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 원문보기 글쓴이: 주한경
‘산나물 한다’는 말도 우리 말로는 산나물에 따라서 ‘캔다’, ‘뜯는다’, ‘꺽는다’가 다 다른데, 한자말로는 ‘채취한다’만 써서 ‘採取한다’라고 씁니다. 옷은 ‘입고’, 모자는 ‘쓰고’ 장갑은 ‘끼고’합니다. 이래서 우리 말은 정확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한자말로는 옷이고 모자고 장갑이고 양말이고 모표고 안경이고 모조리 ‘착용’이면 다 됩니다. |
휴직하며 우리말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뭘 할까 하고 생각하다. 바로 이 글이 생각났다. 쑥은 뜯고, 고사리는 꺽고, 달래는 캔다. 움직씨(동사) 하나 만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머릿속에 환히 그려진다. 이렇게 우리 말은 움직씨(동사), 어찌시(부사)의 쓰임이 정확하고 넉넉하다. 그래서 시간 날 때 정리를 해 볼 생각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문법 공부하듯 강요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지는 표현을 찾아보자는 공부다. 표준국어 대사전에서 뜻을 찾아보고 밑에는 내 생각을 썼다. 자료를 찾을 방법을 몰라 내 생각대로 구분해 봤다.
1. 집안일 - 요리
가. 요리, 조리
요리 :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듦. 또는 그 음식. 주로 가열한 것을 이른다.
조리 : 요리를 만듦. 또는 그 방법이나 과정.
나. 썰고 자르고
썰다(썬다) : 어떤 물체에 칼이나 톱을 대고 아래로 누르면서 날을 앞뒤로 움직여서 잘라 내 거나 토막이 나게 하다.
-당근은 썰어놓고 김은 잘라놓아요.
** 올려 놓고 칼이나 톱을 쓰는 것은 썰다. 낫은 벤다고 한다. 가위를 쓸 때는 자른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자르다(자른다) : 동강을 내거나 끊어 내다.
베다(벤다) : 날이 있는 연장 따위로 무엇을 끊거나 자르거나 가르다.
-요리 할 때 쓰는 말은 아니지만 가져와 봤다.
깎다(깎는다) : 칼 따위로 물건의 거죽이나 표면을 얇게 벗겨 내다.
-감자 껍질을 깎는다.
다듬다(다듬는다) : 필요 없는 부분을 떼고 깎아 쓸모 있게 만들다.
-감자를 둥글게 다듬는다.
** 갈비찜을 할 때 감자나 당근을 모난 곳이 없게 둥글게 다듬기도 한다. 그러면 감자 부스러기가 나오지 않아 갈비찜 국물이 말끔하게 된다.
도려내다 : 빙 돌려서 베거나 파내다.
채 : 야채나 과일 따위를 가늘고 길쭉하게 잘게 써는 일. 또는 그 야채나 과일.
**’채썬다’은 사전에 없다.
깍둑거리다 : 조금 단단한 물건을 대중없이 자꾸 썰다
**’깍뚝썰기’도 사전에 없다.
손질하다 : 손을 대어 잘 매만지다.
고르다 : 여럿 중에서 가려내거나 뽑다.
다. 무치고 버무리고
비비다(비빈다) : 어떤 재료에 다른 재료를 넣어 한데 버무리다.
-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밥이나 면을 넣어 섞을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무치다(무친다) : 나물 따위에 갖은 양념을 넣고 골고루 한데 뒤섞다.
- 돌나물 무침이 맛있다.
**무치다는 나물에 양념을 비벼 조리할 때
버무리다(버무린다) : 여러 가지를 한데에 뒤섞다.
- 떡과 고추장 고춧가루를 버무려 떡볶이를 만든다.
**나물 말고 다른 음식 재료를 비벼 조리할 때
젓다 : 액체나 가루 따위가 고르게 섞이도록 손이나 기구 따위를 내용물에 넣고 이리저리 돌리다.
섞다 : 두 가지 이상의 것을 한데 합치다.
** 섞다와 젓다는 비슷한 뜻이지만 좀 다르다. 젓다는 도구를 쓰는 모습이 드러나고 섞다는 아니다.
휘젓다 : 골고루 섞이도록 마구 젓다.
재다(잰다) : 고기 따위의 음식을 양념하여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 두다.
