괴죄(형법 366조)와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 제1항)가 성립한다. 다만, 2인 이상이 공동하여 형법 제319조의 주거침입죄,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를 범한 경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공동재물손괴)으로 가중처벌된다(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제1호). 여기서 '공동하여'의 의미는 수인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기회에 서로 다른 자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범행을 한 경우를 말한다(대판 1982.1.26. 81노1934). 사안의 경우, 乙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기회에 甲의 주거침입 및 손괴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범행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甲과 乙은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공동재물손괴)으로 가중처벌된다(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제1호).
2) 형법 제331조 제2항의 특수절도에 있어서 주거침입은 그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절도범인이 그 범행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대판 2009.12.24. 2009도9667). 재물손괴죄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준강도의 미수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기수)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재물손괴)(기수)는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형법 제37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