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가솔린 2L 터보로 선택 폭을 넓힌 랜드로버 디펜더 P300
남현수 입력 2022. 04. 16. 09:01
랜드로버 디펜더 P300 X-dynamic
‘ICON’은 그림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eikoon'에서 유래됐다.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에선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이번에 시승한 랜드로버 디펜더와 잘 어울린다. 2세대 디펜더는 더 이상 마니아들을 위한 차가 아니다. 대중성의 가치를 몸소 실천했다. 그렇다고 상징성을 잃어 버리지도 않았다.
디펜더는 랜드로버를 대표한다. 각진 차체, 차량 곳곳에 스며든 실용성, 사용자를 배려한 UI, 안락한 승차감, 막강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부족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디펜더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두 가기를 모두 만족하는 다재다능한 듀얼 퍼포스(Dual Purpose)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P300이다. 디펜더 최초 가솔린 모델이다.
긴 세월 동안 큰 변화없이 판매한 1세대 디펜더의 강인함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두터운 범퍼와 똘망한 눈망울, 각진 차체와 트렁크 끝에 붙은 스페어 타이어까지 어느 것 하나 상징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다. X-Dynamic은 궁극의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는 SVX의 DNA를 받아 탄생했다. SVX만의 디자인 핵심 요소들을 반영하여 더 강인한 오프로드 이미지를 자랑한다.
1세대와 모든 부분에서 같은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차이는 뼈대다. 보디 온 프레임에서 모노코크로 진화했다. 디펜더가 전통성을 잃어버렸다고 혹평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랜드로버 기술진의 선택이 옳았다. 새롭게 적용한 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는 기존 프레임 방식보다 3배 더 견고하고 200kg 정도 가볍다. 무게는 줄이고 강성은 높이는 실리를 다 잡았다.
실내는 단순함과 실용성을 버무렸다. 최근 유행하는 ‘인더스트리얼’, ‘노출 콘크리트’ 등이 떠오른다. 대시보드 곳곳을 뚫어 수납함을 만들고 내장재를 조립한 볼트를 그대로 노출 시켰다. 도어에는 철판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도 있다. 다른 모델이었다면 마감을 하다가 말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디펜더 DNA를 계승한 디자인 요소다. 실용성이라는 표현과 적절하게 어울린다. 너무 후한 잣대가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물을 마주한다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것이다.
디펜더에는 '피비 프로'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달려 있다. 10인치 디스플레이는 최신 태블릿 PC를 조작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랜드로버는 피비 프로에 대해 "퀄컴의 최첨단 스냅드레곤 820Am 칩과 고급 QNX 운영 체제를 통해 즉각적인 반응속도와 직관적인 사용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복잡한 단어를 알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별 다를 것 없는 성능과 UI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기능도 유사하다. 즉각적인 반응 속도, 기본 내장된 티맵,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두 개의 LTE 모뎀을 적용해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파워스티어링, 브레이크, 엔진 등 16개의 개별 모듈이 포함된다.
2열 방석을 먼저 들어올려 접어야 2열 폴딩이 가능하다
디펜더를 시승하면서 든 생각은 디스커버리5와 애매한 구분이다. 두 모델 모두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주행 할 수 있고 크기나 가격도 유사하다. 두 모델을 모두 시승하고 난 뒤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좀 더 넓은 공간을 가족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 디스커버리5를,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콘셉트를 즐기고 오프로드 친화적이라면 디펜더를 선택하는 것이 좀 더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세대 변경을 거치면 너무 온순해진 디스커버리보다 디펜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렇다고 디펜더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오프로드 전용은 아니다. 디펜더의 휠베이스는 3022mm에 달한다. 2열 레그룸이 무려 1m에 달한다. 179cm의 성인이 앉아도 무릎 공간에 주먹 두 개 이상이 넉넉히 들어간다. 각진 차체 덕에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됐음에도 헤드룸에도 주먹 하나가 여유롭다. 이런 넉넉한 2열은 숏바디 버전이 90도 마찬가지다.
90과 110의 차이는 트렁크 공간. 이번에 시승한 110 모델의 트렁크는 기본 용량 1075L다. 40:20:40으로 폴딩되는 2열을 접으면 최대 2380L까지 확장된다. 2열을 폴딩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최신 차량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이다. 먼저 2열 방석에 위치한 끈을 잡아 당겨, 방석을 들어올려야 한다. 이후 헤드레스트를 접고, 2열 시트 위에 달린 레버를 당겨 등받이를 접으면 된다. 원상복구는 역순이다. 트렁크 공간이 완전히 평평해지는 것은 장점이지만 귀찮다.
성능을 확인 할 차례다. P300 모델은 디펜더 최초의 가솔린 모델이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2355kg이 넘는 무거운 차체를 가뿐하게 끌고 나간다. 최고출력은 트림 명에서 알 수 있듯이 30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40.8kg.m로 1500rpm 낮은 영역부터 발휘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7.4초. 덩치를 감안하면 부족하지 않은 수치다.
기본적으로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컴포트, 에코, 스노우, 머드, 샌드, 암석 및 도강 모드 등 주행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가 기본 적용된다. 여기에 오프로드 주행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표시하는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코드라이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험한 길을 달려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안정적인 주행 비결을 네바퀴 모두 적용한 에어 서스펜션 역할이 크다. 에어 서스펜션은 지상고 높이를 75mm까지 높일 수 있다. 여기에 극단적인 오프로드 조건에서는 추가로 70mm를 연장할 수 있다. 최대 145mm까지 차체를 들어 올려 최대 도강 높이는 무려 900mm이다. 안전 벨트를 풀면 에어 서스펜션이 자동으로 지상고를 온로드 대비 50mm 낮춰 편한 하차를 돕는다.
온로드에서는 연속 가변 댐핑을 사용하며 차체를 제어하고 롤링을 최소화한다. 실시간으로 반응해 자동으로 변화하는 댐핑은 초당 최대 500회 차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한다. 즉각적인 반응으로 차체를 제어하고 고속 주행 시 운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최대 3500kg의 견인력을 지니고 있다. 무거운 짐을 견인하거나 운반하는 것이 용이하다. 강력한 차체 구조로 최대 168kg의 주행 중 루프 적재 하중을 제공함과 동시에 험로 주파도 가능하다. 정차 시 최대 루프 적재 하중은 300kg으로 루프탑 텐트도 설치할 수 있다.
운전자 주행 보조 장비도 챙겼다. 전방 차량이 멈출 경우 정차하는 스톱앤고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의 경우 조향 간섭을 통해 차량을 다시 차선 안쪽으로 유지시켜주는 차선 유지 어시스트 시스템, 탑승객 하차 모니터링, 후방 교통/충돌 감지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디펜더는 아이코닉한 디자인부터 첨단 실내, 그래픽 UI까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전통을 유지하면서 최신 기술까지 다 잡은 모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디펜더는 SUV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다. 개성을 살리려면 디펜더는 훌륭한 선택지다.
랜드로버 디펜더 110 P300 X-dynamic SE의 가격은 1억390만원이다.
한 줄 평
장점 :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커 보이는 덩치와 다른 안락한 승차감
단점 : 연식 변경하면서 자꾸 뭐가 빠지네…
랜드로버 디펜더 110 P300 X-dynamic SE
엔진
L4 2.0L 가솔린 터보
변속기
ZF 8단
구동방식
AWD
전장
5018mm
전폭
1996mm
전고
1967mm
축거
3022mm
공차중량
2355kg
최대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0.8kg.m
복합연비
7.6km/L
시승차 가격
1억390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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