라. 끓이고 삶고
익다(익히다) : 고기나 채소, 곡식 따위의 날것이 뜨거운 열을 받아 그 성질과 맛이 달라지다.
끓다(끓인다) : 액체가 몹시 뜨거워져서 소리를 내면서 거품이 솟아오르다.
- 라면 끓여라
삶다(삶는다) : 물에 넣고 끓이다
- 옥수수 삶아라.
** 자료를 찾을 수 없지만 끓이는 것은 국물과 같이 먹는 것, 삶는 것은 물은 버리고 익힌 알맹이만 먹는 것
데치다(데친다) : 물에 넣어 살짝 익히다.
- 시금치 데쳐라.
** 나물은 주로 데친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대부분 나물은 푹 익히지 않으니까.
찌다(찐다) : 뜨거운 김으로 익히거나 데우다.
- 고구마 쪄 먹으면 맞있어.
**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고구마는 져먹거나 구워 먹지 삶아 먹지 않는다.
밤이나 옥수수는 삶아 먹는다.
볶다(볶는다) : 음식이나 음식의 재료를 물기가 거의 없거나 적은 상태로 열을 가하여 이리 저리 자주 저으면서 익히다.
굽다(굽는다) : 불에 익히다.
** 굽다는 음식이 뜨거운 바람이나 불에 직접 닿아 익는 것.
달이다(달인다) : 액체 따위를 끓여서 진하게 만들다. 약재 따위에 물을 부어 우러나도록 끓 이다.
- 달이는 것은 국물만 먹는 것.
조리다(조린다) : 고기나 생선, 채소 따위를 양념하여 국물이 거의 없게 바짝 끓이다.
- 조리는 것은 국물과 건더기를 같이 먹는 것.
부치다(부친다) : 번철이나 프라이팬 따위에 기름을 바르고 빈대떡, 저냐, 전병(煎餠) 따위의 음식을 익혀서 만들다.
튀기다(튀긴다) : 끓는 기름에 넣어서 부풀어 나게 하다. 마른 낟알 따위에 열을 가하여서 부풀어 나게 하다.
** 가끔 ‘부치다’를 ‘튀기다’로 쓸 때가 있다.
타다(태운다) : 뜨거운 열을 받아 검은색으로 변할 정도로 지나치게 익다.
마. 절이고 삭히기
절다(절인다) : 푸성귀나 생선 따위에 소금기나 식초, 설탕 따위가 배어들다.
익다(익힌다) : 김치, 술, 장 따위가 맛이 들다.
삭다(삭힌다) : 김치나 젓갈 따위의 음식물이 발효되어 맛이 들다.
곰삭다(곰삭힌다) : 젓갈 따위가 오래되어서 푹 삭다.
바. 그밖에
상하다 : 음식이 변하거나 썩어서 먹을 수 없게 되다.
찍다(찍는다) : 물건의 끝에 가루나 액체 따위를 묻히다.
** 달걀을 까서 먹는다 해야 할까요 깨서 먹는다 해야 할까요?
깨다 : 단단한 물체를 쳐서 조각이 나게 하다.
까다 : 껍질 따위를 벗기다.
알을 품어 새끼가 껍질을 깨고 나오게 하다.
껍질 :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
껍데기 :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 먹는 모습과 달걀 알맹이가 어떤 상태냐 따라 달리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달걀(삶은 달걀) 까서 먹는다.
- 달걀(날 달걀) 깨어 먹는다.
움직씨를 쓰는 것을 생각하며 일기를 써 봤어요.
2013년 9월 25일
날씨 : 해가 나고 바람이 불었는데 춥다. 어제 비가 온 뒤라 하늘이 참 맑다. 하늘이 맑으니 햇빛도 깨끗하고 또렷하다. 하지만 나는 잠바를 입으면 땀이 나고 덥고 벗으면 추웠다. 길거리에는 반팔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아내는 오늘 더웠다고 한다. 아내가 나보다 추위를 덜 타다니? 내가 몸이 안 좋기는 안 좋은가 보다.
김밥 말기
오늘 일찍 일어나야 해서 일찍 잤다. 아니 온몸이 쑤셔 일찍 잘 수 밖에 없었다. 아픈 데도 이렇게 일어난 까닭은 민경이가 민속박물관으로 체험 학습을 가는데 도시락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김밥을 하기로 했다. 일찍 잔 덕에 5시에 일어났다. 귀는 멍멍하고 콧물을 계속 훌쩍거린다. 다시 들어가 자고 싶지만 어제 준비를 못해서 지금부터 해야 한다.
