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스키크롬로프 성
체코의 초원 지대도 오스트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십 마리의 젖소가 풀밭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고, 말을 타고 농장을 거니는 광경이 목격된다. 땅에서 땅으로 분리됨이 없이 이어지기 때문일까. 철책선도 군인도 없는 국경선이라니,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에 갈 때와 동일하다. 경이로운 평화다.
차는 어느덧 붉은 지붕 물결이 초록 나무 사이로 출렁이는 체스키크롬로프 성에 다달았다. 공용 주차장에 헝가리에서부터 지금까지 유로여행 버스로 우리를 이끌고 다니는 슬로바키아 운전기사는 편안히 진입했다. 그곳에서 체코 가이트 현지 한국인 박은주 학생을 만났다. 체코어를 공부하려고 4년전에 대학을 한국에서 졸업하고 왔는데,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어려운 체코어에 부딪혀, 헤매고 있다 했다.
체스키크롬로프는 체코의 크롬로프라는 표현의 지명이고 그 한 마을을 성으로 잘 보존하여 작은 프라하다. 우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문을 들어섰다. 한 동안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걸어온 길가의 식물 중에는 우리 나라의 민들레와 머위, 고들빼기 같은 동일한 모양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었다. 먼 나라에서 만난 식물이기에 반가웠다. 역시 동양에 가까운 유럽이기에 풍토가 우리와 유사한가보다.
작년까지 무료입장이었다는데 거대한 돌판을 쌓아붙여 세운 성문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초록띠를 받아 손목에 찼다. 체스키크롬로프 성의 관람을 마칠 때까지 그 띠를 차고 다녀야 한다. 아담한 음식점에서 체코 현지식으로 중식을 했다. 이곳 동유럽의 현지식은 거의 동일하다. 스프가 먼저 나오고, 넓은 접시에 감자와 고기, 야채를 담아 온다. 후식으로는 밀가루로 얇게 붙인 것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발라 나온다. 깔끔하고, 각자의 몫을 알맞게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오늘 따라 체스키크롬로프 성은 사람이 많이 모여 북적거렸다. 가이드가 알아보니, 어제부터 내일까지 3일간 축제기간이라 한다. 반은 현지인이고 반은 외국인이 모여 백인에서 흑인까지 세계인이 가득하니, 성을 관람하는 것 못지 않은 유쾌한 만남이다. 또한 이곳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그 옛날, 우리의 고유한 전통 한복과 같은 그들만의 고유한 의상을 입고 거리를 거닐며 중세의 화려한 문화를 재현하고 있다.
그 사람 물결 사이로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성 위로 향했다. 체스키크롬로프는 체코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역으로, 전역이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지다.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마치 동화 속의 성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붉은 중세풍의 기와 지붕 건물들이 잇고 있어 참으로 아름답다. 그 건물 사이로 흐르는 블타바 강은 아름다움을 한껏 더해준다. 북에서 남으로 흘러야 할 강이, 통념을 깨고 저 블타바 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고 있다. 체코의 최남단인 이곳 체스키크롬로프에서 발원하여 프라하까지 흘러 북 보헤미아 지방까지, 체코의 전역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강이다. 구부러지며 끊이지 않고 줄기차게 이어져 흐르는 낭만의 강이다.
체스키크롬로프에서 '체스키' 는 '체코의' 라는 뜻이고 '크롬로프' 는 독일어로 '구불구불한 모양의 강 옆에 있는 풀밭' 이란 뜻이다. 이름이 길어 외워지지 않는 지명인데 풀이하여 알고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이다.
체스키크롬로프는 13세기부터 도시가 형성되어 남 보헤미아 영주들의 영향을 받으며 귀중한 건물과 미술품 등, 특히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거리 모습은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과거의 어느 한 시점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우둑 솟은 블타바 강 북쪽의 체스키크롬로프 성은 하늘을 찌를 듯이 우람하게 보인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동상이 서 있는 블타바 강의 다리를 건너 성곽 위에 오르니 둥근 공원이 있고, 그 곳에서는 뱀을 사람 목에 걸어주는 여인과, 음악 연주 악단, 그 외 여러 가지 토산품 가게가 즐비하다. 아래로는 나무와 지붕이 초록과 붉은 색으로 그림처럼 전개된다. 아름답다고 감탄하니 박은주 가이드는, 프라하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 한다. 이곳은 프라하의 축소판으로 보면 된다는데, 우리의 눈에는 눈부신 저 아름다운 도시가 시리도록 곱다.
성문 아래 습지에는 커다란 곰 한 마리가 오수를 즐기며 누워있고, 좀 더 높은 지대에 오르니 오스트리아의 쉔브른 궁전을 본떠서 만든 자흐라다 궁전과 좌우대칭이 정확한 왕실의 정원은 아름답다.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러 물줄기가 흐르는 분수가 있고, 그 곁으로 포도송이를 든 사람의 동상과, 보리 이삭을 들고 선 사람의 동상이 있다. 이 지역의 토산물 상징이란다.
다시 구시가지 중심으로 내려와 축제의 물결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전통복을 입은 그들과 사진도 찍고 중세의 문화를 체험했다. 돌을 깔아놓은 좁은 골목길, 아기자기한 고운 집들, 향기로운 사람들, 모두 정겨운 곳이다.
체코의 남쪽 체스키크롬로프 성. 동화 속 같은 마을 풍경.성벽 위에 올라...남편 유기섭 수필가님
체스키크름로프 성의 축제 행사.중세 의상을 입은 현지인과 함께.세계에서 모인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