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다보면 축억이 남습니다 추석날의 약속을 기억하시는지요 누군가가 고향떠난 40년만에 추석때 고향엘 찾았답니다 그리던 고향은 찾을길이 없고 고래등 기와집 김부자집이 왜 이렇게 작아졌는지 길건너 길뒤 들어선 빌딩속에 묻혀버린 김부잣집 고래등 기와집 김부잣집 기웃 해보니 김부자 영감님 자리에 손자가 김부자가 되어 뒷짐지고 있더라고 세월이 가면 지나날 모든것이 그리움으로 남는것인지 여기 어느 사람의 추석날 약속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선생이 군대 입대하기전에 외할머니댁에서 한달정도 머물었였다 대학 2학년때 한학기 쉬면서 입대일자를 기다리는것이 무료해서 산골 마을 외할머니집에 휴양차 왔던것이다 외할머니댁은 오분거리에 강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경치가 유난히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외갓집 앞집에 부잣집에 순녀라는 몸이 퍽도 허약해뵈는 밥하는 처녀가 있었다 하도 몸집이작고 허약하다보니 처녀라기보다 어린애 처럼 보였다 그 당시는 보리방아를 찧어 밥을 하던 시절이라 순녀는 외갓집 절구통이 돌로 되어있어 방아찧기가 쉽다고 순녀는 매일 보리방아를 찧으러 외갓집엘 왔다 김선생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절구질을 하는 순녀가 가엽다고 생각되었다 하루는 김선생이 절구를 달라고 해서 절구질을 해보았다 힘만 들고 방아는 찧어지지 않았다 싫다는 순녀에게서 절구를 뺏다싶이 해서 여러날 하니 제법 방아가 찧어 졌다 순녀는 아저씨! 고맙다고 했다 그 날밤 할머니에게서 순녀의 지난 이야기를 들었다 순녀가 스무살이니까 스무해전에 어떤 아가씨가 그 마을에 찾아 왔단다 그리고 순녀를 낳고 일주일만에 산후문제로 죽었단다 그래서 부잣집에서 키우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김선생은 순녀가 불상하게 생각되었다 김선생이 외갓집에있는동안에 순녀에게 많은 이야기도 해줬고 순녀의 힘든일도 도와줬다 그리고 순녀에게 공부하라고 권했다 한달이 다되어 김선생이 외갓집을 떠날때 순녀는 선물을 김선생 에게 주었다 "아저씨 손시러울때 끼세요" 순녀가 짠 장갑이었다 김선생은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순녀가 아저씨께 약속하나 한다고 했다 "그래 말해봐!" 딱 30년후 추석날 아저씨 저 나루터에서 얼굴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선생은 그러자고 했다 김선생은 군대생활 대학생활 바쁘게 하다보니 십년의 세월이 흘렀고 외갓집 할머니에게서 순녀가 스물두살 나던해에 서울로 열두살이나 많은 사람에게 시집을 갔다는 것이다 김선생은 잘됐다고 했으나 나이많은 사람이라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오늘이 30년이되는 추석이다 그간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그곳엔 아무 친척도 살지 안했다 김선생은 큰 마음 먹고 외할머니 성묘겸 해서 이곳을 찾았다 아무런 인연도 없지만 그래도 김선생의 마음은 약간은 설레임이었다 몇년전까지도 나루터에 배가 매어있었지만 지금은 다리가 놓여졌고 나루터는 흔적만 남아있었다 아~ 세월 빠르구나! 많이도 변했구나! 이 생각 저생각 하고 있는데 뒤에서 김선생님이 아니십니까? 젊은 아가씨 목소리가 들렸다 김선생은 뒤를 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거기엔 30년전 순녀가 그대로 서있지않은가?
김선생님! 맞으시죠? 저~ 임순녀라고 아셔요? 딸입니다 아~그래요! 아니 어찌 이렇게 나왔나요? 김선생이 오히려 으아해 했다 그 아가씨 이야기는 이러 했다 일년전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실때 김선생과의 30년전 약속 이야기를 해줬고 만일 그때까지 산다면 좋겠는데 만일 죽으면 네가약속을 지켜달라고 했단다 아저씨! 우리어머니는 세상에나와서 아저씨에게 사람대접 받았다는 얘기를 항상 했다고 ---순녀는 김선생에게 첫사랑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 아가씨와 헤어진 김선생은 인생이란 이렇게 허탈한것인가? 오늘 처럼-- 이번 추석처럼-- 허 탈한 마음이되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갚지도 못할 큰 빚을 진것 같았다 어느새 동쪽엔 추석달이 둥굴게 떠오르고 있었다 기다리던 추석이--- 김선생은 발길을 재촉했다 서울로 가는 막차를 타려면 서둘러야 했다 - 詩庭박 태훈의 해학이 있는 아침중에서중에서 -
첫댓글 좋은 추억이 있었네요.
30년 전의 약속을 지킨 순수한 이야기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