쌀 씻어서 압력솥에 넣고 불에 앉히고 냉장고에 있는 당근 꺼내 길쭉하게 썰고 후라이펜에 익혔다. 깻잎도 꺼내 흐르는 물에 한 잎 한 잎 씻는다. 시금치는 칼로 뿌리 쪽을 끊어내고 물에 씻고 나서 끓는 물에 넣어 데치고 다시 찬물에 씻는다. 달걀 세 개를 깨서 큰 그릇에 모아 휘저은 다음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부쳤다.
“치치치치익.”
밥솥에 밥이 다 됐다. 뜸 들이고 뚜껑을 여니 김이 확 걷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이 보인다.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는 밥이란 것을 알 수 있겠다. 밥은 역시 압력 밥솥에 해야 한다. 밥을 주걱으로 퍼서 양푼에 옮긴 다음 참기름과 식초 그리고 매실 효소 국물 조금 넣고 후후 불어가며 비볐다. 아직 뜨거우니 더 식어야 한다. 다진 쇠고기는 찬물에 잠깐 담아두었다 핏물을 빼고 간장과 마늘에 재어두었다 궁중 후라이팬에 넣고 약한 불에 조렸다. 참치는 캔을 따서 국물을 꼭 짜내고 마요네즈를 살짝 넣어 버무린다. 오늘은 쇠고기 김밥, 참치 김밥 두 가지를 할 생각이다.
쟁반을 깨끗이 씻고 마른 걸레로 닦아 김밥 속 재료를 가지런히 놓았다. 이제 김을 꺼내고 김발(김밥 싸는 것)도 꺼내고 작은 그릇에는 김밥 싸고 겉에 발라줄 참기름을 조금 부었다. 밥상을 펴고 재료가 담긴 쟁반과 김발을 올려놓고 밥상 밑에는 도마와 칼을 뒸다. 이렇게 준비하고 김밥을 싸는데 아내가 일어났다. 일곱 시다. 아내는 전기밥솥을 열더니
“밥 없어?”
“응. 내가 빨리 싸줄 테니 먹고 가.”
하고 서둘러 두 줄 싸서 아내에게 줬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처음 싼 김밥은 맛이 별로다. 속을 조금 넣어 그렇다. 쇠고기나 참치를 더 많이 넣어야 했다.
아내는 학교에 가고 나는 남은 김밥을 말았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세 시간 가까이 김밥을 준비하며 도대체 이게 얼마가 들었지 하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그렇다. 이게 뭔가…….
단무지 2,550원, 김 2,030원, 깻잎 1,400원 유기농 마요네즈 5,980원, 시금치 1단 3,980원, 달걀 세 개 1,000원, 쇠고기 200g 5,900원, 참치 캔 2개 4,000원이다. 모두 26,840원이다. 여기에 집에 있던 당근, 밥 그리고 조금 넣었지만 간장, 마늘, 참기름, 식용유까지 하면 돈이 더 들어간다. 삼 만원이 넘지 않을까? 정말 비싼 김밥이다. 어제 같은 어린이집 보내는 윗 집 아줌마가
“김밥 너무 돈이 들어 그냥 사줄래요.”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그 재료로 김밥 여덟 줄을 쌌다. 김밥 집에 가면 아주 좋은 김밥 한 줄 3,000원 쯤 한다. 사 먹는 것이 더 싸다. 그런데 김밥을 3,000원에 판다면 재료 값이 1,000원~1,500원쯤 한다는 건데. 어떻게 그 값을 어떻게 맞추는지 모르겠다.
아직 요리 경험이 부족한 탓이겠다. 재료 값이 비싸면 적당히 다른 것으로 하거나 윗 집 아줌마처럼 사주거나 하면 될 텐데. 돈을 삼 만원 가까이 들이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다니.
오늘 민경이가 어린이집 차에 내리자마자 나는 물었다.
“김밥 맞있었어?”
“응.”
“다 먹었어?”
“응”
그래도 다행이다. 에휴. 다음에는 체험 학습 갈 때 김밥 말아주는 것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그런데 소풍 도시락에 김밥 만한게 있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