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구례 책방
“책은 내가 힘써 모은 바이니 잘 보존하거라.“ 구례 매천도서관 입구에 매천 황현 선생의 말씀이 새겨져 있다. 그는 조선과 대한제국 말기의 유학자로 시인, 역사 저술가, 우국지사이며 대한민국의 독립유공자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최근세사의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한 매천야록이 그의 작품이고 동학농민운동, 일제의 침략과 항일 의병 등을 다룬 야사 오하기문도 그의 기록이다.
도서관의 외형은 지리산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들어서면 왼쪽에 깔끔한 북카페가 있다. 올해의 책 진열장을 지나면 신간 도서, 구례 출신 작가 도서, 향토 자료 코너, 정기간행물, 큰 글자 도서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평상 위에는 작은 탁자와 등받이 앉은뱅이 의자가 있다. 손 가는 대로 책을 고르고 편하게 자리를 잡아 읽을 수 있다.
안으로 몇 발짝 더 들어가면 입이 떡 벌어진다. 지혜의 공간이요 지식의 요람이란 느낌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낸다.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아주 다양하고 많으며 넓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뚫린 공간으로 1층과 2층 열람실 사이의 1.5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쿠션을 놓았다. 2층 곳곳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두어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분위기다. 어린 중고생들도 일부 보이지만 공시생 또는 나이 지긋한 군민들도 독서에 열중이다. 쥐 죽은 듯한 고요와 간간이 책장 넘기는 소리에 아날로그의 힘이 느껴진다. 컴퓨터 화면이나 휴대폰을 매개로 하는 디지털에 싫증이 난 나로서는 책들이 봉기하는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책은 미래의 힘이고 독서야말로 가장 확실한 무기다.
구 례에는 작은 도서관이 몇 개가 있다. 목월빵집 근처에 <로파이>는 아날로그 감상의 음악이 있는 책방이다. 토, 일, 월요일 3일만 영업하고 오후 1시에 열어 저녁 8시에 닫는다. <산보고책보고 작은 도서관>, <봉서리 책방>, <호호담 작은 도서관>, <홍당무 작은 도서관> 등이 읍내 외 주변에 흩어져 있다. 짬 내서 꼭 가봐야 할 답사 포인트다.
외관을 보고 의아했던 북카페 <섬진강 책사랑방>은 구례역 강 건너에 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 대우서점이 수십만 권의 책을 싣고 구례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는 책을 통해 스스로 대화하고 의견을 내고 생각이 부딪쳐 가면서 지성이 만들어진다는 신념을 가진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구례는 자그마하고 적고 또 좁다. 크기가 주먹만 하다. 그러나 속속들이 들춰가며 보고 배우고 생각하면 아름다운 것들이 숱하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